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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면적이 7,741,220㎢로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 브라질 다음으로 큰 국토를 소유한 영연방 국가지만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역사교육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전통문화 위주로 하고 있다.
사실 호주 땅에는 원주민인 애보리진(Aborigines)이 4만년 전 아시아에서 이주해 대륙 전반에 거주하고 있다. 15세기경에는 인도네시아, 뉴기니(New Guinea), 중국, 말레이, 아랍에서 온 사람들이 북호주 지역과 해상무역활동을 했지만 유럽인들에게는 그저 ‘거대한 남쪽 땅(Great Southern Land)’ 또는 ‘테라 아우스트랄리스(Terra Australis, 라틴어로 ‘남쪽의 땅’)’로만 전해졌다.
그러다가 포르투갈이 인도와 동부아프리카 무역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호주가 알려지게 되었다. 16~17세기에는 스페인이 남미와 함께 호주 해안지역과 남태평양의 솔로몬 제도(Solomon Islands)를 개척했는데, 스페인 사람들은 스페인 제국과 로마가톨릭 교회를 위해 금광을 찾아다녔다.
다음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항구에 있던 네델란드인들이 1616년 10월에 서호주의 샤크 만(Shark Bay)에 상륙했다. 그 뒤 네덜란드인들은 1626~7년에 남호주 해안, 1642년에 태즈메이니아(Tasmania)와 뉴질랜드를 탐험했지만, 그들의 발견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영국 해적 윌리엄 댐피어(William Dampier)가 1688년에 호주 북서지역 해안을 탐험한 뒤 저술한 책 <항해(Voyages)>가 나왔지만 국가적인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18세기 영국의 철학자와 과학자들 사이에 전 지구적 발견의 가치가 주목을 받으면서 다시 지구 남반부와 ‘테라 아우스트랄리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영국의 해상력이나 상업적 목적과 서로 맞물리면서 1768년 대영제국의 제임스 쿡(James Cook, 1728~1779) 선장이 탐험항해를 떠났다.
쿡 선장은 3년간의 항해 끝에 1770년 시드니의 보터니 만(Botany Bay)에 도착해 이곳을 대영제국의 영역으로 선포하고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로 명명했다. 첫 총독인 아서 필립(Arthur Philip) 선장은 11척의 배에 14명의 사무직원, 514명의 해병대, 54명의 가족, 그리고 754명의 죄수(남자: 543, 여자 189, 어린이: 22명)를 데리고 1788년에 도착했다.
그해 1월 26일 포트잭슨(Port Jackson)에 새로운 정착지가 건설되었는데 현재 이날을 ‘호주의 날(Australian Day)’로 정해 국가창립 공휴일로 하고 있다. 1820~80년 사이에 6개의 식민지역 중 4곳이 호주 연방으로 통합되었고 1901년에는 식민지에서 영연방 국가로 격상되었다.
캔버라(Canberra)는 브라질의 브라질리아(Brasilia), 미국의 워싱턴(Washington) D.C. 같은 계획도시이자 수도이다. 원래 이곳은 목장이나 농경지 등으로 이용되어 왔으나 1908년 수도로 선정되면서 전 세계에서 공모한 도시계획을 바탕으로 1913년부터 도시건설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1927년에 임시 수도였던 멜버른에서 캔버라로 수도가 이전되었다.
도시설계를 이끈 것은 시카고의 건축가이자 조경사였던 월터 그리핀(Walter Burley Griffin)과 건축예술가였던 매리언 그리핀(Marion Mahony Griffin)이었다. 이들은 기하학적인 형상으로 시가지를 디자인했고 다양한 모양의 광장과 환상(環狀)·방사상·바둑판 모양의 시가지 도로를 질서정연하게 구획했다.
캔버라에는 호주의 핵심 기관인 연방총독관저, 연방국회, 대법원, 연방정부청사, 호주전쟁기념관, 호주국립대학교, 호주조폐공사, 국립스포츠연구소, 국립갤러리, 국립박물관, 국립도서관, 국방대학교, 국방부, 외국대사관 등이 집중되어 있다. 정치와 행정, 경제와 문화, 군사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성립과 유지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모든 기관이 집중되어 있는 캔버라는 호주의 기반이자 기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캔버라의 어원은 이 지역 원주민이던 느거나왈(Ngunnawal) 부족의 언어인 ‘Kambera’ 혹은 ‘Camberry’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만남의 장소’, 또는 ‘모임의 장소’라는 뜻인데, 정계와 재계, 문화계의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여러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수도의 속성이 도시의 이름에도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다.
이런 형태의 수도는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오랜 역사를 가진 다른 나라들의 수도와 비교해 다소 이질적이지만, 사회문화적 배경이나 상징적 의미에서 볼 때 캔버라는 매우 특색 있고 매력 넘치는 도시라 할 수 있다.
1950년 무렵 수도건설이 완성되어 연방정부의 기능이 정상화되면서 캔버라에는 많은 인구가 유입되었다. 유입 인구의 60~70%를 차지한 것은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유일한 국립대학인 호주국립대학교에 근무하는 직원들이었다. 도시 인구의 대부분이 정치인이나 공무원, 학자로 구성된 탓인지 캔버라는 학문 중심 도시의 이미지가 강하고 낭만주의나 자유주의의 메카로도 불리고 있다.
계획도시로 출발한 만큼 도시는 매우 청결하고 잘 정돈되어 있으며 범죄율도 낮은 편이다. 시내에서 5분 거리에 조성되어 있는 정원과 공원 등은 부시 워킹(bush walking)1)이나 사이클링 같은 여가 활동에 안성맞춤이다.
올드버스데포 시장의 위치
도로망 역시 잘 정비되어 있어 교통체증이 거의 없기 때문에 10~15분이면 인근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집값이 싸지는 않지만 시드니나 멜버른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때문인지 2015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양질의 삶을 살 수 있고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낭만적인 도시의 삶은 교환이나 생계를 위한 시장이 아닌, 문화와 취미 활동을 위한 지역 시장들을 만들어 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올드버스데포 시장(Old Bus Depot Markets)이다. 이 시장이 만들어진 계기는 외국의 유명한 지역 시장들처럼 역사나 종교, 정치, 사회적 요인들이 아닌, 주말에 갈 수 있는 시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어느 평범한 주부의 바람에서 비롯되었다.
1992년 캔버라에 사는 모나 휘팅(Morna Whiting)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그녀는 캔버란스(Canberrans, 캔버라 지역민을 이르는 말)와 시장 구성에 관한 의견을 나누면서 스타일과 품목 등을 구체화해 나갔고, 여기에 모나의 친구인 다이앤 힌즈(Daine Hinds)가 가세하면서 올드버스데포 시장은 어린이와 여성, 가족들의 생활문화공간이란 주제하에 노점상들의 입주를 받기 시작했다.
모나와 다이앤 두 사람은 캔버라의 상징적 아이콘 중 하나인 오래된 공공버스 차고를 가장 적합한 시장 부지로 선정하고 캔버라 연방정부 장관의 승인을 얻은 다음, 그곳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여는 올드버스데포 시장을 개설했다. 이 시장에서는 창조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소개할 뿐 아니라 수공예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취미나 부업의 일환으로 만든 질 좋은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매주 일요일마다 주제를 정해 시장의 내용을 조금씩 다르게 구성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매달 첫 번째 주말은 다문화 주일로 정해 캔버라 소수민족들의 상품을 준비한다. 또 다른 주말에는 1950~60년대를 연상시키는 복고풍의 물건을 중심으로, 혹은 보석이나 귀금속을 중심으로 시장을 구성하는가 하면, 컬렉터의 수집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처럼 매주 바뀌는 시장의 콘셉트는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설렘, 기대를 선사하고 있다.
올드버스데포 시장은 거대한 인공호수인 벌리그리핀 호수(Lake Burley Griffin)와 보웬 공원(Bowen Park) 근처에 위치해 있어, 시장을 둘러본 사람들은 인근 공간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현대 유리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캔버라 유리공예관(Canberra Glassworks), 전시관 겸 공연장인 캔버라 피터스워크숍(Canberra Fitters Workshop) 같은 관광지와도 인접해 있어 이 시장은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이 꼽은 10대 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 시장을 만든 두 여성은 지금처럼 유명세를 타는 관광지로 변모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올드버스데포 시장에는 다양한 테마의 쇼핑 거리가 있다. 귀금속을 파는 거리, 패션과 액세서리를 파는 곳, 가정용품을 취급하는 상점, 어린이 코너, 골동품이나 해외 공예품을 다루는 거리 등 품목이 실로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천 개가 넘을 것 같은 귀금속과 장신구들이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이 장신구들 대부분은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이다. 특히 ‘베트로 이 메탈로(Vetro E Metallo)’라는 상점은 구리, 황동, 은, 유리 등으로 만든 목걸이와 팔찌, 반지, 귀걸이를 취급하는데 가격도 저렴하지만 무엇보다 물건의 품질을 평생 보장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 외에도 세계 각국의 진주를 직접 가공해 장신구를 만드는 곳이 있는가 하면 호주에서 나온 광물을 표본으로 가공하는 곳도 있다. 폴란드에서 이민 온 한 상인은 다양한 재료를 섞어 여러 모양의 장신구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캐시미어도 이곳 시장에서 인기 있는 품목이다. 호주에서 가장 좋은 캐시미어를 취급한다고 선전하는 상점 벨리사 캐시미어(Belisa Cashmere)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의 점퍼나 카디건, 재킷, 스카프, 비니 등을 선보이고 있고, 뜨개질용 실을 원하는 손님을 위해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그 밖에도 호주산 가죽으로 만든 수제 허리벨트와 샌들, 칼집 등을 취급하는 상점이나 어그 부츠와 양가죽 슬리퍼, 모카신 등을 취급하는 상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들 상점들은 호주의 농경문화나 목장문화, 그리고 생활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민자의 나라로 불리는 호주인 만큼, 시장에도 유럽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많다. 그들 가운데는 호주 생활이 30년, 혹은 50년이나 되는 상인들도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은 모국의 문화를 새로운 형태로 변용하고 접목시킨 이국적인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치(Satch)라는 가게의 주인 케빈 시모어(Kevin Seymour)는 이탈리아 태생으로 1960년에 부모와 함께 이민을 왔다. 어린 시절에 건너와 지금은 현지인과 다를 바 없지만 그가 하는 일은 모두 고향과 관련되어 있다. 그는 이 시장에서 20년 동안 고국 이탈리아와 유럽에서 들여온 가죽으로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주중에는 개인 작업실에서 여성용 핸드백과 남성용 벨트, 지갑들을 손수 만들고 주말이 되면 이곳 시장으로 나와 자신의 수공예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한다.
쇼핑센터에서 판매되는 유명 브랜드의 상품 가격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라 할 수 있지만(약 5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 자신의 브랜드 사치(Satch)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높은 그는 자신의 상품에 대해 평생 품질보증을 한다고 자랑한다.
그 밖에도 일본인 이민자가 운영하는 와비사비(Wabi-Sabi)는 직접 만든 일본식 램프를 판매하거나 일본에서 수입한 옷감과 옷(기모노, 유카타, 오비 등), 가방 등을 팔고 있다. 이처럼 올드버스데포 시장에서는 호주 이민역사의 한 단면도 엿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200여 곳에 달하는 각국 대사관과 문화교류 기관들이 캔버라에 밀집한 탓인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진기한 골동품과 해외 공예품을 다루는 상점이 많다는 것이다. 1950~60년대의 복고적인 골동품이나 1970년대에 생산된 듯한 장신구와 시계, 가방을 파는 곳, 의자와 책상 같은 고가구를 취급하는 가게, 찻잔과 접시 같은 식기류 등을 선보이는 가게 등 종류도 꽤 다양하다.
오래된 물건이나 골동품을 수리, 수선해 주는 곳도 있다. 낡았지만 손때가 묻어 익숙한 물건들을 쉽게 놓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수선집이 반갑고 귀중한 존재다. 각국의 오래된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의 문화까지 접할 수 있는 올드버스데포 시장은 또 하나의 작은 세계나 다름없다.
각종 주방용품과 가정용품, 정원용품 가게는 이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집안 공간을 새로 가꾸려는 사람, 또 계절에 따라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곳 상점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기도 한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약간의 수고만으로도 크게 변주시킬 수 있기에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수공예품은 손쉽게 일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이다. 가게 주인이 직접 키운 식물이나 화분도 마찬가지다. 크고 대대적인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일상은 새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버려진 목재로 재활가구나 액자를 만드는 가게, 다리미 매트와 덮개, 빨래 주머니 등 직접 디자인한 세탁용품만 취급하는 가게, 17세기 인도 무역의 영향을 보여주는 프랑스 직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면서 주로 테이블보나 앞치마, 행주 등 주방 용품을 만들어 파는 가게, 화장지 걸이와 화장실 휴지보관함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파는 곳, 국내외의 선인장이나 다육식물, 열매나무, 낙엽수 등 8,000 가지의 식물을 전시하고 필요에 따라 손님들의 정원도 조성해주는 가게 등 실로 그 종류가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있다. 이처럼 올드버스데포 시장은 일상을 바꾸는 변화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올드버스데포 시장을 만들 당시 모나와 다이앤은 어린이를 위한 생활문화공간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 시장에는 어린이를 위한 상품들이 잘 구비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페이스 페인팅(face painting)이다. 페이스 페인팅은 올드버스데포 시장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데 아이들은 이곳에서 각종 문양으로 자신들의 개성을 뽐낸다.
그 밖에도 직접 만든 장난감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각종 이벤트에 사용하는 가면과 모자, 반짝이 등을 취급하는 가게도 있고, 손가락 인형(Puppets) 같은 교구나 각종 문방구, 카드, 책 등을 구비한 상점도 있다. 갓난아이를 위한 부드러운 재질의 장난감이나 인형, 옷을 파는 상점 역시 있다. 어린이들도 어엿한 손님으로 대접을 받는 곳이 바로 올드버스데포 시장이다.
시장에 음악과 그림, 음식이 빠질 수는 없는 법! 캔버라뿐 아니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전문 뮤지션들이 이 시장을 찾아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며 손님들과 호흡하고 있다. 또 지역에서 활동하는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을 직접 설명하며 손님들과 의견을 나누고 교감한다.
초상화, 풍경화, 추상화, 우스꽝스러운 팝아트, 3차원 종이공예, 그림 퍼즐 같은 컵받침 코스터 등 작품의 종류나 작가층도 꽤 넓은 편이다. 예술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조금 의심스럽지만 점성술을 통해 인생을 교감하고 운명을 점치는 곳도 있다.
시장에 음식이 없으면 섭섭하다. 방금 만든 신선한 과일주스와 각종 먹거리 등이 손님을 유혹하는 이곳은 주말 오전에 브런치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찾는 음식 명소이기도 하다. 이민자들의 문화는 음식점에서도 느낄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모국의 다양한 음식을 현지의 입맛에 맞게 내놓고 있다.
그중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가게도 있는데, 프랑스 음식점 위위(Oui Oui)는 이곳에서 13년 동안이나 자리를 지키며 많은 단골손님들을 확보하고 있다. 화이트 소스를 곁들인 구운 치즈햄 샌드위치와 유기농 바게트, 짭짜름한 그레이프 샌드위치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다.
스페인 음식 코너로 가보면 한국의 청양고추처럼 맵지는 않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만만찮을 매운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멕시코 음식으로는 타코와 나초, 버리토스, 토스타다 등이 눈에 띈다. 동남아시아 음식은 색으로 승부한다. 노란색과 녹색, 빨간색의 각종 커리와 스프링롤이 또 다른 이국적 맛을 선사한다.
아프리카 요리도 빠질 수 없다. 매운 고기 커리인 키왓(Keywat)은 에티오피아를 대표하는 요리이며, 다른 한편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채식음식도 팔고 있다. 식사 후에 마시는 에스프레소와 밀크셰이크, 디저트인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은 시장을 떠나는 모든 이의 발걸음을 한결 뿌듯하게 만들어 준다.
이처럼 올드버스데포 시장은 지역민의 아이디어와 필요로 만들어진 시장으로 지금도 지역문화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시장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적어도 10~15년 이상 시장에서 생활해 오고 있는 노점상들의 노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호주의 수도 캔버라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진정한 오지(Aussie)2)의 맛을 체험하기 위해 이곳을 찾게 된 배경에는 시장 상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그 결과 2003~2005년에 호주관광공사로부터 관광소매업(Tourism Retailing)상을 수상했고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입상 경력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이곳에서 전시, 판매되는 갖가지 핸드메이드 상품과 예술, 음식, 그리고 낭만적 만남은 캔버라가 호주의 로컬 문화와 삶을 드러내는 생활공간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