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절구 73수
古方추천 0조회 97018.06.07 11:1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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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壄行) -함승경(咸承慶) 淸曉日將出 雲霞光陸離 江山更奇絶 老子不能詩 청효일장출 운하광륙리 강산경기절 로자불능시 맑은 새벽에 해가 장차 뜨려 하니 / 淸曉日將出 구름과 노을빛이 눈부시구나 / 雲霞光陸離 강산이 더욱 기절하니 / 江山更奇絶 이 늙은이 시를 못 짓네 / 老子不能詩 2 즉사(卽事) -길재(吉再) 盥手淸泉冷 臨身茂樹高 冠童來問字 聊可與逍遙 관수청천랭 림신무수고 관동래문자 료가여소요 손을 씻을 맑은 샘이 차고 / 盥手淸泉冷 몸을 덮어 줄 무성한 나무가 높다 / 臨身茂樹高 관동이 와서 글자를 물으니 / 冠童來問字 가히 더불어 소요할 만하구나 / 聊可與逍遙 3 춘흥(春興) -정몽주(鄭夢周) 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 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 춘우세불적 야중미유성 설진남계창 초아다소생 봄비가 가늘어 방울도 듣지 않더니 / 春雨細不滴 밤중에 약간 소리가 나는 듯했네 / 夜中微有聲 눈 녹아 남쪽 개울에 물이 불었거니 / 雪盡南溪漲 풀싹은 이미 얼마나 돋았는고 / 草芽多少生 4 진포 귀범(鎭浦歸帆) -이색(李穡) 細雨桃花浪 淸霜蘆葉秋 歸帆何處落 渺渺一扁舟 세우도화랑 청상로엽추 귀범하처락 묘묘일편주 가느다란 실비에 복사꽃 물결이요 / 細雨桃花浪 맑은 서리에 갈대잎 가을이로구나 / 淸霜蘆葉秋 돌아오는 돛대는 어느 곳에 떨어질꼬 / 歸帆何處落 아득해라 조각 배 한 척 / 渺渺一扁舟 5 한포 농월(漢浦弄月) -이색(李穡) 日落沙逾白 雲移水更淸 高人弄明月 只欠紫鸞笙 일락사유백 운이수경청 고인롱명월 지흠자란생 해가 지니 모래가 더욱 희고 / 日落沙逾白 구름이 옮겨지니 물이 다시 맑아라 / 雲移水更淸 고상한 사람이 밝은 달을 희롱하니 / 高人弄明月 다만 자란생(紫鸞笙) 없음이 흠이로구려 / 只欠紫鸞笙 [주D-001]자란생(紫鸞笙) : 신선이 부는 피리인데, 진자앙(陳子昻)과 이백(李白)의 시(詩)에 있다. 6 정진사(鄭進士) 귀진(龜晉)에게 주다[贈鄭進士龜晉] -권흥(權興) 盛代洪恩洽 幽居野趣長 樵夫猶解事 笑殺不談王 성대홍은흡 유거야취장 초부유해사 소살불담왕 성대의 넓은 은혜 흡족하니 / 盛代洪恩洽 유거에 야취가 더 깊도다 / 幽居野趣長 나무꾼도 오히려 일을 아는지 / 樵夫猶解事 조정 일을 말하지 않음을 웃네 / 笑殺不談王 [주D-001]조정 일을 말하지 않음 : 왕도(王道)를 담론(談論)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벼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7 풍악(楓岳)으로 가는 중을 보내며(送僧之楓岳] -성석린(成石璘) 一萬二千峯 高低自不同 君看日輪出 高處最先紅 일만이천봉 고저자불동 군간일륜출 고처최선홍 일만 이천 봉은 / 一萬二千峯 높고 낮음이 절로 다르네 / 高低自不同 그대 보아라 해돋을 때에 / 君看日輪出 어느 곳이 가장 먼저 붉는가를 / 高處最先紅 8 자적(自適) -이첨(李詹) 舍後桑枝嫰 畦西薤葉抽 陂塘春水滿 稚子解撑舟 사후상지눈 휴서해엽추 피당춘수만 치자해탱주 집 뒤 뽕나무 가지 고운 새싹 트고 / 舍後桑枝嫰 서쪽 언덕맡에 무추잎 빼어나네 / 畦西薤葉抽 봄물이 못에 넘치니 / 陂塘春水滿 아이놈들 배를 저을 줄 아네 / 稚子解撑舟 9 어정(漁艇) -설장수(偰長壽) 撤網群魚急 回舟一棹輕 却從紅蓼岸 齊唱竹枝聲 철망군어급 회주일도경 각종홍료안 제창죽지성 그물을 펼치니 고기떼가 급하고 / 撤網群魚急 배를 돌리매 한 돛대가 가볍다 / 回舟一棹輕 문득 붉은 여뀌풀 우거진 언덕을 좇아 / 却從紅蓼岸 죽지가(竹枝歌) 부는 소리 들리네 / 齊唱竹枝聲 [주D-001]죽지가(竹枝歌) : 죽지사(竹枝詞). 중국 파동(巴東)의 민요(民謠)이다. 10 영매 이수(詠梅 二首) -정도전(鄭道傳) -1 久別一相見 楚楚着緇衣 但知風味在 莫問容顔非 구별일상견 초초착치의 단지풍미재 막문용안비 오랜 이별 뒤에 한 번 서로 만나니 / 久別一相見 깨끗이 치의(緇衣)를 입었구나 / 楚楚着緇衣 다마 풍미가 있음을 알고 / 但知風味在 얼굴이 그릇됨을 묻지 말라 / 莫問容顔非 -2 鏤玉製衣裳 啜氷養性靈 年年帶霜雪 不識韶光榮 루옥제의상 철빙양성령 년년대상설 불식소광영 옥을 새겨 옷을 짓고 / 鏤玉製衣裳 얼음을 마셔 성령을 길렀네 / 啜氷養性靈 해마다 서리와 눈을 띠고 / 年年帶霜雪 봄빛의 영화로움을 알지 못하네 / 不識韶光榮 [주D-001]치의(緇衣) : 경대부(卿大夫)가 사조(私朝)에 거할 때에 입는 옷이다. 12 우제(偶題) -유방선(柳方善) 結茅仍補屋 種竹故爲籬 多少山中味 年年獨自知 결모잉보옥 종죽고위리 다소산중미 년년독자지 띠풀을 엮어 지붕을 깁고 / 結茅仍補屋 대를 심어 울타리로 삼네 / 種竹故爲籬 과히 없지 않은 산중에 사는 맛을 / 多少山中味 해마다 혼자서 깨쳐 가네 / 年年獨自知 13 본국(本國) 해수(海守) 스님에게 드린다[贈本國海守師] -조서(曺庶) 三業水俱淨 一生雲與閑 觀空微一笑 皓月當靑山 삼업수구정 일생운여한 관공미일소 호월당청산 삼업(三業)은 물과 함께 맑고 / 三業水俱淨 일생은 구름과 더불어 한가롭다 / 一生雲與閑 공중을 보고 한 번 미소 짓노니 / 觀空微一笑 흰 달이 청산에 머물렀네 / 皓月當靑山 [주D-001]삼업(三業) : 불교(佛敎)에서 쓰는 말인데, 몸으로 짓는 것[身業], 입으로 짓는 것[口業], 마음으로 짓는 것[意業]을 말한다. 14 춘첩자(春帖子) -강석덕(姜碩德) 靑歸園菜嫰 白放野梅新 圭竇逢佳節 瑤徽賀小春 청귀원채눈 백방야매신 규두봉가절 요휘하소춘 푸른 빛은 원의 채소 싹에 돌아와 곱고 / 靑歸園菜嫰 흰 빛은 들매화를 피워 새로워라 / 白放野梅新 규두에 가절을 만나 / 圭竇逢佳節 요휘(瑤徽)로 소춘을 하례하네 / 瑤徽賀小春 [주D-001]요휘(瑤徽) : 거문고를 말하는데, 요주(瑤柱)에 줄[徽]을 매었다는 말이다. 15 영해당(詠海棠) -성삼문(成三問) 子固不能詩 不能亦何傷 我愛柳仲郢 衣不喜薰香 자고불능시 불능역하상 아애류중영 의불희훈향 자고(子固)는 시를 못 지었다 / 子固不能詩 못하는 것이 무슨 허물이 되랴 / 不能亦何傷 나는 사랑하네, 유중영(柳中郢)이 / 我愛柳仲郢 옷에 훈향을 즐기지 않음을 / 衣不喜薰香 [주D-001]자고(子固) : 송 나라 팽연재(彭淵材)가 말하기를, “오한(五恨)이 있는데, 첫째는 시어(鰣魚)가 뼈가 많은 것, 둘째는 금귤(金橘)이 너무 신[酸] 것, 셋째는 순채(蓴菜)가 성질이 냉(冷)한 것, 넷째는 해당화(海棠花)가 향기가 없는 것, 다섯째는 증자고(曾子固)가 시(詩)에 능하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冷涼夜話》 [주D-002]유중영(柳仲郢) : 당 나라 사람. 그는 검소하여 평생에 의복에 향(香)을 풍기지 아니하였다. 해당화가 향기가 없으므로 이렇게 쓴 것이다. 16 매화를 읊어 서강중의 사가정에 제(題)하여[詠梅題徐剛中四佳亭] -강희안(姜希顔) 白放天寒暮 黃肥雨細時 看兄一生事 太早亦遲遲 백방천한모 황비우세시 간형일생사 태조역지지 하늘 차고 저물 때에 흰 매화 터지고 / 白放天寒暮 가랑비 뿌릴 때 누른 매실 살찌네 / 黃肥雨細時 형의 일생 일을 내가 보노니 / 看兄一生事 너무 이르고 또한 더디고 더디어라 / 太早亦遲遲 [주D-001]형 : 시인(詩人)들이 매화를 매형(梅兄)이라고 쓰는데, 이것은 황정견(黃庭堅)의 〈수선화(水仙花)〉 시(詩)에, “산반화는 아우요, 매화는 형이다[山礬是弟 梅是兄].”한 데서 나온 것이다. 17 문경현 주흘영사에 차운하여[次聞慶縣主屹靈祠韻] -권람(權擥) 祕殿靑山下 陰機白日中 人情聊報祀 神意肯邀功 비전청산하 음기백일중 인정료보사 신의긍요공 신비로운 전각 청산 아래 있으니 / 祕殿靑山下 명명한 신기는 백일 속일세 / 陰機白日中 인정이 그저 제사로 갚는 것이지 / 人情聊報祀 귀신 뜻이 어찌 요공하리요 / 神意肯邀功 18 차 죽산 동헌 운(次竹山東軒韻) -최사로(崔士老) 好雨村村足 溪流岸岸深 飛潛與動植 渾是一春心 호우촌촌족 계류안안심 비잠여동식 혼시일춘심 좋은 비는 마을마다 족한데 / 好雨村村足 시냇물은 언덕마다 깊구나 / 溪流岸岸深 날짐승ㆍ물고기 움직이고 심어진 것이 / 飛潛與動植 혼연히 이 모두가 한봄 마음이로세 / 渾是一春心 19 제 금강 선정(題錦江船亭) -정지(鄭地) 隋家賀若弼 晉室祖將軍 仗劍過江水 期還誓掃雲 수가하약필 진실조장군 장검과강수 기환서소운 수 나라의 하약필(賀若弼)과 / 隋家賀若弼 진 나라의 조장군(祖將軍)이 / 晉室祖將軍 칼 짚고 강물을 건넌 것은 / 仗劍過江水 맹세코 어둔 구름을 쓸고 돌아오길 기약함일세 / 期還誓掃雲 [주D-001]하약필(賀若弼) : 수(隋) 나라 대장 하약필(賀若弼)이 진(陳) 나라를 쳐서 멸망시킨 일이 있었다. [주D-002]조장군(祖將軍) : 진(晉) 나라 조적(祖逖)이 강을 건너면서 중류(中流)에서 돛대를 치며 맹세하기를, “조적이 중원(中原)을 숙청하지 않고는 다시 이 강을 건너지 않으리라.” 하였다. 20 진변(鎭邊)하는 군인의 말을 기록하다[錄鎭邊軍人語五首] -이인복(李仁復) 19-5-042-1 我本農家子 今來戍海壖 每見風色惡 怕上耀兵船 아본농가자 금래수해연 매견풍색악 파상요병선 나는 본래 농군의 아들로 / 我本農家子 이제 수자리 땅에 와 바다를 지킨다 / 今來戍海壖 매양 바람빛이 나쁜 것을 보면 / 每見風色惡 열병선에 오르기를 두려워하네 / 怕上耀兵船 21 深院春光暖 崇臺月影淸 向來歌舞地 戰鼓有新聲 심원춘광난 숭대월영청 향래가무지 전고유신성 깊은 동산에 봄빛이 따뜻하고 / 深院春光暖 높은 대에 달그림자 맑아라 / 崇臺月影淸 지난날 노래하고 춤추던 자리에 / 向來歌舞地 전고는 새 소리를 울리네 / 戰鼓有新聲 22 烽火遙傳警 弓刀卽啓行 休言今賊易 倭俗本輕生 봉화요전경 궁도즉계행 휴언금적역 왜속본경생 봉화는 아득히 경보를 전하는데 / 烽火遙傳警 활과 칼로 곧 출발하네 / 弓刀卽啓行 이번 도적은 쉽다고 말하지 말라 / 休言今賊易 왜놈의 풍속이 본래 삶을 가벼이 여기느니 / 倭俗本輕生 23 慶尙徵兵急 全羅轉粟遲 自從囊褚盡 誰與療朝飢 경상징병급 전라전속지 자종낭저진 수여료조기 경상도에 징병이 급한데 / 慶尙徵兵急 전라도에 군량 운반이 더디다 / 全羅轉粟遲 이로부터 주머니에 돈이 말랐는데 / 自從囊褚盡 누구와 함께 아침 요기를 할거나 / 誰與療朝飢 24 樓上旌旗動 江頭鼓角鳴 終當聞杕杜 免使賦重英 루상정기동 강두고각명 종당문체두 면사부중영 다락 위에 깃발이 휘날리니 / 樓上旌旗動 강 기슭에 고각이 울린다 / 江頭鼓角鳴 마침내 체두(杕杜)를 들리게 하고 / 終當聞杕杜 중영(重英)을 부하는 것을 면하게 하네 / 免使賦重英 [주D-001]체두(杕杜) : 《시경》의 〈체두편(杕杜篇)〉은 병역(兵役)에 갔다가 돌아온 사람을 위로하는 시이다. [주D-002]중영(重英) : 《시경》 〈청인편(淸人篇)〉은 군사가 국경(國境)에서 오래 돌아오지 못한 것을 읊은 시인데, 그 시에 ‘이모중영(二矛重英)’이란 구절이 있다. 25 하제(下第)하여 등제(登第)한 이에게 준다[下第贈登第者] -이공수(李公遂) 白日明金榜 靑雲起草廬 那知廣寒桂 尙有一枝餘 백일명금방 청운기초려 나지광한계 상유일지여 백일이 금방에 비치는데 / 白日明金榜 청운이 초려에 일어나도다 / 靑雲起草廬 어찌 알리요, 광한(廣寒)의 계수나무가 / 那知廣寒桂 아직도 오히려 한 가지 남아 있는 줄을 / 尙有一枝餘 [주D-001]광한(廣寒) : 광한전(廣寒殿)은 월궁(月宮)이니, 과거에 오르는 것을 달 가운데 계수[桂]꽃을 꺾는 것에 비유하였는데, 여기서는 다음 차례에 과거에 오르겠다는 뜻이다. 26 증우인(贈友人) -최림(崔林) 白日有朝暮 靑山無古今 一尊榮辱外 相對細論心 백일유조모 청산무고금 일존영욕외 상대세론심 백일은 아침과 저녁이 있는데 / 白日有朝暮 청산은 예와 이제가 없구나 / 靑山無古今 한 동이 술은 영욕 밖이라 / 一尊榮辱外 마주 대하여 자세히 마음을 논하네 / 相對細論心 27 강구(江口) -정포(鄭誧) 移舟逢急雨 倚棹望歸雲 海闊疑無地 山明喜有村 이주봉급우 의도망귀운 해활의무지 산명희유촌 배를 젓다가 급한 소나기를 만나 / 移舟逢急雨 돛대에 기대 돌아가는 구름을 바라보네 / 倚棹望歸雲 바다가 넓어 땅이 없음을 의심했더니 / 海闊疑無地 산이 맑으며 마을이 보임을 기뻐하네 / 山明喜有村 28 계묘년 겨울에 북정(北征)하는 최원수 영(瑩)을 보내며[癸卯冬送北征崔元帥瑩] -유숙(柳淑) 朔雪關西路 熊羆百萬兵 將軍出塞曲 已是大平聲 삭설관서로 웅비백만병 장군출새곡 이시대평성 눈보라 치는 관서 길에 / 朔雪關西路 곰과 호랑이 같은 백만 병일세 / 熊羆百萬兵 장군의 출새하는 군악 소리 / 將軍出塞曲 이것이 이미 태평의 소식일세 / 已是大平聲 29 벽란도(碧瀾渡) -유숙(柳淑) 久負江湖約 風塵二十年 白鷗如欲笑 故故近樓前 구부강호약 풍진이십년 백구여욕소 고고근루전 강호의 기약을 오랫동안 저버린 채 / 久負江湖約 풍진에 어느덧 이십 년일세 / 風塵二十年 백구도 조롱하는 듯 / 白鷗如欲笑 짐짓 다락 앞으로 가까이 오네 / 故故近樓前 30 홍주(洪州) 집 벽에 쓰다[書洪州家壁] -유숙(柳淑) 自從無始來 生死知幾廻 旁人應眼冷 老物已心灰 자종무시래 생사지기회 방인응안랭 로물이심회 무시 이래로부터 / 自從無始來 나고 죽기 몇 번이나 돌고 돌았는고 / 生死知幾廻 옆의 사람은 응당 냉시하려니 / 旁人應眼冷 늙은 이 몸은 마음이 재와 같네 / 老物已心灰 31 산중우(山中雨) -설손(偰遜) 一夜山中雨 風吹屋上茆 不知溪水長 祗覺釣船高 일야산중우 풍취옥상묘 불지계수장 지각조선고 하룻밤 산중의 비에 / 一夜山中雨 바람이 지붕의 떼를 걷어 갔네 / 風吹屋上茆 개울물이 불은 것은 알지 못하고 / 不知溪水長 다만 낚싯배가 높아진 줄 깨닫네 / 祗覺釣船高 32 제 평릉 역정(題平陵驛亭) -양이시(楊以時) 稻花風際白 豆莢雨餘靑 物物得其所 我歌溪上亭 도화풍제백 두협우여청 물물득기소 아가계상정 벼꽃은 바람 앞에 희고 / 稻花風際白 콩 꼬투리는 비온 뒤에 푸르다 / 豆莢雨餘靑 물물마다 제 멋을 얻었는데 / 物物得其所 나는 시냇가 정자 위에서 노래하네 / 我歌溪上亭 33 안근재의 죽원에 제한 시에 차운하여[次安謹齋題竹院] - 안진(安震) 西堂多後學 風味亦依前 挽袖爭添酒 何輸昔少年 서당다후학 풍미역의전 만수쟁첨주 하수석소년 서당에 후학이 많아 / 西堂多後學 풍미 또한 예전과 같다 / 風味亦依前 소매를 이끌어 술 권하기를 다투니 / 挽袖爭添酒 어찌 옛 소년에게 질소냐 / 何輸昔少年 34 박행산 전지 댁에 제하며[朴杏山全之宅有題] - 홍규(洪奎) 酒盞常須滿 茶甌不用深 杏山終日雨 細細更論心 주잔상수만 다구불용심 행산종일우 세세경론심 술잔은 모름지기 항상 가득해야 하느니 / 酒盞常須滿 차 그릇은 반드시 가득 부을 필요가 없는 것일세 / 茶甌不用深 행산에 하루 종일 비가 오는데 / 杏山終日雨 다시 세세히 마음을 논하네 / 細細更論心 35 기유 삼월 체관 후작(己酉三月褫官後作] -최해(崔瀣) 塞翁雖失馬 莊叟詎知魚 倚伏人如問 當須質子虛 새옹수실마 장수거지어 의복인여문 당수질자허 새옹이 비록 말을 잃었으나 / 塞翁雖失馬 장수(莊叟)가 어찌 물고기를 알리요 / 莊叟詎知魚 만일 묻는 사람이 있거든 / 倚伏人如問 마땅히 자허(子虛)에게 물으라 하라 / 當須質子虛 [주D-001]장수(莊叟)가 …… 알리오 : 장자(莊子)가 혜자(惠子)와 함께 호량(濠梁)에서 고기가 노는 것을 보다가 말하기를, “피라미[鯈魚]가 조용히 나와 노니 이것은 고기의 낙(樂)이로다.” 하니, 혜자가 말하기를, “자네가 고기가 아닌데 어찌 고기의 낙을 아는가.” 하였다. 장자는, “자네는 내가 아닌데 내가 고기의 낙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어찌 아는가.” 하였다. 《莊子》 [주D-002]자허(子虛) : 가공의 인물이다.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자허부(子虛賦)〉는 자허와 망시공(亡是公)과 오유선생(烏有先生) 세 사람의 문답으로 되었는데, “헛 것[子虛]이 이런 것이 없다[亡是公]. 어디 있었으냐[烏有].”라는 뜻이다. 36 우하(雨荷) - 최해(崔瀣) 貯椒八百斛 千載笑其愚 何如綠玉斗 竟日量明珠 저초팔백곡 천재소기우 하여록옥두 경일량명주 후추 8백 섬 쌓아 놓았다고 / 貯椒八百斛 천재에 그 어리석음을 웃었네 / 千載笑其愚 녹옥두 푸른 말로 / 何如綠玉斗 진종일 구슬을 되는 건 어떤가 / 竟日量明珠 목은(牧隱)이 말하기를, “이것은 탐하여 요부(饒富)한 사람을 풍자함이다.” 하였다 [주D-001]후추 8백 섬 : 당 나라 재상(宰相) 원재(元載)가 죽음을 당한 뒤, 가산(家産)을 몰수하니 후추(胡椒)가 8백 섬[斛]이요, 다른 재물도 그렇게 많았다. 37 풍하(風荷) - 최해(崔瀣) 淸晨纔罷浴 臨鏡力不持 天然無限美 摠在未粧時 청신재파욕 림경력불지 천연무한미 총재미장시 맑은 새벽에 겨우 목욕을 마치고 / 淸晨纔罷浴 거울 앞에서 힘을 가누지 못하네 / 臨鏡力不持 천연의 무한한 아름다움이란 / 天然無限美 전혀 단장하기 전에 있구나 / 摠在未粧時 38 용궁에 한거할 때 난계 김득배가 시를 보내 왔으므로 그 시를 차운하여[龍宮閑居金蘭溪得培寄詩次其韻] - 김원발(金元發) 江闊脩鱗縱 林深倦鳥歸 歸田是吾志 非是早知幾 강활수린종 림심권조귀 귀전시오지 비시조지기 강물이 넓으니 물고기가 자유롭고 / 江闊脩鱗縱 숲이 깊으니 지친 새가 돌아온다 / 林深倦鳥歸 전원에 돌아옴만이 나의 뜻이요 / 歸田是吾志 부귀의 위태로운 기미를 일찍 안 건 아니어라 / 非是早知幾 39 원교서(元校書) 송수(松壽)에게 부침[寄元校書松壽] - 곽균(郭㻒) 今朝展淸眺 詩興屬南山 岸幘發長嘯 始知天地寬 금조전청조 시흥속남산 안책발장소 시지천지관 오늘 아침 펼쳐진 맑은 조망에 / 今朝展淸眺 시흥은 남산에 붙였네 / 詩興屬南山 건을 젖혀 쓰고 긴 휘파람 부니 / 岸幘發長嘯 천지 넓은 줄 비로소 알겠네 / 始知天地寬 40 기 금종사 청장로(寄金鐘寺淸長老) - 곽균(郭㻒) 睡起思舊友 擧頭望松山 淸風吹不盡 白雲心自閑 수기사구우 거두망송산 청풍취불진 백운심자한 자다가 일어나 옛 벗을 생각하고 / 睡起思舊友 머리 들어 송산을 바라보네 / 擧頭望松山 맑은 바람은 불어서 다하지 않거니 / 淸風吹不盡 흰 구름에 마음이 절로 한가하구나 / 白雲心自閑 41 광양현 망해루(光陽縣望海樓) - 최사검(崔思儉) 天遠雲帆小 風輕麥浪飜 公餘一登眺 稽首感君恩 천원운범소 풍경맥랑번 공여일등조 계수감군은 하늘이 머니 구름 돛폭은 작고 / 天遠雲帆小 바람이 가벼우니 보리 물결이 번뜩인다 / 風輕麥浪飜 공사의 여가에 한 번 다락에 올라 / 公餘一登眺 느껴워라 임금 은혜 머리를 조아리네 / 稽首感君恩 42 안주에서 정승 김심이 중국에 사신 감을 전송하며[安州送金政丞深上朝] -이계감(李季瑊) 朔雪滿平野 凍雲低古關 聊將一杯酒 出郭送征鞍 삭설만평야 동운저고관 료장일배주 출곽송정안 차가운 눈은 평야에 가득하고 / 朔雪滿平野 언 구름은 옛 관문 위에 낮다 / 凍雲低古關 애오라지 한 잔의 술로 / 聊將一杯酒 성곽을 나가 먼 길 행차를 보내노라 / 出郭送征鞍 43 어전 춘첩자(御殿春帖子) - 조준(趙準) 金闕韶光早 銅壺曉漏遲 五雲含瑞氣 先繞萬年枝 금궐소광조 동호효루지 오운함서기 선요만년지 금궐에 봄빛이 이르니 / 金闕韶光早 동호(銅壺)에 효루가 더디어라 / 銅壺曉漏遲 오색 구름이 서기를 머금어 / 五雲含瑞氣 먼저 만년지(萬年枝)를 둘렀네 / 先繞萬年枝 [주D-001]동호(銅壺) : 누수(漏水)를 만들 때에 밑에 물 담는 것을 호(壺)라 하는데, 구리쇠로 만들었다. [주D-002]만년지(萬年枝) : 송 나라 휘종(徽宗)이, ‘만년지 위에 태평작[萬年枝上太平雀]’이란 제목으로 선비들에게 시험을 보이니 합격한 자가 없었다. 어느 사람이 비밀리에 내시(內侍)에서 물었더니 곧 “동청수(冬靑樹)이다.” 라고 하였다. 축수(祝壽)하는 의미로 시에 쓴 것이다. 44 대관전(大觀殿)어좌(御座) 뒤 병풍의 무일도(無逸圖) 위에 쓰다[書大觀殿黼座後障無逸圖上] - 김양경(金良鏡) -1 輅重駑馳短 天高鶴戀長 舊衣經幾濯 猶帶御爐香 로중노치단 천고학련장 구의경기탁 유대어로향 노가 무거우니 노마의 달림이 더디고 / 輅重駑馳短 하늘이 높아서 학의 그리움이 길다 / 天高鶴戀長 헌 옷을 몇 번이나 빨았던고 / 舊衣經幾濯 오히려 어로의 향로를 머금었네 / 猶帶御爐香 -2 園花紅錦繡 宮柳碧絲綸 喉舌千般巧 春鶯却勝人 원화홍금수 궁류벽사륜 후설천반교 춘앵각승인 동산의 꽃은 붉은 비단이요 / 園花紅錦繡 궁전의 버들은 푸른 실마리어라 / 宮柳碧絲綸 목청이며 혀 굴리기 천 가지 재주에 / 喉舌千般巧 봄꾀꼬리가 도리어 사람보다 낫구나 / 春鶯却勝人 [주D-001]헌 옷을 몇 번이나 빨았던고 : 임금은 옷을 새 것만 입고 다시 빨아 입지 않았는데, 검소한 임금은 헌 옷을 빨아 입은 이가 있었다. [주D-002]실마리[絲綸] : 임금의 말[王言]에 비유한 것으로, 앞에 주석(註釋)이 나왔는데, 여기서는 실처럼 늘어진 버들개지를 거기에 비유하였다. 45 변산 로상(邊山路上) - 이규보(李奎報) 旌旗光客路 鼓角壯人心 野鼠跳藏竹 驚麕走覓林 정기광객로 고각장인심 야서도장죽 경균주멱림 정기는 손의 길을 빛내고 / 旌旗光客路 고각은 사람 마음을 장하게 하네 / 鼓角壯人心 들쥐는 대숲에 뛰어들어 숨는데 / 野鼠跳藏竹 놀랜 노루는 숲을 찾아 달아나네 / 驚麕走覓林 46 절구 두운(絶句杜韻) - 이규보(李奎報) 曲塢花迷眼 深園草沒腰 霞殘餘綺散 雨急亂珠跳 곡오화미안 심원초몰요 하잔여기산 우급란주도 굽은 언덕길에 꽃이 눈을 어지럽히고 / 曲塢花迷眼 깊은 동산엔 풀이 허리까지 파묻네 / 深園草沒腰 놀이 늦으니 흩어진 비단 자락이요 / 霞殘餘綺散 비가 급하니 어지러운 구슬이 뛰네 / 雨急亂珠跳 [주C-001]절구 두운(杜韻) : 두운이란 두보(杜甫)가 지은 시의 운(韻)을 그대로 쓴 것이다. [주D-001]놀[霞]이 …… 자락이요 : 사조(謝眺)의 시에, “여하산성기(餘霞散成綺)”라는 귀절이 있다. 47 북산 잡제(北山雜題) - 이규보(李奎報) -1 欲試山人心 入門先醉奰 了不見喜愠 始覺眞高士 욕시산인심 입문선취비 료불견희온 시각진고사 산에 사는 이 마음을 시험코자 하여 / 欲試山人心 문에 들어 먼저 주정해 보네 / 入門先醉奰 기뻐하고 불평함을 나타내지 않으면 / 了不見喜愠 비로소 알았네 참으로 고사임을 / 始覺眞高士 -2 高巓不敢上 不是憚躋攀 恐將山中眼 乍復望人寰 고전불감상 불시탄제반 공장산중안 사부망인환 높은 산꼭대기를 감히 오르지 않는 것은 / 高巓不敢上 오르기 고된 것을 꺼리는 게 아니라 / 不是憚躋攀 산중의 눈에 잠깐 다시 / 恐將山中眼 인환이 바라보일까 두려워함일세 / 乍復望人寰 -3 山花發幽谷 欲報山中春 何曾管開落 多是定中人 산화발유곡 욕보산중춘 하증관개락 다시정중인 산꽃이 깊은 골짜기에 피어 / 山花發幽谷 산중의 봄을 알리려 하네만 / 欲報山中春 피고 지는 것을 누가 일찍이 주관하랴 / 何曾管開落 사람은 정 가운데 들 때가 많은 것을 / 多是定中人 -4 山人不浪出 古徑蒼苔沒 應恐紅塵人 欺我綠蘿月 산인불랑출 고경창태몰 응공홍진인 기아록라월 산에 사는 사람이 함부로 나들이 않으니 / 山人不浪出 옛 길이 사뭇 푸른 이끼에 파묻혔네 / 古徑蒼苔沒 응당 겁내리라 티끌 세상 사람을 / 應恐紅塵人 나의 녹라월을 침벌할세라 / 欺我綠蘿月 48 만망(晩望) - 이규보(李奎報) 李杜嘲啾後 乾坤寂寞中 江山自閑暇 片月掛長空 리두조추후 건곤적막중 강산자한가 편월괘장공 이태백ㆍ두자미 지껄이고 간 뒤에 / 李杜嘲啾後 건곤은 적막한 속일세 / 乾坤寂寞中 강산이 절로 한가한지라 / 江山自閑暇 조각달이 장공에 걸렸네 / 片月掛長空 49 즉사(卽事) - 이규보(李奎報) 靜戶風開幔 明窓日弄塵 屋烏啼孝子 簷燕舞佳人 정호풍개만 명창일롱진 옥오제효자 첨연무가인 고요한 문에 바람이 장막을 열고 / 靜戶風開幔 밝은 창에 햇살이 티끌을 희롱하네 / 明窓日弄塵 지붕의 까마귀는 효자가 울고 / 屋烏啼孝子 처마 끝의 제비는 가인이 춤추네 / 簷燕舞佳人 [주D-001]지붕의 까마귀는 효자 : 까마귀 새끼가 자라면 먹을 것을 물어다가 도로 제 어미를 먹이므로, 반포(反哺)라 하여 효조(孝鳥)라 칭한다. [주D-002]처마 …… 춤추네 : 한 성제(漢成帝)의 후(后)인 조비연(趙飛燕)이 몸이 가벼워서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추었다. 50 한중 잡영(閑中雜詠) - 석원감(釋圓鑑) -1 捲箔引山色 連筒分澗聲 終朝少人到 杜宇自呼名 권박인산색 련통분간성 종조소인도 두우자호명 발을 걷고 산빛을 끌어들이며 / 捲箔引山色 대통을 이어서 샘물소리를 나누다 / 連筒分澗聲 아침 내내 이르는 사람 드무니 / 終朝少人到 뻐꾸기는 스스로 제 이름을 부르네 / 杜宇自呼名 -2 山靑仍過雨 柳綠更含煙 逸鶴閑來往 流鶯自後先 산청잉과우 류록경함연 일학한래왕 류앵자후선 산이 푸르구나 막 비가 지났고 / 山靑仍過雨 버들은 푸르러라 다시 연기를 머금었네 / 柳綠更含煙 학은 한가로이 오고가누나 / 逸鶴閑來往 흐르는 꾀꼬리는 절로, 먼저 울거니 나중 울거니 / 流鶯自後先 -3 溪喧山更寂 院靜日彌長 採蜜黃蜂鬧 營巢紫燕忙 계훤산경적 원정일미장 채밀황봉료 영소자연망 냇물 소리 시끄러우니 산이 다시 적막하고 / 溪喧山更寂 마을이 고요하니 해가 더욱 길구나 / 院靜日彌長 꿀 따노라 누른 벌은 붕붕거리는데 / 採蜜黃蜂鬧 집 짓기에 자줏빛 제비는 바쁘다 / 營巢紫燕忙 51 시제자(示諸子) - 조인규(趙仁規) 事君當盡忠 遇物當至誠 願言勤夙夜 無忝爾所生 사군당진충 우물당지성 원언근숙야 무첨이소생 임금을 섬기는 덴 마땅히 충성을 다할 것이니 / 事君當盡忠 사물을 대하여선 마땅히 지성스러울지라 / 遇物當至誠 바라노니 밤낮으로 부지런히 닦아 / 願言勤夙夜 낳아 준 아비를 욕되지 않게 하라 / 無忝爾所生 52 가을날 배를 띄운다[秋日泛舟] - 오한경(吳漢卿) -1 海霧晴猶暗 江風晩更斜 滿汀紅葉亂 疑是泛桃花 해무청유암 강풍만경사 만정홍엽란 의시범도화 바다 안개는 개도 오히려 어두운데 / 海霧晴猶暗 강바람은 늦게 다시 비끼누나 / 江風晩更斜 물가에 가득히 단풍잎이 흩어진 것을 / 滿汀紅葉亂 복사꽃이 떠 오는가 의심하였네 / 疑是泛桃花 -2 水鳥浮還沒 沙洲直復斜 傍舟山展畫 迎棹浪生花 수조부환몰 사주직부사 방주산전화 영도랑생화 물새는 떴다가 도리어 잠기는데 / 水鳥浮還沒 사주는 곧다가 비뚤었다가 하네 / 沙洲直復斜 배 가까이 산이 그림을 펼치고 / 傍舟山展畫 돛대를 맞아 물결이 꽃을 일으키네 / 迎棹浪生花 [주D-001]복사꽃이 떠 오는가 : 무릉도원(武陵桃源)의 고사(故事)를 연상한 것인데, “어부(漁父)가 냇물에 복사꽃이 떠 오는 것을 보고 물을 따라 올라가서 선경(仙境)을 발견하였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