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금지된 사랑에 빠지다, 운영전 - 운영전 금지된 사랑을 죽음으로 완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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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2.06. 18:20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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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금지된 사랑에 빠지다, 운영전
운영전
금지된 사랑을 죽음으로 완성하다
《운영전》은 조선 시대의 고전 소설이다. 정확한 창작 시기와 작자가 알려지지 않은 작품으로, 원래 제목은 《수성궁몽유록》이다.
《운영전》은 남녀 사이의 사랑을 주제로 다룬 애정 소설이며, 주인공이 꿈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지은 몽유록 소설이다. 고전 소설로는 드물게 결말이 비극으로 끝난다. 원본은 전하지 않고 줄거리가 비슷한 한글본과 한문본 20여 종이 전해지고 있다.
1. 운영전의 내용
조선 선조 때 선비 유영은 안평 대군의 옛집 수성궁에 홀로 놀러갔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난 유영이 어디선가 들리는 말소리를 따라가 보니 앳된 선비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마주 앉아 있었다.
이 둘은 안평 대군 때 사람이었던 운영과 김 진사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유영이 두 사람이 슬퍼하는 이유와 안평 대군이 살아 있을 때의 일을 묻자, 운영은 이야기를 시작하고 김 진사는 운영의 이야기를 책에다 '운영전'이라 쓴 뒤 받아 적기 시작했다.
세종 대왕의 아들인 안평 대군은 열세 살에 궁궐을 나와 자신의 집 수성궁에서 지냈다. 대군은 책 읽고 시 짓는 것을 즐겼는데, 특히 서예에 뛰어났다. 수성궁에는 이름난 문장가와 선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이가 어리고 아름다운 궁녀 열 명을 뽑아 학문을 가르치고 시를 짓게 했다. 대군은 이들을 모두 아끼고 사랑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를 비밀로 하고, 궁 안에서만 지내게 했을 뿐 아니라 바깥사람이 궁녀의 이름을 알아서도 안 된다고 엄한 명령까지 내렸다.
하루는 대군이 궁녀들을 불러 시를 짓게 했다. 모두의 시를 보고 난 다음, 대군은 운영의 시에만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겼다며, 궁녀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운영을 다그쳤다. 다행히 대군은 몇 마디 경계의 말을 하고 운영을 용서했으나, 운영은 마음속 깊이 감추어 둔 그리움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움의 대상은 지난 가을 수성궁을 방문했던 젊은 선비 김 진사였다. 김 진사는 운영이 궁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만난 바깥사람이었다. 운영은 첫눈에 김 진사에게 마음이 끌렸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김 진사 또한 운영에게 자꾸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대군은 김 진사를 수성궁으로 자주 부르긴 했지만 궁녀들과 한자리에 두지는 않았다. 운영은 김 진사를 그리는 마음을 담아 쓴 시와 금비녀 한 쌍을 지니고 있다가 어느 날 수성궁에 온 김 진사에게 남몰래 전했다.
김 진사는 운영에게 당장 답장을 써 보내고 싶었지만 편지를 전할 길이 없어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수성궁에 드나드는 무녀를 통해 운영에게 답장을 보낼 수 있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 운영은 김 진사를 잊지 못했고 그리움이 마침내 시에 드러났던 것이다.
하루는 안평 대군이 한곳에서 지내던 열 명의 궁녀 가운데 운영을 포함한 다섯 명을 궁 깊숙한 곳에 있는 서궁으로 옮겨 지내게 했다. 운영은 김 진사에게 답장을 전할 길이 없어 애를 태웠다.
그러던 중 한가위 무렵 궁 밖으로 빨래를 하러 나갈 기회가 생겼다. 운영은 자란과 다른 궁녀들의 도움으로 무녀의 집에서 김 진사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서궁에서 다시 만날 약속을 했다.
김 진사는 수성궁의 높은 담을 넘지 못하여 고심하다가 외거노비 특의 도움으로 궁궐 담을 넘었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었고, 김 진사는 그 뒤로 밤마다 담을 넘어 운영을 찾았다.
겨울이 되어 밤새 내린 눈에 김 진사의 발자국이 남는 일도 있었다. 다른 궁녀들은 위험하다며 걱정을 했다. 그래도 김 진사와 운영은 만남을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봄이 왔다. 김 진사는 나날이 근심이 커졌다. 특은 김 진사에게 운영을 데리고 달아나기를 권했다. 사실 특은 운영의 재물을 자신이 차지하기 위해 이런 꿍꿍이를 벌였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운영과 김 진사는 특의 충고를 따르기로 하고, 특에게 운영의 패물을 궁 밖으로 옮겨 달라 부탁했다. 운영은 도망칠 준비를 다 하고도 친구 자란의 이유 있는 반대에 수긍하고 궁에 남기로 했다.
며칠 뒤 안평 대군이 궁녀들을 불러 시를 짓게 했다. 대군은 운영의 시에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며, 그 사람이 김 진사가 아니냐고 힐문했다. 운영은 결백을 주장하며 그 앞에서 목을 매었다. 자란 역시 운영의 죄 없음을 대군에게 말했다. 소동 끝에 궁녀들이 운영의 목에 걸린 비단 수건을 벗겨 내어 운영은 목숨을 건졌다.
그 후 운영은 자신을 찾아온 김 진사에게 이별 편지를 전했다. 운영이 도망을 치지 않기로 한 걸 알고 특은 운영의 재물을 가로챘다. 그리고 도망가기 좋은 길을 물으려고 점쟁이를 찾아가서는 김 진사와 운영의 일을 거짓으로 꾸며 말하는데 그 이야기가 소문이 나서 결국 안평 대군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운영은 별당에 갇히고 말았다. 그날 밤 운영은 자기 때문에 고생할 다른 궁녀들을 구하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자 목을 매어 자결했다.
운영이 여기까지 이야기하자, 이어서 김 진사가 그 뒤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운영이 죽자 김 진사는 슬픔으로 제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특을 다시 불러 돈을 주며 운영의 넋을 위로하는 불공을 드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특은 이번에도 김 진사를 속이고 재를 제대로 올리지 않았다.
얼마 뒤 기운을 차린 김 진사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 진사는 운영의 명복을 빌고 특의 목숨을 거두어 지옥에 가두어 주기를 부처님께 청하고 운영을 따라 목숨을 끊었다.
이야기를 마친 운영과 김 진사는 흐느껴 울었다. 이를 보고 유영이 슬퍼하는 까닭을 물었다. 둘은 주인 잃은 수성궁에 사람의 자취는 없고, 봄빛은 변함이 없건만 사람의 일은 변하고 변하여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옛일을 회상하니 슬프다고 답하였다. 그리고 유영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은 책을 주며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여 주기를 부탁했다.
그러고 나서 세 사람은 다시 술을 마셨다. 유영은 깜박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깨어 보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김 진사가 쓴 책만이 남아 있었다.
유영은 그 책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상자에 고이 간직해 두고 때때로 그 책을 펼쳐 보며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영은 집을 떠나 이름난 산을 두루 돌아다녔다. 유영이 어떻게 생을 마쳤는지 아는 이는 없다. 다만 운영과 김 진사의 슬픈 사랑 이야기만이 세상에 전해질 뿐이다.
2. 운영전의 등장 인물
운영
안평 대군의 개인 궁궐인 수성궁의 궁녀로 자유로운 사랑과 참된 삶을 꿈꾸는 순결하고 정열적인 여인이다. 궁녀 신분으로 선비 김 진사와의 금지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다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의 주인공이다.
김 진사
준수한 용모에 빼어난 시를 짓는 재능까지 갖췄지만 소극적이고 감상적인 성격의 인물이다. 궁녀 운영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나 운영이 목숨을 끊자 운영의 뒤를 따라 죽음으로써 영원한 사랑을 얻는다.
유영
가난한 선비로서 이 소설의 화자 역할을 한다. 수성궁에 놀러 갔다 술에 취해 잠이 든 사이, 꿈속에서 운영과 김 진사를 만나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알린다.
안평 대군
세종 대왕의 셋째 아들로 학문과 풍류를 즐기는 호탕한 인물이다. 수성궁의 궁녀 중 열 명을 뽑아 시를 가르치며 아끼지만 그 가운데 운영을 가장 마음에 두고 있다. 궁녀들의 인간성을 억압하는 봉건적 인간상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자란
수성궁의 궁녀로 김 진사를 사랑한다는 운영의 고백을 듣고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운영의 사랑이 안평 대군에게 탄로 났을 때는 목숨 걸고 운영의 사랑을 지켜 주는 의리를 보여 준다.
특
김 진사 집안의 노비로 음흉하고 간악한 성격의 인물이다. 김 진사를 배신해 운영과 김 진사를 구렁텅이에 빠뜨리지만 결국 벌을 받아 우물에 빠져 죽고 만다.
3. 운영전 파헤치기
1) 남녀 간의 애정을 주제로 한 소설
《운영전》은 신분을 뛰어넘은 비극적 사랑을 아름답게 꾸민 애정 소설이다.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을 애정 소설이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 염정 소설, 연애 소설이라고도 한다.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 시대에는 남녀 간의 자유로운 교제를 엄격하게 통제했다. 때문에 신분을 초월한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는 애정 소설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엄격하게 지켜지던 신분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많이 쓰였다.
애정 소설이 많이 쓰인 데는 17세기 이후 등장한 실학사상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즉 실학의 등장으로 이상적인 문제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사람들은 그때까지 억눌러 왔던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을 소설을 통해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기에 쓰인 대표적인 애정 소설에는 《운영전》 외에 《춘향전》, 《영영전》, 《숙영낭자전》, 《채봉감별곡》, 《심생전》, 《숙향전》 등이 있다.
이 소설들은 남녀 주인공이 극복하기 힘든 시련과 고난을 이겨 내고 마침내 사랑을 이룬다는 구성상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운영전》의 주인공인 운영과 김 진사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죽음을 택하며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2) 조선 사회의 모순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비판하다
조선 시대의 궁녀들은 운영처럼 평생을 궁 안에서 왕만을 받들며 살아야 했다. 큰 병이 들거나 모시던 윗사람이 죽어야만 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궁녀들은 궁궐을 나온 뒤에도 혼인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운영은 안평 대군의 초대로 수성궁에 온 김 진사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궁녀라는 신분의 굴레와 남녀 간의 자유로운 사랑마저 구속하던 조선의 사회 제도가 운영의 사랑을 가로막는다. 그러자 운영은 자유를 구속하는 사회 제도에 맞서 김 진사에게 절절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전하고, 운영의 마음을 알게 된 김 진사는 수성궁의 높은 담을 뛰어넘는 용기를 보인다.
운영과 김 진사처럼 목숨을 걸고 금지된 사랑을 했던 이들이 조선 시대에도 있었다. 양반 가문의 규수가 집안의 노비와 신분을 뛰어넘는 결혼을 하기도 했고, 자유연애가 금지된 시대에 과감히 직접 신랑감을 고른 양반가의 여인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 운영 역시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운영전》은 운영의 죽음을 통해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을 관습과 규범으로 억압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이처럼 《운영전》은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만을 다룬 애정 소설이 아니라, 전통과 관습만 중시하는 유교 사회의 모순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비판한 작품이다. 유교를 바탕으로 한 조선 시대의 사회 제도가 개인의 삶을 억눌렀으며,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자유를 구속당한 채 고통 받았던 당시 사회의 모순을 꼬집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