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의 여행일기 (13) 정읍 내장산
가을 단풍을 찾아가는 것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번에는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인하여 단풍은 색이 변하고 떨어져 가을의 끝 또는 초겨울이다. 주된 목적지는 내장산의 내장사와 백양사이었으나, 돌아오는 길에 고창 선운사와 변산 내소사를 거치면서 절간순례가 되었다. 덕분에 주차장과 절까지 걷게 되는 재미있는 산책길을 많이 걷게 되었다.
* 여행일정(2011년 11월 9-10일: 2박3일)
1일: 이천출발 - 대전 현충원 - 대원정 - (백양사IC) - 방장산자연휴양림 - 용궁회관
2일: 내장산 케이블카 - 내장사 - 소문난 전통회관 - 백양사 - 나주진곰탕
3일: 선운사 - 내소사 - 석포가든 - 곰소항 - (정읍) - 이천도착
1. 이천출발 - 대전 현충원 - 대원정
(1) 6.25사변 때 작고한 장인과 장모가 몇 년 전에 대전 현충원에 이장하여 안장되어 있다. 처형과 동서들과 함께 수시로 현충원에서 성묘를 한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대전까지 가는 길에 내장산을 가보기로 한 여행이다.
<대전형충원>
(2) 대전 유성구 지족동에 우리가 가끔 가는 음식점 대원정이 있다. 옛날에는 질이 좋은 소고기숯불구이를 비싸게 팔았으나, 주인이 바뀌면서 일반음식점으로 변했다. 점심시간에는 7천원하는 갈비탕이 5천원이다. 수입갈비로 만들었으나 맛이 괜찮다. (대체로 음식점이란 값이 싸고 맛이 있으면 최고다. 값이 비싸지만 맛이라도 있으면 그 다음이고, 값이 비싸고 맛도 없으면 최하식당이다. 값은 싸지만 맛도 없으면 최악이다.)
<대원정>
2. 방장산자연휴양림 - 용궁회관(풍천장어집)
(1) 동서들은 대구로 돌아가고, 우리는 내장산으로 향했다. 유성IC에서 호남고속도로(25번)로 백양사IC가지 가면된다. 백양사IC에서 고창방면 15번 국도를 따라서 서진하면, 방장산자연휴양림이 있다.
<방장산자연휴양림>
(2) 이제는 낮이 짧아 일찍 해가진다. 휴양림에 짐을 풀고, 민물장어가 유명한 고창 선운사 입구의 장어집(신덕식당, 유신식당, 꺼먹고무신)은 멀다. 휴양림에서 고창방면으로 15번 국도를 따라가면, 석정온천(지금은 수리 중)을 지나, 우측에 용궁회관이 있다. 장어정식 1인분에 22,000원이다. (소문난 집이라서인지 서울보다 싸지도 않다. 작은 장어 한 마리를 쇠접시에 구어서 나온다. 얇고 푸석한 것이 죽은 장어인 것 같다. 살아있는 장어 1Kg에 49,000원하는 이천의 장어공판장보다 택도 없다.)
<용궁회관>
3. 내장산 케이블카 - 내장사 - 소문난 전통회관
(1)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번 여행의 주 목적지인 내장사로 향했다. 휴양림에서 15번 국도를 동진하여, 백양사IC를 지나, 북하면에서 49번 도로를 타고 백양사 입구를 지나서 내장사로 가야한다. 내장사를 가까이 가면 복용재길이 매우 꼬불꼬불하다. 그 복용재의 끝에 우측으로 내장사입구가 있다. 평일인데도 내장사 입구에서부터 차가 밀린다. 내장사 진입로까지 가니 도로를 막고 돌아가란다. 주차장도 마땅한 곳이 없다. 입구에 즐비한 식당 주차장에 주차하고 식사를 하면 된단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들어간 곳이 소문난 전통회관 식당이다. (소문 난 식당이 아니라 식당이름이 그렇다.) 예정했던 한국관, 삼일회관, 한일회관 등은 지나쳤는지 찾을 수도 없다.
<소문난전통회관>
(2) 내장사는 경로대우는 무료이다. 내장사입구를 지나면 내장사까지 30분 정도 걸어가는 길이 있고, 노인들을 위한 셔틀버스(단풍열차) 승강장이 있다. 중형 셔틀버스 3대가 입구에서 케이블카가지 계속 실어 나르지만 20-30분 기다려야 한다. (올 때도 타고 오면 된다.)
<내장사>
<단풍열차>
(3) 케이블카는 1인당 왕복 6천원(편도 4천원)이다. 여기서도 20-30분 줄서기는 마찬가지이다. 정상에서 전망대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데 45분 정도 잡으면 된다. (10여 년 전에는 편도만 끊어서 갔다가, 내려오는 길은 걸어서 왔지만 이제는 안 되겠다.)
<케이블카>
(4) 케이블카 단풍열차 승차장 입구에 내장사로 가는 길이 있다. 걸어서 30분 정도면 갔다 올 수 있다. 내장사는 1300년 전 백제시대의 신앙적 원찰로서 영은사로 창건되었다. 그 후 조선조에 수차에 걸쳐 중창되었으며, 1957년에 현 대웅전이 중건되었다.
<내장사>
(5) 내장사를 둘러보고, 단풍열차로 입구로 돌아와 주차한 소문난 전통식당에서 돌솥산채비빔밥을 먹었다. 그냥 산채비빔밥은 9천원, 돌솥산채비빔밥은 1만원이다. 요사이는 식당들이 비슷한 메뉴에 맛도, 값도 대동소이하다. (번잡한 관광지식당에서 특별히 맛있는 집이 따로 없다. 주차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4. 백양사 - 나주진곰탕
(1) 내장사에서 왔던 49번 도로를 되돌아오면, 북하면에서 백양사로 가는 안내판이 나온다. 길가에는 무화과 판매점포가 많다. (1박스에 2만원을 주고 샀는데, 딴 곳에서는 1만5천원 이하로도 살 수 있다.) 내장사에 비하면 백양사는 주차장은 넓다. 주차료는 5천원이다. 백양사는 경로대우는 입장료는 없다.
(2) 백양사는 1400여 년 전 백제시대에 창건된 고찰로 호남불교의 요람이다. 창건 당시 주위의 암석이 모두 흰색이라서 백암사로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입구에서 백양사로 가는 길목에 시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백양사>
<시화전>
(3) 백양사는 1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휴양림으로 돌아가는 길에 인터넷에서 발견한 백양사역 사거리에 있는 나주진곰탕집이 있다. 저녁을 먹기는 이른 시간이라 2인분을 포장해 휴양림으로 돌아왔다. 1인분에 7천원이다. 휴양림에서 다시 끓여 고기를 넣고, 깍두기와 얼갈이배추김치와 먹었는데 맛이 아주 좋다. 진한 한우 국물에 고기도 맛있는 부위가 고르게 들어있다. (내가 먹어본 곰탕 중에서 국물이 구수하고, 고기도 정갈하여 최고이다. 곤지암의 소머리국밥보다 한수 위다. 70대의 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인데 인심도 좋다.)
(4) 방장산휴양림을 못가서 길가에는 감이 풍년이다. 감 1박스에 2만원, 서리태는 2Kg에 2만원이다. (서울이나 이천보다 크게 싸지도 않다. 다만 현지생산물이라 싱싱하고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5. 선운사 - 내소사 - 석포가든 - 곰소항 - (정읍) - 이천도착
(1) 여행의 마지막 날은 언제나 바쁘다. 아침식사를 남은 곰탕국물에 라면을 끓여먹고 나선다. 선운사와 내소사를 거쳐 곰소항에서 젓갈을 사고 돌아가면 된다.
(2) 휴양림에서 15번 국도를 타고 고창을 지나면 선운사 안내 표지판이 곳곳에 있다. (고창에는 선운사 밖에 없는 모양이다.) 간간히 빗방울이 뿌리지만 큰비는 아니다. 입장료는 없지만 주차료가 5천원이다. 주차장에서 선운사 매표소를 우측을 통해 나가면, 선운사 앞까지 갈 수 있다. (비가 와서인지 차로 갈 수 있도록 통과시켜준다.)
(3) 선운사는 도솔산(선운산이라고도 한다)에 자리한 고찰이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했다는 설과 백제 위덕왕 때 창건되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선운사>
(4) 선운사를 나오니 점심시간도 일러 변산 내소사로 가기로 하였다. 선운사에서 복잡한 시골길을 헤매느니, 선운산IC로 가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즐포IC로 빠지는 것이 쉽다. 즐포IC에서 변산방면으로 30번 국도를 타면 쉽게 내소사 입구까지 갈 수 있다.
(5) 내소사 입구 주차장은 주차시간에 따라 주차료를 받는다. 입차 시에 자동적으로 기록되어 출차 시에 주차요금을 정산하면 된다. (내소사까지 왕복 약 1시간 주차료는 1천원이었다.) 내소사는 입구에서 내소사까지 약 700m의 전나무 숲길이 물건이다. 산책코스로는 최고이다. (숲길에 소나무향이 자욱하여 담배를 피울 엄두가 안 난다.) 변산 내소사는 백제 무왕 때에 창건된 고찰이다. 임진왜란 때 대부분 소실되었으나, 조선 인조 때 대웅보전을 중창하였다.
<내소사>
<전나무숲길>
<대웅보전>
(6) 선운사와 내소사를 둘러보았더니 점심시간이다. 내소사 입구에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내소사에서 곰소항으로 가는 중간에 석포가든이 있다. 바지락칼국수가 6천원, 바지락죽이 8천원, 백합죽이 1만원이다.
<석포가든>
(7) 집으로 가는 마지막 여정은 곰소항에서 김장재료인 젓갈을 사는 일이다. 곰소항을 중심으로 젓갈 집이 너무 많다. 내소사에서 곰소항으로 가는 길에 우측 첫 번째 집(곰소엄마손젓갈집)이 주차하기 좋으며 가게도 크다.
갈치속젓이 작은 병이 1만5천원, 멸치액젓이 2만원, 창난젓이 2만원, 명란젓이 2만원이다. 새우젓은 1만원, 2만원, 8만원(육젓)이란다. (아무리 육젓이라도 8만원은 너무했다.)
* 여행후기
(1) 내장사, 백양사, 선운사와 내소사는 모두 백제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고찰이다. 그러나 내장사는 주차장이 협소하며, 백양사와 선운사는 주차료가 주차시간에 불구하고 모두 5천원이다. 반면에 거의 비슷한 시간을 주차한 내소사는 1천원이다. 경로우대로 입장료는 모두 지불하지 않았지만, 일반인들은 거의 3천원이다. 수많은 관광객들로부터 받는 주차료와 입장료는 누구를 먹여 살리는지 궁금하다.
(2) 여행 중에 식당에서의 음식요금도 서울 음식값을 뺨친다. 무화과와 감, 서리태와 젓갈류 등도 서울의 대형마트의 물가보다 높거나, 양이 부족하다. 거주지 인근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은 앞으로 사지 않아야 하겠다. 앞으로 가능하면 식재료를 준비해서 가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
(3) 유명 관광지를 놀러 가려면, 비싼 유류비, 통행료와 숙박비, 식대와 산지물가는 결국 유명관광지를 기피하는 추세로 이어질 것이며, 현지인들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관광객을 봉으로 보는 습관은 결국 자기의 발등을 찍게 될 것이다. 적절한 가격의 관광을 찾는 외지인들은 물이 흐르듯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질서가 이루어질 것이다. 공동으로 교통편을 이용하고, 침식은 자급자족하며, 유료관광지는 가능한 한 피하게 될 것이다. 우선 국도를 막아놓고 통행료를 받는 봉이 김선달부터 제거하여야 하겠다.
첫댓글 한가득 달린 감과 떨어진 낙엽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느낌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