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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서 수필마을 스크랩 장호원 과수원
보견심 추천 0 조회 68 09.04.14 23:26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배꽃과 복사꽃이 눈부시게 피는 봄날과

과즙이 줄줄 흐르는 배, 복숭아가 익는 가을이면

나는 장호원에 간다.

적어도 1년에 두 번 친구집에 간다.

 

오늘도 배꽃과 복사꽃을 보러 장호원에 다녀왔다.

 

 

 

1년에 한번 만나는 배꽃을 대하면 왜 내 가슴은 이리도 두근대는지?

 

오늘이 절정인 듯싶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얗게 피어있는 배꽃은

마치 옥색치마에 하얀 모시적삼을 입은 한국 여인을 닮았다.

 

곱다!

이 모습을 보자고 나는 얼마나 기다렸던가?

 

꽃 피는 시기를 묻느라 얼마나 친구를 귀찮게 했던가?

 

 

 

 

 

복사꽃은

겨우 사랑을 알게 된 처녀의 가슴이다.

 

뜨거운 포옹을 대신하여

나는 셔터를 눌렀다. 꽃을 향한 내 사랑의 표현으로. 

 

 

몇 년 전에 옮겨심었다는 소나무가 제법 귀태를 드러낸다. 

휘어진 가지가 그럴 듯 하고, 솔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이 눈부시다.

 

나는 햇빛을 달빛으로 상상하면서

달 밝은 어느 날을 그렸다.

저 소나무 아래서 푸른 달빛을 술잔에 담아

친구와 정담을 나누고 술잔을 기울인다면 하는 생각을..... 

 

 

박 여사는 내 의중을 헤아려 따끈한 커피를 소나무 아래로 들고 왔다.

고맙다.

 

친구의 존재가 이렇듯 나를 기쁘게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관세음보살임에 틀림없다.

나도 작은 관세음보살이 되어 남을 기쁘게 해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는 없을까?

그런 날은 없을까?

 

 

 

나는 배꽃을 보면 으례 梅窓의 시조를 떠올린다.

 

       梨花雨 흩날릴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는가

       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더라 

 

이 시조는 村隱 劉希慶의 애인인 매창이 지은 시조로서

촌은이 서울로 돌아간 뒤에 아무런 소식이 없었으므로 이 노래를 지었다.

 

바로 내 노래이고 싶은 마음에 다시 외워본다.

님 그리며....

 

 

 

 

 

봄은 만물이 소생하고 꽃이 피어 좋고

여름은 녹음방초에 푸른 위로가 있어 좋고

가을엔 풍성한 추수가 있어 좋고

겨울엔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어 좋은 1년 열두 달

 

나는 오늘, 봄을 찬양하며 지냈다.

그대와 함께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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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4.15 08:20

    첫댓글 보견심님이 이 많은 고운 꽃들 중에 단연 가장 고운 꽃이네요. 사람에 치어 살면서도 그래도 사람만한 꽃은 없다는 것을 늘 느낍니다.

  • 작성자 09.04.15 20:06

    고맙습니다. 큰 위로가 되는 말씀을 주시니....ㅎㅎ

  • 09.04.15 21:21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요...

  • 작성자 09.04.15 21:53

    에이...그렇게 말하는 명현님이 오히려 아름답네요....^^

  • 09.04.16 11:15

    배꽃같은 흰치아와 복사꽃같은 뺨을 지닌 처녀가 보견심 아니던가요

  • 작성자 09.04.16 15:43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낄낄...

  • 09.04.20 09:53

    Die Rose ist ohne Warum.-Angelus Silesius(독일 영성가) 장미는 이유를 모른다. 스스로가 존재 이유인 신비 그 자체

  • 작성자 09.04.21 22:25

    차암님...오랜만이십니다. 그간 별고없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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