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내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회한을 씻어주고 소망하는 삶에 대한 만족을 채워주는데 매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제가 살았던 시골에는 한 번씩 가설극장이 들어왔습니다. 아버지는 딸들에게 보여줄 만한 영화를 선정해서 한 두 편씩 관람을 시켜줬습니다. 그 대신 영화 감상문을 써야 했지요. 어린 날에도 커다란 스크린에 캐스트와 스텝들의 이름이 떠오르면 왜 그리도 가슴이 설레였는지 모릅니다.
좋은 영화는 밖으로 영상이 흐르고 안으로는 의식이 흐른다고 하지요. 장예모 감독 장쯔이가 주연한 <집으로 가는 길>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사실 영사모님으로부터 영화 평을 듣고 차오르는 기대감과 흥분을 가라앉히며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설경! 첫장면부터 숨을 죽이고 영화 속에 몰입해 들어갔습니다. 흑백으로 펼쳐진 하얀 눈이 쌓인 설경을 보면서 아름다운 대서사시가 펼쳐지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때 올리버와 제니가 나온 러브스토리를 왜 떠올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눈과 연인은 잘 어울리는 거겠죠.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은 더욱 순수하고 맑아 보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정말 그랬습니다. 현재를 흑백처리하고 과거 회상을 컬러로 처리함으로써 생생하게 다가왔고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장쯔이의 연기가 더 아름답고 신비로웠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불이 난 것처럼 흔들리던 붉은 단풍과 노란 단풍! 장쯔이의 빨간 옷. 거기에 부끄러움이 묻어난 듯한 장쯔이의 순박한 미소. 선생님을 향한 사랑과 열정. 독약처럼 타들어가는 그리움 한 사람을 향한 진실하고 강한 사랑은 추운줄 모르고 눈보라치는 눈밭을 사슴처럼 달리게 만들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순수하면서 열정적인 사랑을 하다가 가는 것도 얼마나 숨막힌 행복일까요?
<집으로 가는 길> 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가치있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곱고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첫댓글 수선화님!
설경하면 1968년도 노벨문학상 받은 일본 가와바타 야스나리 雪國 이라는 소설 내용이 생각납니다
집으로가는길 영화내용을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요 풀록스님 겨울이면 <설국> 소설이 생각나네요.
소설 좋아하시나 봐요.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저희 아버지께서 영화를 무척 좋아하셨답니다
어릴때 어른들 따라 영화관에 다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수선화님의 감동이 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영화감상 후기네요.
서현님 잘 지내세죠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아버지도 영화를 좋아하셨지요.
그래서 딸들에게 영화를 보여줬나봐요.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