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패션잡지 GQ가 얼마 전 고급 캐주얼 시계 부문 최강자로 일본 전자기업 카시오가 생산하는 지샥(G-SHOCK)을 꼽았다. 전자계산기 명가로 잘 알려진 그 카시오(CASIO)다.
지샥은 카시오가 1983년 내놓은 야심작. 지샥이 대박을 치면서 카시오는 사실상 세이코·시티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계 제조업체로 변신한 상태다. 전체 매출 중 시계 비중이 50%를 넘는다. 지난해 시계 부문 매출은 1718억엔(약 1조9200억원)을 기록했다. 카시오는 2000년대까지 전자계산기와 디지털카메라가 주력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확산으로 두 분야 모두 침체를 겪으면서 매출이 2006년 6231억엔에서 2010년 3400억엔까지 급락했다. 그런 가운데 지샥이 탄탄하게 성장을 이어가면서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 스포츠용 시계에 집중한 역발상
지샥은 1981년 사내 한 엔지니어가 '떨어뜨려도 망가지지 않는 시계'라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탄생했다. 당시 시계 시장은 '더 얇고 더 가볍게'라는 구호가 유행을 탔으나 지샥은 역발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지샥의 품질은 1980년대부터 쌓아온 '중공(中空)구조' 기술 덕분이다. 중공구조는 고무공에서 힌트를 얻은 설계 방법으로 시계 심장부인 정밀 모듈을 작은 점 몇 개로 본체와 연결, 사실상 내부 공간에 떠 있게 하는 기술이다. 외부 충격을 강력하게 흡수할 수 있어 충격이 가해지면 시계가 쉽게 고장 나는 불편을 극소화했다. 특히 충돌이 잦은 스포츠업계에서 지샥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84년 미국 한 TV 프로그램에서 트럭으로 지샥을 깔고 지나가는 실험을 벌였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기능에 지장이 없었다. 이후 극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소방관이나 아웃도어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지샥은 판매량을 늘려갔다. 이후 카시오는 지샥의 내구성을 더 강화, 땀에 의한 마모, 낙하와 망치 치기 같은 강력한 충격, 전압과 원심력, 50m 수심 방수까지 '특수 시계'라는 이미지를 구축해갔다.
기능도 다양화, 등산 고도와 나침반, 온도 측정센서를 장착한 시계를 내놓는가 하면, 2016년에는 터치스크린에 구글 달력과 위치표시 기능을 추가한 등산용 시계 프로트렉(Pro-Trek)도 출시했다. 낚시꾼이 낚시 장소를 기록하고 어획량까지 확인할 수 있게 만든 시계도 있고, 하이킹과 조깅, 사이클링, 카약, 골프 등 종목별로 특화한 제품을 줄줄이 선보였다. 지샥은 기능에 따라 싼 건 100달러 정도지만 비싼 건 7400달러나 한다. 200여 종이 나와 있다.
♧ 연 950만개 판매…80%는 해외
지샥은 지난해 카시오 전체 매출의 30%, 영업이익의 20%를 벌어들이는 간판 제품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 판매 대수는 950만대. 14년 연속 증가세다. 그중 해외 판매가 80%를 웃돈다.
해외 공략 핵심 기법 중 하나는 적극적인 홍보 행사다. 2008년 공연처럼 꾸민 홍보행사 '샥 더 월드'는 지샥을 개발한 이베 기쿠오 고문 엔지니어가 직접 세계 각지를 돌면서 지샥의 성능과 스토리를 알리고 있다. 백화점과 가전 양판점에서도 수시로 홍보 행사를 갖고 있으며 2013년 유명 가수 에미넘과 협업한 시계를 내놓기도 했다. 주로 플라스틱 프레임을 쓰는 지샥의 자매 브랜드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한 메탈 시계도 출시했다. 해외 보석 전문점 판로를 적극 개척하고 있으며 3년 후 지샥 메탈 매출을 두 배 늘린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