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산은 경남 창녕군에 있는 높이 756m의 산이다. 1984년 1월에 군립 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억새밭과 진달래 군락으로 유명하며 정상부에 5만여 평의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600m 지대에는 화왕산성이 있는데 삼국시대부터 있던 성으로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곽재우의 분전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화왕산은 큰 사고로 세간에 화재가 되었던 산이다. 이젠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점점 잊혀가고 있겠지만 2009년에 발생한 억새태우기 중 발생한 화왕산 산불은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큰 사건이었다.
그 당시 사건에 대하여 떠올려 보면 창녕군은 매년 화왕산에서 대보름 맞이 억새태우기 행사를 개최하고 있었는데, 2009년 2월 9일에도 6회째 행사를 맞이하여 약 3만명 가량이 모인 가운데 대보름 맞이 화왕산 억새태우기 행사를 개최하였다.
억새태우기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불어온 돌풍과 오랜 가뭄으로 바싹 마른 억새에 붙은 불이 거세지면서 이를 피하지 못한 관광객과 현장 공무원을 포함한 7명이 사망하고 81명이 부상을 당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이 사고로 1995년부터 계속되던 창녕군의 화왕산 억새태우기 축제는 6회 만에 폐지되게 되었다. |
습관처럼 휴양림 예약사이트를 뒤적이다 화왕산자연휴양림 야영데크(#3번)를 예약하게 되어 이번 산행지는 경남 창녕의 화왕산으로 정해졌다. 2012년 11월에 비박 산행을 한 이후로 10년이 넘어서 다시 찾게 된 산이다.
화왕산휴양림은 국립시설과 다르게 입실 시간이 12시부터이다. 창녕읍내 농협파머스마켓에서 시장을 보고 일찌감치 체크인을 했다. 미리 예약한 야영데크에 베이스를 구축한 뒤 점심을 해결하고 13:05 임도길을 따라 화왕산 정상으로 향한다. 당초 계획은 읍내 도성암 쪽으로 이동하여 산행을 계획하였으나 여러 가지로 번거로워 휴양림에서 출발하여 되돌아오는 것으로 진행하기로 한다.
휴양림 야영장에서 정상까지는 5.8키로로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관룡사 방향에서 올라오는 옥천삼거리까지 포장된 임도길이 이어지고 이후 진달레 군락지와 드라마 허준 촬영지를 지나 화왕산성 동문까지도 편한 길이 이어져 어렵지않게 산행이 가능하다.
휴양림을 출발하여 1시간 30분쯤 진행하니 산성 동문에 도착한다. 성곽 안쪽으로 들어서면 화산 분화구처럼 성으로 둘러쌓인 지형이 온통 금빛으로 물든 억새군락이 반긴다. 여기서 다시 배바우쪽으로 방향을 잡아 정상으로 향하면 전성기의 화려한 은빛 물결은 아니겠지만 황금빛으로 물든 억새 평전이 오르는 내내 시선을 붙잡는다.
성곽을 따라 배바우, 거북바위, 걱정바위를 지나 정상에 서면 창녕 읍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부의 성 안쪽으로는 거대한 분화구를 연상시키는 형상에 금빛 억새군락이 장관이다.
성곽을 따라 남문 방향의 정상까지 돌아보고 싶지만 날씨도 흐리고 오후에 올라온 지라 여유시간이 없어 정상에서 서문 방향으로 내려섰다가 남문 방향으로 억새군락을 가로질러서 동문을 지나 다시 휴양림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여유 있게 왕복 4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산길 옥천삼거리를 지날 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밤새 내렸다. 고요한 숲속의 밤에 쉘터 위로 투둑투둑 떨어지는 겨울 빗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그렇게 기분 좋은 화왕산 산행을 마무리 하고 운치있는 숲속의 겨울정취를 만끽한다.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오래전 먹었던 황간의 올뱅이국도 생각이 나서 황간 안성식당을 들렸다.
여기도 2012년 가을에 지인들과 월류봉 산행 시 들렸던 곳인데 그사이 참 많이 변했다. 정겨웠던 시골 식당의 멋이 있던 맛집에서 지금은 도로변에 새롭게 확장 이전을 해서 번듯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국밥을 말아주던 할머니는 연세가 드셔서 카운터에 자리하고 계시고 10여년 사이 7,000원이었던 올뱅이 국밥이 10,000원이 되었고 능이 올뱅이국밥은 15,000원이었던 것이 25,000원으로 올랐다.
맛집으로 알려져서인지 예약 손님이 많았고 점심때가 되니 자리가 없어 대기표를 받아야 하는 정도가 된다. 자리를 잡고 잡버섯 올뱅이국밥(15,000원)을 시켜 먹었는데 처음 들렸을 때의 감동적인 맛은 아닌 것 같았지만 여전히 맛은 있었다.
점심 식사 후 들린 월류봉 주변도 많은 변화가 있다. 주차장도 생기고, 노점도 생기고, 표지석 주변에 커다란 전망데크도 생겼다. 특히 신발을 벗고 건너던 하천에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도 생겼다.
월류봉 주변 둘레길도 생겨나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된듯하다.
다음엔 월류봉 둘레길도 걷고 등산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알찬 1박2일 산행 나들이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