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랄해(Aral Sea, Uzbekistan & Kazakhstan)
- 자원 재활용, 환경보호
물 한 병을 사러 편의점엘 갔는데 냉장고에 진열한 생수병이 인상 깊었다. 플라스틱병을 음/양각해서 상표를 표시한 걸 금방 알 수 있었고 그 의도도 이해했다. 하지만 모든 음료병이 모두 라벨을 뗀 채 음/양각으로만 표시한다면 상표의 근본 취지인 '구별성'이 희석될 것은 뻔한 일. 이럴 바엔 상표명을 음/양각할 게 아니라 차라리 버스 노선처럼 번호로 음/양각하는 편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가장 먼저 출시한 생수부터 1번... 이렇게 매기는 게 낫겠다 싶었다.
- 에코백은 친환경이 아니다.
2007년 영국 디자이너 ‘안야 힌드머치’가 캔버스 가방에 “나는 플라스틱 가방이 아닙니다.”를 인쇄한 에코백이 한정판 5파운드(약 7천 원) 가격으로 30분 만에 2만 장이 매진되면서 에코백 열풍이 일어났다. 이 계기로 캠페인이 일어나 영국 내에서 2년 동안 비닐봉지 사용이 58% 줄었다.
그러나 영국 환경청 조사에서 종이봉투는 적어도 3번 사용해야 비닐봉지 사용할 때보다 환경 영향이 적고, 에코백은 131번이나 더 사용해야 환경보호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2018년 덴마크에서도 비닐봉지는 최소 37회, 종이봉투는 43회, 에코백은 7,100회 사용한 뒤 버려야 오염 회복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렇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우린 다 속은 것이다. 상품 재질 선택과 소비 억제도 중요하지만, 환경보호는 제품 사용주기, 생산과 소비 체인의 역학 관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하나만 줄이거나 대체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마찬가지, 텀블러 사용도 다른 오염이나 환경 파괴는 막을 수 있겠으나, 어느 임계치가 넘으면 수질 오염은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 환경은 민감하게 연결되어 있다.
- 1/10 토막 난 아랄해
목화가 솜을 피우려면 500mm의 물을 먹어야 하며, 1kg 면을 생산하려면 욕조 40개를 채울 수 있는 물 8,500리터가 필요하다. 이걸로 청바지 한 벌을 만들 수 있다. 티셔츠 한 장을 만들려면 적어도 물 2,700리터가 필요한 것이다. 이 용량은 한 사람이 3년 동안 식수로 쓰기에, 충분한 양이다. 지구에서 최근 매년 옷 소비는 평균 60%씩 증가했다. 늘어난 소비만큼 목화를 재배하기 위해 강물을 쓰다 보니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공유하고 있는 아랄해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였지만, 지금은 1/10로 줄어들었다. 물론 이것만이 아닌 구소련 시절 스탈린에 의해 건설된 투르크메니스탄 카라쿰 운하의 부실 공사로 아랄해로 빠지는 아무다리야 강물이 줄어든 것도 그중 한 원인이겠지만, 무리한 목화 농사가 이 비극의 중요 원인이란 사실을 누구든 부인하지 않는다.
결국 인간의 욕망이 무분별한 소비를 가져오고, 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과도한 공급 라인을 만들며 원자재 수급이란 명목으로 자원을 파괴하는 악순환 고리가 생긴다. 줄어든 강물로 호수 염분은 급상승했고 마른 갯벌에서 만들어진 소금 바람은 주변 생태계를 동식물 할 것 없이 모조리 파괴했다. 소비를 안 하고 살 순 없지만, 내 소비가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굳이 따진다면 '나쁜 소비'와 '착한 소비'는 존재하는 것 같다.
우즈베키스탄과 그 주변 노력으로 지금은 다시 말라비틀어진 아랄해가 복원되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예전과 같은 수준이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아름다웠던 아랄해를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