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 스님이 들려주신 네 번째 이야기 -침묵의 의미-
현대는 말이 참 많은 시대다 먹고 뱉어 내는 것이 입의 기능이기는 하지만, 오늘의 입은 불필요한 말들을 뱉어내느라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고를 하고 있다 이전에는 사람끼리 마주보며 말을 나누었는데 전자매체가 나오면서는 혼자서 얼마든지 지껄일 수 있게 되었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유언비어 긴급조치에 위배만 되지를 않는다면, 그리고 다스리는 사람들의 비위에 거스르지만 않는다면, 그 말의 내용이 아첨이건 거짓이건 혹은 협박이건 욕지거리건 간에, 마음대로 지껄일 수 있다 가위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풍토다 그런데 말이 많으면 쓸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경험이다 하루하루 나 자신의 입에서 토해지는 말을 홀로 있는 시간에 달아보면, 그 말의 대부분이 하잘 것 없는 소음이다 사람이 해야 할 말이란 꼭 필요한 말이거나 ‘참말’ 이어야 할 텐데 불필요한 말과 거짓말 이 태반인 것을 보면 우울하다 시시한 말을 하고 나면, 내 안에 있는 빛이 조금씩 새어나가는 것 같아서 말끝이 늘 허전해 진다
좋은 친구란 무엇으로 알아볼 수 있을까를 가끔 생각해 보는데. 첫째 같이 있는 시간에 대한 의식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있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면 아닐 것이고, 벌써 이렇게 됐어? 할 정도로 같이 있는 시간이 빨리 흐른다면 그는 정다운 사이다 왜냐하면, 좋은 친구하고는 시간과 공간 밖에서 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기도를 올려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기도가 순일하게 잘될 경우는 시공(時空) 안에서 살고 있는 일상(日常)의 우리지만, 분명 히 시공 밖에 있게 되고, 그렇지 못할 때는 자꾸 시간을 의식하게 된다. 시간과 공간을 의식하게 되면 그건 허울뿐인 기도이다 우리는 또 무엇으로 친구를 알아볼 수 있을까? 그렇다. 말이 없어도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는 그런 사이는 좋은 친구일 것이다 입 벌려 소리 내지 않더라도 넉넉하고 정결한 뜰을 서로가 넘나들 수 있다 소리를 입 밖에 내지 않을 뿐, 구슬처럼 영롱한 말이 침묵 속에서 끊임없이 오고 간다 그런 경지에는 시간과 공간이 미칠 수 없다
말이란 늘 오해를 동반하게 된다. 똑 같은 개념을 지닌 말을 가지고도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은 서로가 말 뒤에 숨은 뜻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아가의 서투른 말을 이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말소리보다 뜻에 귀기울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랑은 침묵 속에서 이루어진다. -법정스님 ‘무소유’ 중에서- 우리가 스스로 돌이켜보자! 내 말은 그 져 흘려내는 소리에 불과한지 뜻과 의미가 부여 된 소리인지를, 그리하여 스스로 지각(知覺)을 가지고 올바른 판단(判斷)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그 어느 때보다 근간(近間)이 말의 허풍이 난무하다는 생각이다 쥐뿔도 모르는 인간이 아는 척 나대고, 개뿔도 없는 인간이 있는 척하고, 오물을 덮어 쓴 인간이 깨끗한 척하고, 저울추와 같아야 할 법을 고무줄처럼 생각하거나, 엿장수 가위처럼 제 멋대로 장단을 치는 나사 빠진 판사들을 볼 때마다, 저 인간들은 배워도 헛배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이 법인시대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치욕스럽다는 걸 그들은 알까? 모를까? 사랑을 아무나 랑 할 수 없듯이, 친구도 아무나와 할 수 없다 법(法)은 지은 죄만큼 쇠뭉치로 처야 하고, 무고(無故)하거나 억울한 사람은 솜방망이 판결해야 됨에도 사이비종교 교주(敎主)처럼, 제 맘대로 해석하고 판결하는 우(禹)를 범(犯)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속의 말 중에는 ‘소리만 요란하지 실속이 없다는 말이 있고,’ ‘ 양철지붕은 쉬 달고 쉬 식는 다는‘ 말이 있다 요즘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정치양아치 정치모리배 정치꾼들이, 아가리만 큰 개구리나 어스름 달빛에 부엉부엉 울음 우는 부엉이 같다는 생각이다 무논에 배붙인 개구린 달그림자 엎어진 그 짐이 무거워 개골거리고, 오만잡동사니를 물어 나르는 부엉이는 달빛이 시려 부엉 거리듯, 선거철이 가까워오니 이 잡것들이 본래(本來) 없는 자기지분을 내 놓으라고, 할 말 못할 말을 쏟아 놓는다.
인간이라면 반듯이 알아야 할 일이다 세상에는 ‘ 가지 말아야 할 길과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고, 먹지 말아야 할 것과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리해 넘지 말아야 할선(線)과 넘어서는 안 되는 도(道)가 있어, 금도(襟度)를 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불경(佛經)에 아유일권경(我有一券經) 불인지묵성(不因紙墨成) 전개무일자(展開無一字) 상방대광명(常放大光明)이라 했으니, 이 말은 사람마다 한 권의 경전이 있는데 그것은 종이나 활자로 된 게 아니다. 펼쳐보아도 한 글자 없지만, 항상 빛을 발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듯 우리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에 잡히는 것으로써만 어떤 사물을 인식 하려하지만, 그러나 실체는 침묵처럼 보이지도 들리지도 잡히지도 않는 가운데에 있다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허심탄회한 그 마음에서 큰 광명이 밝혀진다고 큰 스님은 말씀하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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