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던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다같이 얘기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용기내서 쓰는 글입니다.)
중학생 때 친구들이 아이돌의 팬을 자처하고 노래방에서 아이돌들의 노래를 부를 때, 나는 음악도 안 듣는 애였다. 스마트폰이 나온지 한참이었는데도 MP3의 옛날 노래에 머물러 있고, 음악 차트, 음악 방송 그런 건 챙겨본 적 없다. 아이돌 노래를 아는 건 그냥 내 친구들이 아이돌의 팬이었기에, 장기자랑 때 아이돌의 음악이 필수였기에 그랬지. 아이돌 팬들의 행동도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돌을 떠나, 어떤 연예인을 그만큼 좋아하고 연예인의 소식에 감정이 왔다갔다하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 싶었다.
그러다가 어쩌다가 한 웹드라마를 봤다. 투비컨티뉴드 라는 이름이었다. 어쩌다 보게됐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 드라마는 음악하는 애들이 주소재였는데, 거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너무 매력적이라, 가상의 스토리란 걸 알면서도 응원했다. 빠져들었다. 그때 나온 장화신은 고양이, 풋사랑이라는 노래를 정말 좋아했어. 근데 댓글 보니까 진짜 데뷔 준비 중인 그룹이래. 희한하게 웹드라마 연기로 먼저 데뷔하게 됐대. 진짜 웹사이트 찾으니까 판타지오에서 준비 중이라더라. 그래서 그냥 나는 이참에 팬 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돌 팬이 뭔지는 모르지만 까짓것 해보자고. 웃기지, 음악도 모르던 애가 팬 하기로 했다는 게. 팬심이란 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무작정 팬심을 가져보겠다고 한 게.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대부분이 알지만, 그때 그 그룹은 하는 노력에 비해 이름이 너무 없었다. 모든 연예인이 노력을 하지만. 그때 그 그룹은 음원이나 무대 데뷔 전부터 웹드라마를 찍은 거였고, 그걸 바탕으로 무슨 거리 공연 프로젝트를 하면서 팬을 모았어. 자기 곡들이 없으니 다른 가수들 커버 많이 하고, 카카오톡 채널 유입량 늘리는 것도 직접 광고했었지. 그땐 유튜브가 활발하지 않았었나, 기억 안 나지만 나는 그런 그룹 처음 봐서 진짜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고 응원했다. 뭐든지 직접 알리는 게 쉽지 않잖아. 나랑 비슷한 고작 중딩 쯤의 나이에 대중 앞에 직접 선다는 게 쉽냐. 사람 많은 부산 서면 같은 한복판에서 하는데. 막내가 00년생, 나랑 같은 나이라는 건 나를 더 미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지. 그 당시엔 00년생의 아이돌 데뷔가 진짜 드물던 시대였거든. 지금은 어린 나이에 데뷔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알지만, 그땐 아니었어. 그래서 매번 나랑 같은 또래가 저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게 놀라워서 존경을 했고 여러 감정을 떠올렸어.
근데 진짜 이름이 너무 안 떠. 아스트로 관리자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아스트로 검색할 때마다 그게 뜨는 거야. 다른 가수들은 그래도 검색하면 동명이인이라도 나오는데, 컴퓨터 프로그램 같은 게 나오니까 어이 없었다. 보통 사람이 먼저 떠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랬었다. 처음엔 아직 데뷔 안 한 그룹이여서 그런가 했는데, 그건 데뷔 후에도 마찬가지였어. 관리자 프로그램이 먼저 뜨고 그 다음에 스크롤을 좀 내려와 아스트로라는 그룹이 나와.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아스트로라는 그룹이 알려지고 검색이 잘 되더라. 내 주위에도 팬이 있더라.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난 친구랑 얘기하다가 걔가 아로하라는 걸 알았을 때 기뻤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해. 처음으로 내가 지켜본 아스트로를 말할 수 있는 때가 왔던 거야. 그리고 그냥 팬이었던 우리에게 생긴 아로하라는 예쁜 이름과 아스트로를 표현하는 기호에 대한 얘기도 할 수 있게 됐지.
아스트로는 본진이라기보다 그냥 애초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과는 구분된 내 찐친이었어. 누군가가 아스트로를 어떤 멤버가 유명한 그룹이라고 말할 때마다 말해줬어. 그 그룹은 어느 한 멤버의 유명세로만 이 자리에 온 게 아니고, 모든 멤버의 노력과 매력으로 올라 온 거라고. 모든 멤버가 다 소중한 개별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적어도 내 앞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어. 아스트로가 급이 어느 정도냐고 물으면, 그게 뜬 거냐고 물으면, 나는 당당히 떴다고 할 수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가려져 있을 때부터 지나온 수많은 시간을 함께했으니까. 실제로 그랬어.
아스트로 관리자 프로그램에 가려 안 보이던 아스트로라는 그룹은 당당하게 자기 이름을 알렸고, 멤버들도 각자의 매력을 빛냈고, 아로하라는 팬들의 이름도 널리 퍼져서 방송할 때마다 응원봉과 함께 우렁차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보였고, 데뷔 전부터 팬이였어서 정회원의 자격이 당연해보이던 팬카페에는 내가 정회원이라고 할 수 있나, 물을 정도로 나보다 많은 애정을 쏟는 팬들이 생겼어. 여러 일로 인해 팬미팅이나 콘서트는 가지 못했지만 2019년에 나의 동네에서 열린 원아시아페스티벌에서 완전체는 아니더라도 무대하는 걸 직접 봤을 때 들리던 팬들의 응원소리와 기쁨에 찬 비명 진짜 기분 좋더라. 그리고 2021년엔 용산역에 팝업 스토어가 열려 대기줄이 긴 걸 보았고, 홍대에선 어떤 사람들이 장화신은 고양이를 커버하는 것도 봤다. 아스트로는 누군가를 커버했었는데, 이제 당당히 선배가 되어 누군가가 커버하는 존재가 됐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고 기특했어. 힘들었던 노력의 시간들이 조금이라도 보상 받고 있구나. 그렇게 아스트로는 성장해왔고 힘든 시간을 버텨왔어. 내가 누군가의 팬으로 이렇게 당당하게 설 수 있다는 것이 얼마 안 되는 경우라는 걸 알기에 그 버텨옴에 감사했어.
잘 버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얼마 전 들린 소식에 너무 미안했어. 영영 아프지 않을 수는 없으니 아프다면 조금만 아프길 바랐던 팬카페의 내 글도 부담이 됐을까, 버텨줘서 고맙다던 내 말이 더 버티고 견뎌야 한다는 압박으로 왔던 걸까, 많은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새벽에 우연히 트위터에 들어갔다가 소식을 들었을 땐 믿기지 않아서 못 울다가, 그날 어정쩡하게 하루를 급히 끝내고, 다음날부터 울었어. 그쳤다 싶으면 다시 눈물이 나고, 좀 괜찮아져서 아스트로랑 다른 아로하들 보고 싶어서 인스타그램을, 트위터를 켜면 다시 믿기지 않는 소식에 계속 눈물이 나서, 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처음 연예인을, 아스트로라는 그룹을 좋아해서 어쩔 줄 모르고 무작정 팬을 하던 때처럼, 무작정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주절주절을 하고 내가 찍었던 예전 영상들을 올리며 추억 여행을 하는데도 도통 차분해질 것 같지 않다.
어제의 나는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서 길이랑 버스에서 울었는데, 친구가 그러더라. 아스트로는 자기한테 있어서 **이가 좋아하는 그룹이었고, 분명 너에게 아스트로는 그때 너를 표현하는 전부였을 거라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누구도 모르던 때에 아스트로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던 너를 기억하는데 어떤 말로 위로할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고. 그 친구의 말처럼 아스트로와 아로하는 정말 영원히 나의 일부일 거야. 완전체 6이 아니여도 나는 여섯 명으로 아스트로를 기억하고 내 중학교부터의 첫사랑 연예인으로 간직할 거야. 그래서 더 오래 아플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잘 살아보려고 해.
이렇게 말하고 싶어. 나는 정말 아스트로의 팬이여서 기뻤고,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오래 사랑하고 응원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고. 많은 시련을 버텨주고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다른 아로하들도 아스트로를 응원해줘서 감사하다고. 아스트로의 성장기를 보는 건 나의 행복이었고, 그건 다른 아로하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얘기니까. 또, 이런 말도 해주고 싶어. 버텨줘서 고맙다는 것과 좀만 더 버텨달라는 건 이번 생에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얘기이자 좀 더 내 곁에 있어 달라는 얘기지, 그게 다리가 아프고 온몸이 다칠 만큼 같은 자리에서 서 있어달란 뜻은 아니라고. 힘들 땐 주저앉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내가 볼 수 없는 곳에 숨어도 괜찮아. 우린 어쨌거나 같은 하늘 아래 있잖아. 너무 힘들 땐 그냥 숨만 쉬어도 돼. 아플 땐 아프다고 욕해도 돼. 숨쉬기 운동이 괜히 운동이냐, 그게 힘드니까 운동이고, 욕이 있는 건 욕할 상황이 있으니까 그런 거지. 프로 의식이 아픈 걸 참고 그대로 할 일을 하는 것에서 온다고 생각하거나, 도망칠 곳이 사후세계뿐이라고 여기지 말아줘.
넌 나의 첫사랑. 서툴렀던 사랑. 고마웠던 사랑. 행복하기를. 앞으로도 꼭 행복해야 해. 사랑받아야 해.
첫댓글 다른 글도 봤는데 이전까지의 시간이 우울함을 참았던 시간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거에요. 행복하기도 했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을 거야. 그래도 좀 더 그곳에서는 행복해지기를.
처음 부터 끝까지 곱씹으며 읽었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왠지모르게 위로까지 받았어요.. 저는 늦덕이라 아스트로의 처음을 몰랐는데 마치 처음을 보는 기분이였어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글 읽는 내내 명준이랑 진우 동민이 민혁이 산하가 아투비님 글을 꼭 읽어줬으면 했어요 빈이에게도 꼭 닿기를.. 아스트로는 충분히 행복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아이들이니까요!
아스트로&아로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봅니다 🙏🏻💜
저는 댓글 보며 위로 받네요 ㅠ 덤덤하게 글은 썼는데 눈물이 참 안 멈춰요. 누누봉봉님도 꼭 행복하셔야 해요. 늦덕이든 아니든 우리는 언제나 어느 순간의 처음을 함께했으니까요. 아스트로 멤버들과 함께 오래 행복해요.
저도 아투비님과 똑같이 00년생 데뷔팬 아로하에요
글을 읽고 추억에 잠겨 또 울었네요.. 프리데뷔땐 많이 뛰어다녔는데..데뷔하고는 이런저런 핑계로 못가서 미안한 마음과 후회뿐이네요... 잊고있던 기억들과 추억들을 되살아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허걱 반가워요. 저는 아쉽게 함께하지 못한 순간이 너무 많았어요. 더 많은 무대가 있을 테니까 그때 보러 가면 된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안해요. 그래도 저희는 오랜 기간을 지켜봐왔으니까 앞으로도 지켜봐줘요. 저도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더 위로 받아요.
@아투비 너무 공감해요.. 우리 같이 지켜보고 이겨나가봐요
강미 이후로. 알게된 아스트로 였어요. 아스트로에 대해 알게되고 영상을 다 찾아보니 6명이 반짝반짝 빛나고있어서 안좋아할수가없었어요 그해 콘서트도 가고 팬미팅도 가고 너무 고맙고 행복한 선물같았어요.지금까지도 현생사느라ㅠ 이번 유닛콘서트 못간게 이렇게 사무치게 후회 되네요. 원글님. 글너무 고마워요. 데뷔팬분들 제가 너무 존경해요.6개의 보석들을 제일 먼저 알아봐주셔서 그때의 아스트로에게 힘이 되어 주셨기에
너무 고마워요 .
빈아 가수해줘서 고마워. 너의. 다싲영상을 보면서. 웃고 혼자있을때 울고ㅠ 그러고있어 . 나중에 디너쇼 가는게 먼 꿈이었는데 그게좀아쉽네많이 ㅠ
그리고 맴버들 ㅠ 힘내 주세요 고마워요.
저는 제가 못 봤던 시간에 아스트로를 봐줬던 아로하에게 감사해요. 저희 모두는 아스트로를 서로 지켜본 거겠죠. 못 했던 것에 대한 후회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요. 그렇다고 너무 열심히는 말고 적당히 쉬어가면서 저희 앞으로도 아로하로 남아요. 반짝이는 별들 지켜요.
@아투비 아투비님. 제가 못봤던 시간에 아스트로를 봐줬던 아로하에게 감사해요 란말 저도 그랬어요 중소 아이돌로 힘겹게 한계단씩 올라와서ㅠ 활동이어간거를 알게 되고 저도 몰랐던 시간을 아스트로와 함께해준 데뷔팬들께 너무 감사하단말부터 해요ㅠ항상. 앨범내고도 활동못했던때도 있어서ㅠ 내가 아스트로와는 평생함께한다는 마음으로 덕질 시작했거든요.
생각한 제 소원 중 하나가 늙어서 아스트로 디너쇼가는거였어요 우리 빈이. 너무 아까워 아직은 못보내지만
@달콤한로하 저도 못 보낼 것 같아요. 그래도 그래도 저도 행복해요. 다같이 슬퍼해줘서 다행이에요.
@아투비 네 그래서 분향소 다려오려구요. 제 맘 편해지려구요ㅠ가는길 외롭지않게
지쳐있던 제게 웃음과 힘을 준 아이들이거든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