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들의 관심과 응원 덕분에 큰 탈 없이 잘 치루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론 후회와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대회 준비 부터 마치기 까지 모든 과정과 시간 속에서 우리 동호회와 형님들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었답니다.
대회 마치고 졸음운전 탓에 중간중간 쉬면서 오다 보니 목포에 다음날 새벽 2시 도착. 해장국에 소주 한병 먹고 또 잠 자다
회사 출근해 휴가 내고 하루만 쉬고 계속 잔업하며 정신 없이 산업현장을 뛰다 보니 이제서야 랠리 후기를........
대회 2주 전부터 카톡방을 개설하여 각자의 역활 분담과 정보를 공유하고 이런 시간을 통해 형님들과 더 친밀해 졌다는 느낌.
공동구매로 파워젤과 아미노바이탈, 전투식량 구입. 철인형님이 숙소 예약. 막타형님은 기차표를 끊고 회장님은 구급약과 아침식사 행동식으로 끌바시 먹을 육포를 직접 만드시고. 자전거 브레이크와 변속기 점검 휠 허브 오버훌 정비 작업
이런 준비도 또한 랠리가 주는 즐거움의 하나입니다
청춘은 작년 10월 동호회 정기 라이딩 참석 이후 올해 3월 다운힐 대회에 치중하느라 거의 XC 라이딩을 하지 못해 기초체력과
근력을 키우는게 시급했습니다. 2주 간의 자출과 동호회 200랠리 그리고 목포에서 해남 땅끝마을 왕복 165KM 라이딩으로
훈련을 마치고 나서, 랠리를 치루기 위해 뭐 빠뜨린거 없나? 생각해 보니 진짜 중요한 걸 못챙겼다는 충격파가 뇌리를 강타.
아, 내가 가장 중요한 정신무장을 안하고 있었네! ㅎㅎ
세상을 살다 보면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만 되는 일이 있고,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들도 있습니다.
돈 벌기 싫은게 전자이고 후자는 이미 2012년 한차례 랠리 실패 이후 나에게 울트라랠리는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영역으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왜 다시 도전하려 하는가? 스스로에게 몇번이나 물어 보았지만 선뜻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남들에게 난 이만큼 강인한 남자라고 으시대기 위해서? 아님 고대 바빌론 사람들처럼 바벨탑을 쌓으려는 오만함일까?
어쨌든 머리 복잡하게 분명하게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랠리 출전을 결심했었고 대회를 3일 앞두고 다행스럽게도
내가 왜 출전하는지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식사를 책임질 군대 전투식량인 발열 도시락. 5끼니 무게만 4.1KG. 생각보다 무겁네요
다 챙길 필요 없었고 첫째날 저녁과 야식만 챙기고 물백과 다른 준비물로 배낭 무게를 측정하니 6.8KG.
직접 등에 짊어 지니 무게가 장난이 아니네요. 이래 가지곤 랠리고 뭐고 어깨 아파서 잔차 못타겄다 안되겠어!
그래서 물백은 포기하고 물통 2개로 대체. 자전거 탑튜브, 핸들바, 안장 가방으로 소소한 짐과 행동식은 분산 배치하니 5.8KG.
앞에서 제가 랠리 출전의 답을 찾았다고 말했죠. 재가 얻은 답은 랠리는 인생이다!
체중계를 보니 얼마전에 보았던 전규환 감독의 "무게" 란 영화가 떠오릅니다.
주인공으로 조재현씨가 나오기에 무조건 봤던 영화였습니다.
극중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힘겨운 삶의 무게를 걸머지고 고통속에 살아 가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조재현은 일명 곱추라 불리는 등에 무거운 혹을 달고 장례식장 염하는 사람으로 청소년기 이복동생에게 성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섹스를 거부한채, 그 욕구를 벽에 걸린 풍경화를 보면서 세워져 있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해소하는 것으로 묘사 되고 영화 줄거리 전반에 고리를 이어 가며 등장 인물들의 삶의 무게를 해소 시켜 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이복동생은 남자의 몸을 갖고 태어나 여자의 삶을 살아 가길 원하지만 부모의 반대로 성전환을 못해, 빨리 죽어서 다음
세상에 여자로 태어나길 소망하며 다리 가운데 달린 성기의 무게로 고통스러워 하고,
두번째 인물인 남자는 온몸에 신경섬유종증 질병으로 흉칙한 외모탓에 사람들에게 혐오스러운 존재로 외면 받고 하물며 사창가에서 조차 문전박대를 당하자 조재현이 일하는 시체안치실에서 시간을 통해 욕구를 분출합니다. 이 남자는 자신의 흉칙한 외모를 감추기 위해 한여름에도 긴팔 옷과 머리에 오토바이 핼멧을 쓰고 살아 갑니다.
세번째 등장 인물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하는 여자입니다. 그녀는 배고픔을 해결하려 한 봉지의 빵을 얻기 위해 모르는 남자들에게 아랫도리를 내줍니다.
등에 달린 혹의 무게, 성기의 무게, 오토바이 핼멧의 무게, 원치 않는 정액으로 불러 오는 배.
등장인물들이 하나 같이 저마다 삶의 무게로 괴로워 하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 합니다.
신은 인간에게 감내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주신다 했는데........
랠리 출전 하기 위해 준비한 배낭이 내겐 삶의 무게로 다가 옵니다.
배낭을 메고 거울 앞에 서 봅니다.
이십대의 정의롭고 순수한 청년은 간데 없고 작고 초라하고 볼품 없는 중년의 사내가 마주 합니다.
이십대의 청년이 오십대에게 말을 건넵니다. " 너, 왜 이렇게 못되게 변했니?"
영화 ' 밀양' 에서 전도연이 하느님에 대한 복수심으로 교회 집사를 꾀어 강가에서 하늘을 향해 소리 없이 외치듯
거울 속의 사내도 이십대에게 " 나도 지금 무척 힘들다고!" 외칩니다.
한국의 중년들은 힘들고 괴로워도 그것을 밖으로 내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독하고 외롭습니다.
이십대에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생기고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는 가난한 생활이였지만 행복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옷 입히지 못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지 못하면서도 너희들에게 참세상을 물려 주기 위함이라는 자긍심도 있었고
다행히도 바다와 하늘이는 선물이 없어도 작은 방을 환히 밝히는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 불빛 하나에도 감사하며 기뻐하고
나를 세상에서 가장 큰 존재로 여기며 살았었는데......
지금은 훨씬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지만 가난한 시절 보다 덜 행복합니다.
그때가 그립습니다.
배낭이 내 삶의 무게라면 이번 랠리를 통해 무엇을 빼고 어떤 것을 꼭 간직하고 살아 가야 하는지 다시 정리하렵니다.
이젠 랠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네요.
철인시대형님 말마따나 완주 못해도 상관 없어요. 고통마저도 그저 즐기기만 하렵니다.
이미 나를 되돌아 보는 시간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찾았기 때문에.
금요일 오전 근무만 하고 2시간 넘게 운전하여 구례에 도착.
조금 있으니 막타형님과 철인시대 형님이 군산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하심.
모텔에 가기전 공설운동장에 들려 전의를 불태웁니다.
이 참가자는 텐트에 매트까지 . 헐!
철인형님 폼생폼사!
대회 관계자들은 준비에 만전을 기하느라 바쁘고 우리는 다시 한번 코스에 대한 안내와 랠리 주의사항을 확인하고
숙소에 자전거와 짐을 풀고 저녁식사로 흑돼지삼겹살에 소주 각 1병 캔맥 하나씩.
모두 좋은 기분으로 대회 전날 밤을 보냅니다.
나만 그랬던 것인가? 두 형님들은 불면의 밤을. ㅋㅋ 그래서 내가 귀마개 가져갔어요!
삼일 동안 회사 출근 못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하단 생각에 일하며 서두르다 그만 허리가 삐끗하여 다음날 아침에
막타형님께 테이핑 부탁하고 엎드려 있는데 형님이 갑자기 올라 타시더니 내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잡는게 아닙니까!
" 에이 형님!, 거기가 아니고 허리가 아프다니깐!"
하체부실이였던 형님이 울 동호회 가입해서 자전거 열심히 타시더니 막타형님 오늘 커밍아웃 하는겁니까? 아, 기분 묘해!
도로이건 임도건 험한 싱글이건 막타라고 개명하신거 아니였던가?
자고로 세상 만물은 음양의 이치와 조화가 있는 법이거늘 쟝르를 불문하고 이렇게 막 올라타시면 좀 곤란한데.
철인형님께 구원의 눈빛을 보내려고 보니, 철인형님은 방 입구에서 팔짱만 낀채 " 청춘, 피할수 없으면 즐겨!"
" 내가 바로 슈발베 타이어 한짝에 막타라는 닉네임 팔아 먹은 장본인이야!.ㅋㅋ"
에잇, 철인형님도 이제 닉네임 바꿔요. 음란서생으로!
이렇게 어수선한 대회날 아침이 시작되고 운동장에 도착, 내 차량이 베이스캠프가 되어 둘째날 라이딩에 필요한 물품 보관.
회장님은 배번과 기념품을 미리 전부 받아 놓으셨고 형수님이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행동식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아침식사까지 준비해 주신 형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군산mtb의 자랑스런 출전자들, 랠리의 달인 와룡형님까지 있어야 독수리 오형제 만드는건데, 아쉽다!
원래 소풍 가려고 버스 타기 전에, 그리고 운동회때 달리기 하기 전에는 왜 자꾸 오줌이 마려운 것일까요?
그리고 빛나는 청춘은 지금 큰일이 보고 싶어진다. ㅋㅋ 철인형님도 마찬가지
오전 7시에 66km 챌린저 출전자들 여성 쥬니어부 부터 출발이 시작되고 풀코스는 7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해서 급히 화장실로 고고!
열심히 밀어내기 하고 있는데 갑자기 대회장에서 들려 오는 마이크 소리. " 잠시후 풀코스 출발하니 선수들 모두 출발선으로!"
이런, 제기럴! 삼십분 아직 안되서 느긋하게 일 보고 있었는데 부랴부랴 닦는둥 마는둥. 아, 찝찝해!
드뎌 카운트 다운 10, 9, 8 ........ . 징소리와 스타트 총성에 맞춰 힘차게 모두 출발!
공설운동장을 빠져 나오면 바로 회전 교차로에서 좌측으로 돌아 나가야 되는데 이상하다?
진행요원들이 챌랜저 코스인 우측으로 코스유도를 하고 있네. 일단은 믿고 가 보자.
한 2km쯤 달리고 있었을까 누군가 코스가 이쪽이 아냐! 외치며 유턴 시작. 뒤따르던 참가자들도 일제히 유턴!
여기저기서 " 에잇, XX! 니들 죽었어!" 원성이 터지고 왔던 길을 돌아서 교차로에 가보니 이미 진행요원들은 줄행랑치고 사라짐.
이렇게 한바탕 소란이 끝나고 정상적인 대회코스 순항 모드 돌입.
구례읍을 가로 지르는 천변 자전거 길을 달리다 보니 구례는 도시계획이 좀 독특하네요.
운동장 쪽은 변화와 발전을 통해 화려하고 건너편은 옛스러움을 간직하고 있고
1 체크포인트 도착. 여기까진 계속 포장도로만 달렸고 이제부터 월출봉 임도 시작
임도가 아기자기하네요. 돌길도 있고 물웅덩이도 지나고 풀잎에 가린 돌탱이땜에 텅텅 튀기도 하고
회장님과 철인형님은 로드용 슬릭타이어를 장착해서 이런 구간들은 좀 고생하셨죠? 거 봐요, 반칙하면 벌 받는겨!.ㅋㅋ
월출봉 임도를 마치고 백운산 입구까지는 평속 27km 이상 유지하며 시간을 벌충합니다.
해발 750고지 한재 정상에 도착하기 까지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 가는구나 여길 정도로 계곡엔 물이 흘러 넘치고
타는 듯한 더위에 알탕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예상 했던 것보다 다소 시간이 지체됩니다. 한재 정상을 11시 30분에 찍기로 했는데 늦은 출발을 감안해도 30분 더 걸림.
모든 참가자들이 허기져서 정상까지 왔는데 식사할 곳까지 가려면 20여분 다운힐 하여 남도대교를 건너 화개장터나 섬진강 자전거
길을 따라 더 가야 되지만 우리에겐 전투식량이 있다는 거!.ㅎㅎ
발열팩 줄 잡아 당겨서 세워 놓고 10분 뉘여 놓고 10분이면 식사준비 끄-으읕!
볶음김치와 종이그릇 숟가락도 포함되 있으니 쓱쓱 비벼서 먹기만 하면 됩니다.
랠리에 must have 아이템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신나게 다운힐 합니다. 한재 다운힐 구간은 작은 바위 수준의 돌들이 많아서
상당히 험한 트레일. 뒤에서부터 다른 사람들 라이딩에 위해를 줄 정도로 거칠게 내 옆을 스쳐가는 한명의 참가자. 누가 너 만큼
다운힐 못해 이리 내려 가는 줄 아나? 생각하며 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잠시후 자전거 앞바퀴 림이 두동강 나서 윌리처럼 앞바퀴를 들고 다운힐 끌바하고 있는 그 사람.
남의 불행에 좋아라 할 수도 없고 다 자업자득이지 뭐!
xc만 탈 때엔 업힐구간에서 따라 잡은거 다운힐 구간에서 다 까먹었는데, 다운힐에 입문하고 나니 이젠 역전이 되서 업힐에서
밀리고 다운힐에서 따라 잡고.ㅎㅎ. 한재 다운힐을 마치면 하동읍까지 시원한 자전거 길이 나옵니다.
길 옆으로는 온통 매화나무. 봄이면 매화꽃 만발한 멋진 라이딩 코스.
하동읍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나오는 막타형님 장모님 가게에서 막걸리 한잔 걸치고 더욱 힘을 내서 달려 갑니다.
가다 보면 와룡사 (와룡형님 이젠 사찰까지 운영하심.) 도 나오고 악양면에는 백마탄왕자 형님을 모셔 둔 원석 임시 보관소를 거쳐
4체크 포인트인 제1 지원센터가 나옵니다. 이곳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4시 40분. 아직까진 순탄한 레이스.
출발지에서 맡긴 라이트와 전투식량 챙기고 나머진 다시 출발지로 보냅니다.
임도를 몇개 더 넘으니 청학동으로 가는 포장도로가 시작 되고 해도 뉘엿뉘엿 저물고
그런데 점점 형님들과 거리가 멀어집니다. 눈이 스르르 감깁니다. 오버페이스 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러지?
우린 랠리 전에 만약 레이스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시간을 지체하게 되면 개별 레이스로 전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2년전 랠리 출전시 경험하며 느낀건데 후미에 처진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내 페이스를 잃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마음 같아선 형님들 저 좀 데리고 가세요! 말하고 싶지만 결단을 내리고 형님들께 먼저 가시라는 말을 전합니다.
철인형님이 랠리를 포기하려면 3번은 생각하고 결정해야 된다고 당부하시고 형님들이 저 만치 눈에서 멀어집니다.
이렇게 형님들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청춘은 혼자만의 고독한 레이스. 와룡형님이 조언 하신대로 졸면서 끌바 모드로 전환. 끌다가 잠이 사라지면 자전거 타고 가고 잠이 오면 다시 끌바. 이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니 저녁 9시쯤 청학동 정상에 도착합니다.
밤이 되니 기온도 내려가고 채 마르지 않은 땀 때문에 바람막이 입고서 희남재 임도를 거쳐 다운힐 구간에서 손해 본 시간을 줄이고.
5체크포인트 안착.
체크포인트 구간 간에 가장 긴 59.3km. 먼저 도착한 많은 사람들이 길에 널부러져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커피 생각이 간절한데 커피가 오는 중이라며 잠시 기다리라는 진행요원.
형님들은 지금 어디쯤 가고 계실까?
전화 걸어 보니 5분 전에 5체크포인트 지나 가셨다고 합니다. 커피를 포기하고 물만 보충한채 형제봉을 향해 바로 출발!
형제봉 업힐 경사가 장난이 아닙니다. 정말 하기 싫은 졸면서 끌바하기 또 다시.
한참 올라 가다 보니 저 멀리서 3개의 후미등이 보입니다.
후미등의 주인들이 형님들이였음 정말 좋겠다 생각하며 속도를 붙입니다.
점점 거리가 좁혀지고 좌측엔 형광색 가방의 철인형님 가운데 용광로형님 우측엔 삐딱하게 가방 멘 막타형님을 발견.
몰려 오는 잠을 쫓기 위해 오순도순 이야기 꽃을 피우며 끌바하는 형님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지척으로 가까워 집니다.
" 형님들, 청춘 왔어요!!!" 외치고 싶지만, 뒤에서 너무 다정하게 보이는 분위기를 깨뜨리기 싫어서 5m 정도 거리까지 좁힐 때
클릿이 시멘트 포장길에 부딪히는 딱딱 소리에 순간 철인형님이 뒤를 돌아 보시며 " 청춘이야!" 물어 오시는데
" 예, 형님!" 대답하니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이 이만큼 일까요!
용광로형님은 희남재 임도 다운하다 졸려서 넘어지셨다고, 저를 걱정하며 오셨는데 생각 보다 빨리 왔다고 잠깐 헤어진 시간의
소식을 전해 주시며 형님들은 방금 전에 식사했는데 밥은 먹었냐고 묻습니다.
전 또 시간을 지체하기 싫어 그냥 가겠다고 하며 형님들의 뒤를 따릅니다.
아, 재회의 기쁨도 잠시 또 잠이 오고 청춘은 잠시만 쉬었다 가겠다며 형님들을 또 떠나 보냅니다.
자전거를 눕히고 청춘도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벌렁 드러 누워서 모기도 쫓고 잠도 쫓기 위해 담배에 불을 당깁니다.
한모금 깊게 빨아 들여 휴우! 하고 내 뱉으며 바라 본 지리산의 밤 하늘. 별이 참 많군요.
별을 세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기고 손에서 담배를 떨어뜨리자 순간 화들짝 놀라 레이스를 재개합니다.
형제봉 정상에 다다르니 배가 고픕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에너지바를 우걱우걱 씹어 넘기고 바람막이로도 추워서 비옷을 걸칩니다.
이제부턴 내가 자신 있는 다운힐이다!
흐미, 이것도 잠시 다운힐 노면도 안좋은데 또 눈이 감깁니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잠,잠,잠! 안되겠다 싶어 MP3 이어폰을 꽂고 내려가는데 눈을 떳다 감았다.
위험하단 생각이 들고 흑흑! 끌바로 다운힐이라니, 엉엉엉!!!
내 옆을 쉭쉭 소리내며 쏘고 내려 가는 참가자들을 보며 저 인간들은 잠이 안 오나? 왜, 나만 이럴까!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아마 저 땜에 잠이 오지 않으시는지?
자동차 2시간 이상 운전하면 잠이 오곤 했는데 이젠 자전거까지 잠이라니.
이번 랠리에서 청춘을 가장 괴롭힌 잠.
형제봉 다운힐 중간 지점에서 용광로형님께 전화가 옵니다. 막타형님도 졸려서 길가에 뻗으셨고 사성암 임도 가는 GPS 코스 안내가
선이 두개로 겹쳐서 헛갈린다고 길을 묻는데 대답하는 나도 비몽사몽.
화개장터를 거쳐 남도대교를 건너 다시 구례 방향 섬진강 국도를 거슬러 달립니다.
여명이 밝아 오고 귀에선 드렁큰 타이거의 힙합 음악이 쿵쾅쿵쾅!
" 소외된 이들 모두 왼발 한보 앞으로, 담은 오른발에 차례!"
시끄러운 음악에도 볼륨을 올려도 잠이 쏟아져 다시 끌바 모드로 천천히 계속 전전.
눈을 떠 보면 내가 중앙선을 넘어가 있어 식겁하고 다시 안쪽으로 질질질!
쿵! 하고 가드레일에 자전거를 들이 받고 다시 가운데로!
설상가상. 점입가경이 따로 없는 상황 발생. 스마트폰 어플로 랠리 코스 따라 가는데 보조 배터리마저 소진.
죽어라 죽어라 하네요. 이젠 길도 잃고 형님들과 연락을 취할 방법도 없고
이 순간이 두번째로 랠리를 포기할까 갈등하게 됩니다.
모든걸 하늘에 맡기고 정신 바짝 차리고 달리는데, 벌써 사성암 임도구간을 마치고 맞은편에서 오는 무리들.
사성암 임도 시작점을 못찾아 한참을 헤메다 6체크포인트 도착. 진행요원이 많이 늦었으니 서두르랍니다.
나도 서둘러 가고 싶은데, 사성암 임도는 초반부터 업힐 경사가 장난이 아닌데, 끌바하니 또 잠은 오는데
임도 정상에 다 와서 자전거 내팽겨치고 어젯밤 먹었어야 할 야식 전투식량 줄을 잡아 당기고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졸고 있는데
한명의 라이더가 지나 가며 힘내세요! 아직 완주할 시간 충분합니다!!! 화이팅을 외쳐 줍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없어 지금 몇시인지도 모릅니다.
전투식량을 종이 그릇에 담아 한 숟가락 뜨는데 나도 모르게 툭! 하고눈물이 떨어집니다.
" 야, 이 얼 빠진 놈아 지금 밥이 목구녕에 넘어 가냐!" 내 안에서 들리는 소리.
"자전거가 망가진 것도 아니고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니고 그깟 잠을 못참아 이렇게 나자빠져 있는게야!"
이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 가는 고단한 내 삶이 서러워서 한번 터진 눈물은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 내립니다.
한달에 일요일 많이 쉬면 두번. 자전거 타기 위해 평일에 3-4일 잔업. 하루 평균 수면 5시간.
만성피로가 문제인듯 합니다. MTB는 일주일을 버티게 하는 내 삶의 원동력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중에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것. 난 이것을 즐기기 위해 돈도 진급도 포기하며 살아 가고 있습니다.
그런 내가 여기에서 포기 할수는 없쟎아!
밥 그릇을 집어 던지고 아까 응원해 준 사람을 쫓아 갑니다. 잠시후 정상에서 쉬고 있는 그를 만나고 통성명을 나누니
부산 해운대구 정달자 동호회 회원이신 42살 짱가님. 이 분이 나머지 구간 청춘의 좋은 랠리파트너가 됩니다.
현재 시각 15일 06시 . 공설운동장까지 7시 도착하면 거리상으론 120KM만 10시간 30분 안에 달리면 된다.
충분히 가능하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나는 할 수 있다. VIVA 빛나는 청춘! BROVE MY LIFE!!!
임도 다운힐을 마치고 체크포인트가 있던 지점을 지나는데 한명의 라이더가 손으로 뭘 가르키며 우리를 세웁니다.
가까이 가보니 청각장애인 참가자인데 체크포인트가 어디냐고 묻는듯 합니다.
그런데 이미 물리적으론 컷오프 통과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체크포인트 진행요원들이 철수한 모양입니다.
너무나 안타깝지만 이런 상황을 설명드리니 우리 입 모양을 보고 사태를 파악하신듯
그 분을 두고 길을 재촉하는데 망연자실 허탈해 하는 눈빛이 계속 머리에 맴 돌고
운동장에 도착해 라이트와 배터리 바람막이 무게를 줄일만한 필요 없는것들 차에 보관하고 전투식량 한개 챙기고 출발 하려는데
짱가님 물백과 행동식 챙기는 사이 브레이크 패드가 다 닳았는지 같은 동호회 회원분들이 자전거를 손보고 계시고
인간 마음이 이리 간사할 수 있는것인가! 순간 나도 모르게 자꾸 지체 되는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혼자 먼저 출발할까?
나쁜 마음을 먹었다가 내가 받은 도움을 생각하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나도 차량용 충전기를 이용해 스마트폰 배터리 충전하고 7시 30분 출발!
31Km 달려 7체크포인트 도착. 커피 한잔으로 아침식사 대체하고 달립니다.
산수유가 유명한 산동면으로 진입하여 천마산 고개를 향하여. 이 구간은 작년 100km 랠리때 달려본 길이라 눈에 익습니다.
작렬하는 태양이 아스팔트 도로를 바짝 태우니 숨이 턱턱 막히고
제 2 지원센터에 11시 까지 가야 흰밥에 김치를 먹을수 있다는 생각에 엄청난 속도로 다운힐 감행.
파워젤과 전투식량 에너지바만 먹었더니 속이 더부룩 복부에 가스만 차고 방귀는 안나오고 김치 생각이 간절합니다.
다행히 10시 40분 도착해서 김치국물에 밥 말아 먹고 나니 남은 거리 72km 남은 시간은 6시간.
평상시 같으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지만 지금은 랠리 후반부라 자신 할 수 없습니다.
남은건 임도 2개. 이때까지만 해도 컷오프 통과 할 수 있다고 생각함.
곡성 섬진강 자전거 길을 달리다 보니 저 위에선 레일바이크 타며 하하호호 웃음 짓는 사람들.
저들 눈에는 진짜 자전거로 달리는 우리가 부러워 보일테지만 우린 죽을 맛입니다.
9체크포인트 도착. 자연으로 가는 길이란 슬로건에 어울리는 임도를 올라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악몽의 국사봉 가는 포장도로.
여기에서 시간을 많이 허비하고 다운힐 하는데 자꾸 눈이 감깁니다.
70km 속도에서 잠이 온다니 위험을 감지하고 속도를 줄입니다.
그러다가 그만 일이 터지고 맙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게 눈꺼풀이라더니 졸린 눈을 뜨려 안간힘을 썼는데
깜빡 졸다 핸들바가 휘청하며 그대로 쓰러집니다. 정신이 번쩍 들며 아파할 겨를도 없고
스마트폰 거치대 날라 가고 핸들바는 한바퀴 돌아가 있고 다행히 핸들바는 움켜 쥐고 넘어 져서 약간의 찰과상 정도.
명품은 과연 명품이군요. 지오다나 빕숏 팬츠는 말짱한데 그 안에 살은 피가 주루륵!
짱가님도 이 구간에서 졸다 자빠링 하심.
이렇게 개고생 하고 갔는데 10체크 포인트가 안 보여요. 예성교 건너기 전에 있어야 되는데.......
일단 11체크포인트까지 가기로 하고 계속 진행. 아니 이럴수가! 마지막 체크포인트에 도착하니 4시인데 여기도 철수했넹.
짱가님은 부산까지 갈 길도 멀고 동료들도 기다리고 있어 남은 쮸쮸바 한개를 나에게 주며 중도포기 선언.
아껴 둔 스마트폰 배터리도 2% 잔량. 형님들 소식이 궁금해 철인형님께 전화를 겁니다.
임도 정상에 올라 이제 다운힐 타시려고 한답니다. 임도 통과하는데 2시간. 거기서 결승선까지 30분.
이때가 3번째로 포기에 대한 갈등. 그리고 잠시후
철인형님께 청춘은 컷오프 되더라도 계속 랠리를 이어 가겠다고 말씀 드리며 집안제사가 있어 바로 군산으로 복귀하시니
못 뵐것 같다고 다른 형님들께 인사도 부탁드리며 통화를 마칩니다.
제가 지은 우리집 가훈은 "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말자" " 착하게 살자"
아내와 자식들에게 가훈을 몸소 실천하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더구나 아내는 랠리 꼭 완주하라고 비싼 장어까지 사줬는데 포기하고 집에 가면 맞아 죽을게 뻔하고
이미 랠리 전날 형님들께 컷오프 상황이 되면 월요일 하루 더 쉴 생각하고 달리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하였고
어쩌면 이게 내 마지막 랠리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그런 불안한 생각도 있었기에.
작년엔 늦가을에 유곡마을 임도를 통과했는데 마을 여기저기에 온통 대봉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산모들도 첫째 출산은 멋 모르고 쉽게 낳고 둘째때 부터 고통을 느낀다지요?
이제 올라가야 하는 임도가 돌아서면 나오고 돌아서면 나오는 코스임을 알기에 내 마지막 모든 힘을 쏟아 붓습니다.
랠리 하면서 두번째로 나를 괴롭힌 똥꼬의 아픔이 안장에 제대로 앉기도 힘든 지경입니다.
막타형님이 건들지만 않았어도, 출발 전에 철인형님 처럼 비데가 있는 화장실에만 갔어도 이리 아프진 않을텐데!
해머링을 치고 오르자니 근육경련이 무섭고 앉아서 페달링 하자니 똥꼬가 아프고 결국엔 끌바까지 3종 세트로 공략합니다.
청춘은 산 정상이 임박함을 눈을 들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정상이 가까워지면 어디서인가 바람의 노래가 들려 옵니다.
쓰르르르!....... 쏴아아하!......
산 정상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내 목덜미로 흐르는 땀을 씻어 주고,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가지는 정.중.동의 유연한 손짓으로
어서 올라 오라고 꼭대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나를 이끕니다.
황토 빛깔 붉은 속살 드러내는 모퉁이는 씨스타 효린의 핫팬츠 차림의 엉덩이 보다 더 강렬하게 나를 자극하고
굽이 굽이 돌아 가는 모퉁이는 꼭 고성 오광대 탈춤의 큰어미가 치맛자락 말아 쥐고 씰룩씰룩 거리는 궁둥이 춤 같아
그 박자에 맞춰 나도 해머링을 쳐 봅니다. 어느새 임도 정상에 도착.
하늘에 떠 있는 높쌘구름은 인심 좋게도 힘들게 날 따라 온 그림자에게도 잠시 쉬라고 그늘을 만들어 주고
길 옆에 자란 새색시 같은 풀잎들은 "오빠,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힘들었지?" 부는 바람에 돌아 누우며
나에게 앉아 쉬라며 자리 한켠을 내줍니다.
자전거를 내려 놓고 그 자리에 앉아 산 밑을 내려다 봅니다.
아, 내가 저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으로 부터 이렇게 멀리 도망쳐 왔구나!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의 노래를 계속 감상합니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대향연이 내 눈에 들어 옵니다. 축제가 시작 됩니다.
영화 ' 오아시스' 에서 문소리 방에 걸려 있던 오아시스 그림이 현실이 되고 아기코끼리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 오고 인도풍의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꽃가루가 날리고 지체 장애인 공주와 종두가 춤을 추고 있네요.
고개를 돌리니 영화 '무게' 의 시체 안치실의 발가 벗은 시체들이 서로 짝을 이뤄 왈츠를 추고 조재현도 굽은 등이 아닌 허리를 곧추 세우고 미소를 날리며 우아하게 춤을 춥니다. 너무 아름답네요.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물장구가 되고 산중턱 비탈진 논에선 농부님이 지겟다리를 두드리며 춤을 추고
청춘은 모내기를 마치고 백중놀이에 신명난 머슴이 됩니다.
흥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청춘이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손에 막걸리 사발을 들고 한손으로 활개를 펴며
소리 한자락 구성지게 뽑아 내는데
" 여어, 여! 여어 여-어허루 상-사 디-야!"
" 여보시오 농부님네 이내 한말 들어 보소. 아-나 농부들 말 듣소"
" 한 일 자로 쭉 늘어 서서 입구 자로만 만나 보세"
중중모리를 지나 중모리 굿거리를 거쳐 자진모리로 신명을 몰아 치려는데
바람의 노래가 멈추고 축제도 막을 내리고
산은 이제 그만 내려 가라고 합니다
청춘은 정신 차리고 허겁지겁 다운힐하여 공설운동장에 도착합니다.
운동장 입구로 들어 서는데 누군가 서지 말고 계속 달리라고 소리 칩니다. 그렇게 결승선을 통과하니 .
비록 컷오프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느라 고생했다며 전남철인연합회 회장님이 박수를 쳐 주십니다.
다운힐 하다 깜빡 졸아서 생긴 상처
완주증.
.
끝까지 함께 달리지 못했지만 세 분 형님들의 완주를 축하 드리고, 제일 어린 놈이 가장 저질 체력으로 맘 쓰게 하여 죄송.
이젠 이 져지를 당당히 입을 수 있습니다
비록 랠리 컷오프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내 인생의 컷오프는 내 숨이 멎는 그날일 것이니
첫댓글 작문 ...~~ 넘 ~~~~~~~~~~~ 길다
행님 멋지다... 짱
역사를 쓰셨군요ㅋㅋ
멋지십니다..도전정신!!
저도 찾아봐야겠습니다..내안의 열정을..ㅋ
고생하셨읍니다~~~^^
부럽기도하고 형님의 끝없는 도전에 감동입니다^^
완주를 축하드려요^^
군산MTB엔 280랠리포함 완주자가 다섯분이나 계시네요^^
존경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진정한 승자는 빛나는청춘님!!
난 졸음내내 좌측 편두통으로 힘들었고 때로는 정말 마비될 정도로 심하게 아팠는데
지금은 그 후휴증인가 1주일이 지나고 2주가 시작되어도 왼팔이 저리네요
이거 평생가는건 아닐지...
청춘아 넘 힘들고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은....
머리속에 남아..... 님들이 넘 고마워.....
고생하셨어요.~~~
글읽는 내내 울컥하네~ 당신이 짱먹어~~~~ 짱!!!
감동입니다. 고생하셨어요..
랠리완주를 진심으로축하드려요...고생 하셨어요
읽다보니 내가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 그 고통까지도 즐기며 졸음과의 싸움하느라 고생했소 청춘. 우리는 자전거로 사는 인생. 참말로 멋있게 산다고 말하고 싶소.
늦게나마 그날의 생생함을 느껴봅니다. 빛나는 청춘" 멋쟁이! 부럽부럽! 짱!!!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