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意志)의 한국인

[청석 임병식]

의지(意志)의 한국인

임병식 rbs1144@hanmail.net

  동생이 낯선 나라 카자흐스탄에 들어가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언감생심,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만큼 그 소식을 들은 날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 형님, 오늘 면허가 나왔습니다.  외국인으로는 제가 1호 면허입니다.”

  그 말에 흥분해 마지않으며 나는,

  “ 축하 하네 동생. 정말 축하해!”하고 말했다. 아니 그러하겠는가. 그동안 고생한 일은 차치하고라도 드린 노력이 얼마였던가. 아우는 그 '면허'가 절실했다. 하나 그 나라에서는 이전까지 한 번도 외국인에게 의사면허를 내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60을 넘긴 아우가 그것을 해낸 것이다. 

아우는 그간 카자흐스탄 의과대학에 적을 두고  시험 준비를 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큰 장벽은 언어공부였다고 한다. 러시아어로 치러지는  의사고시였기 때문이다. 

동생은 1954년생이다. 적은 나이가 아니다. 그런데도 새롭게  공부하여  의사의 꿈을 이룬 것이다.  동생은 그 나라에 대체의학인 침술기술을 가지고 들어갔다. 국내에서는 면허를 내주지 않아 타국으로 진출한 것이다.

 동생은 침구사 면허가 갈급했다. 그것만 있으면 국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는데  면허증이  없다보니 뜻을  펼칠 수가 없었다. 무면허 의료행위는 바로 범법행위가 되어서  처벌받기 때문이었다. 숨어 지내면서 암암리에  환자의 초청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20년 남짓이다. 

나는 아우의 카톡 문자를 받는 순간, 불현 듯 두 인물이 뇌리를 스쳐갔다. 한사람은 조선 고종 때의 박문규란 분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인조 때의 이숙 이란 분이었다. 

박문규란 분은  수십 차례 과거시험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낙방을 했다. 그렇지만 백절불굴의 의지로 계속 도전한 끝에 마침내 83세의 나이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그 후로  나라에서는 그 의지를 가상히 여겨 정3품의  벼슬을 내리고 그것을 받은 이듬해에 사망을 했다. 

 또한 분은 조선중기 우의정을 지낸 이숙이다. 그는 열한 살 때 병자호란이 일어나 청나라로 끌려가서 노비생활을 했는데, 천우신조로  귀환을 하게 되었고 돌아와서는 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과거에 등과하여 경상도 관찰사와 대사간, 이조판서를 거쳐 우의정까지 이르렀다. 실로 입지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동생은 어떤가. 어려움을 헤쳐 온 과정으로 볼 때 결코 예를 든 분들과 비해 그 역경과  시련이 뒤지지 않는 게 아닌가.  동생은 국내에 있을 때 이미 대체의학계에서는 실력자로 정평이 나 있었다. 침술과 침구분야에서 일찍이 두각을 나타내 눈동자를 통해서 병증을 진단을 하는 홍채검사의 권위자였다. 그렇지만 의사면허가 없다보니 한갓 돌팔이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동생이 꿈을 펼칠 나라로  카자흐스탄을 택한 것은 우선 그 나라가 매우 크고 자원부국인데다 옛날 스탈린시대에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이 많이 거주한 것이 감안이 되었다. 

 그렇지만 적응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언어소통에 문제가 많이 애로를 겪었다. 현지인은 토속어인 까작어를 을 쓰고 공무상 공식어는 러시아어를 쓰는데 적응하는데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어차피 그곳에서 활동 하려면 거쳐야할 관문이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나는 그 과정에서 굳센 의지를 가지게 된 것은 의식 속에 잠재된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관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고향앞산에는 바위위에 자라는 소나무가 있는데, 이것이 의지를 심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집에서 보면 그 소나무는 한 오리 밖에서 훤히 보이는데 얼마나 척박한 곳에서 의지로 사는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그것을 느끼며 동생은 자라지 않았을 턱이 없다. 아마도 정신이 해이되고 몸이 나태해 질 때마다 동생은 그 나무를 떠올렸을 것이다. 

동생은 학업을 마쳤으나 또 한 차례 복병이 나타났다. 그 나라에서 아직 외국인에게 의사면허를 내준 선례가  없고 응시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 장벽을 허물어뜨리는데 많은 시간이 허비 되었다. 하나 마침내 응시자격을 얻게 되었고  당당히 합격하여 의사면허증을 손에 쥐게 되었다.  얼마나 장한 일인가. 

 동생은 면허를  받은 소식을 전하면서 각오를 밝혔다. 그 나라에 정착한 이상  의술을  마음껏  펼쳐 보이겠단다. 국민들 대다수가  육식을 하는 바람에  성인병을  앓는 이가 많은데 이들에게 양질의 서비스와  의료발전에 이바지를 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이미 독학과 국내침술 고수들을 두루 만나 익힌 노하우로 실명자를 고치고, 관절염으로 걷지 못하는 사람을 걷게 만들며   약을  먹지 않고도 침과 뜸으로써 혈압을 낮추는 획기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니 반드시 크나큰 성과를 내리라고 확신한다. 더구나 이제는 떳떳하게 정식면허를 받았으니 꿈을 펼쳐 보일 수 있지 않은가. 

 아마 모르긴 해도 조만간 입지적인 인물로 국내에도 소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부디 새롭게 시작하는 동생의 의료 인생에 찬란한 서광이 비추길 기대한다. (2018)

[人山 이희순]

동생 분의 기개와 포부가 남다르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 연세에 까다로운 러시아어를 습득하고 마침내 카자흐스탄에서 외국인 최초의 의사가 되었으니 형님으로서의 긍지가 어떠할지 상상이 갑니다 참으로 대단한 성과입니다 그 동안 움츠렸던 날개를 활짝 펴고 인술을 마음껏 펼치게 되었으니 기대 또한 큽니다 이역만리 카자흐에서 한국인의 기상을 떨치시기를 소망합니다

[청석 임병식]

아무리 생각해도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나이에 공부를 해서 합격한 것도 그렇지만 그 어렵다는 러시아어를 배워서 시험을 치렸다니 뉴스거리가 아닐수 없습니다. 더구나 외국인으로서는 최초의 일이라니 한국인으으로서 하나의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우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축하말씀 고맙습니다.

[청석 임병식]

2018 보성문학발표 2018. 경찰문학 발표.

[아찌 소군호]

정말 의지의 한국인이시네요. 아무리 집안 내력이라지만 타국에서 터잡기도 힘든데 최초의 업적을 이뤄냈으니 놀랍기만 합니다. 이게 다 아버지같은 선생님 덕이 아닌가 싶네요. 부럽습니다.

[청석 임병식]

대단한 의지의 사니이지요. 외국인 1호 면허자인데 앞으로도 동생같은 경우는 나오지 어려울 것이라고 하네요.

[아찌 소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