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는 것>
- 교문에 들어설 때 윤아가 예쁜 미소와 함께 인사해 주었다.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갑다. 졸업식 때 눈 감은 모습을 찍어버린 관계로 눈 뜬 모습을 다시 찍었어야 하는데 결국 못 찍었네.
- 방학 중 잘 시간인데 출근하였다고 졸린 눈이셨던 선생님. 후기고 배정통지서 나누어 주고 얼른 집에 들어가 주무시라고 했다. ㅋㅋ (궁금한 건 왜 배정통지서 나누어주는 것이 필요한가다. 아이들에게 고교에서 안내 문자가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날로그 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덕분에 오늘 너희를 한 번 더 볼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 중앙현관에서 보자고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왜 안 오냐며 오늘도 분통 터뜨리시던 수학 K선생님. ㅋㅋ
- (엄)준서가 남녀공학에 배정되어 다행이라고 했다. 남고에서는 원하는 아무 때나 춤추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음껏 춤출 수 있는 곳에 가게 된 것 축하해! ㅎㅎ
- 찬주는 등나무에 매달려 턱걸이를 열심히 했다. 고등학교 육상부에 진학하여 기뻐하였다. 축하! :)
- 승민이가 전화를 안 받는다고 범석이가 우려했다. 승민이가 등장해서 다행이었다. 범석이 말마따나 그 덕분에 승민이가 고졸 희망을 가져볼 수 있게 되었다.
- 하얀 코트에 파랑, 분홍 하트 목도리를 한 지현이가 화사하게 웃었다.
- 고개 숙여 인사하던 지우의 까만 머리칼이 햇빛에 반짝 빛났다.
- 원하던 고등학교에 배정되었다고 유담이가 기뻐했다.
- 이안이와 나영이는 모자를 깊게 푹 눌러쓰고 등장해서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밑에서 올려다보아야 했다.
- 윤하가 초콜릿을 두 종류나, 그것도 많이 주고 갔다. 갈색과 카멜색 스트라이프 봉지가 빵빵했다. 내가 들고 가기 힘들지 않겠냐며 가방까지 주려고 한 섬세한 윤하.
- 정은이가 졸업식 날 주지 못한 카드를 잊지 않고 가지고 와서 주었다. 집에 와서 앨범에 넣기 전에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1학년 때부터 늘 착하고 멋지고 다정했던 그를 떠올리면서.
- 민주가 레몬 얼그레이 티를 선물해 주었다. 그는 아마도 그 향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나에게 더 예뻐졌다고 해주었다. (방학 중에 많이 먹고 자고 한 관계로) 그럴 리 없지만 그렇다고 하니 그런 걸로 믿어야지. 사람은 자기 세계 속에서 사는 거니까. ㅋㅋ
자신이 늘 멀리서 응원하고 있음을 기억해 달라고, 사랑한다고 해준 그. 마음이 가라앉을 때면 그의 미소와 그가 남긴 말을 잊지 말고 떠올려야지.
- 윤아가 나에게 시를 주었던 서원이를 소개해 주었다. 얼굴이 빨개진 서원이. 귀여웠다. 그의 시는 내가 아무 것도 안 해도 누군가는 나를 좋아해 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그래서 귀하고 고맙다. 그에게 어디 가든 잘 할 거라고 격려하였다. 그를 가르치지는 않았어도 그의 시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감성과 단정함에서 알 수 있다(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차례로 전교 1~9등이 수상하는 졸업식 무대에 등장하기도 했고. 그는 맨 왼쪽이었..).
- 윤진이가 깊이 눈을 들여다보고 미소 지으며 인사하고 갔다. 눈을 맞추는 것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쑥스러워하고 확실하게 못 맞춘 것을 나중에 후회하곤 하는 나에게 이런 인사는 귀하다.
- 멀리 김포에서 상경하느라 은성이가 마지막에 등장했다. 빨개진 눈으로 와서 안기고는 1년간 감사했다고 인사하고 갔다. 뭉클해지는 마음.
(그는 늘 미소 짓는 입 모양인데 그가 교무실에 등장해서 가림막을 지나기 전까지 다소간 비장하게 입을 다문 모습이었고, 가림막을 지나 나와 눈이 마주친 다음 걸어올 때에는 미소 짓고 있는데 눈물이 글썽했다. 겨울 바람을 맞고 와서 핑크색이 되었던 뺨. 하얀 패딩. 그리고 빨간 눈.)
- 교문 앞에서 아이들이 팔랑팔랑 배정통지서를 받아들고 팔짝팔짝 뛰더니 사라져갔다. 졸업식 때 오늘 한 번 더 보자고 인사는 했지만 고등학교를 알게 되는 순간 다들 그렇게 (고등학교에 취하여) 사라져 갈 줄 알았다. 졸업식 이후 오늘까지 내 마음을 달래준 멘트였을 뿐. 배정통지서 나누어 주고 하나씩 안아주어야지, 사진도 찍어야지 마음 먹었으나 '배정통지서 나누어주기 + 입학 등록 하러 가라고 당부하기 + 안 오는 학생에게 연락하기' 미션 수행에 밀렸다.
- 다정한 마음을 문자로 선물로 인사로 눈빛으로 많이 받았다. 언제나 내가 주는 것이나 한 일보다 많이 받는다.
- 다시 한 번 고등학교 진학을 축하해(일단 중졸 확보했고, 다음 단계 고졸까지 화이팅!). 언제나 사랑하고 언제나 응원할 거야. :)♡
<설탕 베이스>
설탕을 많이 먹어서
아마도 설탕 베이스인 나는
많이 울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럼 녹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누구나 설탕 베이스인 듯.
잠시 반짝반짝 달콤하게 빛나다가
스르르 사라지므로.
그래도 너는 오래 오래 안녕하렴.
<안녕>
나에게 선물 같은 순간을 많이 선사하였던 너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어.
다시 한 번,
고마워.
언제나
건강하기를.
스스로를 믿고,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을 즐겁게 누리기를.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우리는 지금만을 살 수 있지.
그러므로 불안한 것이 아니라
기대하며
설레며
살아가기.
It would be fun.
It would be fun.
내가 너에게 배운 것.
https://www.youtube.com/watch?v=m18q27F7ye8&list=TLPQMzEwMTIwMjRHOD1Z7iPhmg&inde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