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기획] 지금은 전자책 시대(上) 전자책 시장, 어디까지 왔나
학습 방법·책 읽는 스타일이 달라진다
오전 8시, 초등학교 4학년인 민수는 종이 교과서 대신 태블릿 PC를 가방에 넣고 등교 준비를 한다. 여러 권의 교과서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가방은 한결 가볍다. 등굣길 자동차 안, 민수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태블릿 PC를 꺼내 들고 어제 보다 만 공룡 학습 만화를 읽는다. 손가락을 공룡 그림에 갖다대자 ‘크르렁’ 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초식 공룡을 사냥하기 위해 초원을 달리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동영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전 8시 50분, 민수는 책상에 앉아 태블릿 PC로 제출해야 할 숙제와 오늘 배울 수업 내용을 점검한다. 수학 시간, 전자펜으로 푼 문제가 실시간으로 선생님의 컴퓨터에 전송돼 틀린 부분을 지적받는다.
◆아마존 ‘킨들’, 꺼져가던 전자책 시장 되살려
이상은 전자책 시대가 열리면서 변하게 될 한 초등생의 일과를 가상으로 꾸며본 것이다. 최근 전자책은 세계 IT(정보통신)산업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무겁고 휴대하기 불편한 종이책 대신 전자책(e-Book)이 등장,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설에서나 등장하던 일이 현실에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디지털화(化)된 책’을 뜻하는 전자책은 전용 단말기(e북 리더기), 스마트폰, 태블릿 PC에 집어넣고 언제 어디서든 꺼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자책이 처음 등장한 건 10여 년 전이다. 하지만 ‘종이책의 위기’를 몰고 올 거라던 전자책은 기술과 콘텐츠 부족으로 종이책의 아성(牙城·아주 중요한 근거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넘지 못했다. 전자책이 다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지난 2007년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이 전자잉크(e-잉크)를 활용한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을 내놓으면서부터였다.
풍부한 콘텐츠와 온라인 다운로드 제도를 앞세운 킨들은 출시(出市·시장에 나옴)된 지 1년 만에 50만 대 이상 팔리며 전자책 시대를 활짝 열었다. 전미출판업협회 통계에 의하면 킨들이 등장한 2007년 당시 미국의 전체 출판시장은 3.2%(250억 달러)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전자책 부문의 성장률은 23.6%(67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지난 6일엔 구글도 온라인 전자책 서점을 열고 아마존과의 한판 대결을 선언했다. 미국 언론은 “구글이 지난 2004년부터 전자책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이제까지 디지털화한 책만 1500만 권 이상”이라며 “2010년 12월 현재 4000개 이상의 출판사가 구글 전자책 서점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올해 전자책 시장 규모는 10억 달러 이상으로 전망된다. 오는 2012년의 예상 시장 규모는 17억 달러에 이른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한국도 ‘전자책 시대’
킨들의 성공에 자극받아 올 들어 국내에서도 인터파크 ‘비스킷’, 아이리버 ‘커버스토리’, 삼성전자 ‘SNS-60’ 등 전자책 단말기가 잇달아 출시됐다. 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단말기는 있지만 정작 볼 만한 콘텐츠가 없고 구입 비용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애플사(社)의 아이패드나 삼성전자의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 PC가 속속 출시되며 국내 전자책 시장도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다. 태블릿 PC는 기존 전자책 단말기의 단점을 보완해 인터넷·동영상·음악 등 멀티미디어적 요소가 더해졌고, 보다 실감 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장기영 사무국장은 “태블릿 PC의 등장으로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전자책 시대가 열리게 됐다”며 “앞으로 전자책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특히 교육 분야에서 큰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블릿 PC 하나만 있으면 무거운 종이 교과서를 갖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됩니다. 선생님의 설명을 태블릿 PC에 기록할 수도, 공부할 내용을 그때그때 업데이트할 수도 있죠. 쌍방향 수업이 가능해진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여기에 동영상·음악·학습 게임 등의 요소까지 더해지니 교육적 효과 면에서도 종이책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