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팀의 계획에 따라 '괘방령 → 418봉 → 가성산 → 장군봉 → 663봉 → 눌의산 → 대평지하차도 → 추풍령'의 10.4km, 5시간 구간을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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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의산
높이: 744.5m
위치: 경북 김천시 봉산면 광천리
눌의산(743m)은 추풍령 뒤쪽에 자리 잡은 산으로 등산인들의 발길이 뜸하여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 산의 이름인 `눌의'는 한자어로 정의가 눌하다 혹은 더디다는 뜻이니 추풍령 영마루를 사이하는 충청도와 경상도의 양쪽 인정의 교류가 뜸하다는 것을 뜻한다.
정상에 봉수대가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주변 조망이 뛰어나다. 또한 옛날에는 요긴한 거점 구실을 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라에 긴급을 다투거나 외적이 침범했을 때 활활 타는 봉화를 피워올려 제 몫의 역할을 다했을 눌의산의 늠름함이 살아 있다. - 한국의 산하
9월 셋째 주 정기산행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2일 17번째 백두대간 연결 산행으로 괘방령에서 추풍령까지 달리기로 했다. 들머리인 괘방령은 2019년 4월 천고지 산중 하나인 김천 황악산에 오르기 위해 낙진이와 둘이 한 안내산악회를 따라 우두령에서 괘방령까지 달릴 때의 날머리였고[산행기], 추풍령은 2021년 3월 차로 넘어 다니던 추풍령의 본 모습을 보고 싶어 흥수와 둘이 추풍령에서 큰재까지 달릴 때 들머리였다[산행기]. 당시만 해도 백두대간 종주에는 관심이 없던 시절이라, 백두대간 괘방령과 추풍령 연결에 4년이 걸렸다. 비록 4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목표대로 산행을 마친다면, 백두대간은 민주지산 삼도봉에서 지기재까지 연결된다.
애초 이번 산행은 주중 수요 무박으로 지리산 봉산골을 다녀올 계획이 있어, 토요일이 아닌 월요일 산행을 잡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백두대간 연결 산행을 하게 된 거지만, 사실 이 산행 외에는 갈만한 산이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다. 그런데, 초강력 태풍이라는 '힌남노' 때문에 산악회에서 봉산골 산행을 취소하는 바람에 이번 산행 일과 지난 9월 3일 천고지 어래산행과의 사이에 약간의 간격이 벌어졌다. 그런데 기대가 컸던 지리산 봉산골은 애초 7월 13일 수요 무박으로 진행하려다, 신청자가 저조해 9월 8일로 연기한 산행인데, 태풍으로 연기가 아닌 최종 취소로 결론이 나 아쉽기 그지없다. 그나마, 인솔 대장이 내년에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지만.
이번 괘방령, 추풍령 구간 산행을 신청할 당시만 해도 휴일이기는 해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라, 신청자가 거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별 고민 없이 자리를 선택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신청자가 폭주해 28인승을 꽉 채우고 대기자가 10여 명을 넘어섰다. 해서 안내 산악회에서 28인승을 36인승 버스로 교체했으나, 계속 신청자가 늘어 36인승 버스 한 대에서 28인승 버스 두 대로 교체해, 최종 56명이 같이하는 산행으로 바뀌었다. 물론 3명이라는 대기자도 있고. 이렇게 버스가 28인승에서 36인승으로, 36인승 한 대에서 다시 28인승 두 대로 바뀌면서 내가 원해던 자리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발생해 약간 열받기는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꾹 참고 취소자가 없나, 열심히 노려보다가 산행 하루 전 아침에 2호차 단독 자리 신청자가 취소한 걸 발견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거로 만족했다.
하루 전 산행 준비를 하기 위해 '날씨누리, 산악날씨'에서 이번 산행과 가장 가까운 '민주지산'의 당일 날씨를 확인해 보니, 7시부터 20시까지 비다. 날머리인 추풍령 지역은 8시부터 19시까지! 고로 비를 피할 방법은 없다. 올해 산행은 유난이 비가 많다. 매시 1mm가 안 되는 비라 무시해도 될 거 같지만, 가랑비에 속옷 젖는다고, 폭우가 아닌 이런 종류의 우중 산행도 10km 가까이 달린 후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해서 아큐아슈즈를 장만해 신고 다녔는데, 왼쪽 엄지발가락이 심상치 않아, 신을 수 없는 상태라 문제다. 중등산화 안으로 물이 들어가면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나, 그나마 발가락을 보호할 수 있는 중등산화를 신기로 했다. 물론 우산과 치마형 우의도 챙긴다.
점심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라 양재역 지하의 청과물 가게가 문을 안 열었을 확률이 높기는 하나,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김밥을 살 수 없을 때는 늘 가지고 다니는 비상식인, 과일과 에너지 바 등으로 대신하고. 물론 날머리에 식당이 있는 모든 산행에서 그랬듯이, 10km에 5시간이 주어진 만큼 조금 빨리 달려 4시간 이내에 마감하고, 14시, 즉 오후 2시까지 날머리인 추풍령에 도착해 식당에서 하산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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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새벽에 기상해 볼일을 보며, 산행지 날씨를 확인해보니, 하루 전 예보와는 달리, 민주지산, 추풍령 모두 12시부터 비가 내리는 거로 나왔다. 이런 식으로 비가 내리는 시간이 지체된다면, 목표 하산 시간인 2시 이후에 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동안 산신에게 쓴 뇌물이 통했다는 얘기다! 산행 중에는 비 소식이 없기를 빈 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미리 준비해둔 배낭을 둘러메고, 마을버스 시간에 맞춰 5시 45분에 집을 나섰다. 계획대로 6시 40분경 양재역에 도착해 개찰구로 올라가며 제일 먼저 틈새 상품으로 김밥을 팔고 있는 청과물 가게가 문을 열었는지 확인했다. 예상대로다! 비록 월요일이기는 하나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라, 문을 열지 않았다. 이걸 예상해 미리 대비했으니, 타격은 없다.
12번 출구로 양재역을 나와, 산악회 버스 정차장인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는데, 추석 연휴 동안 고향에 가지 못한 또는 않은, 등산객이 꽤 많았었는지, 연휴 마지막인 월요일이고 이른 시각인데도 많은 등산객이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고 있었다. 계획상으로는 사당에서 6시 50분에 버스가 출발하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란 게 예정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 버스가 오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지정석이나 다름없는 서초구청 주차장 석축으로 갔다. 하지만, 이미 다른 등산객이 차지하고 있어 별수 없어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국립외교원 주변과 등산객을 관찰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 국립외교원 앞에서 버스 출발 1분 전인 6시 59분에 '대둔산'행 버스를 선두로 사당에서 출발한 버스가 줄지어 도착했다. 해서 짐칸에 실을 배낭과 버스에 들고 탈 것을 들고, 버스가 있는 곳으로 가, 앞창의 LED를 보며 사열하듯이 끝까지 내려갔으나, 없다! 내가 타야 할 괘관령행 2호 차는 없었다. 아마 사당에서 등산객이 늦어, 늦게 출발했을 확률이 높다. 문제는 다음에 도착하는 버스는, 승객을 태운 버스가 떠난 빈자리로 들어가기 때문에 내가 탈 버스를 발견할 때까지, 제일 앞으로 돌아간 후 버스 앞창을 보며 다시 내려와야 하는 걸 반복해야 한다. 다행히 두 번째 사열 중에 나란히 서 있는 괘관령행 1, 2호차를 발견하고, 2호차 짐칸에 배낭을 넣고, 갈아입을 옷과 버스에서 사용할 물건이 든 파우치를 들고 탔다.
자리에 앉자 초면의 인솔 대장이 다가와 인원 확인하고, 둘만 아는 몇 가지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예정보다 5분가량 늦은 7시 5분에 버스가 출발하자, 패드로 음악을 감상하며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깨어보니, 휴게소다. 버스가 주차한 곳이 건물과는 거리가 멀어 휴게소 명이 확인이 안 되는데, 생각보다 작다. 그래서인지, 한참 확장 공사 중이다. 딱히 할 일은 없으나, 마스크를 벗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먼저, 이름을 확인했다. 옥천이다. 초면인 거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옥천 휴게소에는 특별한 게 뭐가 있나 주변을 둘러봤으나, 없다. 해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와 주유하러 간 버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주차장으로 돌아온 버스에 바로 탔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본인도 초행이라고 전제하며,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행 설명했는데, 눌의산에서 하산할 때 고속도로 추풍령 휴게소로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거 외에 특별한 건 없었다. 그리고 도착 예정 시각이 9시 30분이라, 얼마 남지 않았으니, 산행 준비하고 했다. 계획인 10시보다는 30분이 빠르나, 실제 도착 시각은 9시 46분으로 14분이 빨랐다. 어쨌든 대장이 준비하라고 해 등산화로 갈아 신고, 이제는 기본이 된 미니 스패츠도 착용했다. 그리고 산행에 주어진 5시간이라, 마감 시각도 오후 3시에서 2시 50분으로 당길 예정이었던 거 같은데, 이번 산행 전체 인솔 대장이 타고 있는 1호 차가 늦어 마감을 계획 시각인 15시로 했다. 고로 14분의 추가 하산주 시간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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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버스 안에서 입고 있던 바람막이를 벗어 넣고, 배낭 옆주머니에는 쓸 일이 없기를 바라며 우산을 꽂았다. 그리고 2019년 황악산행의 날머리인 괘방령에 도착했을 때 반겨준 표지석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찾았다. 당연히 정자 주변에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고, 표지석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위로 조금 올라가자 산기슭에 우뚝 서 있는 비석이 보였다. 해서 언덕을 뛰어올라 괘방령 표지석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는데, 날 따라온 여성 대간꾼이 인증을 부탁해 사진 몇 장 찍어준 후 표지석 옆의 안내문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다시 언덕을 내려와 본격적인 괘방령, 추풍령 구간을 달리기 위해 도로를 건너며 버스가 있는 쪽을 보니, 1호 차도 막 도착해 대간꾼 풀어놓고 있다.
등산로 입구의 이정표에는 비록 널리 이름이 알려지진 않았으나, 이번 구간의 주요 산 중 하나인 '가성산'까지의 거리가 3,700m로 표기되어 있었다. 전체 10.4km에서 3.7km면 1/3이 넘는데, 거기까지 기복이 얼마나 심할지가 걱정이다. 지금까지 산행 경험에서 터득한 한국 산의 특징은 고도가 높은 산은 평균 1km당 하나, 낮은 산은 2~3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어야 하니, 가성산까지 최소 10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가랑비에 속옷 젖는 줄 모른다고 10여 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는 동안 체력이 바닥나는 일이 많아,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해서,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달리는 대간꾼과 달리, 페이스에 맞춰 전진했는데, 역시 예상대로 작은 봉우리 대여섯 개를 넘자, 앉아서 쉬는 대간꾼이 여기저기 보인다.
고도가 낮은 백두대간 연결 산행이 다 그렇듯이 울창한 숲이 모든 조망을 가리고, 그렇다고 산행의 재미가 있는 길도 아니라, 그저 체력 안배를 잘하며 앞만 보고 수많은 작은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산행이다. 뭐 그렇다고 이정표가 곳곳에 있는 것도 아니라, 등산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거리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해서 달리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체력 안배를 못해 지옥을 경험하기도 하는 게 백두대간 연결 산행이다! 남들이야 어떻든 내 페이스에 맞춰 능선을 따라 달리자, 오른쪽으로 전망대가 나타났다. 한국 산 대부분 전망대가 암봉이나 큰 바위라 숲의 방해를 받지 않는데, 이 전망대는 소나무가 쓰러지듯이 자라, 그 너머로 주변을 조망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 소나무 위로 올라갈까 하다가, 나무 상태를 보니, 내가 올라간다고 무너질 건 아니나, 그게 쌓이면 결국 고사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 옆에서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도 남겼다. 그리고 소나무 아래를 보니, 낭떠러지라, 멋모르고 올라갔다가 뿌리채 뽑히면 대형 사고다! 소나문 전망대를 떠나 계속 위로 올라가자 등산 앱이 음성으로 정상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그 시각이 11시 17분으로 가성산이다. 그런데 등산 앱에 따르면, 들머리인 괘방령에서부터 3.7km가 아니라 4km가 넘는다. 정상에는 나에 앞서 달렸던 대간꾼이 줄 서서 인증을 남기고 있다. 와중에 백두대간 까만 소 인증 장소라 ‘발도장 찍는다’고 GPS가 수신되는 곳을 찾아 헤매는 사람도 있고. 요즘 까만 소 인증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프닝 중 하나다.
정상에 막 도착했을 때는 정상석을 차지하고 온갖 자세로 수많은 사진을 찍는 인증꾼 때문에 늘 그랬듯이 빈틈을 이용해 정상석만 사진으로 남기고 떠날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정상석을 차지하고 있는 인증꾼이 없어, 다른 대간꾼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고, 찍어줬다. 그리고 저 멀리 북쪽으로 보이는 눌의산을 감상한 후 가성산 정상을 떠나 방금 본 눌의산을 향해 출발했다. 그 시각이 11시 19분이다. 그런데 비록 해발 716m에 불과했으나, 주변에서 꽤 높은 봉우리에 속해 내려가는 길이 심상치 않다. 급경사에 길 상태도 좋지 않아 조심해야 했다. 일단 급경사를 내려온 후 남은 거리와 지금까지의 속도를 계산해 보니, 목표인 오후 2시까지 추풍령 도착은 문제가 없고, 조금 속도를 높이면 1시 30분까지도 가능했다. 그러면 비록 늦은 점심이기는 해도 많이 늦는 게 아니라, 준비해 간 과일을 지금 먹어야 점심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배낭에서 과일 봉지를 꺼내 손에 들고 먹으며 북진했다.
양재역에서 김밥을 구할 수 없을 거 같아 들고 간 과일을 다 먹은 후 조금 걷다 보니, 다시 등산 앱이 정상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해발 624.8m의 '장군봉'으로 11시 36분이다! 그런데, 체력 안배에 실패한 등산객을 추월하며 달린 결과, 정상석 대신 정상목이 있는 장군봉에 도착해 보니, 사진을 찍고 있는 등산객은 세 명에 불과했다. 아니면, 대부분 인증꾼은 장군봉이 까만 소 백두대간 인증처가 아니라, 무시하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내가 추월한 대간꾼을 생각해보면, 후자의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어쨌든, 가성산에서부터 같이한 대간꾼과 상부상조로 장군봉에서도 인증을 남기고, 바로 눌의산으로 출발했다.
11시 47분 장군봉을 떠나, 약간의 경사를 올라가자, 평지나 다름없는 길이 펼쳐지고, 그 길을 따라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어 다시 나타나는 평지 같은 길을 따라 10여 분을 가자, 급경사가 나타나는데, 분위기상 마지막 깔딱이다. 힘겹게 오르느라 숨을 헐떡이며 위를 보니, 예상대로 정상으로 보이는 곳에 등산객 서너 명이 서성이는 게 보이고, 그 순간 등산 앱도 정상에 도착했다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해발 743m로 백두대간의 괘방령, 추풍령 구간에서 제일 높은 눌의산 정상으로 그 시각이 12시 21분이다. 정상에 도착해 보니, 헬기장으로 한쪽 구석에 '김천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대간꾼이 인증을 찍고 있었으나, 정상석을 독차지하는 분위기는 아니라, 빈틈을 이용해 동행했던 대간꾼과 서로의 인증을 남겨줬다.
나는 가성산을 떠나며 과일로 배를 채웠으나, 같이 눌의산까지 온 대간꾼은 아직 점심 전이라, 먹고 가겠다며 먼저 가라고 해, 하산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인증이 끝난 한 무리의 여성 대간꾼이 하산 길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내가 막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 두 명의 대간꾼이 왼쪽으로 내려가는 걸 봤다. 물론 그 여성 대간꾼들도. 그런데,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을 할 때 고속도로 추풍령 휴게소로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경고하며 정상에서 우틀(우회전)하라고 했다는 거다. 그런데, 대장의 정확한 발언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도 그 비슷하게 들은 거 같다. 해서 정상석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을 보니, 양쪽 다 길은 있으나, 오른쪽은 잡초가 우거진 게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았고, 왼쪽은 잘 정비된 길에 나뭇가지에는 다양한 산악회 리본이 달려있다. 그리고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등산 앱에는 양쪽 길이 다 표기되어 있고, 아래에서 만나는 걸로 나오나, 오지 산행에 주로 사용하는 등산 앱에는 왼쪽 길만 표기되어 있다. 그렇다면 볼 것도 없이 왼쪽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자, 그 여성 대간꾼들이 방향이 맞는지 묻는다. 지도에 의하면 어디로 가든 만나니 상관없지만, 초행에 자신 있게 얘기할 상황이 아니라, 그저 '난 이길 이 맞는 거 같다!'라고 애매하고 답하고 갔다. 그렇게 정상에서 5분가량 내려오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왼쪽 길에는 누군가가 마른 가지로 길을 막아 놓았다. 혹시 대장이 얘기한 우틀이 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갈림길이 서너 개 더 있었다. 물론 다 우회전해야 하고.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높은 743m에서 추풍령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어느 정도의 급경사는 예상했으나, 거의 모든 하산 길이 그렇듯 역시 상태가 좋지 않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추풍령이 고개로 유명하니, 최소 해발 300m에서 최대 500m 정도가 아닐까? 그럼 400m에서 200m만 내려가면 되니, 다른 산에 비해 표고차가 얼마 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고 내려가는데, 전혀 의외의 팻말을 보고 놀랐다. 지맥이나 정맥의 주요 갈림길에서 볼 수 있는 우리의 "준.희"가 매단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산님들 힘힘힘 내세요!"라는 격려 팻말이다. 주요 지맥 갈림길에서 방향과 명칭을 알려주는 '준.희'의 팻말은 많이 봤지만, 격려 문구는 처음이다. 그리고 이 코스가 얼마나 험하면 격려해야 할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차량의 엔진 소음이 계속 들려오는 거로 봐서 고속도로가 멀지 않다. 그런데, 여전히 내려가고 있다. 해발 300m도 안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겼다. 와중에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가 12시 48분에 '추풍령 2.1km'라고 표기한 이정표를 만났다. 급경사는 거의 끝난 거 같고, 완경사의 하산 길 2.1km라면 30분 내 주파가 가능하니, 1시 30분까지 들머리 도착에는 문제가 없다. 물론 이정표가 정확하다는 전제하에! 해서 기분 좋게 추풍령을 향해 가는데, 갈림길이다. 내가 보기에는 오른쪽이 고속도로 추풍령 휴게소로 가는 갈림길이다. 해서 핸드폰을 꺼내 먼저 오지 산행 때 많이 참고하는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왼쪽이 추풍령을 지나 백두대간 금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다! 그런데, 대중적인 등산 앱에는 왼쪽 길이 없다. 실제 길이 있고, 다른 등산 앱에는 표기된 길이!
두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던 곳에서 5분가량 대략 400여 미터를 지난 후 다시 대중적인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해보니, 실제 길이 있음에도 지도에는 없는 길을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한두 번 겪는 상황이 아니라, 그러려니 하고 길을 따라 내려가며 보니, 오른쪽으로 밭이 보인다. 그 밭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자 차량 통행도 가능한 수준의 임도? 농도다. 그리고 저 멀리 금산이라 생각되는 산도 보이고. 계속 가자 '추풍령 눌의산 등산 안내도'가 서 있는 갈림길이다. 당시에는 사진으로만 남기고 지도를 자세히 보지는 않았다. 결과적인 얘기나 자세히 보지 않은 게 잘한 거다. 그 지도를 자세히 봤더라면, 볼 것도 없이 왼쪽 농도를 택해서 내려갔을 거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감으로 오른쪽 등산로를 선택해서, 500m 가까이 단축했다.
오른쪽 등산로 주변은 공동묘지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잘 정비된 묘가 거의 50여 미터 간격으로 있다. 그게 공동묘지인가? 뭐 어쨌든 와중에 대여섯 기의 묘가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하자, 등산로가 사라져 보이지 않아, 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니, 묘 군락 아래 오른쪽은 칡넝쿨이 우거진 숲이고, 왼쪽 직벽 아래로 농도가 같이 따라오고 있다. 지도가 있던 갈림길에서 농도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가는 게 맞는 길인가? 생각하며 다시 매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묘 오른쪽 칡넝쿨 사이로 산악회 리본이 보인다. 해서 일단 묘 가장자리로 빙 돌아 아래로 내려와 위를 보니, 묘 사이로 난 길이 있다. 위에서는 보이지 않았는데.
칡넝쿨 우거진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숲을 통과하자, 차량이 정신없이 오가는 고속도로이자 추풍령이다. 그 오가는 차량을 바라보며, 내가 무언가를 심하게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경상도에서 백두대간을 넘어 한양으로 가는 가장 낮고 편리한 고개가 추풍령이다. 그래서 유명하고 관도로 사용했고, 오죽했으면 관도를 피해 다닌 게 조금 위에 있는 괘방령일까? 유명한 고개는 구름도 쉬어 넘기 때문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추풍령도 당연히 높을 거로 생각하고 있다가, 그렇지 않아, 이게 뭐야 하며 투덜거린 내가 바보다! 옆의 사과 과수원을 지나 계속 내려가자, 고속도로 밑을 통과하는 터널이다. 그 옆에는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추풍령 소개문이 있고, 터널 입구의 안전 철책에는 다양한 산악회의 리본이 달려있다. 유생들 사이에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낙방한다는 썰 때문에 유생이 관도를 두고 괘방령을 넘어 다녔다는 말이 이해됐다.
터널을 통과하자 포도밭 옆으로 난 좁은 도로를 따라 좌회전해서 300여 미터를 가다가, 인솔 대장이 절대 철도를 가로지르지 말고 조금 돌더라도 터널로 통과하라고 얘기했던 그 터널이 보였다. 그런데 터널 입구가 삼거리로, 장승으로 만든 이정표가 있었는데, 그 이정표를 보고 혼란에 빠졌다. 앞선 '눌의산 안내도'의 지도를 봤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혼란! 이정표에 의하면 눌의산은 내가 온 방향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또 터널 벽에 붙어 있는 안내 표지는 내가 온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결국 어디로 가든 눌의산으로 간다는 얘기다. 혼란을 정리하고 터널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자 왼쪽은 포도밭이고, 그 밭을 따라가는 길 끝이 삼거리다. 그리고 그 왼쪽으로 "할매순대국"이라는 붉은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대로 할매순대로 들어갈까 하다가 일단 버스의 위치를 확인해야 마음 놓고 하산주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주변에서 버스를 찾아봤으나, 없다. 해서 주차장이 있을 만한 곳이 있나 다시 찾아봤으나, 역시 보이지 않는다. 산행은 끝났는데, 버스를 찾지 못해 헤매는 중이다. 그리고 여기가 초행이 아니라 2021년 3월 추풍령에서 큰재까지 달렸으니, 두 번째인데, 익숙한 지형지물이 전혀 보이지 않아, 산악회 게시판에서 버스가 대기하는 곳의 주소를 찾아 지도 앱으로 확인했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300여 미터를 더 가야 한다. 만약 바로 할매순대로 들어갔으면, 버스 위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마감 시간에 몰려 심하게 낭패를 볼 뻔했다. 그렇게 버스를 찾아 터덜터덜 걸어가니, 익숙한 입간판과 표지석이 보인다. 백두대간 '금산' 안내도와 추풍령 표지석이다. 그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고가도로 밑을 지나자 왼쪽 주차장에 나란히 서 있는 버스 두 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쉬고 있는 대간꾼도. 그 시각이 1시 33분으로 목표보다 3분 늦게 산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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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배낭을 버스 짐칸에 넣고, 내 자리로 가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수건과 핸드폰, 카메라만 들고 버스에서 내려 ‘할매순대국’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길목에 칼국수 집이 있는데, 대여섯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차량으로 꽉 찼다. 분명 아까 버스를 찾아 지나칠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차량이 몰렸다. 해서 열린 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거의 모든 테이블에 손님이 앉아 있다. 이 동네 맛집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 차림표를 유심히 살폈다. 물론 안주를 찾기 위해! 그런데, 혼술용 안주는 없다. 해서 눈물을 머금고 사과 공판장 옆에 있는 ‘(큰집)할매순대국’으로 행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맛만 놓고 본다면, 칼국수 집에 갔어야 했다는 게 내 생각으로 큰 실수를 했다.
식당으로 들어가자, 친숙한 두 산꾼이 다른 한 명과 순댓국과 편육을 안주로 이슬이를 마시고 있었고, 다른 두 테이블에는 현지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늦은 점심 겸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해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얼큰 순댓국을 주문하자, 친숙한 산꾼이 합석하자고 청해 그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아직 내가 주문한 순댓국이 나오지 않았으나, 편육을 안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이슬이 건배했다. 그리고 순댓국이 나오는 동안, 뒤의 수돗가로 가 씻었다. 접속 구간이 없는 백두대간은 식당이 아니면 씻을 수 없는데, 그나마 추풍령에는 식당이 있어 다행이다. 다음 주에 갈 화령재는 식당이 없는데, 나야 뭐 상관없으나, 여성 동무가 견딜 수 있을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순댓국과 편육을 안주로 이슬이 8병을 마시고, 2시 40분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보니, 안주 대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고, 밑반찬도 완두콩 조림만 보충했을 뿐이다. 순댓국에 들어있는 부속 고기를 꺼내 안주로 먹었을 정도로, 거의 깡소주를 마셨다.
할매순대에서 나와 버스로 가며 보니, 부위별로 판매한다는 보신탕집이 눈에 띈다. 영업을 하는 거 같지는 않다. 그리고 폐허가 된 모텔의 흉물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보신탕과 모텔! 같이 흥하고 같이 망하나? 그럼 모텔을 찾지 않을 정도로 세상이 각박해졌나? 뭐, 이런 쓸데없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버스로 가는 중에 다시 추풍령 표지석을 지날 때는 바쁘게 인증을 남기는 대간꾼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버스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주변에 펼쳐놓고 한잔하는 대간꾼의 모습이 아직 출발할 상태가 아니다. 해서 버스 앞에 주저앉아 돌아가는 상황을 관찰하다가, 버스 외부에 몇 명 없을 때 차에 탔다.
우리보다 늦게 들머리인 괘방령에 도착한 1호 차가 먼저 출발하고, 2호 차인 우리는 3시가 조금 넘어 서울로 출발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고속도로가 원활하지 않다. 추석 귀향객은 그 전날 대부분 귀성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닌 거 같다. 귀성 차량이 몰려 느리게 가던 차가 버스 전용차선이 시작되는 곳에 들어서면서부터, 막힘없이 달리는데, 문제는 분명히 차에 타기 전에 볼일을 봤음에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급했다. 제발 빨리 휴게소로 들어가기를 빌며 꼭 참고 있다가, 4시 42분 입장 휴게소에 도착해 화장실로 뛰어가 큰 사고를 면했다. 천안 삼거리 휴게소로 들어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삼거리를 지나칠 때는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어쨌든 휴식으로 큰 사고 없이 양재역에 도착한 시각이 5시 35분으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라는 걸 고려하면 대단히 일찍 도착했다. 고로 집에는 생각보다 아주 많이 빠른 6시 30분경 도착하는 거로 최종 17번째 백두대간 산행을 마감했다.
백두대간 종주 팀의 계획대로 '괘방령 → 418봉 → 가성산 → 장군봉 → 663봉 → 눌의산 → 대평지하차도 → 추풍령'의 11.4km(트랭글) 구간을 3시간 47분 동안 달렸다. 이동 3시간 46분, 휴식 1분!
예상대로 조망할 것도 즐길 것도 없는 산행이다. 그나마 몇 방울의 비를 맞기는 했으나, 배낭에서 우산을 꺼내지 않은 것에 만족했다.
이번 산행으로 백두대간 연결 산행은 지기재~화령재와 덕산재~삼마골재의 두 구간만 남았다. 물론 몇 구간 더 남았으나, 그 외 구간은 대간 연결 산행이 아니라, 천고지 산행이다.
이번 연결 산행으로 민주지산 삼도봉에서 지기재까지 연결된다. 부항령에서 삼도봉까지 연결하면 육십령에서 추풍령까지의 구간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