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5일 금요일은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내려와 있었다.
모처럼 마음 먹고 참가하는 한국아동문학협회의 문학기행과 문학토론회,
행선지가 내고향 합천이어서 신바람이 좀 났다.
한 차에 탄 하빈 선생님이 내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고 일침할 정도.
남해고속도로를 달려가다 의령에서 망개떡도 사고 합천에 닿으니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가뭄이 심해 논밭 타들어가고 농산물 가격 엄청 뛰어 농민과 서민 시름 깊은 때에
오시는 귀하고 반가운 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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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출발한 두 대의 차 중 먼저 도착하신 박일 선생님이 반가히 맞아주셨다.
이주홍문학관으로 들어가며 기념 샷. 비오고 흐려도 젖지 않는 꽃처럼 환한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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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 선생님이 야로중학교 교장님이신 손국복 합천문협회장님께 합천출신이라며
나를 소개시켰다. 회장님의 명함을 받고 명함이 없는 나는 가져온 책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건넸다. 방명록에 다녀갔노라는 표시도 남기고 문학관 내부를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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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동시, 소설, 수필, 희곡뿐만 아니라 서예도 한 경지에 이르신 이주홍선생님.
부산 온천장에 이주홍 문학관이 있는데다 합천 문학관은 세운지 얼마안돼
부산 아동문학가들이 기증한 자료가 흐뭇하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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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빈 선생님이 재미난 것 있다고 손짓을 했다.
모니터에서 지시하는대로 기념사진 찍어 메일로 보내는 디지털 우체통이다.
호기심 천국 네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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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우체통 옆에는 이주홍 선생님의 동시를 낭송해 보는 방이다.
하빈 선생님 이르는대로 모니터의 자막 보며 '해같이 달같이만' 낭송 녹음 중.
하빈 선생님이 유리문 밖에서 녹음방송 중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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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 선생님이 여길 보라고 가리키는 곳은 합천 출신 어린이 문학가 명시해 놓은 자리.
소민호 선생님과 김하늬씨 이름이 보인다.
얼른 내 이름자도 올리라는 선생님의 애정어린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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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구, 창원 등 멀고 가까운데서 오시는 작가들이 도착하자 환영사와 토론 등
공식행사가 시작되었고, 행사 끝난 뒤 서둘러 지척의 영상테마파크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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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오신 정선혜 선생님은 봉제인형 하나를 안고 다니셔서 내 눈길을 끌었다.
궁금해서 물으니 향파 이주홍선생님이시라며 선생님의 삶과 역량, 작품세계에 대한
흠모의 마음 감추지 못하셨다. 누군가, 무엇인가의 열렬한 마니아는 그 자체로 감동이다.
아동문학 평론가, 교원대학 교수, 독서치료학회 이사이신 정선혜선생님이 권한 향파 선생님의
'아름다운 고향', '피리 부는 소년'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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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테마파크에 도착하니 비가 본격적으로 내렸다.
"비가 와서 더 좋다!"는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에 작동하는 내 사고의 원리이자 전략이다.
보이는 것이라곤 초록인 계절, 비가 와서 확실히 더 좋았다.
영상테마파크 들어가는 입구인 가호역.
합천일보 사장님(분홍색 파일 든 분)과 합천문협 회장님이 먼저 도착해 맞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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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 서울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는데 전차는 실제로 달린다.
비가 와서 타는 것은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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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락부와 끽다점으로 불린 찻집. 구락부는 클럽의 일본식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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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보다 리스토란테 표기가 철자와 맞아떨어지는 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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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 안에 있는 식당 '이화장'으로.
부산과 합천의 두 분 회장님은 틈틈이 숙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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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수님이 사 주시는 점십밥 맛나게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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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에 쪼롬히 앉아 커피도 마시고 처마끝에 빗물 떨어지는 것도 보며 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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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희들은 이제 그만..."
늦게 식사를 마친 문학관 관장님과 합천문협 회장님이 중문에 서서 툇마루끝 우리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하신다. 남은 일정은 합천출신 소민호부산아동문협 회장님께 맡기고.
"네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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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영상파크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모던보이, 포화 속으로, 전우치, 마이웨이 등이
제작되었고, 드라마는 자이언트, 에덴의 동쪽, 청춘예찬, 제중원 등이 제작됐다.
전국 영상파크 중 흑자재정인 테마파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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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합천호가 내려다 뵈는 물박물관으로 갔다.
박물관을 둘러 보고 옥상 전망대로 갔다. 이 곳이 물로 채워지기 전의 풍경을 좀 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좋아하는 사회 선생님과 친한 친구 몇이 버스타고 물과 산, 돌이
좋은 이곳 물가에 놀러온 적이 있다. 하루에 버스가 두 대쯤 다니는 오지 마을이 이렇게
쌍전벽해가 돼버렸다. 시퍼런 저 물 속에는 여러 마을이 있는데 뿔뿔히 흩어진 수몰 마을
주민들은 합천호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망향탑을 세우고 이년마다 한 번씩 망향탑 아래서
만나 회포도 풀고 조상님께 제사도 지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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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박물관을 내려와 향파선생님 생가 마을로 갔다.
시골 마을 앞에는 안내판이 서 있고 찻길옆에 주차장, 주차장 펜스엔 화전민의 아들
'메아리 소년' 돌이의 모습이 보였다.
깊고 깊은 산 속에서 엄마도 친구도 없이 아버지, 누나와 셋이 살다
유일한 말벗인 누나도 시집가버려 외로움과 그리움이 목까지 가득찬 돌이.
높은 산에 올라 "내 산아!"하고 외치던 돌이의 목소리.
굵고 육중한 소리로 되돌아 오는 "내 산아!" 하는 메아리.
돌이의 심정에 동화돼 뭉클하고 저릿한 내 마음은 같이 공부하는 아이들 마음에도
가 닿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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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옆 정자 '향파정'엔 논에서 일하다 잠시 정자에 쉬는 마을사람들이 보였다.
위대한 작가가 배출되니 일 하다 쉬는 쉼터의 격이 다르네. 보기에 심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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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시, 동시, 소설, 수필, 희곡은 물론 그림, 서예, 영화까지 한국문단에 향파 선생님만큼
다재다능한 재능을 보여주신 분이 없다며 어떤 산천에서 태어났기에 그럴 수 있었는지
사뭇 궁금하셨다는 정선혜선생님이 선생님 인형을 안고 생가 골목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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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를 나와 들른 곳은 대야성 기슭 황강변에 선 함벽루.
합천문협 회장님은 처마끝 낙수가 황강에 떨어지는 아름다운 정자라고 했다.
과연!
이름만으로 이미 산과 강물을 머금은 푸른 미학적 이미지가 느껴지는 함벽루.
정자에는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선생등 대문장가들의 글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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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저기 상념에 잠겨 거니는 붉은 우산의 저 신사분은 아는 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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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벽루에서 공재동 선생님께 듣는 이주홍 선생님의 문학과 인간적 향기.
정선혜선생님의 열의와 다채로운 질문으로 강연과 토론이 빛나고 풍성하게 여겨졌다.
제 것이 없으면 질문도 못하는 법이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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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경 속의 강의실, 나이 들어도 맑은 눈빛의 사람들. 저것이야말로 아름다운 풍광이라고
함벽루 앞을 지나가는 황강의 물살들이 소곤거리며 흘러 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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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벽루에서 잘 가꿔진 일해공원으로 왔다.
향파 선생님의 동상과 동시 두 편이 새겨진 책 형상의 시비가 있었다.
합천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는 마산 아동문협에서 준비해오신 인정의 백자메론 차에 싣고
전국에서 모인 작가님들은 아쉬운 작별 인사 나누고 귀가길에 올랐다.
문학관에서 임신행 선생님이 향파 선생님의 동시 한편을 낭송해 주시며 들려주신 일화 하나.
임신행선생님이 언젠가 황강변 일해공원 향파 선생님 동상옆에서 술잔을 기울이는데
웬 할머니가 다가와 동상을 정성스레 닦으시더라는 것.
누구냐 물었는데 바로 향파 선생님의 여동생 소악여사.
정깊은 오라버니를 둔 아래 동시 속 소악여사는 지금 일해공원앞 아파트에 사신다고 한다.
잠 자는 동생
감을감을 등불아래/아버지는 책을 보고/
어머니는 옷슬 짓고/소악이는 잠을 잔다/
적은 눈을 살금 감고/곱게곱게 자는 양은
/어엽부기 천사갓다/ 나는 나는 바라보다/
참다참다 못하여서/이쪽저쪽 양쪽 볼에/
가만가만 입맞췄다/잠을 자던 소악이가/
이리굼실 저리 굼실/수두룩이 이러나며/
눈을 썩썩 부비면서/나를 보고 하는 말이
/오라버니 오라버니/누가 내게 입맛췃소/
오냐오냐 내 동생아/내가 네게 입맛췄다
첫댓글 퍼 갑니다~~김섐!파이팅=^^=
소소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사진과 함께 전해주신 강경숙 선생님 고마워요!! 정선혜 선생님이 모시고 온 향파 선생님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빈 선생님은 오가며 운전 해주시느라 정말 수고하셨지요~~
마침 비오는 이 시각에 잠 자는 동생 시를 읽으니 더 절절이 와 닿습니다.
네에 시 앍는 그 마음이 곱습니다 정 흐르는 한편의 동시로 평온하고 순화된 하루 되시길!
이후 한국에 가면 저도 이주홍 어린이문학관에 가보고 싶네요........ 사진과 함께 올린 해설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멀리 이국에 계시는군요 지구 저편의 거리감에 특별한 인정이 작동되네요 늘행복하십시오
하려던 일 까맣게 잊고 한참 서성거리다 갑니다. 선배님.. ^^
와아,보고싶은 루시다!오늘은 화요일,공부 마치고 함께 점심밥 달게 먹고 근처에있는 갤러리 '나무'에 가서 그림과 도자기 감상하고 집에 가는 버스안이라오.
오늘 노란 셔츠가 환하던 곰탱이 연진씨, 연필심,나나, 뿌이와 함께 시간 보냈죠. 루시가 있었음 더 즐거웠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