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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해외여행 후기 스크랩 찰자세 시즌2 제55호 ★ 클릿 신어도 되는 짬밥
찰리 추천 0 조회 1,745 09.05.21 11:43 댓글 24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밤에 말라카에서 얘기 나누다가 몇 시에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일어나보니 10시. 매일 같이 늦잠이구나.

아이쿠! 9시에 앨버트와 같이 아침 먹기로 했는데 얼른 전화해봐야겠다.



다행히 앨버트도 늦잠자서 지금 오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밤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건물 옆으로 불교 사원이 보인다.

이 사원은 해남회, 중국 해남도(하이난다오)에서 온 화교들의 재정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사원이다.

저쪽 언덕에는 푸젠회, 광둥회 등 다른 지역에서 온 화교들의 사원들은 따로 있다고 한다.

앨버트도 하이난 출신이어서 내게 관리실 옆에 잠자리를 재공해 준 것이었다.







짐을 다 챙기고 사원 앞의 식당으로 내려가서 앨버트를 만났다.

앨버트는 왜 짐을 다 챙겨서 내려왔냐며 오늘 정말 떠날 것이냐고 묻는다.


오늘이 금요일이니깐 계획대로 주말 안에 싱가포르 도착하려면 서둘러 가야해서 말이지.

그런데 오늘 밤에 와이프도 오고 친척들과 같이 식사하기로 했는데 한국 친구도 올 거라고 약속 해놨다고 한다.

그렇구나, 그러면 오늘 오후에는 천천히 자전거 수리나 하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겠다.

앨버트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되게끔 말라카에 잠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한다.^^







식혜 비슷한 음료와 맛있는 아침을 먹고

앨버트는 차로, 나는 자전거로 말라카로 향해 오후에 만나기로 한다.







어제 밤에 위치를 알려줘서 앨버트 누나가 하는 말라카의 LeRun 자전거포를 쉽게 찾았다.

(좌표: 2°12'5.62"N, 102°14'35.31"E)







이미 연락을 받았다며 짐 풀고 바로 수리 작업에 들어간다.







우선 페달을 교체하였다.

일반 페달이 아닌 다용도 페달(Multi Purpose Pedal)로

한쪽은 클릿(SPD) 시스템과 반대편은 일반 평 페달 겸용으로 사용 할 수 있는 녀석이다.


클릿 시스템은 신발과 페달을 고정시켜주는 방식으로 힘을 아낄 수 있고

빨리 달리기 위한 경주용 자전거에는 거의 필수품인 아이템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발과 페달이 고정 되어 있다 보니깐 급한 상황에 위험 할 수도 있고

전용 신발이 필요해서 신발이 하나 더 느는 등 여행용으로는 불편한 점들이 있다.


그래서 풀 클릿으로 가기엔 부담스럽고 가끔은 편하게 슬리퍼도 신고 타고 

막히는 시내 구간에서는 클릿 페달이 오히려 역효과니깐 반만 클릿인 제품을 선택했다.


이제 여행 20개월도 넘었고 여행 환경에 적응 할대로 했으니

클릿 슈즈 신어도 되는 짬밥이라고 스스로를 진급시킨 것이다.ㅋ


아쉽게도 내가 찾는 클릿 샌들(Sandal)은 이 가게에 없어서 신발은 아직 못 사지만

바꾸는 김에 우선 페달만 클릿으로 가고 클릿 샌들은 나중에 싱가포르 가서 찾아봐야겠다.

그 사이에 멀티 페달에 적응부터 해야지.^^








내가 기존에 사용하던 하위모델인 'Deore' 드레일러(변속기)를

KL에서는 110 링깃 달라고 해서 비싸다고 교체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상위모델인 'XT' 드레일러를 같은 110 링깃에 달아준 다는 것 아닌가!

조금 더 버틴 보람이 있구나! 이참에 드레일러도 업그레이드다!^^



친구라서 싸게 해주는 것인지 중소도시라 원래 저렴한 것인지 몰라도

이왕 손보는 김에 디스크 브레이크 패드(자동차로 치면 라이닝)도 확인 해 봐 달라고 했다.








꺼내서 확인해보니 진짜 마르고 닳도록 썼구나.

확인해 보지 않았더라면 고생 할 뻔했다.







마모 될 대로 된 패드 갈아 끼우려고 하는데 호환용 패드가 내 자전거에 맞지 않는다.

정품을 주문할 수 있기야 한데 많이 비싸기도 하고 며칠 걸린다고 해서 고민이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뒤 브레이크 시스템 전체를 교체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브레이크는 앞뒤 모두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Hydraulic Disc Brake)이다.

아무리 고속으로 질주하다가 살짝만 잡아도 즉각, 즉각 반응해주고 정말 훌륭한 제동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좋은 시스템이라도 단점이 있다.

2년 가까이 운 좋게 아무런 문제없이 임무를 잘 수행해주었기야 하지만

만에 하나 오지에서 오일이 누출 되기라도 한다면 내 스스로 정비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참에 앞은 유압식으로 내버려두고 패드 마모가 심각한 뒷바퀴 브레이크 시스템만

전체를 기계식(Mechanical) 디스크 브레이크로 교체하면 어떨까.


기계식은 케이블(와이어)로 되어있어서 줄이 끊어지면 예비 줄로 갈아 끼워 주기만 하면 된다.

물론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다운그래이드 하는 격이어서 손가락에 힘들 더 들어가기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한 대안 책이 생긴 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쓸 만한 브레이크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레버, 케이블, 캘리퍼 모두 포함해서 유압식 패드만 교체하는 가격의 두 배 정도.


60kg나 나가는 깜순이에겐 뭐 미세한 차이지만 무게도 조금 가벼워지겠다.ㅋ








그동안 정말 수고해준 브레이크, 드레일러, 페달아, 안녕~







장을 봤으니 돈을 내야지. 총 수리비 424RM(/3.5=121$).



지금까지 크게 지출할 일 없어서 국경에서 태국 돈 환전한 416RM(118$)으로 한 달간 사용하고도 남았는데

깜순이 너는 순식간이구나.ㅋ








링깃이 다 떨어져서 추가 환전하러 가면서 테스트 라이딩을 해본다.

이건 뭐..

완전 새 자전거를 타는 느낌이잖아!^^



새로 업그레이드 된 부품 효과도 있겠지만

기사가 서비스로 케이블과 커버 사이에 일일이 그리스를 발라준 효과가 큰 것 같다.

이래서 전문가의 손길이 중요해.








수리를 마치고 어제 어두울 때 봐서 제대로 보지 못한 시내를 다시 한 번 둘러본다.

밤에는 볼 수 없었던 말라카표 노란 사이클로 들이 관광지 여기저기에 보인다.

관광객 태우면 안 그래도 무거울 텐데 화려환 조명과 장식 그리고 음향장치로

다른 관광도시에 비해 한층 분위기 있다.







저녁에는 약속대로 앨버트를 만났다.

저녁 약속도 있고 알로가자로 돌아갈 필요 없게끔 말라카에 다른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소개해준 곳은 정커워크 근처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 건물에 비는 방.

생각지도 못한 잠자리가 이렇게 저렇게 해결 되는 것 보면 신기하다.^^


씻고 가족들을 만나러 서둘러 간다.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그냥 한 번 물어봤다.


“그런데 오늘 무슨 날이야?”

“응.”

“무슨 날인데?”

“내 생일.”

“뭐?”


아마 내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미리 말해주지 않은 앨버트가 밉다.

숙소에 뭐를 놓고 왔다고 차를 잠시 돌려달라고 했다.

KL 김기헌 집사님께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주라고 챙겨주셨던 예쁘게 포장된 제주도 열쇠고리가 생각나서이다.

비록 한국 홍보용이라 생일 선물로 좀 거시기 하지만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에 빈손으로 가는 것 보단 낫겠지.^^;








그리고 가족들을 만나 중국식으로 거하게 밥을 먹는다.

신혼인 앨버트와 형수가 너무 부럽다.ㅋ



앨버트는 사업 때문에 혼자 말라카에 와서 자리를 잡아 살고 있고

고향은, 그렇게 멋진 곳이라고 말을 아끼지 않는, 말레이시아 동부 해안이라고 한다.

부모님은 아직 그곳에 사시고 나보고도 꼭 가보라고 추천해준다.








앨버트 친구가 Fish Ball Soup 가게를 신장개업한다며 연락이 왔다.

그래서 2차로 자리를 옮겨 친구네 식당으로 갔다.



중국 잔장에서 자주 먹었던 화궈랑 비슷한 해물샤브샤브요리이다.


개업하기 전에 친구들 초대한 자리인데 맛을 보니 대박 날 예감이다.^^








말레이시아에 와서 중국 화교 커뮤니티에 합세하니 그리운 중국에 다시 온 느낌 같아 반갑기도 하고

본토가 아닌 말레이시아에 뿌리내려 시작된 사뭇 다른 화교 문화에 신기하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대륙기질이 중국에 있는 사람보다 덜하고 반도기질이 조금 나타나는 것 같고

영어, 말레이, 중국어 구사 모두 뛰어나다.

다만 요즘 젊은이들은 화교끼리도 영어로 해서 문제라며 앞선 세대들이 말한다.

많은 젊은이들은 말만 할 줄 알지 한자로 된 신문은 못 읽은 다며..



앨버트가 한 말 중에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줬던 문장 하나.

“나는 말레이시아인이라 자랑스럽고 화교(華僑)라는 것은 더욱 자랑스럽다.”



조국을 떠나서 하는 해외살이는 옛날에도 지금처럼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화교들의 특징을 보면 처음부터 큰 사업을 펼친 것이 아니라 식당과 같은 작은 경영에서 시작하였다.

그 결과 지금 말레이시아를 보면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은 화교이다.


많은 사람들은 “한 방의 대박”을 꿈꾸지만

화교들의 1원장사로 이어온 “꾸준함의 성공”사례는 충분히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독일생활시절 독일인들에게 배운 것 중에 유익한 것 하나는 그 꾸준함이었다.

너무 어려운 것이라 아직 삶에 크게 적용 되고 있지는 않지만 노력은 한다. (하긴 하나?^^;;)


예를 들어 독일 학교에는 중간/기말고사라는 기간이 따로 없다.

중요한 시험(Arbeit)은 각 과목 따라 선생님과 학생들이 논의해서 다른 과목 시험과 겹치지 않게

시험날짜를 정할 때도 있지만 갑자기 오늘 테스트를 본다고 하고 보는 깜짝 테스트도 종종 있다.

크게 당황하는 친구들은 없다.

지난 수업에 대한 퀴즈도 항상 다음 수업에 내기 때문에 꾸준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는 학습 방식이다.

그래서 벼락치기라는 단어를 독일에서 들어보지 못했다.


중학교 시절 한국으로 전학 와서 전 과목 시험을 몰아서 보는 ‘시험기간’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그 기간에 사람이 필요한 수면시간을 다 채워서 자면 ‘이상한 학생’ 소리 듣는 다는 것에 또 놀랐다.


뭐 어디가 좋고 나쁘고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마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다른 방식이 있는 법이고

토끼와 거북이의 동화 같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란 말이다.)








많은 수다 끝에 일어나 보니 다음날 아침이다.

그러고 보니 말레이시아에선 작은 마을에서도 현지인과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해서

이야기 봇다리 풀다보면 계속 이어져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게 좋다.

대신 현지어를 배우지 못하는 단점은 있다.^^;;



어제 밤에 텐트 설치하는 귀차니즘만 이겨냈다면 단 잠 잘 수 있었을 텐데

모기 때문에 잠을 약간 설쳤다.

더워서 침낭 속에 들어가지는 못하겠고 침낭 걷어 차면 나오면 모기들이 공격하고.

휴..


그런데 아침에 방의 한쪽 벽을 보니 에어컨이 있던 것 아닌가.ㅡ.ㅜ

어젠 왜 에어컨을 못 봤을까.

켜고 잤으면 침낭 속에 꼭꼭 숨어서 잤을 텐데 말이지.ㅋ









카페 직원과 인사하고 앨버트에게도 전화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늦은 아침으로 먹는 치킨 볶음밥과 떼따릭(Teh Tarik).

떼따릭은 홍차에 우유를 넣고 차를 높은 곳에서 컵에 따르기 때문에 거품이 일어난다.

높은 곳에서 차를 따르는 이유는 마시기 좋은 온도로 맞추기 함과

내용물이 잘 섞기 위해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직역하면 ‘끌어당긴 차’(pulled)다.

거품 없으면 가짜!ㅋ







그리고 복귀한 말레이시아 태양 밑의 도로.

덥다.

그래도 말라카에서 느낀 것을 다시 되 세기며 더위와 맞서 싸워 달린다.


한방의 성공 따위는 부럽지도 않다.

꾸준함은 한방의 성공도 추월한다.

최후에 웃는 자가 이기는 법이다.








말레이시아와는 이제 헤어질 시간이 슬슬 다가오지만

이 맛있는 로띠 차나이는 싱가포르에 가도, 인도네시아에 가도, 인도에 가도 계속 있겠지?


크루아상(Croissant)과 비슷한 빵 종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말레이시아 로띠 시리즈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요즘 한국에서 뜨고 있는 로띠보이의 로띠와는 다른 로띠입니다.^^

한국에서 파는 로띠는 태국식 로띠(Thai Pancake)로 바나나를 넣어 달달한 맛이고

말레이 로띠 차나이는 인도식 뻐라타 비슷하게 짭짤한 맛에 더 가까워요.

달달하면 웬지 간식 같아서 카레에 찍어 먹는 말레이 로띠가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고 더워서 입맛 떨어졌을 때 최고더라고요.^^



태국에서는 그냥 “로띠” 달라고 하면 자동적으로 로띠(Thai Pancake)주는데

말레이시아에서 그냥 “로띠” 찾으면 그냥 ‘빵’ 줍니다.

힌디어와 같이 말레이어로도 로띠는 ‘빵’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말레이시아에서는 로띠 뒤에 차나이(반죽), 플란타(버터,설탕), 뗄루어(달걀),

피상(바나나) 등을 붙여 줘야 원하는 로띠 받습니다.



태국식 로띠 사진은 시즌2 44호에.. ^^)








오오옷!

국도를 달리다가 소규모 자전거 폭주족(?)을 만났다.

같은 자전거를 만나서 반가워하는 녀석들이다.^^






멋진 윌리 퍼포먼스 보여줬기에 홍보용 장금이 언니 마우스패드 하나씩!ㅋ


나눠 주라고 받은 선물로 대리 인심 잘 쓰고 있다.^^






오늘은 늦게 출발 한 관계로 밤늦게까지 달린다.

불법으로 갓길을 달리며 내 길을 가로막는 저 차량은 왜 하필 자주 보던 차냐고..







자정이 다 되었는데도 말레이시아의 식당은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슬람 국가라 주류가 비싸기도 하고 종교의 영향이 있어서 술을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도 이렇게 밤늦게까지 말레이계 식당이나 중국계 식당에 자리가 꽉 차는 것 보면 신기하다.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냐, 아니냐에 따라 치안에도 영향을 미칠 테니깐

우선 나에게는 마음 편히 노방투숙 할 수 있기에 좋다.^^







침 꿀꺽 넘어가는 해물 자장면 한 그릇 먹으며 다음나라에도 쭉 있기를 희망해본다.







새벽 한시가 되니깐 이제 못 달리겠다.

사실 토요일이라서 내일 오전 중에 싱가포르에 도착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더 달릴까도 했지만

그냥 말라카와 싱가포르의 중간 지점까지는 온 것으로 만족하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 자기로 했다.

지도 보니깐 근처에 고속도로가 보이고 고속도로 톨게이트는 항상 화장실이 잘 되어있기에

씻을 목적으로 찾아 간다.

혹시나 해서 한쪽 구석에 텐트 쳐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쉽게 허락받으니 기쁘구나.







다음날 아침,

말레이시아에서 마지막 아침은 말레이의 정통 아침밥, 나시 레막(Nasi Lemak)으로 해결한다.


KL에 있을 때 마막(Mamak=현지식당)에 가면 바나나 잎에 쌓인 뭔가가 식탁에 몇 개가 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나시 레막이고 먹어도 안 먹어도 오전 중에는 식탁 중앙에 올라와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찾기 때문이다.

나시레막의 가격이 전년과 비교해 달라졌다면 말레이시아 물가가 어느 정도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나시레막은 말레이의 중요한 음식이다.


특이한 것은 밥을 물이 아닌 코코넛 밀크로 짓고 멸치볶음과 땅콩, 고추, 계란과 같이 먹는다.

하지만 나는 ‘막입’이라 코코넛 즙으로 뜸들인 밥이라고 누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몰랐다.ㅋ


요번 휴게소 식당에서 먹는 나시레막은 싱가포르와 가까워 져서 그런지

조금 도시적으로 그릇 위에 올려서 주는 구나.ㅎ








국도를 달리다가 반가운 이름이 보여서 브레이크를 잡았다.

자이툰 식당.ㅎㅎ

이라크 자이툰 식당엔 1식3찬인 국내 부대 짬밥과 다르게 1식8찬이고

장교, 부사관, 병사들의 차별 없는 메뉴에다가 특히 ‘자유배식’이라 좋았는데

이곳도 그럴까?ㅎㅎ



당연히 자유배식은 없다.

그냥 잠시 쉴 겸 떼따릭 한잔 시키고 주인과 얘기 나눈다.

와이프의 이름을 본 따서 식당 이름도 자이툰이라고 했다고 한다.

참고로 자이툰은 아랍어로 올리브라는 뜻이고 올리브는 그곳에서 평화의 상징이다.







그리고 다시 아슬아슬한 국도를 달린다.

트럭 한 대 지나가면 한 차선이 꽉 차고






성질 급한 차들은 코딱지만 한 배려 없이 바짝 붙어서 중앙선 넘어서라도 추월해 간다.

100km도 넘는 구간을 옆의 비포장도로로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쩔 수 없이 계속 달린다.



제발 고속도로 화장실에만 예산 투자하지 말고

국도 갓길에도 아스팔트 살짝 부어줬으면 하는 라이더의 마음이다.








그리고 드디어 유라시아 대륙의 최남단 도시 조호르바루(Johor Baru)에 도착했다.

새로운 보석이라는 뜻을 가진 이 도시의 느낌은 혼잡하다.

싱가포르에 인접해 있어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비싼 도시로 알려져 별로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은 없다.

1번 국도를 쭉 타고 내려가면 싱가포르와 이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어쩌다가 쇼핑가로 갔다가 다시 빠져나와 싱가포르 간판 나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싱가포르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고 웬 우드랜드라는 이상한 표기만 계속 이어진다.


느낌상 아주 가까운 것 같은데 이거 항상 막판에 헤맨단 말이야.



도심을 빠져나오니 거리에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고

신호 대기하고 있는 차 창문에 대고 길을 물어보니 파란불로 바뀌어서 앞으로 나가 버린다.

그러다가 거리를 걷고 있는 청년을 드디어 만났다!

싱가포르 어디야?

내리막길 계속 쭉 가라고 한다.

쌩유~








?!

공중방향의 싱가포르를 알려준 것이다.

아 눈물 나.

뭐 100% 잘못된 정보라고 할 수 없으니 흥분 가라앉히자.



요번엔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아저씨에게 다시 물어봤다.

폐기물을 오토바이에 가득 싣고 있는 아저씨는 아까 청년을 만났던 곳을 가리키며

저 언덕을 다시 올라가라고 한다.

나도 모르게 눈 동그랗게 뜨고 “You're sure?” 라는 말부터 나왔다.

아저씨가 갑자기 가던 방향을 틀더니 그러면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정말 왔던 길로 다시 올라가니 왼쪽 편에 이미그레이션이라고 적혀있고

계속 봐왔던 우드랜즈(Woodlands) 이정표는 이상한 표지판이 아니고

싱가포르의 한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무식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 가슴이 아프구나.


아까 지나칠 때는 무슨 운동 경기장 입구가 참 화려하다고 생각했는데

출입국관리소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통과했던 국경 검문소 중에는 딸랑 오두막 한 채가 끝인 곳도 있었고 하니

누가 여기다! 라고 가르쳐 주지 않는 이상, 놓치는 것이 이상하지도 않다.







오토바이용 검문소에서 출국 도장 찍고 좁은 길 따라 계속 가니깐

확실히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확신에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가만히 보니 말레이시아로 가는 길만 막히네?



싱가포르로 가는 코스웨이 중간에 잠시 섰다.

조호르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잇는 Johor-Singapore Causeway.

23m 깊이 바다에 모래를 쌓아 둑을 만들어 1923년에 처음 개통된 이 1056m 길이의 육교는

단순히 도로와 철도가 놓여 교통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필요한 물을 공급해주는 파이프까지 있고 여러모로 중요한 통로이다.

이 둑길은 두 번 닫혔었는데 한 번은 2차 대전시 일본군을 막고자 할 때였고

그 다음은 1964년, 말레이-중국인 간에 인종폭동이 일어났을 때였다.



혹시 자전거 통행을 못하게 하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했었는데 아무런 통제가 없어서 다행이다.

이제 몇 발자국만 내딛으면 새로운 국가의 시작이구나.








처음엔 생소하기만 했던 말레이시아.

36일을 지내고 1033km를 달리면서 백지였던 말레이시아 페이지에 조금씩, 조금씩 담다 보니깐

기대 이상의 것들이 페이지를 빼곡히 채우다 못해 가슴속까지 침범해서 많은 것을 느끼게끔 해주었다.

고마운 사람들, 맛있는 음식들, 출석하고 싶은 교회, 잊을 수 없는 더위, 재미있는 역사, 인종의 다양함,

이 모든 것이 주는 가르침.



그동안 고마웠어, 말레이시아.

기회 되면 또 보자고.

안녕~








2009년 1월 23~25일

23일 이동거리 : 28km
24일 이동거리 : 138km
25일 이동거리 : 107km (...ing)

세계일주 총거리 : 13150km

마음의 양식 : 살후 1~3장

23일 지출 : 자전거 수리 424RM (121$)
24일 지출 : 나시고랭 떼따릭 6, 로띠 4, 나시고랭 5, 생수 1.8, 호킨미옌 차 5.2. 계 : 22RM (6.28$)
25일 지출 : 나시레막 2.5, 떼 1.2, 떼아이스 1.5, 점심 5.5. 계 : 10.7RM (3.05$)

남은 돈 환전 : 98RM (28$) -> 40.18SG$ (싱가포르 달러)





www.7lee.com

찰리의 자전거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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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5.21 13:04

    첫댓글 말레이 여행을 환상적으로 하고 새로운 나라 싱가폴에 건강하게 입성함을 축하 드려요...찰리의 애마도 새롭게 건강하게 태어났음도 같이. 싱가폴은 아주 작은 나라인데 이곳에서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어떤 여행을 할지 많이 기대됩니다...이쁜 찰리!! 화이팅!!

  • 09.05.22 10:56

    ㅎㅎ~ 수고많으셨네여...

  • 09.05.22 22:16

    말레이시아에서 깜순양 새롭게 태어났고, 많은곳을 구경하고 좋은사람을 만나서 후한 대접도 받고 싱가폴에서도 좋은인연만나시길 바라면 계속되는 라이딩 건강히 하소서...^^*

  • 09.05.27 09:57

    생생한 현지 소식을 알려 주셔서 고맙고 또 부럽습니다... 항상 건강하고 안전한 라이딩을 하면서 많은 인연을 맺으시길 바랍니다...

  • 09.05.27 11:14

    반갑습니다 파이팅 아자아자

  • 09.06.25 18:55

    한달 넘게 글이 올라오질 않아서 무척 걱정이 됩니다..별일 없겠지요??

  • 09.07.30 15:13

    나두 한 번 해봤으면.. 혼자는 외롭고 3명이면 딱 좋지 않을까요?

  • 09.08.12 12:56

    찰리님 파이팅~!

  • 09.08.21 23:51

    왜 글이 안 올라오죠...^^*

  • 09.08.23 20:29

    무슨 일 있으신가요??

  • 09.08.30 09:12

    걱정이 됩니다! 소식 알고 계신분 있으면 글 올려 주세요^ 암튼 늘 행운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 작성자 09.08.31 03:46

    안녕하세요, 제가 요즘 인터넷 상황이 좀 힘들어 카페에 소식을 전하지 못했네요.^^;; 이제 중앙아시아로 들어가 앞으로도 카페엔 힘들겠고 간간히 생사여부만 개인 홈피에 올리고 있습니다 (7lee.com) 걱정시켜드려 죄송하고 깊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델리에서 찰리 드림

  • 09.09.08 13:57

    걱정 했는데.....고마워요...다음 소식 기다릴께요..

  • 09.09.11 16:36

    나쁜일이 있었나하고 걱정했는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요! 무사히 마칠때까지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 09.09.14 22:57

    무사하시다니 휴 컴사정이 우리나라가 제일이죠... 길게길게 기다릴께요. 안전하게 다니시길...^^*

  • 09.09.15 21:06

    찰리! 화이팅! 언제 어디서나 건강하소서.

  • 09.10.05 16:53

    홧팅!!!!차~알리

  • 09.10.17 08:29

    모 방송에서 봤습니다..한국 사람 자랑스럽내요..근데 아직 쏠로 이신감요 ㅎㅎ 젊어 청춘을 여행에 몸 바쳐서 한도 없겠슈!~ ㅎㅎ

  • 09.11.05 08:19

    찰리님이 어디쯤 가고 있을까~! 궁굼 합니다 소식좀 전해 주세용~~~!

  • 10.03.20 10:04

    꿈의 전도사 사랑하는 찰리!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요......

  • 10.03.23 13:16

    멋져요~~~

  • 10.07.08 17:27

    찰리님 화이팅!!

  • 10.11.23 23:37

    정말 멎집니다 ...화이팅

  • 11.09.27 20:57

    싱가포르여행 시작되네요 내 아는 사람도 지금 싱가포르에서 분투하느라 땀흘리고 있는데요. 부디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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