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0일(토) 다시 온 낙동정맥 정기산행일입니다. 한 달 만에 종주산행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몸이 다시 힘든 산행을 겪어야 하는 걱정이 솟아났지만 날이 궂지 않아서 좀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단체 카톡방을 들어가 보니 아침부터 총산회장 31정용식님의 낙동정맥 종주를 지원하는 글이 나와 있어 힘을 북돋아 주었습니다.(총산회장님의 물심양면 지원에 대해 지면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양재역에 도착하여 2번 출구를 나가니 여느 달처럼 약속한 버스가 먼저 와서 기다립니다. 버스와 기사가 자꾸 바뀝니다.(예전 유기사가 그리워집니다.) 7시 10분 쯤 10인의 과소인원으로 출발하여 경부고속도로에 설치된 간이정류장인 동천역 정류장에서 4인을 더 태워서 총인원이 14인이 되었습니다.
참석자 : 16조준희, 23양수석, 24이규성, 25안철준, 25최원일, 29윤호철, 30박형열, 30정경원, 31신윤수, 35정광윤, 39김대휴, 39김범구, 39이경초, 45박용철(14 인)
동천에서 14인이 다 모인 후 버스내에서 제가 오늘 산행에 대해 설명하고 어려운 문제로서 초장에 골프장을 어떻게 통과할지에 대해 걱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산길샘의 선답자 트랙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드렸습니다.(결국 산행 초기에 골프장 통과에 애를 먹었습니다.)
양재역을 떠난 버스는 여러 개의 고속도로를 거쳐 경부고속도로상 통도사IC에서 내려온 후 곧 현대차 출고장 부근의 지경고개를 악간 지난 공터에 도착했습니다.(11:30) 약 4시간 반이나 걸리는 먼 장소까지 온 것입니다. 지난 2019년 10월 통과했던 영남 알프스 산줄기 위에 보이는 영취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11:34, 지경고개로 가서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산행을 시작하려 GPS(산길샘)의 트랙을 따라가려는데 골프장(통도파인이스트CC) 안으로 들어가는 곳에 새 건물이 세워지고 절벽이 생겨 길이 막혀 버립니다. 길을 조금 우회하여 트랙이 향하는 대로 가는데 언덕과 숲이 가로막습니다. 알고 보니 골프장이 주변보다 높고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인데 숲을 헤치고 언덕을 오르며 힘을 들여서 골프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골프장은 36홀이나 되는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는데 경관이 좋았고 드문드문 골프를 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각 홀 코스당 두 팀 정도가 골프를 하며 전동 카트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골프장 안에서는 13번홀 코스와 14번홀 코스 사이로 길을 찾았고 15번홀 코스 옆을 따라가다가 다시 4번홀, 5번홀 코스를 따랐습니다. 5번홀 코스에서는 남쪽으로 카트 길을 따라 가는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길옆의 산 쪽으로 올라가서 길과 평행으로 움직여야 하기도 했습니다. 6번홀 코스는 페어웨이를 건너야 해서 게임하는 사람들이 공을 치고 나서야 건널 수 있었습니다. 이러는 동안 팀이 둘로 갈라져 무전기로 교신하며 전진했습니다.(무전기의 음성이 분명하게 들리지 않아 휴대전화로 보완하기도 했습니다.)
14번홀의 코스를 지나서 길은 90도 꺾여 동쪽으로 15번홀 코스를 따라 갔는데 길을 2번이나 잘 못 들어서 혼란이 왔습니다. 잠깐 정지해서 GPS의 트랙을 자세히 적용해 보니 여기부터는 골프장을 벗어나 언덕 위 숲속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다행히 숲속에는 희미하게나마 길이 나있어 그 길을 따라 전진했습니다. 그러나 길을 발견한 나머지 GPS에 의존하지 않고 걷다보니 트랙에서 멀어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트랙 쪽으로 가기 위해 숲을 헤치고 능선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그랬더니 뚜렷한 원래 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후미 팀을 만나기 위해 멈추고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은 이미 오후 1시반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GPS를 보니 골프장을 통과하며 4.9km를 왔는데 약 2시간이 걸린 셈이었습니다.(골프장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그 안에서 길을 잃기도 하였지만 골프장 안은 거의 평지여서 운행속도는 시간당 약 2.5km로 나쁘지 않고 산에서의 속도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식사를 하는 중에 후미 팀도 도착하여 다시 모두가 한데 모였습니다. 몇 종류의 술을 나누어 마시며 식사를 끝내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14:23) 여기서 부터는 길이 분명하여 길을 못 찾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길은 숲을 나와 솥발산 공원묘원으로 들어섰는데 포장도로가 산정을 향해 가파르게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경사로를 따라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다시 힘을 들여 작은 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야 했습니다. 경사지에 빽빽하게 들어찬 묘지는 나무나 숲이 없이 노출되어 있어 보기에 과히 좋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산정 근처에서 길은 포장도로에서 좌측 숲속으로 올라가는 산길로 변화하며 그 지점에 표지기가 정맥길 임을 알려주고 있었기에 그 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작은 산을 넘어가니 시야가 열리며 또 하나의 공원묘원(삼덕 공원묘원)이 나타나고 포장도로가 개설된 곳으로 정맥길이 가고 있었습니다. 잠시 휴식 후 큰 길따라 올라가는 길에 “천주교인의 쉼터”라는 묘원도 나타났습니다.
포장도로를 따라 작은 언덕을 넘어가자 길은 다시 숲속의 좁은 길로 변하고 시야가 줄어들어 답답해졌습니다. 정족산이 멀지 않은 것 같은데(1km 남짓) 몸이 지쳐 옵니다. 드디어 이정표가 나오는데 정족산 100m 전이라고 합니다. 좁은 숲길을 헤치고 올라가니 정족산 산정을 이루는 바위가 나타났습니다.(16:51)
먼저 나타난 바위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고 조금 떨어진 바위에는 정상석이 서 있는데 높이 표시가 700.1m였습니다.(이 높이 표기는 잘 못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산하”에서 확인한 높이가 748m였고 현장에서 GPS로 확인한 바로도 극 솟높이가 700m가 넘고 있어서 748m가 맞는 것 같습니다.)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 바위의 아랫부분은 비좁아서 움직이기에 조심해야 해서 모두가 아닌 몇 사람씩 어울려 기념사진을 찍어야 했습니다. 정상에서 둘러보는 사방의 경치가 해서 훌륭했고 그 사실을 기념하려고 동영상을 하나 찍었습니다.
이제부터 내려가는 길인데 좁은 길이 급하게 하강합니다. 한참을 내려가니 임도를 만났고 여기부터 계속해서 임도로 가게 됩니다. 넓고 경사가 약해서 걷기에 편했지만 조금만 상승하는 곳을 지날 때는 힘이 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만큼 체력이 저하된 셈입니다. 낙동정맥과 탈출로가 갈라지는 주남고개에 도착했습니다.(18:05)
정맥길을 버리고 영산대학교를 향합니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길에 실금이 많이 가 있고 낡았습니다. 구불거리는 길을 2km 정도나 내려가야 하는데 지친 몸으로 가려니 지루하고 피곤했습니다.(다음 번에 다시 이 길을 올라와서 정맥길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또 고생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에 힘이 빠져서인지 지루하게 길이 끝나지 않고 한없이 계속된다 생각했지만 약 25분 후에는 양쪽 숲 사이로 대학교의 건물 하나가 보여서 하루의 산행이라는 고행이 끝나고 고생의 끝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곧 영산대학교 경내로 들어가 중앙도서관 앞에서 호출한 우리 버스를 기다렸다가 탈 수 있었습니다.(18:28) 약 7시간 산행을 하고 도착한 시각이 오후 6시 반으로 다른 때보다는 조금 늦은 시각입니다.
버스기사가 찾아 둔 대학 인근의 “맛골”이라는 음식점에서 녹돈 불고기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음식점에서 막걸리는 준비하지 않고 있어서 소주와 맥주로 건배하며 피로를 풀었습니다.(다행히 불고기 1인분에 9천원으로 음식값이 싼 편이었고 맛도 괜찮았습니다. 다음 달에도 이용할 확률이 높습니다.)
19:22, 음식점 맛골(경남 양산시 주남동 251-1)을 떠난 버스는 속력을 내서 부지런히 서울로 왔지만 출발이 늦었기에 밤 11시 40분 경이나 되어서야 서울 강남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힘은 들었지만 별 사고 없이 하루 산행을 끝나고 무사히 출발지로 돌아와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저는 산행 후 감기에 걸려서 며칠 고생을 했습니다.)
- 후기 -
여느 때처럼 산행을 기념하는 시를 하나 썼습니다. 산행하는 중에 마침 공원묘원에 들어차 있는 수없이 많은 묘를 볼 수 있었고, 보통 때와 달리 죽은 이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낙동정맥 29차 산행에 부쳐]
지경고개 떠나니
골프장이 막아선다
종주길을 끊어놓는
고급운동의 횡포
골프장 결을 따라
지혜로 통과하고
정족산 향하는데
죽은 이들이
이리도 많았던가
솥발산 공원묘원
삼덕 공원묘원
천주교인의 묘지
망자들 천국인가
빼곡히 들어찬 비석들
정맥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
낙동을 걷는다 함은
죽은자들과도
연대하는 일이다
생사로는 저 쪽에도 있음에
옷깃 여며야지
오늘이야말로
그들이 그토록 살기 원했던 날
우리 허투로 보낼수 없어
가치있는 산행에
하루를 바친다
낙동은 가 볼만한 길
죽은이들마저 와보라고
건각을 부르니
우리가 응답했다
700넘는 정족산 올라
일망무제 신라땅 보니
우리가 높은 자리에 서있음을
이제야 알겠노라
(카펜터즈를 소환)
I'm on the top of the world
lookin' down on creation
하산길도 쉽진 않다
영산대학까지
인고의 5km
참는자에게 복이 있다
이렇게 이렇게
우리는 전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