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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위스까지는 당연히 무사 안일한 여행길이야 했다. 하지만 케이시와 데 미안은 서로 다른 이유에서 단순하고 간단한 행운이 그들에게 등을 돌렸다 는 의견에 동의했다. 사건은 텍사스 국경을 몇 마일 앞둔 지점에서 터졌다. 하마터면 기차가 탈선할 뻔했지만 노련한 기관사는 없어진 철로 바로 앞에 서 가까스로 기차를 세웠다. 그 갑작스런 정지로 앞 차량의 승객들이 좌석에 서 튕겨 나갔다. 하지만 케이시는 특별 차량의 푹신푹신한 좌석에 파묻혀 있 었기 때문에 그런 불상사를 면했다. 그녀는 데미안의 안전을 확인한 다음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빠진 철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저편의 우거진 나무 뒤에서 무기를 소지한 일당들이 기차를 향해 달려오는 광경은 놓치려야 놓 칠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자리에 앉아 데미안에게 말했다. 힘 빼요. 열차 강도에 불과하니까. 데미안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동그래졌다. 또 강도 떼가 나타나? 지금 농담하는 거지? 제발 농담이라고 말해주렴. 이 렇게 빨리 다시 강도를 만나다니 정말 드물고도... 이 지역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오. 젠장,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이야? 그가 노발대발했다. 이 지역은 항상 무법자들을 꾀는 꿀단지였소, 데미안. 한 2년 전, 체로키족 이 백인 정착민을 위해 땅을 팔았을 때야 이 지역의 절반이 하나의 주로 승 격되었단 말이오. 그러니 나머지 반은 여전히 인디언 땅이오. 인디언 지역? 왜 그 말은 이제야 하는 거야? 왜요? 그들은 온순한 인디언들이오. 정부에서 인디언들을 이곳으로 이주시 켰지만, 백인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그들을 아무 횡포도 부리지 않았소. 특히 텍사스와 맞붙은 이곳은 임자 없는 땅 으로 알려졌소. 임자 없는 땅? 즉, 백인이나 인디언의 관할이 미치지 않는 무법자의 천국이란 뜻이오. 그 래서 여전히 범죄자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은신처를 두는 거요. 최근 2년 사 이, 정부가 이 지역의 안전을 보장하고 새로운 정착을 후원한다고 해서 무법 자들이 두손들고 쫓겨날 턱이 없잖소. 그런데 왜 그 말을 전에 하지 않았느냐는 말이야? 케이시는 어깨를 들썩인 다음에 씩 웃었다. 말할 필요가 없기를 바랐으니까. 댁의 생각과 달리 열차 강도들이 매일 출 몰하는 건 아니오. 내가 이번 여행에서 산출한 통계는 지금 그 주장과 딴판이야. 데미안은 차량 한구석에 세워뒀던 라이플로 향했다. 케이시가 인상을 썼다. 지금 뭘 하려는 거요?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케이시를 바라봤다. 이번엔 내 돈을 지키고야 말 거야. 오히려 죽음을 부를 확률이 더 높아 보이는군요. 내 의견도 그래. 하지만 그 말은 데미안의 말이 아니었다. 복면을 한 남자가 케이시의 말을 엿듣고 막 문으로 들어서던 참이었다.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 있으면 목숨은 구할 거요, 신사양반. 데미안은 우뚝 멈춰 섰지만 좌석으로 돌아가 앉지 않았다. 당연하겠지만, 분기탱천한 기색이었다. 지금 이 차량으로 들어온 노상강도가 대단히 신경질 적이고 어려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데미안의 꼴이 상당히 우스꽝스러웠 다. 그 청년은 초범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았다. 저 몸집 큰 친구가 너를 덮치지 않을 테니까, 바보 같은 짓은 하지마. 케이시가 말했다. 그녀는 강도를 보고 있었지만 그 말은 데미안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무 슨 말로도 강도의 불안을 달래주지 못했다. 그는 안쓰러울 정도로 권총 든 손을 바들바들 덜면서 데미안과 케이시를 신경질적으로 번갈아 봤다. 그는 겨우 용기를 불러모아 명령했다. 가진 돈을 전부 내놓으면, 순순히 물러가겠다. 돈은 그냥 두고 물러가는 편이 좋을 거다. 케이시가 차분하게 제안했다. 왜? 그 편이 피를 보지 않을 테니까. 케이시는 강도가 데미안 쪽으로 시선을 던지는 모습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몸집 큰 동부인이 더 위험 인물로 보였으리라. 하지만 무시당했다는 점에 대 해 화를 내 지 않고 그 틈을 이용해 쥐도 새도 모르게 권총을 뽑았다. 이번이 벌써 며칠 사이에 강도를 맞는 두 번째 불상사였기 때문에, 케이시 가 총을 쏜 이유는 적의 무장을 해제시키기 위한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 었다. 녀석이 각고의 노력을 거쳐 왼손잡이가 되지 않는 한, 두 번 다시 무 기를 들지 못하도록 놈의 오른손을 정통으로 쏘아 맞혔다. 놈의 무기가 부드럽게 툭 소리를 내며 카펫이 깔린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사방에 피가 튀었다. 처절한 단말마가 터져 나오더니 구슬픈 신음으로 이어 졌다. 복면 위로 드러난 눈동자는 공포와 고통으로 물들었다. 놈은 다른 손 으로 절단된 손목을 가슴팍에 꼭 잡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케이시의 권총은 흔들림 없이 계속 그를 겨눴다. 케이시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바보들이란 몸에 이로운 충고를 무시하기 마련이라니까. 그녀는 버럭 고함을 쳤다. 당장 꺼져! 그는 즉각 그 말에 따랐다. 하지만 케이시는 뒤통수에 대고 다시 소리질렀 다. 그리고 다른 직업을 찾아봐, 카우보이. 너에게 이 직업은 죽음과 직통선이 될 거다. 워낙 놀란 토끼처럼 빨리 달아났으므로, 그는 그 말은 미처 듣지 못했을 것 이다. 케이시는 창문으로 가서 녀석이 패거리와 함께 앙갚음에 나서는 대신 말을 집어타고 달아나는 광경을 확인했다. 녀석은 이미 말꼬리를 휘날리며 수풀 쪽으로 향했다. 잠시 후, 다른 강도들도 열차에서 튀어나와 같은 방향 으로 향했다. 그들이 겁에 질린 동료의 비명을 듣고 도망가는 건지, 아니면 노략질을 끝 내고 후퇴하는지의 여부는 오로지 다른 승객들만이 알 것이다. 바로 그때, 귓전을 때리는 총소리에 케이시는 없는 애까지 떨어질 뻔했다. 도망가게 내버려둬요. 데미안은 그녀에게 살기 등등한 시선을 던졌다. 개똥같은 소리... 그들은 일자리를 잃은 젊은 목동들에 불과해요. 저놈들은 열차 강도들이야. 그는 다시 총을 쏘며 반박했다. 그리고 한마디해두겠어. 너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는 스물일곱 살이나 먹은 성인이야. 그런 내가 쥐방울만한 어린아이의 보 호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라구! 그런 일은 다시 없을 거야. 지금 뭐라고 했소? 케이시가 긴장된 어조로 따졌다. 내 말을 들었을 텐데. 나는 얼마든지 내 한 몸을 지킬 수 있어. 지금부터는 이런 불유쾌한 상황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내가 결정을 내리마. 케이시는 어깨를 들썩이고 자리에 앉았다. 그가 제 한 몸을 지키는 꼴을 보 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라이플을 쏘아댄들 뭐든 맞힐 성싶지 않았지만, 그녀의 탄약을 낭비하는 게 아닌 이상 알 바 아니었다. 케이시는 그가 라이 플을 제대로 잡는다는 사실조차 신기했다. 최소한 개머리판을 어깨에 고정시 키지 못해, 자신의 발등이나 그녀를 쏠 염려는 없었다. 네 발을 연거푸 발사한 후에 그는 한풀이를 마친 듯 케이시에게 고개를 돌 렸다. 하지만 불평불만을 여전했다. 넌 녀석들 중 한 명을 잡았다가 그냥 놔줬어. 도대체 언제부터 네가 범법 자 해방을 주창하게 된 거냐? 딱 한 명의 살인자를 추적하는 일에 고용된 다음부터요. 댁은 저 녀석들을 쫓아가는 일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들지 않소이까? 죽어 마땅한 놈들을 처치하는 데 일 분이면 족해. 케이시는 동부인다운 언사에 놀라는 대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댁의 총알이 빗나간 걸 다행으로 여기슈. 지금이야 화가 나서 그런 말 을 하지만, 진짜 살인을 하면 괴로워하며 땅을 치고 후회할 테니. 그 말에 데미안은 고개를 다시 창문으로 돌리고 만족에 찬 웃음을 지었다. 케이시는 벌떡 일어서서 창 밖을 확인했다. 그가 정말 강도를 쏘아 맞혔을 까? 하지만 그 즈음 열차 강도들은 수평선상에 아른거리는 하나의 점에 불 과했고, 땅에 널브러진 시체는 하나도 없었다. 케이시는 그의 수에 넘어갔음 을 깨닫고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런 내색을 해서 그를 만족시켜줄 생각은 꿈에도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다른 말을 했다. 나는 철로의 손실이 어는 정도인지 보러 가겠소. 케이시는 문 쪽으로 향하다, 데미안의 다음 질문에 발길을 멈췄다. 무슨 근거로 녀석들을 카우보이라고 생각했지? 녀석의 손에는 굳은살이 잔뜩 잡혀 있었소. 목장 일을 꽤 오랫동안 한 목 동들은 다 그런 법이오. 그리고 그놈은 잔뜩 얼어 있었소. 아마 경험이 없거 나.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서 술김에 일을 저질렀을 거요. 대단한 추측이구나, 케이시. 데미안이 비꼬았다. 내가 항상 옳다고는 할 수 없소. 하지만 틀린 적도 드물지요. 케이시는 열차에서 내렸다. 뒤를 따라 내려온 데미안은, 그녀의 넓은 보폭 에 맞추느라 평소보다 발을 재게 놀려야 했다. 너는 항상 이렇게 서두르니? 한참 후에 데미안이 물었다. 케이시는 그를 힐끔 보고 일단 생각한 다음에 대답했다.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그런 것 같소, 아마 내가 서둘러서 성장했기 때문인 듯하오. 흥, 다 자라면 말해주렴. 오늘은 댁의 밸이 꼬일 이유가 없잖소? 참, 나에게 댁을 강도로부터 보호 하지 말라고 했던가? 아마 놈들은 그 말에 좋아라고 박수를 칠 거요. 이제 데미안이 쏘아붙일 차례였지만, 케이시는 더 이상 그녀의 성질을 돋울 기회를 주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기차 앞쪽에 이르자, 승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마침 기관사가, 이미 지나왔던 읍으로 돌아가서 선 로가 수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는 중이었다. 그 말에 데미안은 폭 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케이시는 그의 화를 진정시킬 요량으로 입을 열었다. 이 기차를 타고 움직이겠소, 아니면 다음 읍으로 가서 다른 기차를 타겠 소? 아무래도 후자가 두 배는 더 고생스러울 거요. 하지만 데미안이 가슴을 쓱 내밀고 코방귀를 뀌며 하는 대답에 그의 엉덩 이를 찰 뻔했다. 어서 말을 타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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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