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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넷 살롱의 첫인상은 청결했다. 기존의 다른 선술집과 천지 차이였다. 붉 은색 가죽으로 마감한 탁자, 천이 씌워진 의자, 거기에다 질 좋을 나무로 조 각해 대리석으로 장식한 바는 예술 작품이었다. 사방 벽에는 꼼꼼하게 벽지 가 발라진데다 바닥에 얇은 카펫까지 깔려 있었다. 눈을 씻고 봐도 타구(침 뱉는 그릇)는 보이지 않았다. 술집이 아니라 일류급 호텔 로비나 상류층 남 성의 전용 클럽처럼 보였다. 케이시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심지어 밖으로 나가 간판을 다시 확인하고 장소를 옳게 찾았는지 확인까지 했다. 틀림없었다. 하지만 바넷 살롱은 유럽 인, 아니면 동부 출신의 손길이 닿은 듯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때문 에 자연스럽게 헨리 커루더스 쪽으로 생각이 미쳤다. 아니나 다를까, 헨리 커루더스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데미안이 묘사했던 대로 두꺼운 안경과 뺨에 사마귀가 있어 알아보기 쉬웠다. 그 탁자에는 세 명의 다른 남자들이 앉아 있었는데, 두 명의 남자가 서서 그들의 대화를 경 청하고 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정장 차림이었는데 헨리가 가장 운에 뜨였 다. 선거 전략을 토의한다기보다 음침한 은신처에서 다음 도둑질을 모의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케이시는 그런 생각을 지워버렸다. 내가 너무 의심이 많구나. 헨리의 동료 들이 총잡이 특유의 험악한 인상을 풍긴다고 정말 총잡이라는 뜻은 아니잖 아? 그들은 무기도 없었다. 데미안은 뛰어난 실내장식을 알아차린 것 같지 않았다. 헨리를 본 순간, 초 점은 전적으로 그에게 맞춰졌다. 데미안은 헨리가 시선을 의식하기를 기다렸 다. 케이시도 범인의 신분을 확인할 요량으로 그 순간을 기다렸다. 헨리가 데미안을 알아보고 죄책감 어린 표정을 짓는다면 그건 빼도 박도 못하는 범 행의 증거일 테니까.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문 쪽으로 고개를 돌 려 두 사람을 본 헨리는 약간 놀란 것처럼 보였지만 그게 전부였다. 죄의식 때문이 아니라, 정장이 요구되는 곳에 두 사람이 생뚱한 차림으로 들어서서 놀란 눈치였다. 그렇다면, 헨리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두 사람의 출현에 놀 라움을 표시할 텐데..., 정말 그랬다. 다들 호기심이 역력한 표정으로 그들을 대했고, 그 중 일부는 노기까지 띠었다. 한 남자가 성마르게 말했다. 어이 이봐, 여기는 회원 전용 살롱이야. 술을 마시려면 길 맞은편 이글즈 네스트 로 가보라구. 물론 케이시와 데미안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케이시는 속으로 궁리했다. 권총을 꺼내서 끝장을 봐?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헨리, 나는 너를 체포하겠다. 데미안이 말을 이었다. 순순히 따라오겠느냐, 아니면 내가 네 놈을 끌어낼까? 케이시는 데미안이 합법적으로 범인을 체포할 권리도 없는 주제에 큰소리 를 탕탕 치는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의 선언을 공수 표로 받아들이고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헨리도 그에 가세했다. 잭, 어윅 부인의 개를 다시 걷어찬 거요? 누군가 숨죽여 웃으며 농을 걸었다. 아니야, 그게 아닐 거야. 다른 사람이 낄낄거리며 장단을 맞췄다. 신문에 자기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헤닝 영감이 잭을 체포하도 록 한 게 틀림없어. 헤닝은 또 다른 읍장 후보이자, 지방 신문의 두 페이지에 걸쳐 헨리에게 중 산 모략을 당한 상대였다. 하지만 그들이 말한 잭 이 누구일까? 호칭 문제에 혼란스러워하기는 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커루더스 씨, 댁의 이름을 여럿 들어봤어도 헨리 는 처음인데요? 커루더스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전에 헨리라고 불리곤 했네. 하지만 나와 쌍둥이 동생이 헷갈리는 실수는 근 20년만에 처음일세. 그는 데미안을 보고 정중하게 물었다. 선생, 나와 내 동생 헨리를 착각하신 게 아닙니까? 그런데 당신을 누굽니 까? 데미안은 그 질문에 담긴 암시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있는 대로 얼굴을 구겼다. 난 데미안 루트리지다. 지금 너와 헨리가 일란성 쌍둥이라는 거냐? 불행하게도 그렇습니다. 불행하게도? 커루더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동생에게 억하심정이 없소이다. 뭐, 녀석이 변변치 못하다고 항상 생 각해왔지만 말이오. 하지만 나와 똑같은 상판을 하고 있다고 내 행세를 하고 돌아다니는 꼴을 좋아한 적은 한번도 없소. 그래서 자립할 나이가 되자마자 난 뉴욕과 가족의 곁을 떠났던 거요. 그리고 다시 돌아가 본 적도 없고, 그 일을 후회하지도 않소. 나는 헨리와 수시로 연락했지만 만나본 적은 한번도 없소이다. 헨리 소식을 마지막으로 들었던 때가 언제냐? 올해 두어 통의 편지를 받았소. 지난봄에 동생이 나를 만나러 올 생각이라 고 편지를 써서 꽤 놀랐소이다. 헨리가 뉴욕과 편한 직장을 떠나고 싶어할 줄은 꿈에도 상상치 못했거든. 그는 회계사라오. 그래, 그 점은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동생처럼 소심한 겁쟁이에게 이 동네는 어울리지 않소이다. 그 말에 그의 친구들이 껄껄거리며 폭소를 터뜨렸다.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커루더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동생은 마음을 바꾼 모양이오. 두어 달 전에 샌안토니오에서 보낸 편지를 마지막으로 소식이 뚝 끊겼소. 그가 이곳에 나타나리라 생각하나?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샌안토니오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3개월 이나 걸리지 않소이다. 평생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텍사스 는 원시적으로 보일 거요. 일정한 유형의 사람들만이 이곳에 정착하는데, 헨 리는 그런 유형이 아니오. 하지만 댁은? 지난 15년 동안 텍사스에서 살아온 나에게 뭘 더 바랍니까? 이 읍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어. 데미안이 커루더스 말의 모순을 지적했다. 나는 이곳이 아니라 텍사스에서 살았다고 했소. 잭의 어조는 짐짓 겸손하게 바뀌었다. 내가 이 컬더스에 살았던 기간은 여덟 달 정도요. 그렇지 않나, 동지들? 그래요, 약 8개월 전에 당신이 이곳에 나타났지요. 커루더스의 오른쪽에 있던 남자가 말했다. 잭은 히죽거리며 데미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헨리가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체포한다는 거요? 살인을 저질렀다. 헨리가? 커루더스가 배를 껴안고 웃기 시작했다. 그는 한참 후에야 웃음을 가라앉히 고 말을 이었다. 당신이 잘못 생각한 겁니다. 헨리가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 법은 기도를 통해서만 가능하오. 그는 그런 짓을 할 만한 배짱이 없소이다. 그렇다면 댁은 어떤가..., 잭? 그 작은 남자는 움찔했다. 데미안이 뜸을 들인 다음에야 이름을 들먹이자, 데미안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사지 못했다는 점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 점은 케이시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잭은 성실하게 질문에 답했다. 나는 내 몸을 방어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를 거요. 하지만 나와 내 동생은 다르다고 말했잖소. 사실 우리는 밤과 낮처럼 다른 사람들이외다. 내가 약골 을 못 참는 반면, 내 동생은 정확하게 그런 범주에 속한다, 이겁니다. 케이시는 잭의 단언에서 일말의 진실을 감지했다. 이 볼품없는 남자는 데미 안이 묘사했던 헨리와 어울리지 않는 오만함 을 풍겼다. 쌍둥이 중 한쪽은 겁쟁이고 다른 반쪽은 엄청난 허풍쟁이였다. 잭의 말이 전부 쇼일까, 아니면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수완을 지녔을까? 케이시는 그 점이 흥미롭기 그지없 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가슴속에만 담아뒀다. 데미안이 혼자서도 잘 하기 때문 이었다. 그는 예상치 않은 상황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으면서도 성질을 잘 참 았다. 케이시는 속으로 감탄했다. 긴긴 추적과 조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이 상황은 그간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었고, 바로 그 때문에 데미안은 펄펄 뛰며 화를 내야 마땅했다. 데미안이 가타부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의심쩍은 표정만 짓자, 잭은 기분이 상한 태도를 싹 바꾸며 한숨을 쉬었다. 루트리지 씨, 댁은 내 말을 믿지 못할 거요. 전에 내 존재를 들어보지도 못 했으니 어찌 나를 믿겠소. 그러니까 뉴욕에 계신 우리 고모님께 전보를 치는 게 어떻겠소이까? 그분은 나와 헨리가 일란성 쌍둥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 실 거요. 전신국이 어디에 있지? 그 말에 잭이 다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에는 없소. 우리도 모두 올해가 가기 전에 하나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오. 하여튼,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전신국은 샌더슨에 있소. 여기에서 남쪽으 로 한 이틀 정도 떨어진 곳이오. 댁이 그곳에 다녀올 즈음에는 나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사과하게 될 거요. 그리고 선거 유세 중인 내 명성에 흠집을 내 지 못할 거외다. 그 작은 남자는 듣는 이의 귀에 거슬릴 만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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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