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水土連載/(아내의 팔뚝),각시귀신집,10회/김용원
녀석은 그것을 책상 속에 놓고 하교를 했다. 가지고 놀 만큼 놀았기 때문에 진력이 났을 거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하고 가져왔다. 제것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는 것은 쓸모가 없어 버린 거나 진배없다는 게 나의 견해였다. 그리고 주운 물건은 개도 안 준다는 우리끼리의 불문율은 내게 금과옥조와도 같은 법칙이었다.
주춤거리고 서 있자, 서울양반은 엉덩이를 옮겨 옆에 자리를 비워 주며 이어 말했다.
“여기 앉거라.”
나는 마지못해 그렇게 했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 그제는 그렇게 하는 게 습관화되어 있었다. 그때쯤 들녘을 달려온 건들바람이 서울양반의 산신령 수염을 마구 헝클어뜨리고는 낄낄거리며 동네 고샅을 향해 달아나고 있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잠시 들녘 쪽을 향해 망연히 눈길을 주고 있던 서울양반이 헝클어진 수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 학교 다닐 때 이런 말이 있었단다. 날아라 안창남, 달려라 염복동. 그 뒤 손기정이라는 세계 최고 마라송 선수가 있었지. 그 양반들 덕분에 왜국 사람들 코가 납작해지는 걸 보고 어찌나 통쾌했던지….”
나는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나는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잠시 시간차를 두고 나서 서울양반은 이어 말했다.
“요새는 왜 계란 안 갖다 먹냐?”
“계란이라뇨?”
하고 나는 시치미를 뚝땄다.
/뚜벅뚜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