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가야산 산행기
서울건축사등산동호회 9월 정기산행에 참가하기 위해 교대역으로 나갔다. 이번에 가는 충남 가야산(678m)은 합천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과 이름이 같다.
합천 가야산은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과 거창군 가북면 및 경상북도 성주군 가천면 경계에 있는 산이다. 백두대간 삼도봉에서 갈라진 수도지맥에 위치하는데, 삼도봉(1,177.7m)-수도산(1,317m)-단지봉(1327.4m)-가야산(1432,6m)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산군을 이룬다. 그리고 충남 가야산은 예산과 서산의 경계지대에 있다.
이번에 가는 가야산은 전에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었다. 가야산-일작산-상왕산을 당일 종주한 적도 있다. 그 산 입구에는 최고의 명당지로 꼽이는 남연군 묘가 있다. 그리고 상왕산은 개심사가 의지해 있다. 또 인근 고을에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마애삼존불과 화엄십찰의 하나인 보원사지 등이 있다. 근래 그러한 유적 탐방지를 이어가는 백제의 미소길을 개설했다.
내려가는 차창 너머로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이 펼쳐보였다. 풍요롭게 비치는 들녁에서 가을 향기가 전해왔다.
초가을
김석환
너른 들판에
벼가 가득히 익어간다
들녘에
세월향기가 일렁인다
때를 알고
영롱한 광채를 내며
익어가는 과실들이
푸르름이 여뮨
아파리 사이로
의젖한 얼굴을 내민다
오후를 지날 때
뜨겁던 햇살이
제풀에 누그러진다
계절에
고향내음이 묻어난다
(20230909)
10시 36분 가야산 입구 덕산도립공원사무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날씨가 쾌청했다. 파란 하늘에 여기저기 뭉개구름이 보였다. 배낭을 챙기고 간단한 체조를 한 다음 들머리를 향해 걸어갔다. 길가에 코스모스 호두, 밤, 사과 등 과실이 벌써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늦여름부터 초가을 시기에 부쩍부쩍 익어가는 것 같았다.
가다보니 남연군 묘가 앞에 보였다. 가야산은 특별한 산세를 띠고 있다. 여러 봉우리가 명당에서 말하는 혈을 둘러감싸는 형국이다. 남연군 묘는 그 지세의 혈에 해당한다. 묘 뒤쪽으로 멀리 솟아보이는 석문봉을 중심으로 가야산 정상 봉우리와 옥문봉 등이 크게 둘러쳐 감싸보였다.
11시 11분 들머리에 들어섰다. 이정표에 석뭉봉까지 거리가 2.04km로 쓰여 있었다. 우측의 옥양봉까지 거리는 1.51km였다. 계곡옆으로 완만한 길이 이어졌다. 한참을 가다 내려오는 분에게 불으니 막바지에 경사가 급한 길이 나온다고 했다. 11시 57분 능선에 올라섰다. 이정표에 좌측으로 석문봉이 0.08km 남은 이정표가 보였다. 우측을 보니 정자 같은 소나무 그늘에서 몇 분이 쉬고 있었다. 거기서 옥문봉까지는 1.25km였다.
12시 석문봉에 당도했다. 정상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보니 사방이 훤히 트여보였다. 멀리 철탑이 놓인 가야산 정상도 보였다. 석문봉에서 그 봉우리를 지나 이어지는 능선이 길게 누워보였다. 시선이 능선을 따라 아스라이 멀어져 갔다. 이럴 때 산하를 대하는 호쾌한 눈 멋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너른 조망을 가지는 봉우리에 설 때가 그리 흔치는 않다.
정상석 바로 아래쪽에 자리를 잡은 다음 화구를 펼치고 능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분이 옆에서 그리는 것을 구경해도 되느냐고 하면서 계속 지켜보았다. 한동안 그림에 집중하다보니 일행이 올라왔다. 올라오는 도중에 식사를 하고 왔다고 했다.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일행이 먼저 출발했다. 송재무가 뒤풀이 식당으로 버스가 이동해야 하니 3시 30분까지 주차장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일행이 출발한 후 한참을 더 남아서 그림을 마무리 하고 가야산 정상을 향해 능선길을 걸어갔다. 목적지를 바로 보면서 걷는 길이라 진행이 수월했다. 잠시 후 바로 앞 봉우리에 오르니 외국인 3명이 바위에 앉아 쉬다가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아까 석문봉에서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았던 것 같았다. 모두 연예인 같은 용모에 표정이 밝았다.
2시 25분 가야봉에 도착해 앞을 보니 가야산 정상이 바로 가까이 건너보였다. 2분 뒤 가야산 안부에 도착해 다시 오름길을 오르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회원들을 만났다. 내가 빨리 다녀오겠다고 하면서 서둘러 올라갔다.
2시 34분 가야산 정상에 도착했다. 데크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인부에게 부탁해 사진촬영을 했다. 잠시 후 두 젊은 남녀가 반대쪽에서 올라왔다.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능선이 시원스레 뻗쳐보였다. 거기서 바라보이는 그 능선이 금북정맥 줄기였다. 금강의 북서쪽으로 발달한 금북정맥은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492m)에서 충청남도 태안반도 안흥진(安興鎭)에 이르는 산줄기로서 안성 천안 예산 청양 서산 당진 태안반도를 지난다.
전체적으로 보면 칠장산(492m)· 칠현산(七賢山, 516m)·청룡산(靑龍山, 400m)·성거산(聖居山, 579m)·차령(車嶺)·광덕산(廣德山, 699m)·차유령(車踰嶺)·국사봉(國師峰, 489m)·백월산(白月山 혹은 飛鳳山, 560m)·오서산(烏棲山, 791m)·보개산(寶蓋山, 274m)·월산(月山 혹은 日月山, 395m)·수덕산(495m)·가야산(678m)·성국산·팔봉산(八峰山, 326m)·백화산(白華山, 284m)·지령산(知靈山, 218m) 등으로 그 길이가 약 295㎞에 이른다. 청양 백월산에서부터 가야산- 일락산- 상왕산을 거쳐 당진 은봉산(284) 까지는 북쪽방향으로 곧게 산줄기가 뻗치며 좌우 지역을 갈라놓는다.
잠시 후 다시 안부로 내려섰다. 회원들이 다 내려가서 인기척이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그리 멀리 갔을것 같지 않았다. 한동안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다보니 후미가 보였다. 일행들이 아래쪽 개울에 모여 탁족을 하고 가자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바지를 걷고 계곡물에 발을 담궜다. 열기가 좀 식는 듯 했다.
남연군 묘를 답사하려고 먼저 내려섰다. 들머리로 나오다 보니 길을 새로 닦고 있었다. 전에 이쪽으로 오를 때는 상가리 저수지 뚝방을 지나왔었다. 길 가에 새로 들어선 큰 집이 몇채 보였다. 논에 벼가 패어 오후 햇살을 받고 있었다.
길을 조금 더 내려와 3시 30분 남연군 묘에 들렀다. 주변 정비 공사중이어서 ‘관계자외 출입금지’ 표지가 보였다. 위쪽 묘소를 바라보니 사람들이 보였다. 올라가다 허락 하지 않으면 다시 내려올 생각을 하면서 올라갔다. 예상대로 답사객들이었다.
망주석 앞쪽에서 묘소와 주변 산세들을 유심히 돌아보았다. 묘소가 바라보는 안산의 형국도 살펴보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묘소가 입지의 중심성을 갖추고 있었다. 전면에 바라보이는 시선도 편안했다.
그 곳을 나와 산행을 시작했던 주차장으로 가다보니 우측 골목 방향으로 가야사 표지가 보였다. 남연군 묘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소실된 것으로 알려진 가야사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을 들러가려고 마을길로 들어서다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서 돌아나왔다.
3시 49분 주차장에 도착했다. 후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샤워대에서 등목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한낮 햇살이 따가웠다.
4시 5분 주차장을 출발해 귀경길 방향으로 30분 정도 지나 뒤풀이 식당에 도착했다. 로컬푸드 시장이었다. 거기서 직접 만든 두부 전골을 메뉴로 맛있게 식사를 했다. 다른 반찬들도 맛이 좋아서 주인에게 추가로 달라고 하니 친절히 내주었다. 안회장등이 번갈아가며 건배를 제의해 술잔을 주고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5시 40분 식사를 마치고 귀경길에 올랐다. 휴게소에 들러 다시 올라올 무렵 저녘 노을이 보였다.
20230909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항상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 되시기 바랍니다.
힘않들이고 덕분에 눈빛으로 산행을 잘했고요
시문도 잘봤습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반갑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