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재씨.
점심밥은 잘 챙겨 드셨나요? 저는 새벽 티져를 보고 오타쿠들과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다가 실험실을 가느라고 쪽잠을 자버려 이 시간 (저녁 10시)까지 낮잠을 자버렸습니다. 가끔 내 친구들이 미국 사는 것 아니고 파주에 있는 영어마을에 살고있는 것 아니냐고 그래. 미국 시차에는 언제쯤 살거냐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니. 우리 아들이 한국에 있는데 엄마가 물리적으로 못가면 이렇게라도 가야지. 영재씨는 점심은 드셨나요? 밥 잘 챙겨먹고, 간식도 많이 챙겨먹고. 너무 라면만 먹지 말고.
저의 오늘은 눈 떠있는 하루 종일 티져 생각 뿐인 하루였습니다. 옛날에 WHY?성 책을 처음 본 날 같아요. 너무 자극적이라서 내가 이렇게까지 그 생각만 해도 되나? 생각이 들고, 그런 사진이 있는 페이지만 보느라고 책 제본 부분이 너덜너덜해져서 자극적인 내용이 있는 곳이 자동으로 펼쳐질 만큼 닳도록 보던 그 시절. 20년이 지난 지금, 저는 또 똑같은 짓을 하고있습니다. 자극만 좇고, 혼자 상상하면서 헤죽거리고. 저는 하나도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어제 티져 사진을 보고 술 먹은 것 처럼 편지를 썼더라고요. 기억은 있는데, ..자세한 기억은 안나는. 딱 술먹고 한 실수같은 느낌입니다. 제가 덕질 일기장을 따로 쓰지 않아 어디 말할 곳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영재씨는 술주정 잘 받아주시나요? 잘 받아주신다면 그 경험을 살려 절 #견뎌 주시고, 잘 못하신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배워보세요. 이게 무슨 도움이 되냐고 물어본다면, 할 말은 없다. 도움 안돼. 도망가, 영재야. 엄마는 너에게 도움되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도움되는 사람을 가까이 두도록 해.
요즘은 컴백 준비로 영재씨가 생각이 많을 것 같습니다. 티져가 하나도 뜨지 않았을 때에는 혹시나 반응이 안좋으면 어떡하지하는 불안한 마음도 가졌었으려나요, 불확실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요. 티져가 하나 씩 풀리고 있는 지금, 팬들의 반응을 보며 준비했던 몇 달간의 노력에 뿌듯해하고 계셨으면 좋겠네요. 영재야, 이렇게 예쁘면 미리 말을 좀 해주지. 어떻게 그렇게 호들갑 안떨고 잘 참았니. 나같으면 우리 이번에 컨셉 죽여준다고 현수막 뽑았을텐데, 우리 영재는 참을 줄도 알고, 멋지게 성장했구나 우리 아들. 어른이네, 어른. 앞으로 2주 안남은 시간, 연습에 만전을 가해 좋은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들, 잘 하고 있으니까 불안해할 것 없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은 속만 아려, 너무 전전긍긍하는 주간은 아니었으면 좋겠네.
선인장은 사막이 좋아서 사막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 선인장을 아직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사는 것이다. 사막에 사는 식물은 어떤 식물이라도 사막에서 가지고 나오면 더 잘 자란다.
랩 걸
저도 사실 11월 첫 주에 큰 시험이 있거든요. 매일이 시험이지만, 11월 첫 주에는 정말 제 2년이 담긴, 큰 시험. 나름 덕질도 줄여가며 열심히 공부 중이야. 큰 시험을 앞고 몸과 마음이 지친 즈음에 저 글을 읽으니까 앞으로 나갈 힘이 다시 차더랍니다. 지금은 사막같이 퍽퍽하고 뭐 같은 삶이라고 생각들지 몰라도 여기서 견디고 살아남으면 이 뭐같은 세상 바깥에서는 날개를 펼칠 수 있을거라는 생각. 저의 경우는 계속된 공부가 사막일테고, 영재씨의 경우에는 컴백을 하기 전의 영재씨일까요. 그래미를 타기 전까지의 영재씨일 수 있고. 지금 생각해보니 영재씨는 뚜렷한 목표를 잡기보다 지금에 충실하자고 생각하는 편이라 저 글이 안와닿을 수도 있으려나? 그래도 현재(not TBZ)의 힘든 시간이 지나면 좋운 일만 있을고라고 생각하면 힘이 나니까, 글은 남겨둘게요.
늘 하는 말이지만 서로의 청춘일 때 만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서로의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제가 영재씨를 보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한 만큼 영재씨도 별 것 아니지만 제가 보낸 응원으로 힘을 받았으면 해요. 내가 오늘 많이 벅찬가보다, 왜 이렇게 호들갑떠는 말만 하니. 영재야, 오늘 니 티져사진 뜨면 좋아서 죽고싶을거고 안뜨면 기다리다가 사망한거다.
자꾸만 영양가없는 소리를 해대서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할 일도 많고요. 영재씨가 열심히 사는 만큼 저도 열심히 살아야죠. 오늘 열심히 공부하고 정해둔 분량을 다 끝내면 제 자신에게 배틀로얄을 다시 볼 수 있는 상을 주려고 합니다. 다 보면 혼자 벅차서 또 영재씨에게 말을 전하러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있다가 봐요. 오늘 영재씨가 뜨려나. 떴으면 좋겠다. 나 너무 피곤해.
P.S.
이거 인어공주 실사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분의 노래. 그거 아니더라도 뮤비가 정말 예뻐요! 사실 아티스트분이 진짜 예쁜거지만. 노래가 좋은건 당연한거고. 이 노래 들으면 자동으로 엉덩이 씰룩거리게 된답니다. 전 이런 끈덕진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https://youtu.be/a9HIaGcBo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