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화가의 입지를 세우는 방법(길)

[雪村(정하정)]

우리나라에서 화가의 입지를 세우는 방법(길)

(예수의 탄생 / 김기창 화백 작품)

우리나라에서 화가의 입지를 세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길은...

* 첫째는 유명공모전에서 큰 상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화단의 소위 정통인들 사이에서는 인정하지도 않는다.

비전문인들 사이에 대우가 아주 약간 달라지는 효과가 좀 있을 뿐...

참고로 알아둘 것은 과거 국전이나 미술대전 특선 이상 수상자 중에 화가로서의 성공한 경우는 5% 이내라는 조사결과다.)

* 둘째는 유명 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하는 길이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이 것 역시 화가로서의 성공율이 일류나 이류를 막론하고 공히 1~2%대에 불과하다.

특히 70년대 이 후로는 각 미술대학에 여자학생수가 급증하였으나 그들중 대부분은 이른바 규방작가로 그치고 만다....

그렇지만, 그들은 순수와 비순수를 구분하는 안목을 갖추고는 있는 터라 후일에 미술품 매입의 주류가 되어지는,

미술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유익이 되어지긴 한다.)

(유학을 하는 경우도 있겠는데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대한 사대사상이 옛부터 깊어 어느정도의 효과를 얻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대학교 강의자리를 얻는데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 더 좋은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 같지는 않다.)

 ( 개망초꽃군 / 공장 앞 공터에서 )

* 셋째는 이합집산하는 순수미술 그룹전에 참가하며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공인받아 가는 길이다.

(실제로 많은 순수화가들이 이 길을 따르고는 있으나,

작가들 상호간 알게 모르게 아류나 지명도에 따라 상당히 배타적이어서

초보화가가 역량있는 전시회에 참여하기는 쉽지않다...

실제로 초보화가가 끼여 있으면 이미 공인된 작가들은 참가의사를 철회하기까지 한다.)

  ( 고려백자매병 / 고려시대 )

이와 같은 길을 따라 어느 정도 성장하였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초보작가는 물론 

중견작가의 것이라 할지라도 순수회화작품의 판매는 거의 없어, 경제독립은 아예 불가능한 형편이다.

따라서, 작가들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주로 그 아르바이트 자리는 대입학원 강사 혹은 미술관련 대학교 강사직이라도 할 수 있으면 그 건 최고급 일자리이며

그보다 못한 곳에서라도 일해야만 하는 형편일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생계비 조달을 위해 가족들의 처절한 희생이 뒷받침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제반 여건상 전업작가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행히(?) 이상스럽게도 대학교수의 작품이라면 비교적 좋게 평가를 해주는

기형적 풍토가 조성되어 있어서(여타 선진국의 경우는 교육가와 화가의 구분이 분명하다.)

교수작가들의 생활과 연구비 조달에 그나마 크게 도움이 되어지긴 하는데,

실은 이러한 점들은, 작품수준으로 값을 매기지 않고 작가의 이름으로 값을 매기는 요인 등과 함께 속히 시정되어야 할

사회적인 큰 문제거리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 칼럼 이웃지기님인 미술사랑님과 같이 학교 교사로 뛰는 길도 있기는 하네여...

(서울 한영고등학교의 지영섭 선생, 대구 경북고등학교의 조홍근 선생 같은 분 등등 교사로 뛰면서 성공한 분들도 많으시군여! )

  ( 밀레의 만종 원작 / 원작에는 바구니 속에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죽어간 어린 아이의 시신이 담겨 있어서,

부활의 소망을 믿으며 하나님께 기도하는 모습이었다고 하는데, 후에 죽은 아이를 빼고 다시 제작되어 오늘에 이르는 그 유명한

밀레의 만종이 되었다. / 자세한 설명:본 칼럼의 명화갤러리 '밀레의 만종과 부활신앙' )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 소위 정규코스의 학습을 받지못한 독학파 작가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구매자의 기호에 맞춰서 산수화 화조화 등등 상품을 제작하여 호구지책으로 삼게 하는 배경이 되어지기도 한다.

현재, 화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순수미술가들은 이렇게 숱한 어려움과 경쟁을  뚫어낸 능력자들인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나라의 미술 수준이 이렇듯 공히 선진대열에 들어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04년 설촌-

[비비추]

맞습니다 설촌님...숱한 어려움과 역경을 딛고 경쟁에서 승리한 분들입니다 화가들도 시인들처럼 창작을 해야 하니 모든 분들이 대견스럽습니다

[雪村(정하정)]

경쟁없이 그냥 창작생활만 하는 게 젤루 마음두 뱃속두 편한 거 같습니다^^!(저의 아픈 경험담입니다.)

[허돌]

한때, 화가들과 교분이 좀 있었는데...각종 미술대전에 심사위원과 위원장이 누구냐에 따라....대상과 특선자는 누구가 될 것이라 예상을 하고 그대로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느 분야나 그러한 현상은 있게 마련이지만 이쪽은 좀 더 심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한 가지 만타까운 점은 위대한 화가들은 대부분... 본인이 생존시에는... 가난에 고통 받는 것이더군요....자상한 설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