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의 아이언맨 첫 도전기!
1.손이가요..손이가 ..!
출전 당일 아침 자봉님이 차려준 된장국이 너무 맛있어서 두 그릇을 비울 때, MC가 출전을 위한 체조 준비를 하기 위해 철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나무 그늘 밑 모든 것을 다 관장할 수 있는 최고의 명당 평상 위에서 모두들 분주하게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슈트를 입으려 할 때 왠지 아랫배가 불안하다. 급하게 화장실을 갔지만 줄 앞이 안 보인다. 그냥 참아야겠다 돌아 설 때, 헐떡씨의 한마디 '형님! 이 줄 금방 줄어요', '그래요?' '다른 곳 가볼까?', '다른 곳도 다 똑같아요!' 친절한 한 마디에 마음을 다잡고 기다리는데 마침 장애인 화장실이 문이 열린다. '급하면 형님 쓰세요!' 한마디에 양보나 거절 한번 없이 그냥 몸이 화장실로 쭉 빠져든다. 나와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일 보는 동안 몇몇 사람이 문을 두드리고 유리창으로 째리 보는 덕에 썩 만족스럽지 못한 용무를 마치고 나온다. 그래도 젤 중요한 용무를 마치고 나온 기분이었다.급히 돌아와 효정 누님이 챙겨주는 슈트와 바세린을 바르고 물었다.'수영모는 다른 거 써도 되나요?' 누군가 웃으며 '색깔 순서대로 출발하는 거야, 빨간색이 젤 먼저 출발해'하기에 더 이상 물어보기가 부끄러웠다. 몰라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 부끄럽지만 또 물었다. '이거 모닝 기어백은 어디다 두죠?' '요 옆에!' 고개를 돌리니 바로 옆에 진행 요원이 받고 있었다.
맘에 내키지 않는 빨간색 수모를 쓰고 안티포그를 겹겹이 발라 잘 보이지 않는 수경을 단디 챙기며 모닝 기어백을 맡기고 돌아왔다.
무아님이 챙겨준 1회용 슬리퍼를 신고 출전 전 마음을 다잡는 화이팅 샷을 찍고 출발 했다. 출발 전 새우깡 광고가 생각났다. '참~ 손 많이 간다....가!'
2. 웃픈 순간
빨강 수모를 쓴 선수들이 젤 앞에서 나아가기에 잽싸게 뒤따라 갔다. 혹 휴바디와 제우스를 찾아봤지만 안 보였다. 앞에서 8~9번째 줄 정도 되는 것 같다. 앞사람과 옆 사람을 보니 바디빌더와 젊은 털보다. 기가 죽는다. 좀 더 뒤에 설걸 그랬나? 후회가 밀려오며 이런저런 생각에 있는데 출발 신호가 들려왔다. 수경을 쓰며 떠 있는 태양을 주시했다. 떠오른지 얼마 되지 않은 백색섬광이 수경을 통해 기분 좋게 보였다. 한 라인에 5명의 선수가 5초마다 다이빙하는 날랜 몸짓에 물이 튀며 긴장감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발바닥에 찬 물기가 느껴지며 다이빙대 앞에 몸을 숙이고 다이빙 자세를 취하자마자 스타트가 시작되었다. 평소 하던 데로 돌고래 자세를 취하며 '풍덩~ 쭈~ 욱!' 남해 바다 특유의 물맛을 느끼며 첫 호흡과 함께 머리를 들었다. '헉!' '근데 이상하다. 너무 환하게 세상이 보인다. 뭐지?' '아!차!차!차!' 감이 왔다. 수경이 빠진 것이다.나는 빨간색 수모위의 내 머리통을 수도 없이 만졌다. 앞통, 뒤통, 옆통 또 만지고 또 만지고 아무리 만저도 맨맨하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혹 떠오르는 수경이 없는지 나는 계속 홀로 서있었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다. 주변에는 다이빙해서 떠오르는 파란색 수모의 머리통만 계속 불쑥불쑥 떠오르고 있었다. 외국인 촬영 엔지니어가 나를 찍는 것 같았다. 미소를 보였다. 위에서는 드론이 나를 찍는 것 같았다. 헐~~ 웃프다!!!. 혹 심판이나 진행요원이 좀 나를 좀 봐 주지 않을까? 난 계속 홀로 서있었다. 이제 파란색 수모가 지나가고 다른 색 수모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난 순간 결심을 했다. '에라 ~ 씨이~!' '가자!' 종목 중 그래도 가장 자신있는 게 수영이었다. 물 밑에서 눈을 감고 물 위에서는 눈을 뜨고 생각보다 할만했다. 실내 수영과는 좀 다르게 한쪽 팔을 쭈~욱 뻗으며 머리 들어 하는 호흡과 방향 잡이가 의외로 어렵진 않았다. 난 더욱이 콘택트 렌즈까지 끼고 있었다. 50미터나 갔을까 여러 사람들과 몸싸움을 하며 가는데 선수들이 많이 몰린 곳에서 누가 내 장딴지를 세게 치고 누르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앞사람들을 밀치며 헤쳐나가는데 이번에는 옆에서 팔이 내 턱을 쳤다. 별로 아프지는 않았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슈트에 맞았나 했는데 내 가슴이 옆 사람 몸 위에 올라타면서 목에 뭔가 분명한 느낌이 왔다. 난 놀랐지만 환호했다. "앗! 수경이다!"
진짜 수경이었다. 난 곧바로 정지하고 내 목을 더듬었다. 내 수경이었다. '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수경이 목에 걸려있었다. '아까 난 분명히 목도 더듬은 것 같은데....? 확인했는데....? 없었었는데..!'
난 수경을 쓰고 파란색 수모 여러 명을 재꼈다. 그 기분에 힘든지도 모르게 도착했다. 참으로 웃픈 이 순간을 난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웃는다...ㅋㅋㅋ'
아래 사진은 "3년만에 다시 열린 2022 고성아이언맨 70.3" 헤드라인 뉴스에서에서 발견 됨. 다이빙 하는 선수가 저임.. 폼은 볼만했는데!ㅋㅋ
뉴스(https://www.triathlon.or.kr/community/news/?mode=view&nid=2722)
사진(https://www.triathlon.or.kr/img/?p=/attach/2022/20220621170406880.jpg)
3. 모르면 병 아는 게 약!
바꿈터에 들어와 밤새 생각했던 이미지 트레이닝은 1도 못하고 4분 남직 시간을 소요하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가장 약한 게 라이딩이고 낙차 사고가 크게 난 적이 있어 휴유증과 두려움에 연습 시간도 짧았지만 다른 종목에 비해 많은 열정을 쏟아부었다. 초반 레이스 중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재꼈다. 특히 오르막에서 댄싱이 거의 없이 힘으로 차고 올라갔다. 집 인근에 평지가 없어 오르막은 어쩔 수 없이 연습 아닌 연습을 많이 했다. 여하튼 한 50km까지는 괜찮았는데 오르막 댄싱을 하려고 엉덩이를 들어 힘을 주려고 하는 중 갑자기 왼쪽 다리 긴모음근과 안쪽넓은근이 꼬이기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 이거 큰일 났다!' 쥐가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을 바로 받았다. 일단 앉았다. 기어를 저단으로 내리고 최대한 부드럽게 탔다. 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라이딩을 즐겼다. 얼마나 갔을까? 또 오르막이 나타나기에 엉덩이를 들어 댄싱을 시도했지만 꽉 쪼여 오는 게 이거는 정말 큰일 날 것이라는 예감을 받았다. 난 웬만해 선 쥐가 안 나는데 왜 쥐가 날려고 한 것일까? 회장님 멘트가 문득 생각났다. 물을 먹었다. 한통 다 먹었다. 그리고 봉사요원 물 받아서 또 먹었다. 괜찮아지겠지. 그러나 라이딩 내내 회복이 되지 않았다. 생각했다. '러닝에서 만회하자!' 생각하며 달리고 있는데 어디서 이상한 나라의 '싵트' 소리가 들려왔다. '쏘리' 하며 자리를 비켜 줬는데, 여성이었다. 흑인 같기도 하고 동양인 같기도 한데 '와~ 이쁘고 늘씬했다!' 따라 붙으려 안간힘을 썼는데 역시 평지에서는 TT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뒤태만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고 옆으로 지나가는 TT를 계속 보며 '그래도 오르막은 내가 나아~!' 위안 삼으며 달렸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라이딩 도착지점에 도착하고 바꿈터를 향해 갔다.
쥐가 난 원인에 대해 경기 후 김오진 선배님의 조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 왜냐면 시합 일주일 전에 안장 높이를 한 1cm 남직 높인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아이언맨 사전 답사를 다녀온 후 해군 사령부(구, 백운포)에서 평지 라이딩 연습을 하며 클릭과 안장높이를 다 새로 잡은 것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김오진 선배님 말씀은 적어도 1달 정도는 타고 시합에 응해야 한다고 한다. 철인 경기에서는 모르는 게 약이 아니고 병이고, 아는 게 약이다. 선배님들의 꿀 같은 조언 늘 경청해야 한다.
아래 사진은 바꿈터에서 나오는 모습을 flickr에서 찍은 사진을 업로드 한 것이다.
(https://www.flickr.com/photos/124494674@N03/52160691017/in/album-72177720299953751/)
4. 완주!
자전거를 위치에 거치하고 아침 일찍 와서 이미 묶어 놓은 신발을 낑낑대며 신고, 효정 누님이 좋은 아이디어로 달아 주신 배번 표를 허리에 차고, 파워젤과 모자를 눌러 쓰고 잽싸게 챙겨 나갔다. 첫 오르막을 차고 오르는데 앗! 역시나! 여전히 라이딩 때 근육이 풀리지 않은 상태로 조여왔다. 오르막에 힘을 주면 더욱 옷을 쥐어짜듯 근육이 당겨지는 느낌을 받아 온전한 스피드를 낼 수 없었다. 보급소가 저만치 보이는데 무아님의 몸뻬 바지의 응원이 눈에 들어왔다. 물었다. '저 쥐가 날려고 해요' 옆에서 효정누님 왈 '물먹고 머리에 뿌~려~' 시키는 대로 했다. 좀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한 바퀴를 돌 때 신발 안쪽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으로 묶어 놓은 신발을 구겨구겨 급히 신다 보니 신발 혀 부분이 옆으로로 말아 올라가 있었고 신발 끈이 살에 닿아 마찰로 살갗이 벗겨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첨에는 발등과 발꿈치 부위가 아팠는데 후반부에는 오른쪽 엄지발가락 앞 부분에서 피가 나와 운동화 밖에 핏자국이 줄줄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근데 아픈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다리가 안풀리는 게 더 문제였다. 반 정도 달렸나? 파월젤을 먹으려 보니 어제 배번 띠에 넣어둔 파워젤과 오늘 기어백에 넣어둔 파워젤이 앞뒤로 가득 차 있었다. 힘이 달릴까봐 가득 채운 파월젤이 왜그리 무거운지 무아님께 큰 용량을 맡기고 또 하나는 반말 먹고 몇 개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참 미련하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생각이 들었다. 보급소에서 물 비를 맞으며 갑갑한 앞 가슴의 자크도 벗고 그냥 걸었다. 맞은편에서 오는 제우스님의 벅찬 숨소리를 듣고, 휴바디님의 '블루 화이팅' 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차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내 앞을 스쳐 지나고 있었다. 같이 뛰고 있는 선풍기님의 응원 멘트를 가슴에 담고 마지막 바퀴를 돌쯤에 다리가 풀렸다. 늦었지만 기분은 아주 좋았다. 퉁 퉁 퉁 나의 리듬감이 돌아온 것이다. 내 페이스로 달릴 수 있어 상쾌했다. 마지막 피니시 지점을 향해 갔다. 빨간 레드카펫에 발이 사뿐히 닿고 피니시를 향해 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댄싱이 나왔다. MC 언니와 이쁜 나내이터 언니들의 환호성에 나도 같은 환호와 댄싱을 취하며 하늘을 보며 손짓했다. 완주 했~다!!^^
평소에 아무런 지장 없이 뛰던 신발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김오진 선배가 정확하게 짚어 주셨다. 수영과 사이클을 타고나면 발이 붓기 때문에 최소한 한 치수 그 이상은 신어야 한다고. 너무도 정확한 진단이라고 생각된다.
아래 사진 또한 대한 철인3종 협회에 리스팅된 사진을 발췌한 것으로 지쳐있는 뒷모습을 flickr에서 찍은 것이다.
(https://www.flickr.com/photos/124494674@N03/52162195095/in/album-72177720299953751/)
5. 감사의 말씀
완주의 기쁨과 못다 한 아쉬움 그리고 다양한 추억거리를 만든 첫 도전기를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저의 천수보살이 되어 주신 자봉님(무아, 이미지님)과 효정누님 그리고 뺀지 전회장님께 깊은 감사 인사드리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회장님과 우리 제이 총무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막 머리 올리는 귀찮은 존재를 다양한 조언과 세심한 배려를 해 주신 김오진 선배님과 재미로 회원분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후기왕 후보네요. 첫출전 기록도 대단하고..
축하드립니다. ^^
비탈님의 자전거 점검 덕분으로 무사완주 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우와~ 👍👍👍👍 에이지 그룹 보고 첨 놀라고 ( 심하게 동안) 경기력 보고 놀라고~ 마지막 후기 보고 깜! 놀랬네요~~~ 역시~~! 무한 잠재력~~
기럭지 어드벤티지로 맘 만 먹으면 프로 선수도 하겠습니당~~ 고고고💪💪💪💪
부끄럽습니다!
기럭지만 믿고 프로선수 입문할까요? ㅋㅋㅋ!
아마도 이번 경기가 엔딩 샷이 될 듯 합니다.^^
회장님 덕분에 물 많이 먹었습니다. 쥐도 빨리 풀린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첫 대회인데 멘탈 붕괴없이 잘 완주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잘하시네요ㅋ 완주 축하드립니다^^
순두부님~! 오랜만입니다! 통 활동이 없으시네요!
잘 계시죠? 애도 잘 크고요?
순두부님의 익살스런 농담 그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