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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2시... "형부, 언니, 그리고 여보~~나.. 살던 곳 한 번 다녀오고 싶어...그리고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도..." 지난번 영이 면회일정과 겹쳐져서 취소가 됐던 부모님 산소(상주화북)에 다녀오면서 갑작스레 떼를 썼다. 내표정이 얼마나 간절했던지, 서로 머뭇거리며 얼굴을 쳐다보더니, 그러자고 했다.
네비를 그냥 상주시로 맞추어 놓고.. 따로 단풍구경할 것 없이 차창으로 보이는 가을산의 정취를 , 고향의 공기를 흠뻑 마시며 나의 살던 고향으로 향했다.
남상주IC로 들어서며... 상주초등학교...아, 5학년때 담임이셨던 이정호선생님께서 이학교에 교장선생님으로 계셨었다고 들었는데... 쭈~욱 직진을 하다가, 어머나... 사거리에 제일은행... 여전하네... 여보, 저 건물은 정말 오래됐는데.. 경찰서, 우체국을 지나서, 아~~ 철길... 울엄마가 항상 조심해라고 했던... 중학교때 자전거타고 다니면서, 꼭 한 번은 내려서 좌우를 살피며 지나갔었는데... 신작로가엔 끝없이 펼쳐진 들판들대신 이름모를 상가들이 들어섰고,
상주여고, 한전을 지나서 드디어 화개리 동시내... 세상에나... 내기억속의 동네는 흔적도 없고, 그나마 반가웠던 동시내 다리... 언젠가 고명환선배님께서 말씀해 주신 다리를 헐어려다 그냥 보존키로 했다는... 바닷가 모래사장을 연상 할 수 있었던 그고운 모래와 바위틈 사이로 파릇파릇 보였던 돌나물 대신 억새풀만이 무성하게 자라서 냇가는 황폐하게만 보였다. 무더운 여름날.. 물장구치며 놀던... 모래무덤과 두꺼비집을 만들며 놀았고, 때로는 번지점프(?)로 용기도 필요했었던... 그 추억의 동시내 다리가...
사춘기때 가슴에서 콩닥콩닥 방망이소리를 듣게 했었던 끝없이 길었던 방천 둑.. 여름날 저녁이면 그 둑에서 누군가 불던 슬픈 섹스폰소리...
신작로가에 열채 남짓 아옹다옹 살던 내어릴적 이웃들은 온데간데 없고.. 아가때부텀 친구였던 귀순이네도, 남호네가 살았던 집도. 마야네도 순단이네도 모두모두... 히잉... 자두 복숭아 마당에 포도나무와 석류나무가 있었던 내친구 봉하네 과수원도 없어져 버렸고, 매 년 이맘때쯤이면 달콤새콤 맛있는 사과로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고명환선배님의 과수원자리엔 주유소가... 낯선 광경에 애써 서운함을 감추고, 옛 흔적을 하나라도 찾고 싶어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
아무 것도 안남았네... 나도 모르게 같은말을 몇 번이나 중얼거리며 다시 출발~~ 항상 어두운 산그늘이 무서워 혼자 다닐땐 눈감고 막 뛰어다녔던 봄모티이를 지나서 벌써 외답3구... 언니가 "생각나나? 여기가 자전거포집... 왜 네친구네 집이었잖아..." 여보, 맞아... 여기가 왜 부천에 사는 순옥이 있잖아. 순옥이네 집이었어....., 이쪽은 인천 희연이 있지? 또, 바로 이집은... 보험하는 친구 미영이네... 아 저기 저쪽은 우리 3학년때 담임이셨던 선생님 처남댁이라는 광숙이네... 여기서 조금만 가면 내가 다니던 학교가 나와... 옛날엔 무척이나 경사졌던 길이었는데 이렇게 평평해지다니... 왼쪽엔 엄청 큰 뽕나무밭이었는데... 지금은 웬 관청들이 그렇게 많이 들어섰는지... 그리고 저어기가 대구사는 군영이네 집이었고...
바로 여기야. 내가 다니던 상주동부초등학교. 그땐, 국민학교라했지. 근데 그많던 플라터너스 나무들은 다~ 베어버렸고.. 아~~ 역시 운동장은 지금 봐도 넓네..
강아~ 지환(조카)아~ 엄마가 다니던 초등학교야.. 넘 예뿌지? 조회단상을 가르키며... 엄마, 저기서 상 무척 많이 받았었는데...ㅎㅎㅎ 옛날 생각도 나고 너무 반가워서 아들과 조카에게 잘난척좀 했다. 아주 거짓말은 아니니까 뭐... 형부랑 남편은 그냥 밖에서 기다리고 있고, 언니랑 나는 학교를 한바퀴 쭈~욱 둘러 보았다. 나랑은 다르게 상주시내에 상산초등학교를 졸업한 언니는 "아유 학교 참 이뿌다. 원래 교사가 이렇게 작았었니? 깨끗하고 그림같이 예쁘네..." 옛날 숙직실이 있었던 작은 건물엔 보건실이란 팻말이 붙어 있었고, 출입문 유리엔 <성고충상담, 비만상담>이라는 문구가 썬팅이 되어있어. 변화한 요즘세태를 말하며 언니랑 한참 웃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어릴때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놀이터에 미끄럼틀이나 기구를 젼혀 가지고 놀아보지 못했던 나.. 그때 그 꼬마의 아들인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 강이는 엄마도 이런 어린시절이 있었다는게 신기했던지 놀이터에서 철봉에 매달려보기도 하고 미끄럼도 타며 엄마와는 다르게 동심을 즐기고 있었다.
고속도로 길막히면 힘들다며 서둘러 출발하자는 남편의 종용으로 35년만의 모교방문<10년 전 아주 잠깐)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학교를 향해 손을 가만히 흔들며 차에 올랐다. 그 때는 코스모스가 참 예쁘게 피어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편이 오면서 <옛날짜장>이라는 간판을 봤다며 그기서 밥이나 먹고 가자고 제의를 해서... 탕수육과 짜장면을 시켜 맛있게 먹고 나오는데... 어머, 여기가 외답2구로 들어가는 길인데... 여보, 화장품친구 있지? 저기 첫집이 미자네..집. 또 그 옆에는 현숙이네 집... 오래전에 암으로 먼저 떠난 친구 있잖아... 지금도 부모님에 살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바로 앞에는 구미산다는 경애네 집이고,또 옆에 귀옥이네? 또 이 길로 쭈욱 들어가면.. 희순이. 희자, 갑배... 또,누구 있었는데..아, 정자, 깍쟁이 수정이네가 있었구나... 주차장에서 차를 빼면서 옆에 또 낯익은 간판이... 양지식당? 언젠가 총동창회 간부모임을 이 곳에서 했었다지? 분명 우리 선배님중 한 분이 운영하신다고 한 것 같았는데... 에이.. 진작 알았으면 저 집으로 갈걸...ㅎㅎㅎ
시간이 훌우쩍 지나 오후 5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네비가 시키는대로 했더니, 상주 갈 때와는 다르게 남상주가 아닌 그냥 상주 IC를 통해서... 걱정했던 것처럼 일요일 오후에 서울로 들어서는 차는 끝도없이 줄을 서고 있었다. 비록, 5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고속도로에서 보내고 왔지만, 또, 옛 흔적이 많이 사라져 아쉬운 귀향(?)이었지만.. 내 기억속에... 내 추억속의 나의살던 고향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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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허허 우리 후배님! 고향구경 재대로 한것 같군요.우리 과수원 자리중 주유소부분은 상주여객에서 운영하고,옆의 자동차매매단지는 내가 운영하고 있습니다.혹여 고향 상주를 다시방문한다면 식사라도 한끼 대접하고 싶군요.............
ㅎㅎ 그러세요? 어제 만나뵐 뻔 했네요.ㅎㅎ
내년 동창회 주최 기수가 우리 26회라.. 이번엔 곡 참석하려고요...
고맙습니다. 말씀만으로도요...
선배님 가슴속에 있던 동부국민학교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지금은 조금씩 그모습이 지나가고 있지만 추억속 모습은 영원할 것입니다. 항상 선배님 기억속의 추억 소중히 간직해 주시길...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