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시장에서 돌아오시면 동생과 나는 오로지 장바구니에만 관심이 있었다.
"엄마 내 운동화 사왔어요?"
"다음에 꼭 사올게."
"운동화 다 떨어져서 창피하단 말이예요."
엄마의 장바구니엔 우리가 쓸 칫솔과 아버지 속옷 그리고 우리 식구가 먹을 찬거리뿐이었다.
내 나이 서른이 넘어 이제야 물어본다.
"엄마, 엄마가 쓸 것은 왜 하나도 없어요?"
독약 같은 절망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잔 속에 몰래 넣어주는 것.
희망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거야.
다시 처음이었던 때로 돌아가보는거지.
그때도 그랬어.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거든.
난 정말 거기서 끝난 줄 알았거든.
이제 다음 번은 없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잖아.
여기 몇 가지 질문들이 있다.
우리가 실패한 사람을 믿어 줄 때, 정말로 성공하기 시작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기회가 한번 더 필요한 사람에게 기회를 줄 때, 정말로 복을 받게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상처 받은 사람을 도와줄 때, 누가 정말로 회복되기 시작하는가?
'패한 사람'편에 설 때, 정말 승리를 거두는 사람은 누구인가?
한 사람이 연인의 집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나야, 나!”
“그럼 돌아가세요. 이 집은 너와 나를 들여놓는 집이 아니에요.”
쫓겨간 연인은 그곳을 떠나 광야로 갔다.
거기서 몇 달을 두고 연인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너야, 너!”
그러자 금방 문이 열렸다.
- 앤소니 드 멜로 <종교 박람회> 중에서 -
* 하나되는 사랑은, 그가 내 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버리고 그 사람 안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좋은 옷 보면 생각나는 거, 그게 사랑이야.
맛있는 거 보면 같이 먹고 싶고, 좋은 경치 보면 같이 보고 싶은 거,
나쁜게 아니라 좋은 거 있을 때, 여기 그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거 그게 사랑인 거야.
그건 누가 많이 가지고 누가 적게 가지고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닌 거야.
봄은 늘 변덕이 심하다.
두터운 옷들을 벗게 해놓고 나서, 느닷없이 덜덜 떨게 하기도 하고, 썰렁하게도 한다.
그래서 철없는 식물들은, 천재이거나 아니면 세상을 못 믿는
약삭빠른 사람들처럼 재빠르게 잎보다 먼저 대뜸 꽃을 피웠다가,
활짝 필 겨를도 없이 당해서 스러지기도 한다.
진정한 만남은 모든 제도, 모든 형식, 모든 환경을 초월해서 위대한 작업을 성취한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유비가 제갈량을 만났듯이, 예수가 바울을 만났듯이,
부처가 가섭을 만났듯이 위대한 보스는 위대한 동지를 만나야 한다.
'타고난' 보스들은 애인을 고르듯, 아니 평생의 동반자를 고르듯, 항상 깨인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있다.
두 팔을 하늘 높이 쳐들고 만세를 부르자.
만세를 부르면 회색빛 심장이 뚝 떨어져나간다.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도 힘들다고 징징 울지 말자.
일어나서 만세를 부르자. 몸에서 툭 소리를 내며 고통이 떨어져나간다.
만세를 부르면 힘이 난다.
치욕도 살비듬처럼 가볍게 몸에서 떨어져나간다.
아무데서나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부르자.
계산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선행도 곱게 보지 못한다.
그래서 당신이 착한 일을 하면, 성격이 꼬이고 냉소적인 사람들이 당신의 선행을 헐뜯을 수도 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좌절하지 말자.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은 당신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하는 말이니까.
때론 삶으로부터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내게는 명상이고 수행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
세상이 곧 책이었다. 기차안이 소설책이고, 버스 지붕과 들판과 외딴 마을은 시집이었다.
책장을 넘기면 언제나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나는 그 책을 읽는 것이 좋았다.
그 책에 얼굴을 묻고 잠드는 것이 좋았다.
어머니는 우리가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기를 바랐다.
남동생들보다는 내가 어머니의 그런 뜻을 더 잘 받아들였다.
남동생들은 책보다 곤경에서 배우기를 더 좋아했다.
어머니는 나를 매주 도서관에 데려갔다.
나는 도서관의 아동서적을 열심히 읽었다.
어머니는 내가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는 날씨가 좋을 때면 산책을 즐기지만, 춥거나 흐릴 때면 집 안에서 서로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낸다.
"다른 부부들도 이럴까요?"
그가 밝고 경쾌한 노래를 부르면 나는 그의 주위를 뱅뱅 돌면서 사뿐사뿐 춤을 춘다.
이렇게 노래를 하고 춤을 추다 지쳐 잠자리에 들 때마다 꼭 잊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 감사해요, 고마워요."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손을 마주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