폐기물 재활용, 건설산업 패러다임을 바꾼다

[공부회]

폐기물 처리, 건설산업의 영원한 숙제

  건설폐기물의 처리는 건설산업이 안고가는 영원한 숙제다. 사진은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의 한 저소득층 주민 주택에서 석면 슬레이트 지붕철거 전문 작업인부들이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는 모습. 사진=연합

    원가절감이 전(全) 산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3R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Reform(개ㆍ보수), Recycling(재활용), Refill(재사용)이다. 각 사업장에서 3R 전략을 실천하면서 비용을 줄이고, 이를 통해 기업의 이윤발생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건설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건설산업은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밀접한 상품인 ‘주택’을 제조ㆍ생산하는 업종이다. 수천 개의 건축자재(상품)이 융합된 종합세트이기도 하다. 그만큼 3R 전략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중 ‘Recycling(재활용)’만큼 건설산업이 목을 매는 것도 없다. 건축물을 건설하면서 수만 개의 자재가 사용되고, 사용 후 버려진다. 건축물을 해체하면서도 마찬가지다. 자재를 처리하는 것도 일이다. 처리 과정에서 어김 없이 돈이 들어간다. 재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아예 폐기물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다.

　이에 맞춰 <건설경제>는 폐기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해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려 한다. <상>에서는 폐기물의 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보고 <중>에서는 재활용 과정을 거쳐 친환경 자재로 변신하는 사례를 살펴본다. <하>에서는 건설현장에서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건설업계의 노력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폐기물은 건설산업에 있어 영원한 과제다. 개발은 철거(해체)를 부르고, 철거는 폐기물 발생으로 어김 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서 연간 발생하는 건설폐기물 양은 17만6447t(2008년 말 기준)이다. 1999년 6만2221t에 비해 세 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이유는? 2000년 들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개발 때문이다. 건설폐기물 중에서도 폐콘크리트와 폐아스팔트 비율이 80％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제까지 건설폐기물을 없애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매립이었다. 매립을 위해서는 오염을 막는 복토재(하수슬러지에다 시멘트ㆍ석회가루를 넣은 흙의 일종)를 건설폐기물 위로 뒤덮게 된다. 17만6447t을 매립하기 위해서는 복토재만 해도 1만t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폐기물업체들은 건설폐기물 대부분이 재활용되고, 매립ㆍ소각되는 양은 극히 일부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상은 복토재와 같은 단순한 용도로 재활용되고, 건설현장에서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환경부 추산 1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제대로 된 폐기물 처리시설을 만들고자 하지만 지역주민들과 마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부산 기장군 철마면에서는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시설’건설을 두고 업체과 주민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업체는 사업추진을 위한 인ㆍ허가 절차를 모두 끝낸 상황이다. 철마면 부지에 콘크리트 폐기물을 재가공해 재생골재로 만드는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건강과 생계 위협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업체는 이미 필요상 절차를 모두 밟은 만큼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향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건물을 철거하면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소홀한 관리도 도마 위로 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석면 검출이다. 석면은 인체 흡입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물질의 하나. 국립환경과학원의 올 7월 조사에 따르면 전국 재개발ㆍ재건축 현장, 건축물 해체ㆍ제거 작업장, 건설폐기물처리장, 폐석면 지정폐기물처리장 등 122곳을 조사한 결과 11곳(9.8％)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서울 시내 뉴타운ㆍ재개발지역 3곳에 대한 석면오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도4동 11구역의 토양샘플에서도 백석면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철거업체는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해 석면이 공기와 토양을 오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폐기물을 둘러싼 업체들과 관련 기관의 불법행위도 최근 이슈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서울, 경기, 인천 등 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공기업인 수도권매립지공사가 400억원을 들여 하수 슬러지 처리시설을 건설하면서 설계ㆍ시공ㆍ감리회사와 짜고 비리 행위를 저지른 사건이 크게 보도된 바 있다. 한 폐기물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행위가 성행하면 건설폐기물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힘든 것은 물론, 업체들의 도덕불감증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며 “정부의 엄격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 폐기물, 친환경 에코자재로 변신

   총 8개의 건설폐기물 재활용 기술을 적용, 완공한 공주대 천안공과대 산학협력 연구동의 모습.

   원재료비 줄이고, 친환경기업 명성 얻고…일석이조 효과

　# 지난해 들어선 공주대학교 천안공과대학 산학협력 연구동.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뤄진 이 건축물은 사용된 건축자재가 모두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순환골재를 사용한 반력구조체콘크리트 △건설오니를 활용한 보도용 흙포장 △폐목재를 활용한 목질계 내장용보드 △폐유리를 재활용한 마감용 유리타일 △폐콘크리트 미세립분을 이용한 미장몰탈과 압출패널 △칸막이용 경량블록 등 총 8종의 기술이 적용됐다.

　흉악스럽던 건설폐기물이 고성능 건축자재로 변하고 있다. 건설폐기물을 매립ㆍ소각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차라리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원재료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더러, 사회적으로 친환경적인 기업이라는 명성도 얻을 수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인 셈이다. 이 같은 추세가 건축자재업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공주대의 경우 폐유리를 재활용한 타일은 기존 타일보다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하중이 140％ 이상 높은 반면, 가격은 3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유리의 변신은 그뿐만 아니다. 건축자재업체인 KCC, 벽산, 한국하니소가 생산하는 무기 단열재인 글라스울(Glass Wool) 역시 폐유리를 2500℃ 정도의 고온에서 용융해서 만든다. 단열성능이 좋은 뿐만 아니라, 내화성능까지 탁월해 건축물 화재시 오래 견딘다.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 관계자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지금, 건설폐기물을 이용한 글라스울이 친환경 아파트의 단골로 적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경량벽체(아파트에서 방을 자유롭게 통합ㆍ분리할 수 있는 가변형 칸막이)로 각광받고 있는 석고보드 역시 화학비료공장, 화학발전소의 부산물을 이용한다. 탈황공정을 거쳐 황 성분을 제거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석고가 대세이지만, 국내서는 생산되지 않아 이 같은 인위적인 공정을 거친다. 2008년 말 현재 국내 시장규모는 3600억원 정도. 완벽한 재활용 시장인 셈이다.

　화력발전소에서 버려진 석탄재를 재활용해 인공경량골재를 생산하는 공장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이 인천 영진군 영흥화력발전소 인근에 짓고 있다. 화력발전소 나온 석탄재에다 준설토를 넣어 반죽을 만들고, 이를 1200℃에서 구워 인공경량골재를 생산하게 된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연간 발생하는 석탄회 835만t를 대체해  골재부문에서만 연간 5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재를 원재료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바닥재ㆍ가구업계의 재활용 노력은 눈물겹다. 폐목재는 건설폐기물 중에서도 폐콘크리트와 함께 가장 많은 수준에 속한다. 가구제품의 원재료로 자주 사용되는 파티클보드(PB)는 폐목재, 패널 등을 재활용한 것으로 재활용 목재의 45％를 차지한다. 가구 전문업체인 리바트의 경우 원재료의 3％ 정도를 현재 재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연간 1만 그루의 원목수입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 난방연료로 알려진 펠릿(Pellet) 역시 주목받고 있다. 폐목재를 파쇄한 뒤 농약이나 각종 오염물을 제거하기 위해 환풍기 속에 넣고 200℃ 열을 가해 건조시킨다. 유럽이나 구미, 일본 등지에서는 대중화했지만 국내서는 이제서야 급격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적용이 쉽지 않은 농ㆍ어촌 지역 혹은 각종 발전소 등지에서 펠릿용 보일러를 설치, 사용하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입장이다.

 폐기물 감소…지속가능한 개발의 열쇠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은 단기적인 성장을 이유로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경제성장을 창출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87년 발표된 유엔의 보고서인 ‘우리의 미래’다. 이후 각 산업에서 사용되면서 의미는 점차 확장돼 왔다.

　/장기 로드맵 맞춰 폐기물 줄여

　건설산업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무엇일까. 수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건설현장에서 폐기물을 완전히 없애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건축물 내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폐기하거나 소각하는 것이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극도로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

　건설사 역시 이에 맞춰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2008년 대림산업의 제로에너지하우스(Zero Energy House) 모델인 ‘에코 3리터 하우스’를 시작으로 현대건설, 삼성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현재까지 자사만의 친환경 건축물 로드맵을 마련했다. 중견 건설사들 역시 직접적인 로드맵 명칭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친환경 건축물 건설을 위해 로드맵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사진은 그 일환으로 그린 컨스트럭션을 실시하고 있는 대림산업의 서울 신당동 e-편한세상 건설현장.

　

　/현장이 신재생에너지 활용처로 변모

　2년 전만 해도 로드맵 제시와 마련에 힘쓰고 있던 건설사들이 이제는 실천에 옮기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친환경 건축현장 관리시스템인 ‘그린 컨스트럭션(Green Construction)’을 실시하고 있는 대림산업이 대표적인 예다. 2008년 에코 3리터 하우스를 마련할 때, 그린 컨스트럭션을 모든 e편한세상 현장에 적용해 공사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최소화하고 건설 폐기물을 기존 대비 약 20％ 감소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는 현장에서 직접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신당동 e-편한세상 건설현장에는 건설 폐기물과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각종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고성능 단열재를 설치, 열손실을 줄인다. 사무실 옥상에는 하루 300ℓ의 온수를 자체 조달할 수 있는 태양열 급탕 시스템을 설치해 사무실과 화장실 온수로 사용한다. 하루 총 16㎾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풍력발전 시스템과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설치해 사무실 조명의 전력으로 사용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건설사의 건설폐기물 저감활동이 활발하다. 사진은 건설현장에서 환경정화 활동에 나선 GS건설 임직원, 건설현장에 설치한 폐기물 시설의 모습.

　

   /지속가능경영에 폐기물 처리 필수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발간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도 폐기물 감소에 대한 자사의 대처방안을 옅볼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향후 기업의 경영방안 등을 책자로 제시, 공개한 것이다. 건설업계는 2006년부터 지속가능경영을 해 왔지만, 업계 내 이해 관계자간 불협화음의 소지가 많아 외부적으로 보여주기에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를 적극 공개하고 있다.

　삼성건설을 시작으로 현대건설, GS건설 등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개했다. 실제로 GS건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 총 건설폐기물 가운데 GS건설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양은 0.92％(연간 56만t)에 달한다. 이중 폐아스콘, 폐콘크리트의 비중이 65％ 정도로 가장 많다. 이를 위해 GS건설은 폐기물 저감 및 분리활동을 거쳐 90％가량을 없애고, 재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스페인의 경우 매년 건설사들이 환경과 사회분야를 세부적으로 나눠 보고서를 내고 있다”며 “국내 건설사들은 도덕적 해이 등으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데다 앞으로 수주를 위해서는 지속가능경영이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을 위주로 도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