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꽃을 심는 여유를 즐겨보다.
2024년 5월 21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사월 열나흗날
영상 12도,
드디어 아침 기온이 두 자릿수로 올라갔다.
일어나자마자 엊그제 심은 모종들과 인사를
하러 밭에 쫓아나갔다. 아직 활착을 하려면
며칠 더 있어야만 할 것이다. 혹시나 제대로
자리 못잡으면 어쩌나 싶었으나 어느 하나도
시들은 것이 없다. 물을 듬뿍 주었더니 더욱
더 싱그럽게 보인다. 옛부터 농작물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이제부턴
시도 때도 없이 밭을 더나들게 될 것이다. 큰
농사는 아니지만 나름 정성을 다해 기르는 것,
바로 이것이 농부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별다른 일도 없이 세 군데 밭을
살피며 어슬렁거렸다. 지금부터 하루 일과의
시작은 밭작물을 살피는 것이 될 것이다.
농사도 중요하지만 촌부의 산골살이에서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꽃을 기르고 일련의 성장
과정을 살피며 즐기는 것이다. 우리 부부에겐
더 없이 소중한 하절기 일과라고 할 수가 있다.
여름 절기인 소만(小滿)이 어제 지났지만 이곳
산골은 아직 봄이다. 뒤늦게 온 봄이라서 이제
야생화들이 자라고 여기저기 봄꽃이 피고 있다.
산골 부부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꽃 중 하나인
개불알꽃(일명 복주머니난)이 아주 신기하고
오묘한 모습으로 꽃을 피웠다. 뿐만아니라 그
옆에는 거의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종처럼 생긴
은방울꽃이 피어 너무 앙증맞게 예쁜 모습을
뽐내고 있다. 이렇게 야생화를 감상하는 것도
산골살이의 소중한 일과라고 말하면 사치스런
생각이라고 하려나 모르겠다.
어제는 또 촌부네 야생화 식구를 조금 늘렸다.
꽃향기가 100리 밖까지 간다는 백리향 3그루,
잎모양이 부채처럼 보이면서 여름날 황적색에
검은 반점있는 예쁜꽃을 피우는 범부채 5그루,
매발톱꽃은 적자색 꽃을 피우는 것이 흔하지만
노란색, 파란색, 흰색은 꽤 드물다. 요즘은 많은
종류의 개량종 매발톱꽃이 있지만 우리 고유의
토종은 촌부가 알기로 네 종류의 색이 있는 걸로
안다. 촌부네 집엔 노란색을 제외한 세 종류의
매발톱꽃이 있다. 그 중 흰색 매발톱꽃 3그루를
구해 심었다. 작약도 몇 그루가 있지만 2그루를
더했다. 그리고 자주색 꽃이 피는 꽃창포는 흔히
볼 수 있지만 노란 꽃창포는 흔치않은 걸로 안다.
4그루를 모셔와 우리집 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뿐만아니라 다육이 비슷한 아주 특이하게 생긴
바위솔 2종류 세 그루도 함께 촌부네 야생화와
함께하게 되었다. 몇 그루 안되는 것이긴 하지만
소중하고 귀한 야생화 모종이라서 정성을 다해
심었다. 이렇게 꽃을 심는 여유를 즐겨보았다.
모처럼 야식을 했다.
어제 이장 송이 아빠가 감자를 집앞에 놓고갔다.
전날 우리집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감자
이야기를 했더니 아침에 플라스틱통에 한가득
담아 몰래 갖다놓고 간 것이다. 전화를 했더니
일하러 가는 길이라 그냥 놓고 갔단다. 감자가
생긴 김에 아내가 웨지 감자를 오븐에 구웠단다.
반찬으로 나오는 감자 음식은 그다지 즐기지를
않는데 웨지 감자, 헤시브라운이나 감자 으깸,
감자전 같은 아내의 손이 가는 감자 요리는 잘
먹는다. 모처럼 구운 웨지 감자는 맛이 좋았다.
둘째네 한 접시 갖다주었더니 너무 맛있다면서
아내에게 레시피를 배워 해먹어야겠다나...
아무튼 감자를 갖다놓고 간 아우가 너무 고맙다.
이 아우도 우리 청바지클럽 멤버이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첫댓글
꽃을 심을때는
마음도 기쁨이 가득해 지지요.
오늘도 좋은 일만 넘치는 하루 만드세요
그렇습니다.
누구나 꽃을 좋아하지만
마음놓고 심는 여유를 즐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죠.
감사합니다.^^
행복 하세요
감사합니다.^^
꽃을 만지고,
보며 심는 모습이
고우시네요 ㅎㅎ
꽃밭에서 물 주실때 꼭 ㅡ
노래도 불러주셔야
됩니다.
그런가요?
노래는 음치라서...ㅎㅎ
꽃을 심는 여유는
산골살이에서 즐기는
남다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