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토크'는 오랜 후배인 스포츠 칸 김은진 기자와 꾸며가보려 합니다. 남자들의 이야기만 가득한 야구판에서 여성의 눈에 비친 야구는 어떤 모습인지 접해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김은진처럼 야구를 사랑하는 후배가 있다는 건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혼자만 듣고 있기엔 아까웠던 이야기들을 이제 공개해볼까 합니다. 또 야구 기자 선배로서 김은진 기자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도 ‘소프트 토크’를 통해 전해보고 싶습니다. 가볍지만 경솔하지 않게 풀어가는 야구 이야기라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철우(이하 정) : 새해 첫 ‘소프트 토크’ 주인공은 최동수로 해보자.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
▶김은진(이하 김) : 글쎄요. 새신랑.. 그리고 LG의 전력 보강?
▶정 : 최동수는 뭐랄까 평범한 영웅인 것 같아서. 새로운 각오를 다질 때 오히려 도움이 되는 선수 같아. 보통 스타들을 보면 정말 재능이 빼어나거든. 하지만 최동수는 힘 하나 빼곤 재능을 찾기 힘든 케이스고. 그래도 나이 40까지 야구하잖아. 어쩌면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롤모델로 삼기 더 좋은 인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야구에서 왜 재능이 중요하다고 하는지 혹시 생각해봤니?
▶김 : 음..야구처럼 복잡한 운동이 없는데.. 감각적인 게 중요해서 그런 게 아닌가요.
▶정 :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야구의 물리학이라는 책에 보면 파울과 홈런이 0.007초 사이에 갈린다더라고. 똑같이 제대로 쳐도 0.007초만 빨리 맞으면 파울이 된다는 거야. 그 말도 안되는 시간을 현실로 만들려면 눈부터 시작해서 몸 자체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지. 야구인들이 말하는 재능이란건 그 0.007초를 몸으로 체화할 수 있는 선수들을 의미하는 거겠지. 반대로 재능 없는 선수들은 얼마나 힘들겠냐.
▶김 : 노력만으로 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정말. 그렇다면 최동수의 재능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지만, 힘들게 노력했던 것이겠네요.
▶정 : 최동수는 야구판에서 보기 드문 아침형 인간이거든. 보통 한 2시 좀 넘어서 나오면 되잖냐 운동장에. 하루는 차가 막혀서 남들하고 같은 시간에 운동장에 나온 적이 있는데 그렇게 불안하더래. 남들보다 더 많이 준비하지 않으면 밀릴 수 있다는 의식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겠지.
▶김 : 전에 포수 시절에 피멍이 들도록 훈련을 했다는 얘기가 생각이 나네요
목에서 피를 토하도록. 얼마나 공을 많이 받고 많이 맞았으면 피를 토하나요.
▶정 : 어 그날 나도 현장에 있었어. 진주 캠프때. 2001시즌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든 개막 엔트리에 들어야 했으니까. 공 뒤로 안 빠트리려고 몸을 계속 날렸던게지. 바운드 된 공이 목을 때렸는데.. 그날 너무 아파 피까지 토하다가 밤새 변기 잡고 울었다고 했었어. 서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해서. 근데.. 다음날 선수단에는 아무한테도 아프단 소릴 안했었어.
▶김 : 2군에서 정말 피눈물 흘리며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많은데,그 얘기를 듣고 최동수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뒤늦게 빛을 본 것도 그렇고. 물론 그렇게 환한 빛을 본 건 아니지만..특히 최동수 몸을 볼 때마다. 정말 운동 열심히 하는구나 생각 들었거든요.
▶정 : 대단한 일 해낸거지. 지금까지 버틴 것 만으로도.. 월급쟁이로 치면 이미 정년 지나고도 요직에 남아 있는 셈이니까.
▶정 : 올해 LG 야수들 경쟁이 정말 치열해 졌잖아. 외야에서 시작된 바람이 지명타자나 1루수까지 몰아칠 거고. 난 어쩐지 그래도 최동수는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
▶김 : 그쵸.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LG도 어느 새 베테랑이 많이 없어졌잖아요. 그리고 최동수가 보여준 한 방이 어디 한 두번인가요.
▶정 : 또 최동수는 2000년 이후 한번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거든.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끝냈을 때도 돌이켜보면 시작은 늘 기껏해야 대타였어. 매년 세대교체 대상으로 지목됐으니까. 또 LG가 매년 리빌딩한다고 했잖냐 성적 안나니까. 중요한 건 최동수는 아직 그 피 토했던 밤의 절실함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거야. 그 절실함이 지금까지 버텨 온 생명력이었고.
▶김 : 조금만 잘 하면 과거를 잊는 선수가 많은데. 최동수는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그랬으니까 그럴 수도 없겠네요.
▶정 : ㅎㅎ 그런셈이지. 근데 우리가 새해부터 너무 무거운 주제만 이야기하는건 아닐까.. 그래서 질문. 너 최동수 대학때 전공이 뭔지 알아?
▶김 : 음.. 의외의 전공이니까 그러시겠죠.
▶정 : 어.. 산업디자인.
▶김 : ㅎㅎ 생각도 못했네요.
▶정 :결혼식때 한번 뒤집어졌었지 그것 때문에. 왜 주례 선생님 멘트 있잖냐. 신랑 최동수 군은 중앙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정 : 특기생이니까 원래 체육과를 넣으려고 했데. 근데 정원이 다 찼다고 다른과 지원하라고 했다는거야. 그때 동기가 김태균 SK 코치인데. 뜬금없이 산디과를 넣자고 하더래. 창피해서 싫다고 했는데, 모든 남자들이 넘어갈 수 밖에 없는 한마디에 전공을 정했다고 하더라고.
▶김 : 뭐라고 했는데요. ㅋ.
▶정 :야, 거기 예쁜 여자 엄청 많아. 뭐, 이유야 어찌됐건 두 사람은 산디과 출신 중 외모가 가장 안 어울리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 ㅎㅎ.
▶김 : 정말.. 하필 그 외모의 두분이..ㅎ ㅎ 디자인과 어울리는 분위기는 확실히 아니네요.
▶정 : 그러게 말야. 가끔 특이한 전공 선수들이 있긴 해. 예전에 두산 이승준이란 선수는 중앙대 연영과 출신이었거든.
▶김 : 농구 선수 중에는 법학과, 신방과도 꽤 많잖아요.
▶정 : 어 그렇더라. 여튼... 난 기존의 LG 주전 외야수들이 다 같이 긴장해야 할거란 얘길 하고 싶어. 외야 경쟁에서 밀리면 1루나 지명타자로 가면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간 최동수의 벽에 막혀 무너질 수도 있을테니 말야.
▶김 : 그렇죠. 지금 LG 같은 상황에서는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방심하기가 쉬울텐데. 그 외 선수들은 맥도 빠지겠지만, 오히려 더 오기로 열심히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 :어.. 이젠 누가 더 야구가 절실한지의 싸움 아닐까. 난 누굴 응원할지는 이미 결정했어.
▶김 : 밝히실 건가요?
▶정 : 어.. 뭐 간단해. 이기는 편 우리편.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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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며칠 지난 기사지만 동수옹의 성실함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기사네요
최동수 대단한 선수...인간승리의 표본이죠. 어느 강력한 선수와의 경쟁에도 살아남을 선수
노력하는 선수.. 꾸준한 선수.. 뭐.. 대~활약 했던 선수는 아니지만 다른 어린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로 끝까지 남아 주길 바래여~~!! ^^
제스스로 반성을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