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날씨가 화사하고 싱그럽다.
그렇지만 오후부터는 흐리고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 화창한 날 무슨 비가 내릴까싶어서
그저 방송 예보가 잘 못된 것이리라 하고 홀자 미루어 짐작한다.
그래도 우산을 챙겨야지 하고 생각을 하고 있다가
다른 물건들을 챙기느라 정신없는 틈에 비가 내리지 않았던 아침이라
그냥 나온 것이 오늘 오후부터는 완전히 비에 흠뻑 젖은 생쥐꼴이 되어버렸다.
오전에는 현리에 있는 면사무소에서 볼 일이 있어서 들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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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부 요리가 일품이라 기린면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방동을 찾는 분들에게는
유명세를 타고 있는 토속음식점 "고향집"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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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잠시 “고향집”에 들러서 주인 아저씨와 인사하고
외부 사진과 가격표를 하나씩 사진에 담았다.
손님이 오셔서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꼭 잊지 않고
소개해 드리는 곳 중에 한 곳이다.
아침 10시가 되기 전에 하던 일들을 대충 정리하고
펜션 “비 개인 후”를 나왔는데
면사무소에서 볼 일을 보고나니 12시가 다 되었다.
때가 되어 간단하게 김밥 두 줄로 고프지 않은 배를 부러 채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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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리에서 필례약수로 해서 한계령으로 가는 길은
작년만 해도 차를 몰고 또 손님이 오시면 함께 자주 다녔던 길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올해엔 한 차례도 못 갔었다.
몇 일전에 현리에서 이발하시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시간에 잠시
부대 앞까지 들어 갔다가 바로 돌아 나온 적이 있었지만
그 때엔 더 이상 가 볼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 때의 아쉬움으로 또 내리는 비 때문에 특별히 해야 할 일을
생각하지 못해서 DRIVE삼아 필례약수로 길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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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례 약수.
@ 난초과의 개불알꽃 혹은 복주머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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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수해 복구 공사 구간이 있기는 임시 우회 도로를 개통해 놓아서
차를 몰고 통행을 하는 데에는 지장을 받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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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취나물"이라고 하는데, 인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구입을 했다고 한다.
@ "라일락 꽃 피는 봄이면 우리 손을 잡고 걸어요....."라는 노래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통 들을 기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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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번 거리면서 주인분을 찾으니 만나 뵙지를 못해서
비를 피해가며 몇 장의 사진을 찍는 중에
내가 두드리지 않았던 문에서 주인분께서 나오셨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니
차 한잔 하라고 방으로 초대하셔서 커피 한잔 대접받으면서
지난 수해에 대한 이야기와 지금 필례 약수터 주변에서
수해 복구를 하고 있는 방법이 자연스러웠던 과거의 모습과
부합하지 않는 것에 대한 “자연 사랑”의 말씀을 열심히 전달해 주신다.
원주에서 공직에 계시다가 20여년 전에 땅을 마련하시고
10여년이 넘게 이곳 필례약수에 계시는 셈이다.
덥수룩한 수염에 자연을 사랑하고, 점봉산과 설악산의 자락에서
중년을 보내시고 계신 모습이
“하늘내린 인제” 선배의 모습이라서 더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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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시간 날 때에는 나무도 만지고 계시는데,
탐나는 것들이 많지만 남이 정성스레 다음어 놓은 것을
그냥 가지고 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해로 쓰러진 나무중에 다릅나무(개물푸레나무)의 토막이
있어서 한 토막 얻어 왔다.
펜션 “비 개인 후”를 오픈하고 난 직후 생명력이 없이 잘려져 있던 나무들을
토막으로 얻어서 적당한 크기로 절단하여 방명록처럼 손님들로부터
그동안 몇 개 받아 놓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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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그런 사이 비닐하우스 밖으로 보이는 빗줄기가 어느새 굵어졌다.
우산을 챙기지 못한 것이 오후 내내 아쉽기는 하지만
박스를 하나 얻어서 우산삼아
그 임시 우산을 한 손으로 내 몸보다는 카메라를 보호하고
오른손으로는 카메라를 들고 주차장까지 걷는 동안에도
한시라도 주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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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색상의 매발톱꽃들. |
오늘따라 카메라 렌즈가 빗발에 고생을 한다.
구닥다리 올림푸스 몸체는 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비를 맞아 이상이 없을라나 모르겠다.
추적스레 내리는 비는 나그네의 발 길을 무겁게 하지만
나온 김에 비가 오거나 말거나 한계령까지만 이라도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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