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가는 남자-사우나를 위하여/성선경

[yanggo]

-목욕탕 가는 남자-사우나를 위하여/성선경-


나는 사막처럼 마른 수건이다
소금같이 바싹거리는 모래를 씹으며
나는 어느새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흠뻑 젖은 오아시스의 우물을 떠 올린다
내가 길어 올린 것이 깊고 푸른 우물이었나
낙타의 눈꺼풀같이 바삭 마른 모래사막이었나
나는 금방 우수같이 젖은 수건이다 어흠
사막에 들어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는 내 속의 우물
퍼 올려도 퍼 올려도 입 안에서 바싹거리는 모래
등활지옥( 等活地獄 )에 든 것은 나를
사막같이 비우고자 한 것이었다
오아시스처럼 채우고자 한 것이었다
몸을 뒤집는 모래시계가 다시 어흠
사지를 꾹 짜며 수건에게 묻는다
내가 길어 올린 것이 사막의 한 줌 모래였나
내가 길어 올린 것이 주루룩 새는 시간이었나
마른 시간처럼 더 말리려 들어갔다
마른 수건 흠뻑 젖어 나오는 시간
온 몸이 두레박으로 물을 긷는 어흠 어흠
나는 이제 두레박이다 아니다 어흠 어흠
나는 이제 젖은 수건이다 아니다
몸을 또 뒤집는 모래시계같이
저 사막이 오아시스를 만든다고
나는 다시 모래같이 마른 수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