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2024학년도 임용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김민지라고 합니다. 1년 내내 하염없이 부족하고, 또 부족한 것뿐이라고 느꼈던 저 자신이, 단지 운에 힘입어 합격했다고 해서 남들에게 몇 마디 조언을 얹는 것이 마땅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제 합격수기를 읽고 유용한 정보를 얻거나, 하다못해 저를 반면교사로 삼아 본인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싶어 이렇게 임용 시험 준비 기간동안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합니다.
저는 인강이 제공되지 않는 2차 대비반을 제외하고 모든 수험기간동안 인강만을 수강하였습니다. 직강에 비해서 인강이 가지는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후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2023년 1월부터 2~3개월 정도 시험을 열심히 준비해 보다가, 개강 후 만만치 않은 학교 수업일정에 지쳐 준비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졸업 예정자 신분이었기에 2023학년도 시험을 응시할 수는 있었지만, 뭐라도 끼적일 수 있던 교육학과 달리 전공 시험부터는 아는 내용이 없어 그대로 엎드려 자거나 시험지에 낙서만 하다 돌아온 기억이 납니다. 전공 답안지는 말 그대로 백지로 제출했기에 1차 합불 발표일에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본격적으로 임용고시 시험 준비를 시작한 것은 사실상 2024년부터입니다. 스스로를 재수라 칭할지, 초수라 칭할지 고민이 조금 되었지만, 우선 본 글에서는 ‘실질적 초수’라고 칭하겠습니다. 저랑 상황이 비슷하신 분들, 또는 4학년 졸업 후 시험 준비를 처음 시작하신 분들이 참고하시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 2022년 상반기 (4학년)
4학년 때의 공부에 대해 적는 이유는, “이렇게는 제발 하지 말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제가 4학년 때 공부한 방식을 돌이켜 보면 뭐 하나 건질 만한 게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2023년 본격적으로 공부할 때 조금이나마 삽질을 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저는 아주 얕은 수준의 전공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동아시아사, 세계사를 수능 선택 과목으로 선택했고 좋은 점수를 받아왔었기에 노베이스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때 공부한 것이 전부 기억나지도 않았습니다. 역사 속에 등장하는 주요 왕조 변천(위, 진 남북조시대의 왕조 변천 등), 주요 인물(프랑스혁명의 로베스피에르 등) 등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다만, 학교에 입학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과외나 학원 일에 매진하면서 학교 공부에 비교적 소홀했습니다. 과외나 학원일 조차도 대부분 영어 과목으로 진행했기에 3학년 때부터는 영어교육을 이중전공으로 선택하였고, 4학년 초반까지 영어로 임용고시를 응시할까 고민했을 정도로 대학 4년간 역사와는 좀 동떨어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마 대학을 다니며 전공 과목을 성실하게 듣고 학점을 챙기신 분에 비해서는 훨씬 부족한 전공 지식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교육학은 2학년 겨울방학 때 재미삼아 이선화 선생님 교육학 1-2월 강의를 수강해 보았지만, 당시에는 임용고시를 준비할지 말지에 대한 확신조차 없었기에 대강 듣다가 결국 40%도 듣지 못하고 수강 기한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선화 선생님 교육학은 당시 비주류 분야(교육사, 교육철학 등)을 먼저 다루고 난후 주류 분야(교육과정, 교육심리 등)로 넘어오는 구조였기 때문에, 40%를 들었다는 이야기는 비주류 부분만 조금 듣다 말았다는 소리입니다. 사실상 교육학은 노베이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4학년에 취한 공부방법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철저하게 잘못되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처럼은 하지않으시길 바랍니다.
1) 교재를 그대로 노트에 배껴 적는 공부
제 기억에 분명 구쌤께서 이렇게 공부하면 망한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만.. 멍청하게도 저는 고등학교 내신 공부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때의 방법을 고수했습니다. 고등학교 내신처럼 시험 범위가 비교적 좁고 한정적일 때에는 이런 방식이 먹힐지 모르겠지만, 임용시험은 여러분이 이제껏 공부한 것과는 매우 다른 시험입니다. 이전에 잘 통했던 공부법도 임용고시 공부에는 전혀 쓸모없는, 오히려 시간을 갉아먹는 최악의 공부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왼쪽 사진처럼, 교재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 적되 중요한 키워드가 들어갈 자리에는 빈칸을 뚫고, 나중에 기화펜(일단 쓰고 나면 일정 시간 후 기화되어 글씨가 사라지는 펜입니다)으로 빈칸을 채워 가며 공부했습니다. 이는 교재의 모든 내용을 베껴 적는 방식이기에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됩니다. 하루에 평균 13시간씩 공부를 하면서도, 저는 일주일 내내 강의를 듣고 노트 깜지를 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중요한 개론서조차 펼쳐 보지도 못하고 시간을 다 보냈는데, 제발 이런 방식은 시도조차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2) 비용을 아끼려는 가성비 공부법
공부를 처음 시작하면서 저는 개론서는 커녕 교재를 구입하는 비용조차 아깝다고 느꼈습니다. 여기서부터 정말 많은 부분이 잘못되었는데, 우선 저는 2월까지 개론서를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선위 시리즈’ 교재만으로 공부를 끝내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품었으며, 심지어 그조차도 학교 선배로부터 전 해 교재의 pdf 파일을 얻어 공부했기에 인강과 싱크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고통받았습니다. 더 최악인 것은, 강의 비용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생각에 교육학 강의를 결제하지 않고, “나는 2학년 겨울방학에 그래도 교육학을 한 번 들었으니까 괜찮아”라고 단정하며 (40%밖에 듣지 않은 주제에) 교육학 공부를 혼자 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렇게 교육학도 위에서 언급한 깜지의 방식으로, 비주류 부분까지 전부 다 노트에 옮겨 쓰며 공부했습니다.
당연하지만, 수험생활은 돈을 요합니다. 그건 정말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강의 하나, 교재 하나 구입할 때마다 돈을 쓴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혹은 그 정도 돈을 마련하지 않고 수험생활에 진입하면 원활하게 공부를 이어나갈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첫 해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모든 돈을투자해서 열심히 공부한 후 빠른 시일 내로 임용고시 생활을 탈출하는 것이 오히려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개론서 및 교재 구입에만 최소 50, 넉넉잡아 100 정도, 인강 비용에만 최소 400정도는 투자할 생각을 하고 시작하시는 편이 차라리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공스타그램 운영
지워버리고 싶은 흑역사이지만, 4학년 때에는 공스타그램도 운영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공부 기록을 간단하게 올리려는 목적이었지만, 멋모르고 팔로우 신청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보는 눈이 많아지자 언젠가부터 공스타 계정과 플래너를 ‘예쁘게’ 꾸미는 것에 몰두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공부를 할 때 형형색색의 형광펜과 볼펜을 사용해서 플래너를 꾸미고, 스티커를 사 붙이는 등의 일이 그 자체로 크게 방해되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으로칙칙한 수험생활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공스타를 하게 되면 그것이 공부의 본질이 되어버린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너무바쁜 날에는 플래너 체크를 하지 못하고 보낼 수도 있는데, 예쁜 플래너를 쓰지 못 하면 그냥 그 날 공부까지 놔 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공스타는 ‘남들과의 비교’ 때문에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내가 오늘 최선을 다 해 13시간 공부를 해도, 남들이 15시간, 16시간 공부한 열품타 기록을 올리면 나의 ‘최선’이 보잘것없는 것으로 치부될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믿고 격려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저는 공스타를 운영하며 플래너를 치장하고, 남들과 비교하고, 가뭄에 콩 나듯 가끔 달리는 악플에도 상처받다가 자멸해 버린 케이스입니다. 공스타를 정히 운영하고 싶으시다면, 가급적 비공개로 돌리고 꼭 필요한 몇 명만 맞팔한 후,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꾸준하게 공부기록을 올리는 데에만 의의를 두시기 바랍니다. 인스타에 흔히 보이는 유명한 공스타계정이 되겠다는, 시험 준비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목표를 절대로 세우지 말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4) 임용 준비 외에도 너무 많은 일정 수행
1-2월까지는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을 임용고시 준비에만 쏟을 수 있었기에, 모든 것이 잘못되어가던 와중에도 삐그덕거리며 앞으로 나아간 것 같습니다. 하지만 3월에 개강하면서부터 감당할 수 없는 일정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아직도 들어야 하는 학점이 32학점 남아 있었고, 그 중 24학점은 영어교육에서 채워야 했습니다. 임용 시험이랑 관련이 없는 강의를 4학년 내내 들어야 했지만, 성격상 뭐 하나를 제대로 포기하지도 못하는 데다가 영어 교육에대한 애정이 남아있었기에 결국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 임용 쪽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4월까지는 어떻게든 강의만이라도 들으려고 노력했지만(강의 복습은 3월부터 포기했습니다), 5월부터 슬슬 강의조차 제 때 듣지 못하고 밀리다가 6월에 완전히 끈을 놓아버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과외를 3-4개 병행하고 운동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수행하다가 임용 공부가 뒷전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학점 수가 저처럼 30학점 이상이, 그것도 임용 시험 전공과 관련 없는 강의로만 남아있는 특수한 상황이라면 4학년 때부터 임용 공부에 너무 매진하지 마시고, 오히려 졸업 이후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저도 5월에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차라리 남은 6개월 동안 푹 쉬고 기력을 회복한 후 이듬해에 다시 시작하는 편이 낫겠다 생각했고, 지금와서 보면 그것이 맞는 전략이었습니다. 어차피 당해에는 붙을 가능성이 없어보였기에, 원없이 놀고 나서 돌아오면 잡생각 없이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저 6개월 동안 여행도 가고 넷플릭스에서 보고싶은 시리즈물도 원없이 정주행했으며, 막학기에는 다시 과외를 5-6개 정도 진행하며 다음 해 임용고시 준비에 필요한 돈도 확보해 두었습니다. 이렇게 하고나니 2023년에는 시험 공부가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다음은, 그래도 돌이켜 보니 ‘좀 잘 한 것 같다’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랑 비슷한 처지이신 분들이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교생실습을 3학년 때 나간 것
이건 학교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도 있지만, 제가 다닌 대학의 경우 교생실습 전에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강의를 2개 듣고 나면 언제든 교생실습을 나갈 수 있었습니다. 딱히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연히 2학년 때 해당 강의를 모두 듣게 되어서 저는 3학년 때 미리 교생실습을 나갔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저는 4학년 때 임용 시험에 몰두하지 못했기에 큰 의미는 없었지만, 혹시나 4학년때부터 본격적으로 임용 시험 준비를 생각하고 계시다면 가급적 미리 교생실습을 나가는 것도 권장하고 싶습니다. 4학년 때 초수로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가장 힘겨워하는 시기가 교생실습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시점이기때문입니다.
다만 이 글을 읽고 계신 많은 분이 4학년 이상이실 것이기에 이런 조언이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여 임용고시 준비를 생각하고 있는 1,2학년 후배가 있다면 꼭 얘기해 주고 싶은 내용입니다.
2) 11월에 1차 시험을 치르러 가 본 것
중등임용의 경우 졸업을 하고 난 후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를 하시는 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졸업예정자 신분이지만 시험 공부는 거의 되어 있지 않은 4학년 막학기의 상황에서, 3만원의 응시료를 부담해 가면서까지 시험을 보는 게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시는 분이 있을까봐 드리는 말씀입니다. 시험을 볼 수 있다면, 꼭 보러 가시는 걸 권장합니다.
당연히 2022년에 임용 시험을 치르러 갈 때에는 별로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용 시험 원서 접수 일정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시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수험표를 칼라로 출력해야 한다는 것도 시험 하루 전날 알아서 재출력했고, 평소 들고 다니던 가방을 그대로 가져갔다가 전자기기를 제출할 때 혼자서만 가방을 털어가며 5-6개를 제출했을 정도로 기본적인 태도부터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때 허접하게나마 시험원서 접수부터 응시까지의 과정을 경험한 것이 이듬해 시험 때 심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원서 접수 과정에서 혹시나 뭘 실수했을까 싶어도 “작년에 대충 제출했을 때도 아무 문제 없었으니 괜찮아.”라고 생각하며 넘길 수 있었고, 시험 당일 화장실 줄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핸디북을 준비해 간 것도 전해 시험의 경험 덕분이었습니다. 시험 당일 생각보다 창가 쪽 자리가 춥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고 옷을 얇게 여러 겹 입고 갈 수도 있었습니다.
정말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혹시나 ‘초수 타이틀’을 잃어버리는 게 억울해서 시험 기회를 날리실 생각이시라면.. 제발 그러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도 괜한 자존심에, “이번에 시험 치르고 오면 내년에 바로 재수생 신분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시험을 보지 말까 고민했던 철없는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주변 모든 지인이 뜯어말려서 간신히 시험을 보고 왔습니다. 그깟 타이틀보다 중요한 것이 시험 합격이고, 시험장 경험은 합격에 분명 많은 도움이 될것입니다. 이건 시험장을 직접 가 봐야 아는 일이니 우선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험장에 가 보시길 권합니다.
3. 임용 공부 전반에 대한 조언
12월까지 원없이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으로 임용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임용고시 공부 전반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말씀드리고, 그 후에는각 분기별로 어떻게 공부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인강이냐, 직강이냐
아마 많은 분들이 고민하시는 주제일 것 같습니다. 저는 직강으로만 수강 기회가 주어지는 2차 특강을 제외하고는 전부 인강으로 수강하였고, 짧게나마 2차 특강을 직강으로 들어 본 이후 이러한 제 선택이 (적어도 저에게만큼은) 옳았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직강과 인강의 장점을 각각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직강의 장점을 뒤집으면 인강의 단점이, 인강의 장점을 뒤집으면 직강의 단점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제가 인강을 선택한 이유는, 직강의 장점 대부분은 인강을 수강하는 사람도 본인의 의지로 구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지만 직강의 단점은 직강생이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직강의 장점 중 ‘강의가 밀리지 않는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의 경우, 인강생도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제 경우 중간에 약간 삽질을 하느라 생활습관이 흐트러진 적은 있으나(후술), 인강이 밀린 적은 1월 초반을 제외하고는(이 내용도 후술) 없었습니다. 저는 평소 공부도 집에서 하는 편이기에 직강 자습실이 주는 메리트도 적었습니다. 유일하게 아쉬웠던 부분은 상담신청이나 질의응답이 상대적으로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었으나, 김구 강의의 경우 QnA 게시판이 비교적 활성화되어있는 편이라 며칠만 참으면 질문에 대한 답을 받을 수 있었고, 개인적인 고민을 QnA 게시판에 올리거나 이메일을 보내 조언을 구하는 등 간접적인 형태의 상담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해 보였습니다.
직강의 가장 큰 단점은 이동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12월에 2차 특강을 들으며 노량진까지 오고 가니 왕복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아무리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다고 해도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공부와 지하철에서 하는 공부의 질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은 이동시간만 빠지는 것이 아닙니다. 더운 여름의 경우, 일단 늦은 밤 집에 돌아오게 되면 한없이 퍼지게 됩니다. 여름에 외출하면 샤워도 아침 저녁으로 해야 할 텐데, 이렇게 해서 빠지는 시간을 계산해 보니 하루에 최소 2시간 반은 넘기는 듯했습니다. 저는 이동시간이 아까워서 집 근처 독서실도 잘 가지 않는 편이었기에(걸어서 왕복 40분), 이 점이 직강을 기피한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직강의 단점 중 하나로, 모든 자료를 종이 형태로 받는다는 점이 있습니다. 종이 필기를 선호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이 점을 좋게 보십니다만, 제 경우 대학 시절 내내 아이패드로만 필기해왔기에 아이패드 위에 키보드로 수업 내용을 타이핑하는 쪽이 훨씬 편했습니다. 프로그램명을 여기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조금만 검색해 보시면 인강 게시판에 올라오는 파일을 pdf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을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본인이 직접 pdf 변환 후 파일을 내려받아야 한다는 점은 조금 수고스럽지만, 그 점만 제외하면 자료 보관과 필기에 있어 pdf 파일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후술하겠지만, 단권화하는 데 있어서도 pdf 변환 기능은 필수입니다.
배속 기능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기능들도 인강이 가지는 엄청난 장점입니다. 저는 처음 강의를 듣기 시작할 때 1.3배속으로 들었지만, 점차 빠른 속도에 적응해 막바지에는 2배속으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2배속으로 들으며 놓쳤거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다시 반복해서 듣고, 혹시나 수업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넘기기도 하며 시간 효율을 극대화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남들과 똑같이 1시간을 투자해 강의를 듣더라도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더욱 알찬 필기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을 제외하고도, 저는 극단적인 내향형 인간이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금세 진이 빠지고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습니다. 사방에 같은 처지의 수험생이 잔뜩 있으면 그들로부터 자극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축되고 공부가 하기 싫어지며, 혼자 있을 때 더욱 집중을 잘 하는 편입니다. 제 조언은 참고만 하시고, 결국에는 자신의 성향과 공부 습관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2) 플래너 쓰는 방법
위에서 언급했지만, 플래너는 임용 공부의 ‘본질’은 아닙니다. 본인의 공부 성향에 따라 계획을 세우는 것이 오히려 시간 낭비라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MBTI 검사를 해도 항상 극단의 J가 나오는 소위 계획충입니다. 계획이 없으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공부를 시작하지도 못 합니다. 저처럼 계획을 우선 세우고 나야 공부가 손에 잡히시는 분들이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월 단위 계획 -> 일주일 타임테이블 작성 -> 주간 계획 -> 일간 계획”의 순서로 계획을 세분화해 나갔습니다. 먼저, 월 단위 계획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저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지라,, 합격수기에 올릴 만한 마땅한 월간 플래너는 10월 것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어떤 식으로 플래너를 작성했는지를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월간 플래너는 굿노트 어플의 기본 서식을 활용했고, 전체적인 학습량을 설정한 후 그 분량을 각 주에 맞춰 쪼개고, 그후에는 매일 매일의 분량을 다시 쪼개 적었습니다. 이를테면, 10월부터 11월 초까지 한국사를 역연대기 순으로 복습할 것을 계획한 후, 그러기 위해서 무슨 요일에 한국사를 어느 분량만큼 봐야 하는지 구체적인 분량을 설정했습니다. 월간 플래너를 짤 때에는 ‘총 분량 주간 분량 일간 분량 및 요일 지정’ 정도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음은 일주일 타임 테이블입니다. 10월 한 달의 계획을 세웠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대략적인 흐름도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우선은 위의 한달 계획서와의 싱크를 고려해 타임테이블도 10월 것으로 가져왔습니다. 전공 인강을 듣는 날이 이틀밖에 없는 것이나, 교육학 강의를 듣는 시간이 따로 없는 이유 등이 여기에 있습니다. 사용한 어플은 ‘타임스프레드’입니다. 깔끔한 일주일 타임테이블을 만들기에 용이합니다.
다음으로 주간 계획과 일간 계획을 세웁니다. 주간계획은 교보문고 등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만년형 플래너를 구매해, 매주 일요일 저녁에 그 다음 주를 어떻게보내야 할 지 적었습니다. 타임테이블과 월간 계획을 참고하여 각 요일에 어떤 분량의 일을 몇 시간 동안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보통 만년형플래너는 각 요일마다 두 개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윗 공간에 그 날의 특별한 일정을(치과 가기, 과외 일정 등), 아래 공간에는 그날 봐야 하는 목표 공부량을 적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한 후총 공부 시간을 적었고, 일주일이 끝난 후에는 일주일 간 총 공부시간을 더해 적었습니다.
일간 계획은 역시나 교보문고에서 많이 판매하는, 10분 단위의 타임 테이블을 제공하는 플래너(텐미닛 플래너)를 구매해 썼습니다. 텐미닛 플래너도 취향을 많이 타지만(10분 단위로 공부 시간을 기록하는 걸 답답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혹 취향에 맞으신다면 가장 추천하는 건 역시 모트모트 플래너입니다. 텐미닛 플래너의 시초이며, 디자인이나 구성 면에 있어 가장 무난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 Glory days 플래너의 표지 그림이취향에 맞아 1년간 이것으로 구매해서 썼습니다. Glory days 플래너는 총 3개의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100일 단위 플래너를 디자인별로 3개 사서작성하면 얼추 임용고시 시험 기간과 맞아떨어지게 됩니다.
합격하기 위해서는 생활 패턴을 단순화하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제 경우에는 오히려 매달 내가 처한 상황에 맞춰 월간 계획을 설정하고, 이에 맞춰 계획을점차 세분화하는 것이 오히려 합격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분들에게 제 계획 방식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3) 공부시간(feat. 쉬는 날을 가져야 하는가?)
제가 여기서 “하루에 7~8시간만 공부해도 1년 내내 꾸준하게만 하면 됩니다”라고 말하면 읽으시는 분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더 편해지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역사과는 머리로 하는 공부라기보단 엉덩이로 하는 공부에 가깝습니다. 특히 초수이거나, 저처럼 졸업 후 시험 준비를 시작한 실질적 초수 분들은 절대적인 공부시간을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며,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깨닫기 위해서는 먼저 무수한 공부 시간이 쌓여야 합니다. 제 쌩초수 경험담처럼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방식만 피하신다면, 일단은 오랜 시간 공부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23년 상반기에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매주 70시간 이상 공부하는 편이었고, 하반기부터는 공부량을 늘려서 매주 8-90시간을 공부했습니다. 일주일 중 하루는 통으로 쉬었기에, 6으로 나누면 대강 하루에 11~15시간 정도의 공부시간이 꾸준하게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스터디하는 시간이나 인강 듣는 시간을 포함한 시간입니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모든 시간을 공부에 쏟아 부을 각오로 임하셔야 합니다. 샤워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이틀에 한 번만 샤워를 했고, 식사는 통째로 방으로 가지고 와서 책상에 올려놓고 공부하며 먹었습니다.
김태규 선생님께서 강의 도중 수험생 분들의 공스타를 언급하며 “너희들이 올리는 공부 시간에서 두 시간은 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보통 자신이 기록하는 시간 중 자신도 모르게 멍 때리거나, 조금씩 딴짓하는 시간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톱워치를 이용해 시간을 쟀기에 도중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시간 등은 최대한 뺐으나, 분명 유달리 집중을 못하거나 조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제 목표는, ‘내 공부 시간에서 2시간을 빼도 그것이 남들 공부한 시간을 넘기도록 하자’ 였습니다. 남들이 평균적으로 10시간 정도 공부한다면, 저는 최소 13시간을 공부해야 여기서 두 시간이 빠져도 남들보다 많이 공부한 게 됩니다. 이 마음가짐으로 저는 최대한 오래 앉아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공부가 유독 잘 되지 않는 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 특히 모의고사를 보며 심적으로 많이 지치던 10월 무렵, 모든 걸 놓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습니다. 이럴 때마다 제가 반복적으로 되뇌인 문구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내 경쟁자가 나로 하여금 가장 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을 하자.”
나의 경쟁자라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기를 원할까요? 내가 내 눈 앞에 놓인 책들과 프린트물을 한 곳으로 밀어 두고 하염없이 울거나, 핸드폰을 보며 멍 때리는 것을 누구보다도 원할 것입니다. 나의 경쟁자라면, 내가 무엇을 하지 않기를 바랄까요? 1분 1초도 빠지지 않고 치열하게, 눈에 독기를 품어가며 공부하는 내 모습을 보면 속된 말로 똥줄이 탈 것입니다. 저는 제 자신이 흐트러질 때마다 내 방에 경쟁자만이 볼 수 있는 CCTV가 설치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CCTV를 통해 경쟁자가 나를 봤을 때 그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릴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다만, 하루에 13시간 이상 공부하다 보면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많이 지칩니다. 저는 2022년 1-2월에 공부할 때에는 쉬는 날을 가지지 않았고, 2023년에 공부할 때에는 10월까지도 쉬는 날을 가졌습니다. 둘 다 시도한 결과, 개인적으로는 쉬는 날을 가지는 쪽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모든 힘을 쏟아 부어서 공부를 한 후, 일요일은 친한 친구나 남자친구를 만나 놀거나 하루 종일 푹 자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것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또한 쉬는 날을 설정한다면, 일주일간 밀린 공부를 쉬는 날에 조금씩 해치울 수도 있습니다. 일주일간 해야 할 일을 7일에 나눠서 설정하면 공부가 밀렸을 때 이를 처리할 방도가 없지만, 6일에 나눠서 설정하면 공부가 조금 밀려도 쉬는 날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4) 밀린 강의 따라잡는 법, 강의 밀리지 않는 법
1월에 본격적으로 임용고시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건만,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15년간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것입니다. 12월 말부터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나빠지는 강아지를 보며 저도 매일 무너져 내렸습니다. 1월 초에 강아지를 떠나보내고, 1주일 정도는 도무지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아 무작정 바깥으로 나돌아다녔습니다. 결국 1월도 보름 정도는 임용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전해 임용 시험에서 1차부터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고 합격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의 조언을 들은 후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인강을 수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도가 밀리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1월 첫째 주에 강의를 두세 개 듣다가 강아지의 상태가 악화되자 공부를 놓았기 때문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을 때에는 2주치 정도 강의가 밀려 있었습니다. 저처럼 강의가 2주치 이내로 밀려 있다면, 우선은 강의만 듣고 복습은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밀린 진도를 따라잡는 것이 우선이고, 2주 정도 밀렸다면 밀린 강의를 다 들을 시간까지는 충분히 나오기에 최대한 집중해서 강의를 들으시되 복습은 과감히 포기하시면 됩니다. 제 경우에는 강의가 끝나면 그 즉시 10분 정도 들은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는 정도로 복습을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3주 이상 진도가 밀렸다면, 밀린 부분은 우선 넘기고 그 주 업로드되는 강의부터 듣기 시작하시면 됩니다. 중간 중간 여유시간이 있다면 앞서 밀린 강의를 조금씩 들어도 되지만, 이는 필수는 아니니 밀린 강의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저는 강의가 밀리지 않는 데 있어 꽤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 스터디였습니다. 상반기에는 매 주 한 번씩 만나 한 주간 공부한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내가 강의를 듣지 않으면 스터디원이 모두 피해를 보는 구조였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진도에 맞춰 인강을 듣게 되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매일매일 스터디원과 함께 그날 들은 인강 내용을 복습하는 스터디를 구성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절대 인강이 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의지입니다. 사실, 인강의 단점으로 “강의가 밀린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는 것부터가 공부할 기본적인 준비조차 안 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밀릴 걱정부터 하다니.. 정말 당치 않습니다. 1월 초반의 저처럼 정말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본인 판단에 해당 강의가 필요 없다고 여겨져서 듣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제 경우, 9-11월 교육학 강의는 시간상 몇 개 건너뛰기도 했습니다), 강의를 밀리는 것은 수험생으로서 기본도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제가 좀 쎄게 말하는 이유는, 그만큼 강의를 밀리지 않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지지해 주고 기대를 거는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고, 성실하게 수험생활에 임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기타(체력 관리, 알바, 연애 등)
다음은 직접적으로 임용 시험과 관련이 없지만, 충분히 신경 쓰일 만한 부가적인 요소들에 대한 설명입니다. 먼저 체력 관리인데,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대학교 3학년 이하라면, 부디 이때부터 체력 관리를 해 둘 것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제 경우 대학교 2학년 때부터 홈트레이닝(2시간 이상), 계단 100층 오르기, 헬스 등 종목을 바꿔가며 운동을 꾸준하게 해 왔기에 남들보다 몸이 튼튼한 편이었습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수험생활 도중 허리가 나가서 병원을 들락거리거나, 체력이 고갈되어 비타민 주사를 맞곤 합니다만 저는 1차 시험까지 체력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체력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간’, ‘꾸준함’이니,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아직 임용 준비에 본격적으로 임할 나이가 아니라면, 꼭 지금부터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놓으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수험생활 도중이라면 상반기(최소 4월까지)에는 꼭 운동을 하시고, 그 이후부터는 공부만 하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반기에는 수험생활 전반의 베이스를 탄탄하게 잡는 기간이기에, 절대적인 공부량이 조금 적어지더라도 건전한 생활습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운동에 투자하고, 집에 와서 샤워하며 하루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신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1분 1초라도 아껴가며 공부량을 조금씩 더 늘려야 합니다. 이때는 식사시간조차 아까울 때인 만큼 운동을 과감히 포기하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과 공부 스타일입니다. 만약 본인이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가볍게 운동하고 왔을 때 더욱 공부에 집중이 잘 되고 효율이 올라가는 타입이라면, 하반기까지 꾸준하게 운동을 하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제 경우에는 운동 내내 “이 시간을 아껴서 공부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하반기부터 운동을 포기한 것입니다.
운동할 때에는 워치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애플워치를 사용했고, 주 3회 헬스장에서 운동했으며, 헬스장을 가지 않는 날은 홈트레이닝을 했습니다. 이렇게 매일매일 운동량을 기록하면 뿌듯함도 느낄 수 있고, 운동 시간에 대한 관리와 점검도 가능합니다.
다음으로 알바입니다. 부모님께 경제적인 지원을 받거나, 혹은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돈을 모아서 수험생활에 필요한 돈을 어느 정도 마련해 둠으로써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고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만약 본인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면 굳이 알바를 하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만약 돈을 조금이라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알바 선택 기준은 “수험생활에 도움이 되는가”, 혹은 “수험생활에 피해를 덜 끼치는가”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 생활 내내 과외나 학원 강사 일로 돈을 벌어왔습니다. 4학년 때까지 주로 영어 과외를 했지만, 졸업 후 임용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부터는 영어 과외를 한 개로 줄이고(중학생이라 수업 준비 부담이 없었습니다), 꼭 과외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역사 과외 문의만 받았습니다. 역사 과외는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 임용 공부에도 꽤 도움이 되기 때문에 “수험생활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과외 경험이 많으시거나, 과외를 구할 수 있으시다면 역사 과외를 주에 1~2회 정도 진행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 외에도 학원 조교 알바를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면 조금 늦었을 수도 있지만, 항상 연말 연초에 대부분의 학원 선생님들께서 조교 선생님을 모집합니다. 이 경우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등 여러 혜택이 따라오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2월이 아닌 연말쯤 확인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 만약 이듬해 임용고시 공부를 계획하실 때 경제적인 부분이 걱정된다면 조교 알바를 도전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보통은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카페에 공고가 올라오더라구요).
이 외 다른 알바를 구하신다면, 두 번째 기준인 “수험생활에 피해를 덜 끼치는가”를 꼭 고려하시길 바랍니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면 절대 안됩니다. 수험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알바(편의점 알바 등)가 주 10시간 이상을 잡아먹는다면 그때부터는 임용 공부의 본질에서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가급적 독서실알바 등, 공부와 병행할 수 있는 알바를 선택해 수험생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알바는 가급적 하반기에 진입했을 때시간 투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하반기에는 1분 1초가 정말 소중합니다.
사실 가장 많이 고민하시는 것은 기간제 병행 여부이실텐데, 이건 제가 해본 적이 없어서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주변에 기간제나 시간강사를 병행하시는 분들을 보면 확실히 시간적 여유가 없으신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저는 삼수(2023학년도 시험을 포함하면 사수)까지 가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기간제를 병행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베이스가 쌓인 상태여야 시간 부족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혹시나 기간제를 염두에 두고 계시다면, 나의 지식 수준이 어떠한지 점검한 후 결정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애입니다. 수험기간 도중에 연애를 하는 것이 맞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도 분명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합격 수기에도 이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 않아서 인생에 두 번 있던 수험기간(고3, 임용고시) 내내 연애를 했던 제 나름의 의견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수험생활 도중의 연애가 수험생활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도움이 되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심적으로 지지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1~2주에 한 번은 남자(여자)친구의 얼굴을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므로 시간이 분명 뺏깁니다. 연인 간 싸움이라도 일어나면 감정소모도 발생합니다. 결국, 도움이 되는 부분이 방해가 되는 부분보다 더 커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에 10분 정도 전화를 하며 심적인 지지를 받고 서로에게 소홀해지지 않되, 만나는 횟수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고, 하반기에는 2주에 한 번으로 줄이는 등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연애가 수험생활에 방해가 되는 부분을 줄여나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는 양측의 배려와 이해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가장 모범적인 수험생 연애 사례는, ‘둘 다 바쁜’ 사례입니다. 둘 다 수험생이어도 괜찮고, 한 쪽이 수험생이며 다른 쪽은 직장인이어도 괜찮습니다. 제 경우에는 제가 수험생이고, 남자친구가 대학원생이었는데, 서로 바쁜 시기가 겹쳐 얼굴도 자주 못 보고 연락도 잘 안 되었지만 별 탈 없이 공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2주에 한 번 정도 만날 수 있다면 눈에 띄게 소홀해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8월까지는 남자친구와 주 1회 만나 그 하루만큼은 가급적 즐겁게 데이트를 했습니다. 홍대, 신촌 등 핫플레이스도 가고, 둘 다 만화를 좋아해서 만화카페에서 하루종일 뒹굴거리기도 했습니다. 8월에 있던 제 생일에는 애버랜드에 가서 푸바오를 보고 오기도 했습니다. 9월부터는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데이트를 즐기는 것이 무리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건 10월 중순까지 그대로 유지했으나, 주로 집에서 만나서 휴식을 취하고 저녁에는 카페에 나가 공부하였습니다. 10월 말부터는 2주에 한 번 정도 만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남자친구의 배려가 없었다면 저는 수험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수험생-비수험생의 연애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수험생의 배려와 이해, 그리고 수험생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바쁜 사례라면 웬만해선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사귀던 두 명이 동시에 수험생활에 진입하는 경우 어느 한 쪽이 먼저 합격한다면 분위기가 험악해 질 수도 있습니다. 그간 연애를 잘 해 오다가 이게 무서워서 수험생활 시작 전부터 헤어질 수는 없겠지만, 이런 형태의 연애를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또 괜찮은 사례는 장기연애 와중에 수험생활을 시작하는 경우입니다. 남들에 비해 비교적 오래 사귈 정도라면 아마 굉장히 안정적인 연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은 일로 싸우지 않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수험생활 전에 이미 여러 재미있는 데이트를 즐긴 상태라, 1~2년 정도 조금 심심한 연애를 해도 별 타격이 없습니다. 본인이 이런 상황에 해당된다면, 부담없이 연애를 이어가시되, 서로 이전에 비해 조금만 더 조심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악의 사례는 수험생활 도중에, 그것도 자주 만나는 스터디원(직강생의 경우 같은 강의 수강생)과 연애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걸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 카테고리를 넣은 거나 다름이 없는데, 절대 안됩니다!!! 수험생활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낮고, 오히려 공부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일단 우리가 초등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연애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는 연애 전 “썸”단계를 거치는데, 내 심장이 뛰는 게 카페인 때문인지 쟤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하루종일 들 것입니다. 당연히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연애를 시작하면, 이제 드디어 서로를 알아가고 재미있는 데이트도 해야 하는데 수험생활이라는 장애물에 막혀 별로 즐기지도 못합니다. 어차피 연애를 해도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정말로..
그리고 “수험생활”이라는 고통과 결핍의 시기에는 이성을 보는 눈이 마비되어,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은 사람과 연애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외모에 하자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사실 다행이 아닌 것 같습니다.. 경험자의 조언), 이 경우 보통은 인성에 문제가 있어서 시도때도 없이 싸우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공부에 극도로 방해가 됩니다. 특히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이면 그 빈도가 증가하기에 악효과가 훨씬 올라갈 것입니다.
이때 시작한 연애는 잘 풀려도 설레어서 공부에 방해되고, 잘 안 풀리면 슬프고 화나서 공부에 방해됩니다. 보통은 모두 수험생활 전, 중, 후로 대부분 헤어지기 마련이니, 만약 솔로인 상태로 수험생활에 진입하셨다면 수험생활을 마칠 때까지는 쭉 솔로로 남는 것이 낫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다만, 언제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수험기간에 연애를 시작해서 잘 되신 분도 계시겠지요! 단, 제 주변에는 한 분도 안 계셨습니다.).
4. 2023년 상반기(1~6월)
저는 항상 공부 패턴이 비슷한데, 보통 1-3월까지 열심히 하다가 4월부터 슬럼프에 접어듭니다. 2023년에는 이 슬럼프가 꽤 오래 가서, 6월까지 쭉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반기에 슬럼프가 오는 것은 괜찮습니다. 앞서 하루 7-8시간 공부하는 것으로는 합격하기 힘들다고 말씀드렸는데, 슬럼프 기간동안에는 그 정도만 공부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정히 힘들면 최대 2주 정도까지는 하루에 5시간 정도만 공부해도 됩니다. 나중에 얼추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강의가 밀리지 않는 것입니다. 하루에 4시간 동안 강의 4개만 듣고 끝내더라도 우선 진도는 멈추지 말고 꾸준히 전진하시길 바랍니다.
상반기에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만드는 것입니다. 가급적 아침에 일찍(8시 전) 일어나고, 밤에 적당히 늦은 시간(새벽 2시 전)에 취침하시는 습관을 만드시기를 권장합니다. 수면 시간은 6시간 정도가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의욕이 충만하여 하루 4시간만 자며 1달을 버틴 적이 있는데, 몸에 엄청 무리가 심하게 왔기에 최소 수면시간(5~6시간)은 꼭 채우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운동도 꾸준히 하시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부를 하는 연습을 해 나가시면 충분합니다.
저는 이 시기 한 가지 중대한 삽질을 했는데, 바로 낮밤을 바꾼 것입니다. 아침에는 내내 꾸벅꾸벅 조는데, 밤 12시만 넘어가면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을 느끼고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밤을 새워 공부하고 아침에 자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4월부터는 새벽 6시까지 공부하고 잠에 든 후 정오에 일어나는 삶을 살아 보았는데, 정말이지 최악이었습니다. 괜히 인간이 밤에 잠들고 낮에 생활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것이 아닙니다..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새벽 2시까지는 어느 정도 집중이 잘 되지만, 그 시간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공부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며, 새벽 4-6시 사이에는 잠이 오지는 않으나 집중도 전혀 되지 않는 “좀비화”가 진행됩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 쓰자면 너무 길어지니, 혹시라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다면 제발 그 생각을 고이 접어두시길 바랍니다.
둘째, 머리에 들어오는 것과 상관없이 일단 무작정 2회독(1-3월반, 4-6월반 각각 1회독. 성실하게 인강(직강) 진도 따라가기만 하면 해결됨)하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당시로서는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을 사실이, 초수생 기준 6월까지 사실상 머리에 남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분명 매일매일 하루 10시간 가량 책상에 앉아 개론서나 유인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도 1월에 공부를 시작하던 때와 달라진 게 없어 심적으로 힘들 수 있으며, 보통 여기서 슬럼프가 많이들 옵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하는 말을 새삼스레 다시 말씀드리자면, “머리에 남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보다 정확히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스스로가 느끼기에는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에 비해 조금도 발전하지 않은 것 같다고 느끼겠지만, 사실은 분명 1월에 비해 훨씬 많이 성장해 있습니다. 정말이지 본인만 모릅니다. 상반기에 튼튼하게 쌓아 둔 베이스가 빛을 발하는 것은 7-8월부터이며, 늦어도 9월에는 진가를 발휘할 것입니다. 그러니 상반기까지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단 전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개론서를 확인하실 때에는 가급적 넓고 얕게 공부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서양사개론만 5번 읽기보다는, 서양사 개론은 2번 정도 보고, 강좌도 쓱 훑어보고, 총론도 살짝 열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어차피 이때 읽은 내용이 머리에 선명하게 남지는 않고 뇌에 살짝 흔적이 남는 정도인데, 하반기에 들어와 선생님들께서 여러 출전을 언급하실 때 “아 맞다, 이전에 본 기억이 나”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생님 설명을 듣고 해당 개론서를 처음 펼쳐 보며 끙끙대는 것보다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한 번쯤 봐서 익숙한 내용이 강의에 언급되어 “맞아, 이런 게 있었지”라는 마음으로 재확인하는 것이 이후 훨씬 머리에 잘 각인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머리에 남기겠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편한 마음으로, 눈도장은 찍고 가겠다는 생각으로, 다만 한번 읽을 때 제대로 집중해서 개론서를 읽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1) 스터디 운영
상반기에 저는 크게 두 가지 스터디를 운영했습니다. 첫 번째는 ‘형성평가 스터디’로, 1월 초반에 밀린 강의 진도를 전부 따라잡은 후 1월 말부터 운영을 시작해 6월까지 운영하였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신 스터디일텐데, 이 스터디는 스터디원끼리 강의를 들은 후 각자 문제를 출제하고, 나중에 한 자리에 모여서 문제를 풀어보는 스터디입니다. 처음에는 1-3월반에 매주 프린트로 주어지던 형성평가 문제를 함께 복습하자는 의도로 스터디를 모집했으나, 운영 과정에서 한 주 수업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문제를 출제하고 복습하는 것으로 형태가 변화하였는데, 개인적으로 후자가 훨씬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터디 운영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터디는 4명으로 구성되며, 인당 역교론, 서양사, 동양사, 한국사 4개 분야에서 총 10개의 문제를 출제합니다. 이렇게 하면 일주일에 총 40개의 문제가 만들어집니다. 어떤 영역은 2문제만 출제할 수도 있고, 어떤 영역은 3문제를 출제할 수도 있는데, 이것은 본인의 자유입니다.
서로 출제 영역이 겹치지 않도록, 스터디원 4명이서 강의 진도에 따라 출제 범위를 나눠 가집니다. 영역별로 강의가 4개 차시 업로드되므로, 한 명이 한 개씩 맡아 그 범위 안에서만 문제를내면 됩니다. 아래 표에 보기 쉽게 예시를 정리해 놓았으니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어, 4-6월 1주차 강의를 토대로 스터디를 운영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요일 저녁부터 업로드되는 강의를 들으며 일주일동안 자유롭게 문제를 출제하고, 본인의 학습 일정에 맞추어서 강의 내용을 각자 복습합니다. 그런 후 수요일 11시 전까지 자신이 출제한 문제와 답안을 카톡방에 업로드하고, 11시에 구글미트를 열어서 4명의 스터디원이 접속합니다. 카메라로 자신이 문제를 푸는 모습을 비추며 시간을 정해놓고 함께 문제를 풉니다. 저희는 30~40분 정도를 잡고 문제를 풀었는데, 나중에 터놓고 얘기하며 알게 되었지만 모든 스터디원이 시간 부족으로 고생했었습니다. 40문제를 푸는 데에는 1시간 정도를 잡으시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됩니다. 문제를 다 푼 후에는 답지를 확인하며 채점을 빠르게 진행하고, 혹시라도 문제 오류가 있거나 문제에 대한 질문이 있으면 마이크를 켜고 이야기합니다. 문제에 대한 오답 정리와 개념 복습 등은 스터디가 다 끝나고 개별적으로 진행합니다.
저희는 문제를 다 풀고 채점한 후, 4명이 둘 둘로 쪼개져서 1시간 동안 한 주 진도에 대한 짝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A, B, C, D 중 A, B가 함께 묶여 짝스터디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본다면, A가 먼저 역교론의 당주 진도 내에서 3문제를 냅니다. 그 다음 B가 3문제를 냅니다. 이렇게 3문제씩 한 영역당 2번 정도 오간 후(총 6문제), 다음 영역인 한국사, 서양사, 동양사도 같은 것을 반복합니다. 기왕이면 짝스터디에서는 앞서 푼 문제에는 나오지 않는, 보다 지엽적인 부분을 출제하며, 혹시라도 대답을 못 할 경우 저는 형광펜으로 해당 부분을 표시했습니다.
두 번째로 운영한 스터디는 교과서 분석 스터디로, 4-6월에 진행하였습니다. 한국사와 동아시아사·세계사를 따로 운영하였는데, 아무래도 한국사 교과서분석 스터디가 훨씬 더 수요가 높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사 교과서 분석 스터디의 경우 5명, 동아시아사·세계사 교과서 분석 스터디의 경우 3명이서 진행했는데, 가장 적절한 인원은 4명입니다. 동아시아사·세계사의 경우 출판사가 딱 4개이고, 한국사의 경우 주요 출판사 4개 정도만 봐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교과서 분석의 경우 구영모 선생님께서도 많이 말씀하시다시피, 동아시아사·세계사 스터디보다는 한국사 스터디가 훨씬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동아시아사·세계사 교과서도 1차 준비 과정에서 한 번 정도는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이때 스터디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교과서를읽어 보는 경험이 1차 준비 자체에도 의미가 있지만, 2차 때 정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스터디원 간 담당 교과서 정리 표. 한국사의 경우, 전근대사는 중학교 역사 2, 근현대사의 경우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로 진행했습니다.
스터디를 운영한 취지는 한 마디로 요약해 ‘단권화’였습니다. 각 출판사별 교과서에 있는 내용 중 혹시라도 선위시리즈에 빠진 것이 있다면 이를 찾아내고, 함께 공유해서 선위시리즈에 채워넣자는 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지금 와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교과서 내용 자체를 충실하게 읽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선위 시리즈를 교과서 옆에 놓고 선위 시리즈에 빠진 내용만 밑줄 긋느라 전체적인 교과서 텍스트를 읽어 보지 못했는데, 이런 공부법은 비추합니다. 스터디원끼리는 선위 시리즈에 빠진 내용을 위주로 교과서에서 찾아 공유하되, 개인적으로 교과서 서술이나 사료 등을 찬찬히 읽어 보며 키워드를 체크하는 시간도 가지시길 바랍니다.
각 스터디는 구글 미트를 통해 주 1회 모여서, 지난 한 주 동안 나간 진도 범위에 대한 분석 내용을 공유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미리 교과서에 밑줄을 쳐 온 후, 카카오 사다리타기로 발표 순서를 정하고 교과서 pdf 파일을 화면에 띄워 공유했습니다. 5명이서 진행할 경우 1시간 반 정도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렸듯 4명이면 충분하고, 그 이상의 인원은 오히려 과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분석 스터디는 단권화에는 용이하나, 잘못하면 지엽적인 내용에만 초점을 둘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월 말에 구했던 스터디원 중 한 분과는 11월 24일(1차 하루 전)까지도 계속 짝스터디를 이어나갔을 만큼 정말 잘 맞았습니다. 이처럼, 초반부터 좋은 멤버를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스터디를 모집하는 입장에서 좋은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을 처음부터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스터디원을 구하는 과정에서 정말 좋은 인연도 생겼지만,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 때문에 고생도 해 본 입장에서 몇 가지 팁을 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스터디 운영 계획을 매우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모든 사항에 동의하는 멤버만 모집하기: 훗날의 의견대립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스터디 운영 계획에 대한 동의 여부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2. 스터디 모집 시 자신의 성격적 특징을 밝히거나, 이를 고려해서 계획을 세우기: 제 경우, 제가 스터디 계획을 전부 세우고 리드해도 좋으니, 이에 가급적 따라 줄 수동적인 멤버를 좋아했습니다. 오히려 누가 이끌어주는 걸 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으니, 이런 점을 미리 밝히면 서로 죽이 잘 맞는 사람과 함께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인강, 직강 수강 계획 등을 확인하고, 비슷한 사람 위주로 모집하기: 저희의 경우, 중간에 한 분이 강의를 아예 수강하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셔서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그 분께서는 7월쯤 아예 임용 공부를 포기하고 나가셔서 스터디원을 새로 충원하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납니다. 기왕이면 장차 인강(직강) 수강 계획 등을 공유하고, 서로 강의 수강 패턴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과 스터디를 구성하세요.
4. 스터디 무단 탈퇴 시 다른 사람 충원 or 위약금 조항 명시: 무책임하게 스터디를 탈퇴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저는 1차 때, 2차 때 모두 이런 사람이 있어서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습니다(당장 스터디 운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 스터디를 나갈 때에는 자신을 대신할 다른 사람을 추천하거나, 하다 못해 벌금이라도 쎄게 물고 나가도록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5. 1차 스터디의 경우 다른 지역 사람들로 모집: 원래부터 친했던 사이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같은 지역 응시생들끼리는 ‘경쟁자’라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우에는 같은 지역 응시생에 대한 경계가 심한 편이었어서, 저와 비슷한 분이라면 아예 다른 지역 분들로 모집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6. N수생은 많을수록 좋음: N수생이시면 좀 치사한 말이지만 최대한 N수생이랑 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초수생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제가 산 증인입니다), 출제하는 문제의 퀄리티나 짝스터디 때오가는 질문의 수준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지엽에 치중하거나 등). 하지만 본인이 초수생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N수생을 조금이라도 더 모집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N수생에게는 조금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라도 N수생을 끌어들으세요. 스터디 운영의 질이 단기간에 향상될 수 있습니다.
2) 상반기의 단권화(선위시리즈 활용)
단권화는 상반기, 하반기 각각 다르게 진행했는데, 상반기에는 주로 선위시리즈를 활용해 단권화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단권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대강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렇듯, 제 교재는 프린트 인쇄본, 직접 써서 붙인 포스트잇 등이 가득합니다. 자세히 보시면, 서로 다른 색으로 형광펜이 칠해져 있기도 하고, 볼펜도 여러 색상을 활용했습니다. 각각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프린트 복사본입니다. 아까 앞서 제가 인강의 장점으로, 강의 자료를 pdf로 변환해 가지고 있기 좋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것이 단권화에 있어 필수적인 기능이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흑백으로 자료가 나가는 직강과 달리, 인강생은 자료를 칼라로 인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지도에 서로 다른 색으로 영역을표시하는 등 명확한 색 구분이 필요한 순간에 매우 유용합니다. 또한, 굿노트에서 필요한 사진 자료, 글 자료만 잘라서 한 데 모으고, 이를 한꺼번에 인쇄해서 오려 붙이면 종이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제 경우 인강을 들으며 “이 자료는 교재에 따로 오려 붙여야겠다”는 판단이 든 지점은 스크린샷을 찍고 한 데 모아서 인쇄했는데, 그냥 인쇄하면 몇 십페이지를 인쇄해야 하는 것을 이런 방식을 통해 한 두페이지로 끝낸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포스트잇입니다. 주로 개론서나 교과서를 읽고, 선위 시리즈에 빠진 개념이 있다거나,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선위 시리즈에 추가하고 싶을 때 포스트잇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저는 포스트잇 색깔이나 포스트잇 위에 적는 펜 색깔은 따로 규칙을 정하지 않고 그때 그때 잡히는 것을 이용했습니다(어차피 분기별로 손이 많이 가는 포스트잇 종류도 달라지기에, 포스트잇만 보면 대충 언제 필기한 내용인지 감이 왔습니다). 다만, 꼭 한 가지 지켰던 규칙이 있다면 “출처를 적자”였습니다. 왼쪽에 제가 첨부한 사진을 보시면 포스트잇위에 빨간 박스가 쳐져 있습니다. 빨간 박스 안을 보시면 포스트잇 내용의 출처가 적혀 있고, 프린트를 참고한 경우몇 월의 몇 주차 프린트 내용인지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교과서나 개론서의 해당 부분을 다시 확인하고 싶을 때 빠르게 찾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포스트잇에 공간이 부족할 경우에는 포스트잇을 살짝 들어 올려 뒷면에 출처를 적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색깔펜과 형광펜의 활용입니다. 일일이 설명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표로 정리해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따라하시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은 음영을 넣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규칙을 정립해서 단권화하는 것입니다. 볼펜이나 형광펜 색상만 봐도, 내가 언제, 어떤 맥락에서 이 밑줄을 그었는지 바로 떠오르는 것이 좋습니다.
표를 보시면, 점차적으로 사용하는 색깔이 줄어듦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용도에 따라 형형색색의 펜을 사용했지만, 생각보다 종이에 썼을때 선명하게 보이는 펜 색상이 제한되어 있기도 하고, 수업 때 직접적으로 선위 시리즈를 사용하지 않는 4월부터는 굳이 여러 색을 활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4월부터는 한 분기마다 한 가지 색상을 정해 통일하시고 추가 필기 및 단권화를 진행하시는 것이 오히려 더 통일성 있고 깔끔한 단권화에 도움이 됩니다.
수업 중에 김쌤께서 무조건 연필을 활용해서 필기하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실제로 4학년 때 강의를 들으며 필기를 할 때에는 선생님 말씀대로 연필을 사용했으나, 고등학생 때 이후로 한 번도 연필을 쓴 적이 없는 터라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했습니다. 연필은 필기감도 좋지 않고, 정리했을 때 예쁘지도 않고(저는 정리한 내용이 지저분해 보이면 공부 의욕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쉽게 번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차별화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그럼에도 김쌤께서 추천하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그대로 따르시는 것도 물론 좋습니다만, 본인이 색볼펜을 선호한다면 볼펜을 쓰셔도 충분히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2023년에 색볼펜을 활용하며 필기가 훨씬 정돈되고 필기 효율이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필의 장점인 “틀렸을 때 언제든 지울 수 있다”는 점이 영 맘에 걸리신다면, 지워지는 볼펜인 Frixion을 사용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쓴 지 몇 달 된 내용은 가끔 흔적이 남기도 합니다만, 하루 내로 필기한 내용은 쉽게 지우고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선위시리즈를 활용해서 단권화하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한 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선위시리즈만큼은 꼭 PDF가 아닌 실물 교재를 활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 교재를 보면 아시겠지만, 단권화 과정에서 교재에 정말많은 포스트잇과종이 쪼가리를 붙이게 됩니다. PDF를 사용하면 여백 공간에 모든 추가 필기를 집어 넣어야 할텐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새로운 종이를 페이지 사이에 삽입해서 추가자료를 넣으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그렇게 하면 내가 원하는 페이지를 한 번에 못 찾습니다. 예를 들어, 선위한 453페이지를 펼쳐 봐야 할일이 있다고 해 봅시다. PDF 파일에서 453 페이지를 찾아봤자, 파일 사이사이 들어간 추가 자료들에 의해 페이지 순서가 어그러지면서 전혀 다른 페이지가 나오게 될 겁니다(물론 이 문제는 OCR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물책이 훨씬 더 편하다고 느낀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4학년 때 시행착오를 거치며 느낀 가장 큰 삽질이, 1-3월 반 때 PDF 파일을 활용해 선위 시리즈에 필기한 것이니까요. 부디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교재 단권화에서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라벨링 포스트잇의 활용입니다. 저는 교재의 가로면에는 시대 구분이나 대주제를 표시하는 큰 포스트잇을, 세로면에는 모든 소주제를 표시하는 포스트잇을 붙였습니다. 붙어있는 라벨링 포스트잇이 너무 많아서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저걸로 바닥 쓸어도 되겠다”고할 정도였는데요. 저렇게 붙여봤자 어떻게 내가 원하는 내용을 찾냐, 하실 수 있는데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같은 대주제 안에서만 소주제 포스트잇들이 서로 겹쳐지지 않게 붙여 주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서, 고려시대 ‘충선왕’에 대해서 빨리 찾고 싶다고 가정해 봅시다. 교재에서 ‘고려’에 해당하는 부분만 통째로 들어올려주면, 다른 대주제에 붙은 포스트잇들과 고려와 관련된 포스트잇들이 깔끔하게 분리가 됩니다. 이제 고려시대 안에서 ‘충렬·충선’이라고 적혀 있는 라벨링 포스트잇을 찾아내면 됩니다(사진 상 중간의 빨간색 포스트잇). 앞서 말했듯, 대주제(고려) 안의 소주제 항목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은 서로 겹쳐지지 않게 했기 때문에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처음 선위 시리즈 교재를 볼 때, 내용이 배열된 순서가 익숙하지 않아서 애를 먹었습니다. 정치사야 사건 흐름대로 정리되어 있으니 찾기 편하지만, 사회&문화사, 경제사의 경우 어떤 내용이 어떤 순서로 들어가 있는지 잘 찾지 못했는데, 이렇게 해 두니 필요한 내용을 정말 빠르게 찾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장 시간이 넉넉한 1-3월, 늦어도 상반기 내로는 이 작업을 해 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3) 개론서 읽기
저는 아마 합격생 중 가장 개론서를 소홀히 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목표는 항상 “수업에서 다룬 내용이라도 잘 따라가자”였고, 따라서 개인 공부의 영역인 개론서 독해는 저에게 있어 항상 복병이었습니다.
아니 애초에, “개론서를 읽는게 필요하긴 한가?”라는 무모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교재에 다 정리되어 있는 거, 그냥 교재만 잘 보면 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요. 아마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신 분들이 은근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주변에 정말 많이 봤습니다). 특히 저처럼 애매하게 배경지식이 있는 분이면 더 할 겁니다. 처음에는 ‘흐름을 잡기 위해’ 개론서를 읽으라는 소리를 많이들 하시는데, 이미 대강의 흐름은 다 알고 있어 이런 목적의 개론서 독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두 가지입니다. “개론서 회독은 필요합니다.” , “하지만 개론서 독해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첫째, 개론서 회독은 필요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우선 개론서에는 선위 시리즈에 빠진 내용이 필연적으로 존재합니다. 개론서 한 권당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개론서가 영역별로 많게는 수십 권도 존재합니다. 이런 내용이 교재에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지엽에 치중하라는 말이 아니라, 적어도 상반기에는 다양한 내용을 얕고 넓게 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하반기에 좀 생소한 개념이 나와도 “아, 이거 어디선가 봤어”라는 생각이 들며 빠르게 기억을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론서가 가독성이 훨씬 좋습니다. 교재는 아무래도 내용이 개조식으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내용을 읽어도 머리에 잘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론서는 필자가 문장으로 풀어서 서술하고 있는 만큼, 적어도 머리에 흔적은 남습니다. 쉽게 말해, 교재로만 공부하면 “이런 내용이 있었다고?”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지만, 개론서는 “아, 구체적으로는 기억이 안 나고 절대 내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비스무리한 게 있긴 했어”정도의 인상은 남는다는 말입니다. 우리 공부는 반복만이 생명이라, 이런 희미한 인상이 지속적으로 쌓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교재의 흐름이 개론서에 맞춰서 전개되는 만큼 개론서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교재를 빠르게 반복해서 읽을 때 도움이 됩니다. 특히 서양사의 경우, 서양사개론과 서양사강좌의 문장이 비슷하게 선위서에서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개론서를 많이 읽으면 교재 속 문장들이 훨씬 친숙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다만, 역교론의 경우 개론서 회독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제 경우 작년 강의에서 많이 강조하신 첫걸음 교재는 다회독을 했었지만, 그 흔한 녹색책조차 11월을 제외하면 펼쳐보지도 않았는데 역교론에서 괜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역교론은 선위역과 기본 프린트만 잘 챙겨 보시고,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신다면 충분히 고득점이 가능합니다.
둘째, 그럼에도 개론서 회독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개론서를 읽는 시간을 개인 복습 시간에 꼭 끼워 넣되, 목표한 만큼 읽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다른 공부시간을 침범해서까지 개론서를 읽을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제 경우 원래도 책 읽는 속도가 정말 느리고, 상반기에는 개론서를 한 문장 한 문장 뜯어서 읽다 보니 늘 목표한 분량을 시간 안에 다 읽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위중의 경우, 나름 여러 차례 회독하려고 했지만 아마 수험기간 내내 읽지 못한 페이지도 있을 것입니다. 주로 한 챕터의 뒷 부분이 그러한데, 챕터의 시작부터 읽기 시작하면 항상 마지막 페이지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끝나기 때문입니다. 또 많이들 고민하시는 지점이, 개론서는 읽어 봤자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기껏 한 문장씩 열심히 뜯어 읽었는데, 돌아보니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을 때 정말 많이 좌절했고, 모든 것이 헛수고일까봐 두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정말 괜찮습니다. 그게 당연합니다. 개론서를 읽을 때 마음가짐은, “그래, 어디 한 번 눈도장이나 찍어 본다” 정도이면 됩니다. 한 번 읽을 때 최선을 다 하되, 목표한 분량을 다 읽지 못해도, 혹은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도 쿨하게 넘기세요. 상반기에는 그저 그렇게 ‘읽어나가는’ 데 목표를 두시면 됩니다.
다음은 제가 개론서를 읽은 방식입니다. 서양사개론을 예시로 가져왔는데, 총 세 가지 포인트를 들어 아래의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4) 한자 공부
저는 임용고시를 처음 시작할 때 한자 베이스가 거의 없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유일하게 성적이 낮아 재수강한 강의가 한자 과목이었을 정도로 한자를 잘 못 했는데, 굳이 따지자면 7급 수준의 한자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일본어와 중국어 모두 조금씩 공부해 본 적이 있어서 간혹 4~5급에도 아는 한자가 있기는 했습니다.
저는 4학년 때부터 ‘스터디 한자’라는 어플을 활용해 한자 공부를 했는데, 이 어플은 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어플에 들어가면 급수별로 학습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고, 각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왼쪽과 같은 화면이 뜹니다. 아이패드를 이용하면 애플펜슬로 아래 공간에 한자를 써 보며 외울 수도 있고, 오른쪽에 있는 눈을 누르면 한자의 훈음이 표시됩니다. 보기 설정을 누르면 한자와 훈음을 한꺼번에 보거나, 훈음을 표시하고 한자를 가리는 등 설정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또 오른쪽의 네이버 한자 사전을 클릭하면 해당 한자의 사전 설명으로 넘어가 부수나 획순, 한자 유래, 한자가 사용된 단어 등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자에는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자투리 시간만 잘 활용해도 한자는 충분히 일정 수준 이상 암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핸드폰을 이용해 자투리 시간을 한자 공부에 정말 많이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상 한자는 이동 시간, 밥 먹는 시간 외에는 거의 안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한자는 어디까지 공부하는 것이 한문 사료 해석에 도움이 될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2급까지 봤을 때부터 한자 때문에 한문 사료를 못 풀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3급까지만 잘 봐 두어도 괜찮기는 한데, 2급 한자가 얼마 되지 않으니 금방 다 봅니다. 노베이스로 출발해도 8월이면 충분히 2급까지 볼 수 있으니, 그것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5) 슬럼프
임용 공부를 할 때 누구나 다 슬럼프를 겪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4월부터 6월까지가 슬럼프 기간이었고, 그 중 6월이 가장 심각했습니다. 저는 딱히 정신적으로 고통받았다기보다는 몸이 소소하게 좋지 않았습니다. 4월에 밤낮이 바뀌었고, 5월 말에는 학교 축제에 놀러갔다가 하필 당시 유행하던 감기에 걸렸는데, 아무래도 밤낮없이 공부를 하다 보니 푹 쉬지를 못해서 감기가 한 달 내내 지속되었습니다. 또, 1월 이후로 한 번도 친구들을 보지 못하자 외로움이 증폭되어 6월에는 친구 몇몇과도 약속을 잡았고, 가족여행으로 제주도도 한번 갔다 왔었습니다. 웬만해서는 스터디 펑크를 절대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컨디션 난조로 6월에는 스터디도 두세 번 정도 빠졌던 것 같습니다(스터디원께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슬럼프 기간 동안에는 일주일에 공부를 50시간 내외로 한 적도 몇 번 있었고, 그나마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시간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상반기까지는 여러 삽질도 해 보고, 조금 슬럼프가 와서 1~2주 정도 무너져 있어도 괜찮은 듯합니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붙는데, “내 나름대로 꾸준히 노력하며 임용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슬럼프 기간이라고 내내 퍼져 있고, 공부를 하루 3시간 정도 깔짝거리다가 하루종일 맘 편히 유투브를 봐선 안됩니다. 책상 앞에 7시간은 앉아 있지만, 그 시간 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집중이 도무지 안되고,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평소 하던 것의 절반도 안 되는 효율로 공부하는 것은 괜찮다는 소리입니다. 슬럼프 기간에도 노력하는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노력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좀 무너지고 우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은 괜찮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내 나름의 노력은 계속 투자한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결국엔 합격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6) 4-6월 총괄평가 준비
올해는 총괄평가가 언제, 어떻게 시행될지 모르겠습니다만, 2023년의 경우 4-6월 강의가 끝나고 사실상 첫 총괄평가가 치러졌습니다. 인강생도 답안을 써서 학원에 제출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였습니다. 저는 이 총괄평가에서 60점(상위 16%)이라는, 초수생 치고는 꽤 준수한 성적을 받으며 길게 지속되던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막막하기만 하던 임용 수험기간 중 처음으로 합격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상반기를 마무리 짓고 하반기로 접어드는 첫 관문인 4-6월 총괄평가는 꽤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점수 자체가 의미 있다기보다는, 점수 하나가 지난날의 수험생활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고, 앞으로의 공부 방향에 대한 이정표가 되며, 심리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 시험을 망쳤다고 해서 11월의 1차 시험도 망할 것이라는 소리는 절대 아닙니다만, 이때 시험을 잘 보면 분명 앞으로의 수험생활에 엄청난 원동력이 됩니다. 그렇다면, 4-6월 총괄평가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먼저 아셔야 하는 점은, 이 시험이 여타 모의고사와 달리 ‘4-6월 총괄평가’라는 점입니다. 4-6월에 선생님들께서 강조하신 지점을 잘 보고 시험에 응시하면 정말 생각보다 많은 문제에 답을 쓸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4-6월 강의가 끝난 후 총괄평가를 치를 때까지 약 일주일간 강의가 올라오지 않는 공백기가 존재합니다. 1-6월 내내 치열하게 달려오느라 이 일주일간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실 수 있고, 이 기간에 여행을 다녀오실 계획을 세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총괄평가에서 30점을 받을 수도 있고, 60점 이상의 고득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린 형성평가 스터디에서 저와 스터디원이 4-6월에 출제한 모든 문제를 풀어보고 답을 외운 후 시험을 응시했습니다. 한 주당 40문제씩, 총 12주 동안 수업이 진행되기에 총 문제 수는 480문제 정도 되었습니다. 질이 좀 떨어지는 문제는 제외하고 풀었으니 400문제 정도 풀고 답을 외운 셈인데, 정말 하루종일 앉아서 아이패드만 붙잡고 있어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일주일 안에 온 신경을 쏟아 부어 전 범위를 돌리니, 공부의 체계가 빠르게 잡혀 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스터디에서 출제한 문제를 다시 풀어보는 것이 주는 복습 효과가 엄청났습니다. 이미 4-6월 인강을 들으면서 한 번, 문제를 출제하면서 두 번, 스터디에서 문제를 풀며 세 번, 짝스터디를 하며 네 번을 본 상태이기에, 문제를 다시 봤을 때 아주 낯설다기보다는 “맞아, 이런 게 있었지” 하며 배운 내용을 상기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 시험은 11월이 되어도 절대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하물며 7월 초에 보는 총괄평가를 앞두고 공부가 잘 되었다는 느낌이 절대 들 수가 없습니다. 저도 시험을 응시하기 전, 거짓말 하나 안 섞고 20점만 넘기면 만족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실제로 주변에 그렇게 많이 말하고 다녔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때 점수가 좋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나치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다만, 총괄평가 전 일주일을 현명하게 보내면 생각보다 점수가 많이 오를 수 있으며, 이때 좋은 점수를 받으면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으로 엄청난 동기부여와 함께 하반기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 2023년 7-8월
혹시, 시계가 대충 12시 48분정도의 애매한 시각을 가리키고 있을 때 “한시부터 시작해야지.”하는 생각을 하며 공부 시작을 미루신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정말 자주 그러는 편입니다. 문제는, 이 스케일이 조금 커져서, 저는 6월 내내 “7-8월 강의 시작할 때부터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아주 나쁘진 않았던 것이, 그런 다짐을 반복하다 보니 정말로 딱 6월까지만 쉬고 7월부터 미친듯이 악셀을 밟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는 7월에 한 주에 평균 92시간 정도 공부했고, 공부 효율이나 집중력도 이전에 비해 훨씬 향상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하반기는 전체적으로 공부량, 공부 시간, 공부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상반기에 암기하고, 삽질하고, 까먹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정도 토대가 다져졌다면,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그 위에 결실을 쌓아 올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때부터는 샤워하는 시간, 밥 먹는 시간도 아끼며 공부하겠다는 열의가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상반기에 제가 딱히 생활 패턴이나 일정표를 올리지 않았던 이유는, 따로 정해진 스케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계획이야 항상 세웠지만, 슬럼프가 이어지다보니 계획을 잘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어서 만들어둔 타임 테이블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7-8월부터는 정해진 일정을 꽤 정확하게 지켰기에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8월의 일정을 크게 ①인강 듣고 복습+짝스터디 ②역교론 스터디 ③개인 공부 ④교육학의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교육학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의 항목에 대해 어떻게 공부를 진행했는지 말해 보고자 합니다.
1) 인강 듣고 복습 + 짝스터디
상반기에는 인강을 듣는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단지 일주일 내로 모든 인강을 밀리지 않고 다 듣고 복습하는 데 만족했다면, 하반기에는 생활 패턴을 좀 더 정교화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공부하는 기계마냥 정해진 시간에 자리에 앉아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따라서 저는 아침에 교육학을 공부하며 정신을 깨운 후, 9시부터 인강을 들었습니다.
7-8월은 문제풀이 위주의 강의로, 매 수업마다 10~15개 정도의 문항이 주어집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이 문제를 미리 풀고 강의를 듣는 것을 정말 강조하시고, 실제로도 문제를 미리 풀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풀어보고 정히 하나도 모르겠으면 우선 강의를 듣고 제대로 복습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워도 괜찮습니다. 제 경우 한국사는 대부분의 문제를 얼추 건드릴 수 있었고, 서양사는 절반 정도 답을 끄적일 수 있었으며(절반은 모르는 내용), 역교론과 동양사는 모르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역교론과 동양사는 미리 문제를 한 번 훑어 보고, 한두 개라도 아는 게 있다면 뭐라도 답을 쓴 후, 답을 적지 못한 문항이 훨씬 많은 상태에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인강의 장점은, 한 강 분량에 해당하는 문제만 미리 풀고 강의를 들은 후, 다시 문제를 풀고 강의를 듣는 것을 반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직강의 경우, 일찍 와서 문제를 받고 전부 풀어낸 후 4시간 연달아 강의를 들으며 답을 확인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조금 늦게 와서 문제를 못 풀었다면 낭패입니다. 제 경우 집중력이 부족해서 매일 아침에 10개가 넘는 문제를 한번에 쭉 풀기 힘들었는데, 문제를 조금 풀고 그에 해당하는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하니 공부가 루즈해지지 않고 속도감이 붙어서 재미있었습니다.
7-8월 강의부터는 특히 문제에 대한 답을 필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이때부터 인강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것 같습니다. 인강의 배속 기능, 아이패드, 키보드를 활용하면 훨씬 빠른 필기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 7월부터는 강의를 1.5배속으로 재생하고, 답을 불러 주실 때 키보드로 타이핑하여 받아 적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실제 직강생들의 필기 속도를 고려해 답을 두세 번 불러 주시는데, 이때 키보드로 타이핑하면 1.5배속으로 재생되는 강의를 멈추지 않고도 답을 거의 완벽하게 받아적을 수 있습니다. 혹여 좀 놓친 게 있더라도 다시 재생해서 적을 수 있는데, 7-8월 강의의 문제에는 답지가 따로 제공되지 않는 만큼 설명을 놓쳤을 때 다시 재생할 수 있는 점이 인강의 메리트였습니다. 제 경우 답을 손으로 적는다고 딱히 머리에 잘 남는 것도 아니었기에, 오히려 키보드를 활용함으로써 시간을 줄이고 복습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강의를 들으며 필기한 내용입니다. 회색으로 쓰여진 손글씨는 강의를 듣기 전 제가 문제를 풀어본 것이고, 그 아래 빨간색이 강의시간에 듣고 타이핑한 답안입니다. 파란 글씨는 답은 아니나 선생님의 설명을 필기한 것이고, 노란색은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문제 본문의 구절을 하이라이트한 것입니다.
강의를 다 들은 후에는 강의에 대한 복습을 진행합니다. 저는 집에 돌아다니던 노트패드를 한 장씩 뜯어서 주로 틀렸던 문항에 대한 오답 노트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맞았던 문항이라고 해도 문제 해설을 듣는 과정에서 몰랐던 내용이 있었거나, 답안이 정교하지 않아 재정리할 필요를 느꼈거나, 혹은 해당 주제에 대해서 조금 더 확인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면 노트에 추가했습니다.
보통 문제에서 다루는 내용이 대부분 각 시대(또는 챕터)에서 선생님들이 손에 꼽으시는 핵심적인 내용들이고, 여기에 더해 선위 시리즈를 옆에 펼쳐 놓고 추가적인 내용 정리도 했기에, 의도치 않게도 이 노트정리가 모여 훗날 또 다른 단권화가 되었습니다. 선위시리즈보다 더 압축되고, 내가 틀린 문제들로만 이루어져 더욱 나에게 맞춤화된 나만의 단권화 노트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실제로 시험 전날까지도 7-11월 내내 강의를 들으며 만든 이 단권화 노트를 반복해서 보고 들어갔기에, 하반기에는 선위 시리즈에 진행한 단권화로 만족하지 않고 오답 정리 과정에서 자신만의 단권화 노트를 만드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참고로, 처음에는 노트패드에 정리해 낱장으로 보관했지만 10월 말에 타공기를 산 후 한꺼번에 제본하여 사진 속 책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처음부터 타공기를 사시는 것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제가 산 것은 학원에도 여러 개 구비되어 있는 CARL 타공기인데, 조금 비싸지만 크기도 작고 성능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정리한 후, 암기펜을 활용해 수업시간에 강조했던 핵심적인 키워드를 중심으로 빈칸을 만듭니다. 암기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들 아시겠지만, 저만 해도 다른 분의 합격수기를 읽어보기 전까지 몰랐기에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암기펜은 쉽게 말해 찐한 녹색(또는 빨간색) 형광펜으로, 이를 글씨 위에 긋고, 그 위에 빨간색(또는 녹색) 샐로판지를 얹으면 형광펜을 그은 글씨 부분이 보이지 않아 마치 빈칸을 뚫은 것 같은 효과를 주는 공부 아이템입니다. 처음 암기펜을 그으면 생각보다 색이 매우 진해서 샐로판지 없이도 글씨가 가려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색이 어느 정도 옅어지기에 샐로판지 없이는 충분히 그 아래 검은 글씨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동봉되는 지우개펜의 경우, 초록 형광펜으로 칠한 자리 위에 지우개펜을 그으면 그 부분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만, 한 번 지우개펜이 지나간 자리는 다시 암기펜으로 칠할 수 없습니다. 암기펜은 초록, 빨강 두 가지 색이 있고, 초록 암기펜을 사면 빨강 샐로판지가, 빨강 암기펜을 사면 초록 샐로판지가 딸려 오는 구조입니다. 참고로, 혹시라도 암기펜을 사용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정말 넉넉하게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20개 정도). 암기펜으로 공부할 주수만큼 암기펜을 구매하세요. 생각보다 암기펜이 매우 빨리 닳아서, 저 같은 경우 일주일에 한 개는 썼던 것 같습니다.
보통 하루 강의를 정리하면 노트패드로 3~5장 정도 분량이 나오는데, 유독 서양사만 항상 꼬박 5장이 나와 다른 강의에 비해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걸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대략 오후 6시, 최소 7시 전에는 내용 정리가 끝났습니다. 물론 여유롭게 끝난 것은 아니고, 강의를 최대한 빨리 들은 후 쉴새없이 손을 움직여야 간신히 끝날락 말락 한 정도입니다.
7-11시에는 역교론 공부 및 스터디가 진행되었고(후술), 11시부터는 매일 들은 강의에 대한 짝스터디를 실시했습니다(단, 강의 짝스터디는 인강을 듣는 목, 금, 토, 월요일만 진행). 한 번에 한 시간 정도, 서로 번갈아 가며 3개씩 문제를 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혼자 공부할 때는 미처 보지 못 했던 내용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게 됩니다. 스터디원은 7월 강의가 시작하면서 새로운 분을 구해 운영했는데, 좋은 분을 만난 덕에 7월부터 11월까지 두세 번 정도 펑크가 난 것을 제외하면 성실하고 꾸준하게 스터디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강의 내용에 대한 성실한 복습과 암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초수생의 경우 본인의 판단으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완벽하게 분간해 내기란 불가능합니다. 임용 시험에 대해서 잘 아시는 선생님들께서 강조하신 내용만이라도 잘 챙겨간다면 시험에서 괜찮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방법으로 한번도 밀리지 않고 매일 강의를 듣고, 완벽에 가깝게 복습하고 내용을 암기하며 하루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2) 역교론 짝스터디
4-6월 마지막주에 김쌤께서 역교론 공부법에 대한 조언을 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선위역, 기출문제집, 첫걸음, 이렇게 세 권의 책을 한 달 안에 한 바퀴씩 돌리는 일정을 두세 번 반복한다면 역교론 때문에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수험생활 초반, 역교론 때문에 힘겨워하던 제게 사람들은 “그래도 나중 가면 역교론이 가장 효자과목이 되어있을 거예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7월에 접어들 무렵까지만 해도 저는 전공 4과목 중 역교론이 가장 막막했습니다. 다른 과목은 대강의 흐름이라도 알지만, 역교론은 큰 뼈대도 몰랐고, 구체적인 내용은 도무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냥 눈 딱 감고 김태규 선생님 조언을 그대로 따라 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김쌤께서 하신 말씀 그대로, 5주에 걸쳐 선위역, 기출문제집, 첫걸음 교재 전범위를 확인하는 계획을 세웠던 것입니다. 혼자 했다가는 강의 진도에 쫓겨 중도 포기하게 될 것 같아서,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짝스터디로 진행했습니다.
역교론 스터디 진도는 선위역 편제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역순으로 진행했습니다. 7-8월 강의가 선위역 편제 순서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강의 진도와 최대한 겹치지 않게 함으로써 복습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 것입니다만 결론적으로 7-8월 강의가 선위역 순서대로 진행되지는 않아 큰 의미는 없었습니다. 월, 화는 선위역 교재를 활용해 하루에 1~2개 챕터를 살펴보는 것으로 했는데, 페이지 수로 따지면 50페이지는 족히 넘기에 하루에 최소 3~4시간은 투자해야 했습니다. 수, 목에는 월, 화 진도에 맞추어 4-6월 반에서 필기한 기출문제집 분석내용을 확인했는데, 이 내용도 손으로 다시 써가며 정리했기에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금요일에는 첫걸음 교재를 한 챕터씩 정리했는데, 마찬가지로 하루에 봐야 하는 양이 상당했습니다. 매일 저녁 6시까지는 전공과 교육학 강의를 듣고 복습하며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6시부터 정말 미친듯이 역교론 내용을 공부하면 간신히 10시 전에 공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물론, 마음에 들게 공부를 끝낸 날은 거의 없었습니다. 공부를 마쳤다는 건 간신히 진도 범위를 한 번 훑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그러면 10시에 스터디원에게 전화를 걸어 서로 세 문제씩 번갈아 가며 질문합니다. 범위 내에서 질문할 내용이 다 떨어질 때까지 짝스터디가 이어졌는데, 분량이 아주 많은 단원이 아니라면 보통 30분 내외로 끝났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이 역교론 스터디를 7월 초~9월까지 총 두 번 돌렸는데, 스터디가 마무리될 무렵에는 역교론이 확실히 편해졌습니다. 7월이 시작할 때에는 역교론 문제에 답을 전혀 못 썼다면, 8월에 강의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70% 이상의 문제에 답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하반기에 접어들 무렵까지 역교론 기초가 탄탄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으신다면(특히 초수생), 역교론 스터디를 따로 진행할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3) 개인 공부
개인 공부는 말 그대로 강의 진도와 상관 없이(최대한 겹치지 않게), 개인적으로 복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이 시간 동안에는 주로 선위 시리즈를 다시 정독하였습니다. 선위 시리즈에 암기펜을 그어가며 공부한 것이 바로 이 시점부터입니다. 강의 복습과 개인 공부를 병행함으로써 7-8월 내로 최소 전 범위에 대한 2회독을 돌리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역교론은 스터디를 통해 따로 공부를 진행하고 있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개인 공부는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에 대한 공부만을 의미합니다.
계획서를 보시면 알 수 있듯, 한국사, 서양사, 동양사 전 범위를 각각 8개 부분으로 나누고, 이를 역연대기 순으로 배치해 개인복습 계획을 세웠습니다. 앞서 위에서 보여드린 제 일정표에서 개인공부에 주어진 시간이 각 과목당 3시간 정도인데, 사실 이 시간 안에 선위 시리즈의 해당 범위 전부 암기펜을 그어가며 공부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그래도 일단 중요한 키워드는 전부 확인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최대한 속도를 붙여가며 공부했고, 혹시나 개인 공부 때 미처 보지 못한 내용은 나중에 해당 부분에 대한 강의를 들을 때 메꿔 나가자고 다짐했습니다.
확실히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수행하려고 하다 보니 몸이 부서질 것 같았습니다. 하루에 15시간 이상 공부하는 날이 늘어갔고, 어쩌다 실수로 한 두 시간 졸면 절대 그 날의 목표치를 채우지 못할 만큼 공부가 밀려서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7-8월을 이렇게 치열하게 보낸 덕분에, 이 기간동안 전공 지식이 정말 탄탄하게 쌓여가는 걸 느꼈습니다. 이때 제 임용공부의 80% 가량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6. 2023년 9-11월
9-11월부터는 드디어 모의고사를 치르게 됩니다. 한 주에 4개씩 올라오던 강의가 3개로 줄어들고, 7-8월까지 이틀에 걸쳐 봤던 한국사와 동양사 진도를 하루만에 나가는 등 진도가 매우 빨라집니다. 매 주 치르는 모의고사는 매번 멘탈을 채찍으로 후려갈기는 듯한 충격을 선사합니다. 이 시기부터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들며, 시험 D-day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매일 매일 체감하며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을 수 있습니다.
저는 1월에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9월이면 공부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는 게 없어서 많이 걱정했습니다. 중등 임용은 아니지만, 저보다 한 해 먼저 초등 임용 시험을 준비하고 합격한 친구가 있어 제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그 친구는 “너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이제까지 공부한 것보다 9-11월에 공부하고 성장하는 정도가 훨씬 더 클 수도 있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백 번 천 번 맞는 말입니다. 상반기에 토대를 쌓고, 7-8월에 지식 수준이 조금 성장했다면, 9-11월은 그것을 양분 삼아 폭풍적인 성장을 이루는 시기입니다. 희망 고문이 아니라, 제가 정말 그랬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혹시나 9월에 접어들어 불안하고 걱정된다면, 남은 3개월의 시간을 불태우겠다는 일념으로 임하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이 시기 제 일정표입니다.
이번에도 일정을 크게 4개 부문으로 나누면, ① 전공 강의 및 모의고사 ② 복습&보충 짝스터디 ③ 개인공부 ④교육학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찬가지로 교육학은 제외하고, 전공 공부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다뤄 보겠습니다. 다만, ‘① 전공 강의 및 모의고사’에서 ‘전공 강의’ 공부 진행 방식은 7-8월에 언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모의고사를 위주로 설명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1) 모의고사(하반기 슬럼프)
인강이 전공에 비해 가지는 큰 한계점이 바로 모의고사 응시에 관한 것입니다. 집에서 모의고사를 풀게 될 경우, 실전과 같은 긴장감 조성이 어렵고, 시간에 맞춰 문제를 풀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문제를 풀지 않고 바로 해설을 듣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또, B4사이즈의 시험지가 제공되는 직강과 달리 인강생은 대부분 A4용지에 문제를 풀게 되는데, 이것도 실전 감각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요소입니다.
다만, 인강생이 직강생보다 유리한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바로 실전과 똑같은 시험 스케줄로 응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직강에서는 공개 모의고사(총 3회)를 제외하면 모의고사 날 전공 A, B만을 응시하며, 쉬는 시간도 20분만 가지는 것으로 압니다. 시험도 금요일에 치릅니다. 하지만 인강생은 본인이 원한다면 토요일에 시험을 응시할 수 있고, 매 시험마다 1교시 교육학부터 시험을 시작할 수도 있으며, 쉬는 시간도 실제 시험과 똑같이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험을 12시쯤 마무리할 때와, 오후 2시 20분에 마무리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은 차원이 다릅니다. 배가 고픈 정도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실전과 똑같은 조건으로 연습하려면 무조건 실제 시험 스케줄대로 진행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며, 이 점에 있어서는 인강생이 더 유리합니다.
저는 인강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직강의 장점을 전부 가져오는 방법을 생각해 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매 주 새롭고 낯선 장소로 이동해서 친구와 함께 시험 일정에 맞춰 모의고사를 치르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공개 모의고사를 치르는 주를 제외하면, 매 주 토요일 독서실에 7시 반까지 가서 착석합니다(초반에는 많이 실패했지만, 10월 중순부터는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모의고사 전 단권화 노트를 훑어보고, 교육학 짝스터디를 진행한 후(이건 모의고사랑 상관 없이, 원래 매일 하던 것입니다) 화장실에 다녀와 앉습니다. 함께 시험을 볼 친구는 집에 A3용지 프린터기가 있어, 비록 B4는 아니더라도 좀 큰 용지에 인쇄한 시험지를 받아 풀 수 있었습니다. 이 친구와 동시에 1교시 교육학부터 모의고사를 시작하고, 시간이 되면 서로의 답안지를 걷어갔습니다. 이렇게 하면 지켜보는 눈이 있기에 중간에 컨닝도 못 하고, 시간이 다 되었을 때 “1분만 더..” 하는 꼼수를 부릴 여지가 없습니다.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는 집에서 챙겨 온 간식을 먹으며, 시험 당일 어떤 간식이 가장 적절할지 몸소 경험해 볼 수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저는 최대한 실전과 비슷한 조건으로 시험을 응시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시험 당일 나름 최적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혹시 저처럼 채점 공포증이 있으신 분 있을까요? 저는 중학생 시절 내내 채점 후 몇 문제 틀렸다 하면 하루 종일 울며 힘들어했고, 채점하는 과정을 끔찍하게 두려워했습니다. 그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고등학생 때부터는 채점을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모의고사나 내신은 어차피 omr카드에 답을 써서 내기 때문에 내가 굳이 채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채점이 들어가고, 성적 통지표가 나오면 그때 점수를 확인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의고사는 공개 모의고사를 제외하면 본인이 직접 강의를 들으며 몇 시간에 걸쳐 한 문항 한 문항 채점을 진행해야 합니다. 웬만해선 남이 대신 해줄 수도 없습니다. 혹시나 저처럼 결과 자체를 확인하는 건 괜찮아도 채점하는 과정이 너무 괴로운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두려움을 더는 방법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내 시험지를 보고 조금이라도 헷갈렸거나, 틀릴 것 같은 문항은 전부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그어버립니다. 정말 조금이라도 찜찜하면 그어야 합니다. 그런 후 점수를 내면 아마 30점대 안팎으로 점수가 나올 겁니다. 그 점수를 보고 난 후 “그래도 이것보다는 점수가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실제로 저는 웬만해서는 아무리 칼채를 해도 이것보다 점수가 최소 10점 이상 올라갔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모의고사 직후 예상했던 점수보다 실제 점수가 많이 낮아도 충격이 덜합니다. 예를 들어 모의고사 직후 직감상 55점 정도를 예상했는데, 찜찜한 문항을 전부 그어버리니 35점 정도 나왔다고 칩시다. 실제로 이 사람이 받은 점수가 48점 정도라면, 자신의 직감보다는 낮은 점수이지만 35점보다는 훨씬 높은 점수이기에 “이정도면 괜찮지”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저는 이 방식으로 채점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채점이 너무 하기 힘들고 싫을 때 도움이 되었던 것은 당일 복습 스터디였습니다. 7-8월에 하던 것에 이어 9-11월에도 그 날 인강을 들으면 반드시 그 날 짝스터디로 내용 복습을 마쳤는데, 모의고사의 경우 토요일에 모의고사를 풀면 꼭 토요일 밤까지 오답을 마치고 짝스터디원과 함께 그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짝스터디원에게 미안해서라도 모의고사를 치른 후 해설강의를 듣게 됩니다. 일종의 강제성 부여 전략입니다.
위 사진은 제 모의고사 성적 변화입니다. 점수 변동 폭이 조금 큰 편이라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얼핏 보면 점수가 상당히 불안정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사실 그 이유는 제가 채점한 것과 학원에서 채점이 진행된 것 사이 점수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표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점수가 학원에 시험지를 제출하고 채점을 받은 공개 모의고사 성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잘 못 봤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1회차 모의고사를 제외하면, 공개 모의고사는 점수가 60점 내외로 꽤 양호한 편입니다. 하지만 해당 모의고사들도 제가 채점했을 때에는 저 점수에서 5~10점 정도 빠진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6회차 모의고사의 경우 혼자 채점했을 때에는 40점대 후반의 점수가 나와서 일주일간 거의 패닉이 왔었던 적도 있습니다(40점대 후반이라는 점수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직전에 제출했던 4회차 모의고사와의 차이가 너무 심했기 때문입니다). 김쌤께서 점수 변동 폭이 심한 사람은 합격하기 쉽지 않다고 말씀하셔서, 제가 점수 변동 폭이 큼에도 불구하고 합격한 이유를 고민해 봤는데, 제가 학원 채점보다는 더 깐깐하게 채점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점수가 사실 아주 불안정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말씀드렸듯, 저는 대체로 모의고사를 칼채하는 편이었습니다. 다만 아주 심하게 칼채를 하지는 않았는데, 1에서 5까지의 범주(숫자가 커질수록 칼채) 중에서 이야기해 보자면 4 정도의 칼채를 한 것 같습니다. 해설 강의에서 언급하신 핵심 키워드가 들어가면 문장 서술이 조금 달라도 맞게 했고(다만, 역교론은조금 더 엄격하게 채점했습니다), 해설 강의에서 말씀하신 내용이 아니어도 개론서나 교재에 답의 근거가 확실하게 있는 경우 QnA 게시판을 통해 답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질문한 후 맞게 채점했습니다. 공개 모의고사를 제출하고 나면, 학원에서는 3~3.5 정도의 강도로 채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채점할 때에 비해 점수가 많이 올랐습니다. 다만, 실전은 4.5 정도로 칼채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2차 결과까지 발표가 끝난 후 가채점을 해 보았는데, 제가 가장 엄하게 채점한 것에 비해 실제 점수가 2점밖에 높지 않았던 걸 보면 실전에서 가장 엄격한 채점이 들어갑니다. 그러니 수험생분들은 기분이 좀 상하더라도 가급적 깐깐하게 채점하는 쪽이 좋을 듯합니다.
9월에 접어들어 모의고사를 풀기 시작하면, “모의고사 점수에 일희일비하거나, 연연해도 괜찮을까?”하는 걱정이 생길 것입니다. 이건 사람마다 정말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정말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다면 어느 정도 연연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의미냐면, 매 회차 모의고사를 준비하고 풀 때마다 “이건 내가 실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발판이고, 연습이야”라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정말 시험을 보는 것처럼 생각하며 총력을 다 해 매주 모의고사에 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의고사를 망치면 분하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기에 다음 주에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모의고사를 잘 보면 진심으로 행복해하며, 그 좋은 기운을 원동력으로 삼아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께서 강의 시간에 “A영역에서 출제할 겁니다.”라고 대놓고 언급하시거나, 혹은 넌지시 힌트를 주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아, 어차피 실전에서는 어디서 출제할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 수 없으니 미리 공부하고 가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시기보단, 그 문제가 시험에 출제되면 그것이 모의고사든 실전이든 오늘 이후로 무조건 맞추겠다는 생각으로 개념 하나라도 더 보고 들어가세요. 매 회차 모의고사를 모두 소중히 생각하며 어떻게든 1점이라도 더 맞추겠다는 집념으로 공부해야 공부량이 조금이라도 더 쌓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의고사 하나하나에 총력을 다 하다 보면, 성적이 좀 낮게 나왔을 때 슬럼프가 오기도 합니다. 제 경우에도 특히 열심히 준비한 1회차 모의고사에서 생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을 때(7-8월에 열심히 공부했으니 60점을 받은 6월 총괄평가에 비해서는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충격의 여파로 4일을 통째로 날렸습니다. 6회차 모의고사도 결과적으로는 점수가 나쁘지 않았지만, 스스로 채점했을 때 점수가 너무 낮다고 느껴져서 주변의 다른 고시 합격자 친구를 붙잡고 하루종일 상담을 받기도 하고, 그로부터 일주일간 심적으로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는 상반기와 다릅니다. 슬럼프가 왔다고 맘편히 삽질하고 있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제가 슬럼프에 대비하거나 극복했던 방법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제는 공개 모의고사 성적표가 박문각 홈페이지에 올라왔을 때 바로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일요일(쉬는 날) 오전에 확인을 했습니다. 성적이 생각보다 높아도 마음이 붕 떠서 공부 집중에 방해되기에 그 나름 문제이지만, 성적이 낮으면 우울감과 불안감이 도져 그 주 내내 공부에 지장이 갑니다. 보통 성적이 대강 금요일 정도에 올라오는데, 이건 그 다음 회차 모의고사 직전일(인강생 기준)입니다. 모의고사 성적을 보고 우울해하다가 바로 다음 날 치르게 되는 모의고사까지 망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요일에 확인한다면, 어차피 일요일은 쉬는 날이라 성적을 확인하고 기분이 좋든 나쁘든 상관이 없습니다. 하루 종일 울어도 어차피 쉬는 날이니 딱히 공부에 피해가 가지는 않고, 보통은 조금 울다가 기분 전환 삼아 동네 근처 마실이라도 나가게 되며 그 과정에서 기분이 풀립니다. 저는 일요일에 성적 확인을 하고, 그 하루 내로 감정 소모를 끝내고, 새롭게 시작되는 한 주를 맞이하면 슬럼프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공부와 관련은 없지만 꼭 필요한 일정을 공개 모의고사 직후에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1회차, 6회차 모의고사를 토요일에 치른 후, 그 다음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치과를 가는 일정을 잡았습니다. 어차피 모의고사 점수로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한동안 공부에 제대로 집중을 못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9월 무렵부터 슬슬 몸 한 구석이 아프거나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실 텐데, 모의고사를 치르고 심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을 고려해 그 즈음에 물리치료나 건강검진 예약을 해 두시는 것도 좋습니다. 어차피 병원은 꼭 가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죄책감 없이 잠시 시험 걱정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을 말하자면, 차라리 한 번 모의고사를 크게 망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모의고사 최저점이 3회차 모의고사인데, 제가 슬럼프 경험을 말하며 3회차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오히려 이때 거의 해탈해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약간 “에라 모르겠다”하는 마음이 드는데, 오히려 시험을 한 번 제대로 망치면 그 다음부터는 웬만한 점수에도 별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또, 모의고사를 망친 후 강한 경각심을 느낀다면 이는 다시 제대로 공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1, 2회차 내내 서양사 성적이 저조했음에도 점수 자체가 아주 낮지는 않아서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3회차 모의고사를 채점한 후 충격을 받고 그제서야 모의고사를 분석하며 제 서양사 상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3회차 모의고사를 치른 후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 다음 모의고사까지 약 2주 가량 시간이 있었는데 이 기간 내내 서양사 개론서를 미친 듯이 팠었고, 그 결과 4회차 모의고사에서 20점 이상 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었으며, 여기에는 서양사 점수 향상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렇다고 일부로 모의고사를 망치라는 것은 아니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보자는 소리입니다.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은데,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아도 꼭 포기하지 마세요. 누군가는 비웃을 지도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저는 모의고사 성적이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공개 모의고사에서 보통 상위 10프로 후반대가 나왔는데, 구쌤께서 상위 30프로가 합격생 평균이라고 하신 걸 보면 제 성적이 나쁜 편은 아닙니다. 혹시라도 제가 특정 점수대를 언급하며 ‘낮은 점수’라고 말해 기분이 상하시거나 불안감을 느끼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점수에 대해 느끼는 감상은 정말 상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모의고사를 괜찮게 봐도 실전에서 연습에 비해 15점 이상(교육학 포함) 미끄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의고사 성적이 저조해도 실전에서 보다 좋은 컨디션으로 최고점을 찍어 당당히 합격하는 사람은 아마 다른 합격수기에서 수도 없이 보셨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의고사 때문에 울고 힘들어하는 날이 있더라도 다시 일어나 끝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2) 복습&보충 짝스터디 (10~11월)
정말 감사하게도, 7월부터 9월까지 함께 역교론 짝스터디를 진행해 왔던 스터디원 분과 1차 시험 전날까지도 함께 다른 주제로 스터디를 이어 갈수 있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 진행한 스터디의 계획서를 우선 올렸는데, 각 주별로 어떤 주제를 학습했는지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제 공부 목표는 항상 꽤 단순했는데, ‘최소 수업시간에 다룬 건 다 맞자’였습니다. 상반기에 들은 내용이야 당연히 까먹을 수밖에 없지만, 못해도 7월부터 강의에서 다룬 내용은 빠짐없이 외우고 시험장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7-8월 강의에 대한 복습과 9-11월 강의에 대한 복습을 스터디 계획에 꼭 포함시켰는데, 까먹을 만하면 해당 내용을 다시 보게 되는 구조라 내용이 머리가 오래 남게 되었습니다. 강의에서도 선생님께서 ‘7-8월부터 푼 문제만 잘 외우고 가도 시험에서 떨어질 일은 절대 없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그 말을 되새기며 7-11월에 본 문제들과 여러 학습 요소는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보았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5, 7, 8, 9주차에는 어떤 내용을 가지고 짝스터디를 할까 논의한 끝에, 서로 취약 부분이라고 생각되거나 조금 더 공부하고 싶은 영역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제 경우 왜인지 한국사 개항기가 유독 복병이라 5주차 주제로 개항기를 선정했고, 저와 스터디원 둘 다 일제강점기가 약해 2주간 꼼꼼하게 공부하기로 계획했습니다. 9주차에는 스터디원의 제안으로 함께 서양사 기출문제를 다시 분석해 보았는데, 이때 이신론에 대해 복습한 것이 이번 시험에 출제되었을 정도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혼자 공부할 때보다 스터디원과 함께 목표를 정하고 공부할 때 훨씬 효율이 올라가는 편입니다. 정해진 시간까지 공부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공부를 차일피일 미루지도 않게 되고, 내가 잘못하면 피해를 입을 스터디원에게 미안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스터디를 하다 보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내용을 다시 점검할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운이 좋아서 좋은 스터디원을 만나 이 분과 1월부터 11월 24일까지 함께 스터디를 진행할 수 있었고, 아직도 제 합격의 가장 큰 요인으로 스터디를 꼽습니다. 저처럼 혼자 공부 계획을 지켜나가는 것을 어려워하시는 분, 공부에 보다 강한 동기부여를 받고 싶으신분, 효율적인 공부를 추구하시는 분이라면 스터디를 잘 꾸려나가시는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3) 개인 공부
9-11월에 접어들면 원래 주 4회 올라오던 강의가주 3회로 줄어들며 개인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늘어납니다. 저는 7-8월과 형태는 비슷하되 시간 투자를 좀 더 늘려서 개인 공부 일정을 계획했고, 7-8월에 비해 몇 가지 부가적인 요소도 추가했습니다.
먼저, 본 강의 진도와 겹치지 않게 개인 공부 진도를 정했습니다. 서양사의 경우 강의에서 역연대기순으로 진도를 나갔기에 저는 연대기 순으로 개인 공부를 진행했으며, 한국사와 동양사는 강의에서 시대순으로 진도를 나가길래 저는 역연대기로 개인 공부를 계획했습니다. 다만, 한국사의 경우 10월 즈음 스스로 느끼기에 통일신라에 대한 공부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 그 부분은 조금 앞으로 당겼고, 근현대 한국사는 워낙 중요하기에 마지막 주에 한 번 더 볼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습니다.
각 과목별로 공부 방식이 조금씩 상이했는데, 한국사의 경우 개론서를 포기하고 선위한 교재를 중점적으로 공부했습니다. 7-8월에 이미 암기펜으로 교재 곳곳에 빈칸을 뚫은 상태였기에, 샐로판지를 올려 빈칸을 인출하는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험이 개론서에서 많이 출제되었다는 것을 고려해 봤을 때, 이 방법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동양사는 한위중이 저에게 잘 맞아, 한위중과 선위동을 함께 봤습니다. 선위동의 빈칸을 채우며, 조금 개념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있으면 한위중에서 관련 부분을 펼쳐 읽었습니다. 중국의 개항 과정과 측천무후 시기도 이때 한위중과 선위동을 꼼꼼하게 봤는데, 그 결과 본 시험에서 관련 문제가 출제되었을 때 점수를 꽤 챙겨갈 수 있었습니다.
서양사의 경우, 1-3월 반에서 나눠 준 개론서 빈칸 프린트를 활용했습니다. 처음에는 빈칸에 손으로 답을 썼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서 10월부터는 눈으로만 빠르게 인출하고 답을 바로 확인한 후, 틀렸거나 조금 버벅인 부분은 체크해 두었다가 한꺼번에 복습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저는이 방법이 내용 암기 및 인출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고, 1-3월 개론서 빈칸 프린트 덕분에 서양사는 마지막까지 개론서를 놓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공부하다가 이전 프린트를 한번씩 확인하며 쓸 만한 자료가 있다면 활용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추석 연휴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가장 취약하다고 여겨졌던 서양사를 공부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는데, 일주일만에 서양사개론 전체 + 서양사 강좌 근현대+ 사료로 읽는 서양사 5권을 보겠다는, 저로서는 좀 과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저는 책 읽는 속도가 정말 느려서 정상적인 속도로 읽는다면 일주일에 책 세 권은 무슨, 서양사개론 절반도 간신히 읽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양사 개론서를 많이 읽어 볼 필요성은 진작부터 느끼고 있었기에 계속 고민하던 중, 유튜브로 속독 방법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공시탈출_김코치’님의 ‘장수생이 회독 속도가 느린 이유(회독 속도 두 배 이상 늘리는 법)’이라는 영상을 참고해 처음으로 속독을 시도했는데, 이것이 제 개론서 회독 방법을 정말 획기적으로 바꾸게 됩니다. 이전에는 한 단어 한 단어를 뜯고 외우면서 책을 읽었고, 조금이라도 내용을 까먹으면 다시 앞으로 돌아왔기에 속도가 정말 안 났습니다. 하지만 이 영상에서 추천하는 방법대로 속독하며 빠르게 글을 읽었더니, 거짓말처럼 독해에 속도가 붙으면서도 그 와중에 많은 내용이 머리에 남았습니다. 저는 어설프게나마 속독을 시도해 결국 추석 연휴 기간동안 서양사 핵심 개론서를 독파할 수 있었고, 이것이 이후 모의고사 점수 향상에 많은 영향을 미쳐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다만, 선생님께서 현대사를 많이 강조하셨고, 저도 현대사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 시기 현대사에 많은 비중을 두었는데 이 점은 실질적으로 시험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예상 외로 서양 현대사가 아예 출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자 공부도 놓지는 않았습니다. 8월 말부터 9월까지는 다시 8급 한자부터 출발해 2급 한자까지 재점검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10월부터는 사료 속 한자 단어들을 암기했습니다. 자료는 4-6월 기출반에서 나누어 준 프린트의 앞부분에 있는 ‘단원 내 주요 한자 어휘’ 항목을 활용했습니다. 4-6월에는 아직 한자 공부가 덜 되어 있을 시기라, 한자단어를 보고 바로 음을 적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 이 자료는 꼭 9월 이후에 다시 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10월에 다시 꺼내서 매일 조금씩 한자 명사를 확인했습니다. 당연히 한자 지식이 이전에 비해 훨씬 늘어난 10월에는 자료 속 한자 단어의 상당수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사진 속 빨간 글씨가 있는 부분을 제외하면 전부 제가 읽을 수 있던 한자 어휘입니다). 여유가 되었다면 7-8월에 받은 프린트의 한문 사료 항목도 공부할수 있었을 텐데, 그건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습니다.
한자 공부는 11월 전까지 매일 아침 한 시간 정도를 투자해서 진행했는데, 딱 적절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다만 한자는 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에, 11월에 다른 공부에 쫓겨 한자 공부를 잠시 놓은 것이 실전에서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따라서 한자에는 하루에 30~40분 정도를 11월 중순까지 꾸준하게 투자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개인 공부 시, 기출문제 분석도 필요합니다. 저는 아마 수험생 중 기출문제를 가장 소홀히 한 사람일 텐데, 4-6월반 강의를 듣고 복습한 것과 역교론 스터디를 진행하며 기출을 확인한 것을 제외하면 10월 말까지 기출문제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한국사, 서양사, 동양사 기출문제는 6월 이후로 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시험장에 갈 뻔했는데, 강의 시간에 김쌤께서 기출 분석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하신 데다가 이 시기 우연히 본 여러 합격수기에서 빠짐없이 기출 분석을 강조하였기에 10월 말부터 부랴부랴 최신 5개년 기출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수험생 치고 기출 분석에 요령이 없는 편이라 간단하게만 제 방법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기출 문제의 답을 인출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풀 때 어떤 사고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신경쓰며, 그것이 학원 모의고사와 크게 다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를 테면, 저는 학원 모의고사를 풀 때 제시문을 모두 꼼꼼하게 읽고 답을 쓰기보단 답의 근거가 되는 문장을 빠르게 찾고 그것에 의존해 답을 도출하는 편이었습니다. 실제 기출 문제도 이런 방식으로 풀리는지 확인했는데, 제 경우에는 기출도 모의고사와 비슷했습니다.
또한 기출 주제를 확인하며, 최신 기출 주제는 앞으로의 개인 공부에서 좀 가볍게 다루고, 대신 해당 주제 주변의 영역은 꼼꼼하게 복습했습니다. 이 부분은 권장하지 않는데, 최신 기출에 조선 후기 조세 제도와 프랑스 혁명이 출제되어 그 부분은 소홀히 했건만 실제 시험에 두 주제가 모두 출제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출된 주제는 아무리 최신 기출이어도 조금 더 신경써서 보는 편이 현명했을 것 같습니다.
10월부터는 개인 공부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캠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많은 분들이 이용하시는 구루미 캠스터디 플랫폼을 활용했고, 카페에서 스터디원을 구해 함께 카메라를 켜고 공부하는 장면을 송출했는데, 확실히 카메라가 켜지면 다른 짓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만큼 공부 집중도가 올라가고, 자연히 공부 효율도 상승합니다. 주로 핸드폰이 딴 짓의 근원인데, 그 핸드폰을 만질 수 없으니 딴 짓을 안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한 달이 좀 넘어가면서부터는 요령이 생겨,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은근슬쩍 딴 짓을 할 때도 간혹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폰 카메라를 켜야하는 만큼 배터리 소모가 빨라 보통 충전하면서 카메라를 작동시키는데, 핸드폰 수명이 깎이는 것이 날마다 체감됩니다(제 경우 지금 핸드폰 배터리 효율이 81%입니다. 저는 그 원인으로 무조건 구루미를 지목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수험기간 내내 구루미 캠스터디를 하는 것보다는, 시험 전 막판 스퍼트를 올릴 때 진행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4) 시험 전 마지막 2주
1차 시험 2주 전에 종강을 맞이하면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저는 누누이 말했듯, 7월부터 강의에서 다룬 내용은 죽어도 틀리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이 기간동안 단권화 노트를 다시 외웠습니다. 한 주는 7-8월에 만든 단권화 노트를, 그 다음 주에는 9-11월에 만든 단권화 노트를 암기하고 인출했는데, 단권화 노트도 모으고 보면 그 양이 상당해서 정말 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이미 완벽하게 머리에 들어와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인출이 잘 안 되는 부분이 많아 답답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시험 5일 전 즈음 남자친구에게 단권화 노트를 주고 아무 곳에서나 문제를 내 보라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비전공자인지라 조금 지엽적이거나 엉뚱한 부분에서 주로 문제를 출제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가 대답을 너무 하지 못해 집 가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이 시기에 접어들며 “나는 이제 완벽해. 1차 시험아 덤벼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두가 다 비슷하게 불안감을 품고 시험장으로 향합니다. 그러니 시험 2주 전에 인출이 잘 안 된다고 해서 너무 침울해하지 말고, 1차 시험 2교시 쉬는시간까지 포기하지 말고 개념 한 개라도 더 챙기시길 바랍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단권화 노트만 보기보다는 ‘모의고사에 출제되지 않은 부분’도 체크하고 챙겨 보시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구 강의가 가장 메이저 강의이다 보니, 실제 시험은 김구 모의고사 출제 기조를 빗겨 가고자 노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험장에 가서야 깨달았습니다. 이건 김구 선생님들께서 아무리 노력하셔도 평가원에서 학원 자료를 다 걷어가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11월부터는 혹 모의고사에 출제되지 않은 영역 중 내가 느끼기에 중요한 내용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고 복습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저는 이 시기 실전 시험에 대한 준비를 마무리해 나갔습니다. 시험 2주 전은 아니지만, 10월부터 저는 임용고시 시험 시간표대로 살며(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임용 시험 ASMR이 도움이 됩니다), 시험이 진행되는 시간대에는 화장실도 최대한 가지 않았습니다. 실제 시험날에는 14시 20분까지 밥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저도 10월부터는 첫 끼를 오후 4시 이후에 먹었습니다(시험날 가져갈 수 있는 간식은 중간 중간 먹었습니다). 시험장에 가져가야 할 준비물 목록과 시험장 행동 수칙도 만들고, 시험장에 입고 갈 옷도 여러 세트를 설정해 돌아가며 입어보았습니다. 시험장 화장실 줄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화장실에 들고갈 수 있는 미니북도 만들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어떤 자료를 볼 지도 미리 생각해 보았고, 시험이 쉬울 때와 어려울 때 각각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험에 임할지에 관한 내용도 정리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시험 당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이 시기에는 6시에 기상하고 12시에 취침하는 생활패턴을 확실하게 정착시켜 이전에 비해 밤 수면 시간을 늘렸습니다(원래는 매일 5시간 정도 취침하는 대신, 졸려서 도무지 견딜 수 없는 날 낮잠을 1시간 정도 잤었습니다).
위 사진들은 제가 정리한 시험 준비물과 행동 수칙 예시입니다. 행동 수칙의 경우, 저것뿐만 아니라 시험 전날, 당일 아침, 시험장 도착 후, 매 교시 시험 치를 때등 매우 구체적으로 나누어서 적어 놓았는데, 혹시 필요하신 분들은 저에게 연락해 주시면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화장실에 들고 가게 될 미니북에는 1차 시험 준비 기간 동안 정리했던 여러 가지 자료를 포함시켰습니다. 저는 교재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외우기보단 내 나름대로 재구조화 과정을 거친 후 새롭게 정리하는 것을 좋아했고, 따라서 1월부터 틈틈이 나만의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단권화 노트를 만든 이후에도 특히나 자신이 없다고 느껴지는 주제가 있다면 꾸준히 정리했습니다. 저는 주로 PPT나 워드를 활용해서 자료를 정리한 후 PDF 파일 형태로 변환해 저장했는데, 이렇게 만든 자료는 스터디원과 함께 공유해서 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냥 저 혼자 보기 조금 아까워서 다 같이 보자는 의도로 공유한 것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스터디원 역시 이후 저와 비슷하게 자료를 정리하신 후 제게 공유해 주셔서 막판에는 함께 높은 효율로 자료를 만들고 공부를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모든 자료를 올리기는 어려우니 일부만 보여드리고, 필요하시면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방문하셔서 다운 받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시기에는 또 2차에 대한 약간의 사전 준비 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가장 바쁠 시기라 정신이 없겠지만, 이때 꼭 좋은 면접 수업을 예약하고 스터디를 꾸리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11월 셋째 주에 진행된 언플로우 스피치 면접 수업 예약에 성공해 2차 대비 기간 동안 들을 수 있었고, 10월 말부터 2차 스터디원을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김구 2차반 수강신청은 1차 시험이 끝난 후 진행되므로 별달리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5) 1차 시험 당일
이미 모의고사를 수 차례 치렀기 때문에, 1차 시험 당일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별로 없습니다. 2차 시험은 1차 시험에 비해 조금 더 복잡하게 진행되기에 시험장 경험 여부가 크게 작용할 수 있지만, 1차 시험은 초수생이더라도 별로 특별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불안하실 수 있으니 몇 가지 조언만 드리겠습니다.
시험장에는 가급적 조금 일찍 도착하시고, 꼭 필요한 준비물은 여러 번 점검하세요. 시험장이 더울 수도, 추울 수도 있으니(정말 복불복입니다. 제 경우 2023학년도 때에는 추웠고, 2024학년도 때에는 더웠습니다)얇은 옷을 여러 겹 입고 가시고 더울 때마다 한 벌씩 벗으세요. 여성분의 경우 화장실 줄이 길 수 있으니 저처럼 화장실에서 볼 자료를 챙겨가시면 좋습니다. 생각보다 시험 시간에 엎드려 자는 사람도, 백지로 시험지를 제출하는 사람도 많으며(제가 4학년 때 이랬습니다), 결시자도 한 반에 두어 명은 꼭 있습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저 사람들은 내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가지세요. 수험 번호랑 쪽 번호 마킹 잘 했는지 거듭 확인하시고, 가급적 수성펜(시그노 등)보다는 물에 번지지 않는 제트스트림같은 볼펜을 챙겨 가세요. 너무 긴장하면 갑자기 머리가 아프거나 체할 수 있으니, 타이레놀과 소화제 등 상비약을 챙겨 가세요. 필요하다면 청심환을 복용할 수도 있습니다(저는 첫 교시를 제외하면 시험장에서 별로 긴장하지 않아 청심환 복용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불안하시다면, 수능 때의 경험을 생각하며 그와 비슷하게 준비하시면 됩니다.
7. 2차 준비
1) 전반적인 팁 (멘탈관리 등)
제 1차 점수를 보면 아시겠지만, 후반부 모의고사에 비해 큰 폭으로 점수가 떨어졌습니다. 결과론적으로는 커트라인보다 높아 1차에 합격할 수 있었지만, 시험장을 나오면서 느낀 기분은 “와, 제대로 망했다.” 였습니다. 처음에는 잘 실감이 나지 않다가, 저녁이 될수록 망했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가채점은 따로 진행하지 않았지만,(망쳤다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답과 내 답이 하나도 일치하지 않았던 데다가 기입형에서만 5점이 감점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저는 1차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내려놓았습니다.
모두가 다 똑같은 말을 하겠지만, 저도 마찬가지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럼에도 제발 2차를 포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 이것을 이미 머리로는 잘 알지만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2차 준비를 자꾸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1차까지는 어떻게든 버티던 체력이 12월에 접어들면서 산산조각이 나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저만 해도 하루 13~15시간씩 공부하던 1차때와 달리, 12월에는 하루에 8시간도 채우기 버거웠습니다. 하지만 정말 저만큼만 해도 괜찮으니, 12월에 1차 성적을 확인하는 그날까지는 우선 2차 대비를 열심히 해 두시길 바랍니다.
1차 점수가 애매한 상황에서 2차 대비를 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먼저 첫째, 정말 혹시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1차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정말 0에 수렴해서 2차를 준비하며 소위 현타가 온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합격이었고, 12월에 그래도 2차 준비를 조금 해 둔 덕분에 1월에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24학년도처럼 시험이 비교적 어려웠던 해라면 정말 더 모르는 일입니다.
두 번째 이유가 어쩌면 이 시기에 훨씬 더 중요하고 잘 와 닿을 텐데, 특히 초수생의 경우 2차 준비 경험이 없으면 재수 이상으로 구성된 스터디에서 잘 안 끼워줍니다. 첫 해는 어쩔 수 없이 초수생끼리 스터디를 꾸린다 해도 두 번째 해부터는 좀 더 실력 있는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를 해야 할 텐데, 그럴려면 2차를 준비해 본 경험이라도 내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로 이유는 서울 지역 면접 특강을 오신 선생님께서 많이 강조하신 내용인데, 2차 준비는 그 시간이 쌓일수록 빛을 발합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경우를 제외하면 2차는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하는데, 정작 주어진 시간은 2개월이 채 되지 않기에 많은 수험생이 2차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시험에 응시합니다. 비록 올해 떨어지더라도 2차 준비를 열심히 했다면 이듬해 2차 준비가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아마 세 가지 이유 모두 여러분들이 머리로는 너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저는 그럼 어떻게 12월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이야기해 보자면, 먼저 거의 모든 선생님들을 찾아가 “1차 망친 것 같은데 2차를 준비해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을 드렸습니다. 이와 관련해 2차 교재 FAQ내용을 정독하기도 하고, 유튜브나 블로그도 찾아봤습니다. 어차피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선배 선생님들의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은 들을 때마다 정말 힘이 됩니다. 힘이 좀 떨어지면 또 선생님을 찾아가 응원의 말씀을 듣고 다시 힘을 내며 어떻게든 버텼던 것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HP충전하는 느낌이랄까요.
두 번째로, 2차에 미리 좀 많은 돈을 투자해 두었습니다. 언플로우 스피치, 김구 2차 대비반, 정현쌤 면접반, 2차 교재 구입, 스터디룸 대관 등을 포함해 12월에만 100만원 가량을 쏟아부었기에, 제발 돈 값은 하자는 마인드로 학원과 스터디는 성실하게 나갔습니다. 2차 준비에 돈을 좀 많이 쓰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혹은 부모님께 죄송해서라도 최소한의 도리는 하게 됩니다.
세 번째, 김태규 선생님께서 피드백을 주시는 대표 수업 실연을 제가 담당했습니다. 12월 20일이라는 비교적 후반부 시간대를 잡았는데, 그렇다보니 12월초부터 스터디원과 진행하는 수업 실연에서도 많은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내가 못하면 팀원 전체가 욕을 듣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수업 실연을 대비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2차 준비를 어떻게든 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2차 생활 스터디를 운영했습니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은 뭐라도 공부하고, 그 시간을 스톱워치로 잰 후 업로드하는 방식이었는데,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8시간 동안 책상 앞에서 멍 때린 날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스터디 덕분에 느슨하게나마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2차 스터디원 구성과 관련해 조언을 드리자면, 저는 오히려 1차와 달리 초수생과 함께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기간제 경험, 2차 준비 경험이나 시험장 경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2차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성실성과 타고난 재능이기 때문입니다. 초수생은 실력을 검증할 만한 것이 없어 사실 복불복이지만, 오히려 초수임에도 타고나길 말을 정말 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력을 전혀 모르는 재수 이상의 사람들끼리 랜덤으로 스터디를 구성하는 것보다는, 주변 동기나 지인 중 초수생이지만 말을 잘 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스터디가 다 똑같지만, 특히 2차는 ‘성실성’에 큰 무게를 실어 스터디원을 모집하시길 바랍니다. 제 경우 10월부터 스터디원을 모집했는데, 김구 2차반 시작 하루 전 날 한 명이 파투를 내고 나갔으며, 한 명은 건강상의 문제로 내내 불참했습니다. 한순간에 스터디원이 2명이 되어버려서, 둘이서 새로운 스터디원을 충원하느라 정말 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 일정이 있어 파투를 내야 한다면 최소 김구 학원에서 스터디를 구성해 주는 11월 27일 전에는 말을 했어야 합니다.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 달 내내 스터디를 한 번도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애초에 스터디에 들어와서는 안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꼭 파투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2차 스터디는 일주일에 최소 3번 이상 만나서 이루어지므로 스터디원이 불성실하면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그러니 스터디 파투나 불참 시 벌금을 문다는 조항을 넣어서 스터디원을 모집하시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제 스터디 일정입니다. 스터디 일정은 스터디원과 논의 후 제가 정리했는데, 2차는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하다보니 한 눈에 들어오는 표로 정리하는것이 보기 편했습니다. 12월 계획표와 1월 계획표를 순서대로 첨부할 테니, 구체적인 스터디 운영 방침은 이미지를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지도안
처음 2차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가장 막막한 것이 지도안 작성이었습니다. 학원 수업이나 과외를 오래 진행해 말하는 것은 자신이 있었지만, 지도안은 마지막으로 써 본 것이 3학년 1학기 교생실습 때였기 때문에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마저도 임용고시에서 요구하는 지도안과는 양식이 많이 달라서, 지도안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12월 초와 1월 말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성장을 이루었던 것도 지도안이었습니다.
저는 12월에는 조건을 지키는 데에만 급급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조건이란, 문제지 앞 면 네모 박스 안에 적힌 지도안 작성 조건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켜야 하는 조건은 이 뿐이 아닙니다. 그 아래 제시된 교수 학습 조건도 꼼꼼하게 읽으며 블록타임 여부와 평가 방식 등을 확인해야 하고, 학급 학생수나 기자재 등도 잘 읽어봐야 합니다. 지도안 답안지에 있는 학습목표, 동기유발 시 활용한 자료, 회색으로 음영 처리된 부분의 내용 등도 모두 확인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문제지와 답안지에 있는 모든 내용을 최대한 꼼꼼히 살펴 보고 작성을 시작해야 합니다. 사실 2차 준비가 처음인 초수생이라면 12월부터 이 모든 것을 다 신경쓰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12월에는 가장 중요한 지도안 작성 조건(네모 박스)만이라도 정확하게 지키는 연습을 하고, 1월부터 기타사항도 고려하는 습관을 길러도 충분합니다.
또한, 12월에는 지도안을 쓰기 전 주제를 확인하고, 교과서에서 해당 부분을 읽은 후 지도안을 작성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교과서의 키워드를 잘 활용해 지도안을 쓸 수 있지만, 실전 연습은 전혀 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이것도 1월이 되어 서서히 고쳤습니다. 1월부터는 교과서를 읽어보기 전 먼저 지도안을 작성하고, 작성 후 스터디원끼리 돌려 가며 첨삭할 때 교과서를 참고했습니다. 만약 교과서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지도안을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너무 막막하다면, 12월까지는 교과서를 먼저 읽고, 1월부터 교과서를 보지 않은 상태로 지도안을 작성하겠다고 계획하셔도 충분합니다.
제가 지도안에서 고득점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제 나름 지도안 작성에 도움이 되었던 팁들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먼저, 잘 쓴 지도안 사례를 그대로 배껴 적어 보는 것입니다. 처음 지도안을 쓰기 전 너무 막막하다면, 지도안 교재에 나와 있는 모범 사례(특히 기출)를 그대로 배껴 적어보세요. 처음 쓸 때는 발문의 퀄리티나 내용 지식에 너무 신경 쓰기보다는, 형식 면을 많이 참고하며 지도안을 어떻게 보기 좋고 깔끔하게 쓰는 법을 연구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이것보다도 다른 수험생의 모범 사례를 따라 쓰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2월 말에 수업실연을 참관했을 때, 김쌤께서 지도안 우수 사례로 선정하신 지도안 몇 부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중 제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배껴 적었는데, 12월 말이다 보니 지도안을 쓰는 것이 조금 익숙해진 상황이었기에 이번에는 형식 뿐 아니라 내용적 측면도 눈에 들어왔고, 이 사람이 이런 지도안을 쓸 때 어떤 사고과정을 거쳤을지를 떠올려 보며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1월 초에 실시한 지도안 모의고사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주어진 조건을 굉장히 많이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바로 이 모의고사 직후입니다. 네모 박스 안의 지도안 작성 조건만 신경쓰느라, 교수학습 조건들과 답안지의 회색박스들(학습 목표, 수행평가 언급 등)를 완전히 놓쳐서 대량 감점되었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피드백을 받으니 나에게 부족한 지점들이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1월은 기본이론반 개강을 앞둔 시점이라 선생님들께서 많이 바쁘셨을 텐데, 지금이라도 다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들 노고에 저처럼 큰 도움을 받고 이를 발전의 계기로 삼은 수험생이 분명 아주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 모의고사 기회가 이번 해에도 주어진다면 꼭 참여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지도안을 작성할 때 50분을 잡고 연습했고, 처음 세 번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시간 안에 들어오거나 초과하더라도 1분을 넘기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12월 말에는 45분까지도 줄어들었는데, 12월 말에 1차 결과 발표가 나고 스터디를 새로 구성하면서 잠깐 지도안 쓰는 것을 중단하자 그 새 감을 잃었는지 1월 초부터는 꾸준하게 50분에서 1~2분씩 초과되었습니다. 요지는, 지도안 작성을 꼭 50분 안에 마무리 짓는 연습을 하시라는 것입니다. 만약 시간이 좀 초과된다고 여겨지면, 다른 건 다 빼고 조건만 정확하게 수행하는 연습을 하십시오. 교과서 키워드나 내용 지식이 좀 빠지더라도 조건을 다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연습을 통해 50분 안으로 여유롭게 들어오게 되었을 때 내용 측면을 챙겨도 늦지 않습니다.
지도안을 50분 내로 써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많이들 말씀하시다시피 시험장에 가면 낯선 주제를 만나 머리가 하얘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전에서 당황하게 되면 원래는 쓸 수 있던 것도 못 쓰고 몸이 굳어버리는데, 이럴 것에 대비해 시험 시간보다 짧은 시간을 잡고 연습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생각보다 실전에서 변수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전에서는 답안과 문제지 전부에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만 1분 이상 소요됨에도 이를 연습 때에는 딱히 고려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도안을 다 쓴 후 검토하고 흐름을 암기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실전에서도 10분을 남긴 채 지도안 작성을 마치고, 5분 동안 검토한 후, 5분 동안은 지도안의 주요 발문과 흐름을 암기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수업실연 전 대기시간동안 효과적으로 수업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습니다.
지도안 작성에 사용한 교재의 경우 12월에는 ‘선생님을 위한 수업실연’, 1월에는 서울고시각에서 나온 ‘전공역사 2차 수업실연 실전문제집’과 스터디원께서 갖고 계시던 수업실연 PDF 파일을 활용했습니다. 다만, 서울고시각 교재의 경우 지도안 문제 조건이 세밀하지 않고 난도가 낮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서울고시각 문제를 활용하되, 이 문제를 스터디원이 돌아가며 변형하기로 했습니다. 조건을 훨씬 더 까다롭게 수정하고, 새로운 자료를 삽입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하면 처음부터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부담이 적고, 원래 문제에 비해 퀄리티가 높아진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3) 수업실연
수업실연을 하기 전에 먼저 구상지를 작성하게 됩니다. 서울시의 경우, 2025학년도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2024학년도까지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주는 펜을 이용해 구상지를 작성해야 했는데, 이때 모나미 볼펜 한 개만 던져줍니다. 실전에서는 다양한 색깔은 고사하고, 볼펜 똥이 계속 묻어나오는 볼펜으로 구상지를 작성해야 하는 만큼 연습 때부터도 단색 펜, 그것도 자신에게 좀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펜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이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구상지를 작성한 방법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저는 지도안 여백을 활용하기보다는 B4 용지 한 면을 전부 활용하는 방식이 훨씬 보기 편해 그렇게 진행했습니다. 구상지를 먼저 두 번 접어 4등분하고, 수업 실연때에는 구상지를 접어 한 면씩 보며 진행했습니다.
먼저, 1페이지의 노란 부분은 첫 1분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수업실연에서의 첫 1분은 나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이 시간동안 버벅이면 정말 불리하므로, 어떤 말을 하며 수업을 시작할지 조금 더 상세하게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먼저 회색 음영처리되어 이전에 다루었을 것으로 간주되는 부분을 작성하고(노란 박스 속 ‘학습목표 확인’ 세로선을 그었는데, 여기까지는 간단하게 언급만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후 어떤 멘트를 진행할지 한 문장 단위로 쪼개 화살표로 연결했습니다. 1페이지의 주황색은 구상지에 꼭 적으려고 노력한 기호인데, 수업 실연할 때 제발 웃고, 목소리 크게 내라는 메시지입니다. 저는 목소리가 좀 작은 편이고, 긴장하면 표정에서 티가 났기에 의식적으로 웃고 목소리를 크게 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초록 박스는 제가 실연 도중 잘 까먹는 블록타임 여부와 기자재에 대한 표시였습니다.
1, 3, 4페이지에 있는 파란 박스는, 각각 실연 1, 2, 3에 대한 구상입니다. 사실 별다른 팁은 없는 것 같지만 굳이 꼽아 보자면, 교사 질문과 학생 질문을 구분해 각각 ‘교Q’, 학Q’라고 적었습니다. 학생 강화는 따로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또 강의식 수업의 경우 학생 연계 질문이나 오개념 교정, 용어 풀이 등을 꼭 집어 넣으려고 노력했는데, 어디서 그러한 장치가 등장할지 적고 동그라미를 쳐 눈에 잘 들어오게 했습니다. 모둠 활동 안내 과정에서 언급하게 될 유의사항, 채점기준의 경우 시간이 빡빡하더라도 최대한 구상지 안에 다 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페이지의 보라색 박스는 판서 계획인데, 예시에는 실연 2, 3 부분에 대한 판서도 적긴 했으나 사실 시간이 없어서 실연 1의 강의식 수업에 대한 판서만 구상한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제 경우 모둠 활동과 피드백 판서는 따로 계획하지 않아도 구상지를 보고 대강 적을 수 있었지만, 강의식 수업은 판서 계획을 하지 않으면 판서가 많이 무너졌기에 꼭 대충이나마 판서 계획을 작성했습니다. 판서에는 글만 적기보다는 도표, 연표, 스케치 지도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고자 하였습니다.
4페이지의 분홍색 박스는 시간이 되면 언급하고, 그렇지 않으면 넘어갔는데, 실연 3 이후 회색 음영 처리된 부분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렇게 연습한 덕분에 실전에서는 다음 차시에 대한 예고까지 모두 진행하여 지도안 안에 있는 회색 음영도 신경써서 봤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수업실연을 연습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먼저 유튜브에서 수업실연 영상을 참고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수업실연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아 여러 수업 사례들을 참고했었는데, 저는 초반에는 과목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봤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는 역사과에 맞는 발문이나 수업 전개 방식을 체득할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인 수업의 흐름, 발성, 판서 크기와 구조화 방식, 각 선생님들만의 장치(수업 구호, 다문화 학생 설정 등) 등 수업 실연 전반에 대한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때 조금 주의할 점은, 4~5년 이상 된 영상은 가급적 참고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업실연도 트랜드가 존재하고, 시시각각 바뀝니다. 저는 12월 초, 5년 넘은 수업 실연 영상들을 참고해 가며 수업실연 연습을 진행했는데, 대표 수업 실연 때 “혹시 보기보다 나이가 많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너무 옛 트랜드대로 수업을 진행해서, 선생님들께서 저를 보고 생각보다 장수생이라고 생각하셨다는 웃픈 일화가 있습니다. 기왕이면 1~2년 내로 올라온 영상을 더 많이 찾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수업 실연 참관이 있습니다. 저는 2차를 완전 처음 준비해 봤기 때문에, 수업 실연 참관의 중요성을 전혀 몰랐습니다. 정말 부끄럽지만, 그랬기에 첫 참관을 12월 18일이라는 늦은 시기에 가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다른 사람의 수업을 보고 선생님의 피드백(때로는 엄청난 혹평)을 듣다 보면 내 수업에서 무엇을 추가해야 하고, 무엇은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수업 실연을 잘 한 사람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 연합 스터디를 제안할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저는 수업 실연 참관을 더 하고 싶다 생각했을 때 이미 늦었어서 정말 많이 아쉬웠습니다. 재수 이상은 이미 수업 실연 참관의 중요성을 잘 아실테니, 특히 초수분들은 스터디를 계획할 때부터 실연 참관 일정도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세 번째는 대표 수업 실연 기회입니다. 듣자 하니, 많은 스터디에서 대표 수업 실연을 누가 할지로 논쟁이 벌어지는데, 주로 다들 기피하고 서로에게 떠넘기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게, 내 수업을 수많은 사람 앞에서, 긴장을 억누르고 진행하며, 피드백까지 받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왜 남 주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표 수업 실연은 웬만해서 도움이 됩니다. 일단, 내 수업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스터디원들끼리 아무리 피드백을 주고받아봤자, 우리는 모두 수험생입니다. 잘못된 피드백이 오갈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학원 선생님들께 신뢰성 있는 피드백을 받는 편이 더 유익할 것입니다. 또한, 대표 수업 실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공들여 연습함으로써 내 수업을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다듬어갈 수 있습니다. 보통 2차 준비과정에서 하나의 수업을 반복해서 진행해 볼 기회가 좀처럼 없습니다. 하지만 대표 수업 실연을 준비하면 같은 수업을 여러 번 반복 연습하게 되는데, 틀린 부분을 지속적으로 바로잡으며 좀처럼 고쳐지지 않던 잘못된 습관도 고칠 수 있습니다. 저는 학원에서 진행한 대표 수업 실연 말고도 대학 교수님께서 따로 수업 실연 클리닉을 마련해 주셨는데, 두 경험 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네 번째로는 연합 스터디가 있습니다. 저는 수업 실연 참관을 갔다가 김태규 선생님으로부터 엄청 호평받은 수업을 보게 되었고, 쉬는 시간에 그 선생님이계신 스터디조에 찾아가 연합스터디를 제안했습니다. 당시 제가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한 지점이자 김쌤 지적도 받은 부분이 강화와 학생 연계 질문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그 지점에서 엄청 칭찬을 받으셨기에 이 분의 수업을 하나라도 더 보며 배우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연합스터디 제의를 받아들이셔서 함께 스터디를 진행해 보았는데, 일단 하나의 스터디에 국한되어 있을 때에 비해 훨씬 다양한 수업을 접할 수 있어 좋습니다. 또한,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내 수업을 관찰하게 되는 만큼 새로운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스터디를 자주 할 수는 없겠지만, 잘 하는 분과 최소 한 번은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스터디원들과 피드백을 주고 받을 때, 나도 모르게 한 가지 측면에만 매몰되거나 계속 비슷한 피드백만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수업의 세부적인 요소(발문, 강화 등)는 경시한 채, 전체적인 수업의 인상만 가지고 두루뭉실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업 실연 평가표를 만들고 스터디원과 공유하여 조금 더 체계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보통 선생님들께서 18분을 잡고 수업실연을 연습하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1월에 새로 구성한 스터디에서는 세 명이 전부 20분을 꽉 채우거나, 가끔 20분조차 넘겨버려 고민이 많았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저희가 좀 양이 많은 지도안으로 수업실연 연습을 한 것 같습니다. 보통 실전에서는 강의식 수업, 탐구식 수업, 모둠 활동 안내 및 진행, 발표 및 피드백 중 3개만을 실연하게 되는데, 저희는 1월 내내 대체로 저 4개 수업을 20분 안에 하는 것으로 연습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시험 직전에 실제 시험과 비슷한 분량의 문제로 연습할 때에는 시간 여유가 생겼고, 실전에서도 시간이 남았습니다. 저는 분량이 적은 문제로 18분 안에 들어오는 연습을 하는 것보다, 저희처럼 분량이 많은 문제를 가지고 20분 안에 수업을 끝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수업 시간을 줄이는 연습은 똑같이 할 수 있으면서도, 더욱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실연에서 만능틀을 많이 설정해 두지는 않았지만, 첫 1분에 대해서는 만능틀을 만들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첫 인상을 좋게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제가 첫 1분 동안 어떤 방식으로 말을 진행했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강의식 수업 이후부터 시작하게 될 경우 모두 이 만능틀을 활용했습니다. 만약 동기유발부터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면 역사교실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실제 시험 당일날 수업에서 활용하지는 못 했지만 제가 설정해 두고 연습 시 여러 차례 활용했던 만능틀을 소개하겠습니다.
판서 구조화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을 수 있습니다. 저는 비교적 판서를 잘 한다는 평가를 많이받았는데, 1차 때 단권화 노트를 만들며 정리할 때부터 항상 빨강, 파랑, 검정 세 가지 색을 사용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어서 판서 시에도 해당 색을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마치 노트 정리를 하듯 중요한 색깔은 빨강, 소제목은 파랑, 구체적 내용은 검정으로 판서를 하되, 종이에 쓸 때에 비해서는 조금 더 단순화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저는 시험 보는 학교에서 화이트보드를 사용했기에(어떤 칠판을 사용하는지는 해당 학교 홍보용 인스타를 보면 됩니다) 이 색 조합을 사용했고, 12월에 블랙보드로 연습할 때에는 검정만 흰 색으로 바꾸면 되었습니다.
저는 앞서 언급했듯 판서 시 글씨만 적기보다는 꼭 도표나 지도처럼 시각적인 주의 집중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판서의 능숙성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활용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지구과학, 한국지리 등의 과목을 내신 때 학습하면서 세계지도랑 한반도 지도를 꽤 잘 그릴 수 있었기에 특히 이를 강점으로 밀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 실연날에도 동아시아 지도를 그렸습니다.
실연 당일에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못 했지만 평소 연습할 때, 발표 및 피드백 시간에도 그 내용을 판서하기 위해 노력했었습니다. 이를 테면, ‘토닥토닥’시간에는 판서 복기에 적은 것처럼 ‘2모둠’이라고만 적기보다는 ‘2모둠: 자료 활용 Good, 모둠간 협동 Good’ 처럼 피드백의 내용을 함께 적었습니다.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과 학생 활동을 강조하는 교육의 추세에 맞춰서, 발표 및 피드백 시간에 오고 가는 내용에 대한 판서도 신경 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생 강화 측면에서도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대표 수업 실연 당시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강화 및 학생 연계 질문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1월 중순에는 스터디원으로부터 강화를 다채롭게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방법은 간단합니다. 강화 기본 멘트를 설정해 두고, 여러 부가 멘트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붙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사료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네요.”라는 기본적인 강화 멘트가 있습니다. 여기서 사료의 특성을 고려해 부가 멘트를 붙일 수 있습니다. 경제 그래프와 관련된 자료라면, “경제학자가 꿈인 우리 경제 반장 D가 역사 그래프를 잘 분석하고 해석해 반 친구들 모두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었네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림 자료의 경우, “그림을 매의 눈으로 분석해서 우리 E만의 창의적인 해석을 잘 덧붙여 말해 주었어요. E의 해석을 들어보니 정말 흥미로운데요?”라고 응용하면 됩니다. 이렇듯, 하나의 강화도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해서 사용하면 굉장히 다채롭게 들릴 수 있습니다.
또한, 발문과 강화의 대상도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12월까지만 해도 개별 강화만 진행했는데, 수업실연 참관을 다니며 모둠별 강화, 전체강화도 함께 진행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1월부터 강의식 수업에서는 개별적으로 발문과 강화를 진행했고, 사료 탐구 학습 시에는 짝모둠을 설정해 발문과 강화를 진행했으며, 모둠 활동 시에는 모둠 강화와 전체 강화를 진행하는 방법으로 발문 및 강화 대상을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대상이 바뀔 때에는“자, 그럼 이번에는 모둠에게 질문해 볼게요.” , “자, 반 전체가 말해 볼까요?”와 같은 멘트를 통해 강화 대상을 다양하게 설정하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4) 심층면접
면접의 경우 12월에만 계획서를 작성하고 1월에는 주로 합격시그널의 실전 모의고사를 푸는 데 시간을 다 보내서 따로 계획서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올려 놓은 자료는 12월에 스터디를 어떻게 진행했는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저는 12월에는 면접에 가장 투자를 많이 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돈이 가장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면접 관련해서만 학원을 세 곳이나 다녔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2차에 쏟은 돈 값은 하자”는 마인드로 2차 준비에 임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듯, 면접보다는 지도안+수업실연의 비중을 더 높게 잡아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1월 중 80% 이상의 시간을 지도안과 실연에 쏟았는데, 12월에 이미 면접 베이스가 탄탄하게 잡혀서 결과적으로는 괜찮았습니다.
저는 1차 동안 이선화 선생님 교육학 강의를 수강했었으나, 2차 때는 스터디원의 추천을 받아 윌비스의 정현 선생님 2차 대비반 직강을 신청했었습니다. 다른 이유보다도 이 수업의 개강일이 12월 27일이기에, 1차를 망쳐도 슬퍼할 틈 없이 바로 2차 준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12월 27일에 학원을 가자마자 바로 진도가 나가고 스터디가 구성이 되는 만큼, 좀 빠르게 2차 대비를 시작하고 싶으시면 추천드립니다. 거기에 더해, 강의 규모가 별로 크지 않아 12월에도 마음만 먹으면 개별 피드백을 여러 차례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습니다. 저는 12월에 두 번, 1월에 한 번까지 총 3번이나 개별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는데, 소규모 학원(5명 이내로 진행)이 아닌 곳에서 이렇게까지 개별 피드백을 많이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언플로우 스피치도 신청해 들었습니다. 언플로우 스피치는 11월 중순 즈음에 신청을 받는데, 가격이 높은데도 생각보다 정말 인기가 많아 거의 티켓팅급으로 신청을 해야 했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 신청에 성공했는데, 팁을 드리자면 신청 게시글이 올라오는 시각(13시 정각) 전에 미리 최신글 목록에 들어간 후 새로고침을 해야 합니다. 13시가 되자마자 누르면 게시글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13시 1초~2초 사이에 누르면 신청 댓글을 빨리 달수 있습니다.
언플로우 스피치는 한 번에 두 시간씩 진행되며, 한 반에 4명만 수강하는 소규모 클라스로 운영됩니다. 사진처럼 구상형, 즉답형 문제를 제공받으면 이와 관련해서 답변을 진행하고, 피드백을 받는 방식입니다. 한번 수업할 때보통 구상형(또는 즉답형)을 4문제 정도 풀어볼 수 있습니다.
면접이 수업실연에 비해 가지는 장점은, 보다 전문적인 분들로부터 평가와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수업실연은 전공에 따라 모두 다르므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전공 선생님들로 제한되지만, 면접은 학원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특히 언플로우 스피치 학원처럼 학원 규모가 작을 경우에는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기보다 내가 직접 말을 해 볼 수 있기에 실력이 더 빨리 늡니다.
김구 2차 특강도 물론 도움이 되었습니다. 2024학년 김구전공역사 서울 지역 2차 특강은 합격시그널 교재를 활용한 강의와 양왕경 선생님의 면접 레시피 기반 강의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합격시그널이 서울 시책에 맞춰 출판된 책인 만큼 둘 중 교재를 하나만 구입해야 한다면 합격시그널을 조금 더 추천드립니다. 특히 담당 선생님께서는 2024년도에 새롭게 바뀌는 시책도 함께 언급해 주시며 최신 트랜드를 모두 반영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면접당일 준비물, 시험장 구조, 스터디 구성방법 등 여러 2차 꿀팁도 말씀해 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2월에는 면접 개인공부를 진행하며 나만의 요약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12월 중순에 요약 카드를 완성했는데, A4용지를 4등분한 크기로 만들어 한번 접은 후 롱패딩 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종이가 조금 꼬깃꼬깃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꼭 외웠으면 좋겠는 시책 명칭들은 형광펜으로 하이라이트를 쳐 눈에 잘 들어오게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이동하는 와중에 면접 시책을 공부할 수 있어서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1월에는 상대적으로 면접에의 시간투자를 줄이게 되면서, 수요일과 토요일에 면접 스터디를 집중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마침 정현 선생님, 구영모 선생님, 그리고 이선화 선생님 세 분께서 진행하신 2차 면접모의고사가 모두 수요일로 잡혔는데 (각 1/3, 1/10, 1/17) 2차 면접 날도 수요일(1/24)이어서, 실제 면접장에 향하는 느낌으로 학원에 가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수요일 면접 스터디는 노량진에서 진행했는데, 모의고사도 노량진에서 실시했었기에.. 의도치 않게 동선 정리가 굉장히 깔끔해서 편했습니다. 하지만 동선과 상관 없이, 학원에서 제공하는 모든 모의고사 기회는 모두 참여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1월에 면접 스터디를 진행하며, 생각보다 제가 즉답형과 추가질문이 취약하다는 것을 깨달았었습니다. 마침 김구 카페에 즉답형과 추가질문만 연습하는 스터디를 모집하고 있어서, 월 수 금 밤 9시반에 30분~한시간 정도를 잡아 즉답형 1개, 추가질문 2개를 서로 공유하고 답변했었습니다. 저는 이 스터디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간을 크게 잡아먹지도 않으면서, 취약한 부분에 대해 꾸준하게 연습할 수 있었기에 스터디 초반에 비해 실력이 많이 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즉답형이나 추가 질문에서는 세 가지에 유념하면 좋습니다. 먼저, 문제 특성상 필기가 불가능하므로 저는 가짓수별로 키워드를 떠올린 후 앞 글자를 따서 기억한 후 시작했습니다. 이를테면, 에튜테크와 관련한 문제에서 3가지 키워드로 ‘챗 GPT’, ‘메이커스페이스’, ‘가상현실체험’을 떠올렸다면, ‘챗메가’라고 세 번 정도 속으로 웅얼거린 후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중간에 가짓수 중 하나를 조금 까먹어도, 다시 ‘쳇메가’를 떠올리며 금방 상기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가짓수가 정해진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가짓수를 언급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즉답형은 기껏 열심히 구상해도 말하다가 그 내용을 까먹을 수 있습니다. 내가 세 가지를 생각한 후 “~와 관련하여 3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답변을 시작했다가, 맨 뒤의 것 하나가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으면 패닉이 올 수 있습니다. 차라리 가짓수를 말하지 않으면, 도중에 하나가 기억이 안 나도 그냥 답변을 마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단은 답변을 끝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마 답변을 하는 도중, 내 답이 너무 맘에 안 들 때가 있습니다. 구상할 때는 다 생각했는데 막상 답을 할 때가 되니 기억이 안 나고, 말이 잘 안 나오기도 합니다. 또는 첫 번째로 말한 것과 두 번째로 말한 내용이 너무 비슷해서 이렇게 말하면 감점되리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아는 시점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을 좀 버벅이고 앞 내용과 중복되게 해서 감점이 되더라도 패닉이 와서 그대로 굳어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답이 좀 맘에 들지 않아도 일단은 꼭 답을 그 자리에서 끝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1월은 상대적으로 12월에 비해 면접 공부량을 많이 줄였기에, 1월 중순쯤 되자 슬슬 그간 공부해 뒀던 서울 시책도 가물가물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2차시험 당일로부터 6일 전부터 5일간, 스터디원과 함께 서울 시책 짝스터디를 매일 진행했습니다. 합격시그널이 총 5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하루에 한 챕터씩 공부하고 그 내용을 세 문제씩 번갈아 질문하며 시책 내용에 대한 복습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이때 그간 까먹은 서울 시책 내용을 많이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스터디는 새벽 6시에 시작했었기에 스터디 준비를 위해서 새벽 5시에 기상해야 했었습니다. 1월에 생활 습관이 많이 흐트러져 늦잠을 자는날이 많았는데, 이 스터디 덕분에 시험 전날까지 새벽에 기상하는 습관을 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1월에도 언플로우 스피치를 신청하긴 했으나, 12월에 베이스가 어느정도 잡혔다고 판단하고 2번만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1월에는 선생님과 1:1로 한시간 반 동안 수업이 이루어지기에 보다 집중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1 수업 특성상 가격이 정말 부담되었습니다. 만약 객관적으로 본인 실력이 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분이라면 1:1 수업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2월부터 1:1 수업을 진행하기보다는, 12월에는 우선 베이스를 쌓아 보고, 이를 바탕으로 1월에 본인 실력에 맞게 1:1 수업을 예약하면 좋겠습니다.
면접 스터디에서도 수업 실연 때처럼 스터디원에게 꼼꼼하게 피드백을 주기 위해 노력했는데, 스터디원들도 제 피드백 형식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시고 많이 참고하셔서 여기서 그 예시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내용과 잘한 점&아쉬운 점을 기록할 때 공간을 나누어 적음으로써 각각에 대한 피드백을 분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잘한 점은 파란색, 아쉬웠던 점은 빨간색으로 적어,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기록했는지를 색깔만 보고도 금방 떠올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경과되었는지 문제 아래에 표시해 시간 배분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5) 교과서 분석
2차 준비를 하며 유일하게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교과서 분석이었습니다. 12월부터 교과서 분석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고, 실제로 노력해 보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서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렸습니다. 그리고 12월에는 1차 시험으로 인해 심적 고통을 받고 있었기에 간신히 지도안, 수업실연과 면접 준비는 해 나갔지만 교과서 분석은 좀 해이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월에 본격적으로 교과서 분석을 진행하고자 노력했지만, 그 때는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미 귀에 못 박혀서 피가 나실 지경이겠지만, 그래도 교과서 분석은 12월부터 진행하시기를 정말 다시 한번 권합니다.
그래도 교과서 분석은 2차 준비 요소 가운데 중요도가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어차피 실연 주제는 잘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나옵니다. 2022년의 2차 세계대전 때를 제외하면, 20년도에 들어서 익숙하거나 예상 가능했던 주제가 출제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2024학년도의 실연 주제도 일본사가 출제되었기에, 솔직히 말하면 고 3때 이후로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교과서 분석은 “내가 수업 실연에 나오는 주제를 반드시 맞추고, 분석한 내용을 모두 써버리겠어!”라는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의 전반적인 서술 수준과 깊이를 확인하고 어떤 자료가 주로 쓰이며, 학습 활동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나무를 보기보다는 숲을 보는 것입니다.
저는 12월에 수기로 교과서 분석을 작성하고, 1월에는 구글 문서를 활용해 스터디원과 함께 교과서 분석 내용을 공유했는데, 후자가 조금 더 장점이 많았습니다. 컴퓨터로 타이핑하는 것이 손으로 쓰는 것보다 속도가 훨씬 빨라 효율이 좋고, 구글 문서로 공유하면 상대가 내 교과서 분석 진행도를 확인할 수 있기에 동기부여가 훨씬 잘 됩니다. 교과서 분석의 기본 틀과 예시를 올려 놓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진행한 분석 방식과 스터디원이 진행한 분석 방식이 구체적으로는 조금 다르니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6) 2차 시험장
2차는 시험장 구조가 1차에 비해 훨씬 복잡해서, 아마 처음 시험을 치르시는 입장에서는 두근거리기도 하고, 혹시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지는 않을까 무서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2차 시험장을 처음 가 봤기에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감독관 분들께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기 때문에 별로 어려울 것은없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시험장의 모습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고 계실 수 있기 때문에 시험장 구조도 사진과, 시험장 사진을 함께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왼쪽부터 구상실, 평가실 사진입니다. 저는 시험실에 7시 반까지 도착했는데, 일찍 도착하면 이렇게 사진도 찍어 볼 수 있으니 일찍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구상실과 평가실 사진을 찍고 나면 자리로 돌아와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다음의 사항을 점검해 보세요.
이 외에도 개인적으로 2차 시험과 관련해 생생한 경험을 정리해 두었는데, 그것만 해도 글이 매우 길어서 이 글에 추가해 올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우선 첨부파일의 형태로 제출하고, 혹시 생생한 후기가 궁금하시다면 제 블로그 등에 방문하셔서 문의하셔도 괜찮습니다.
8. 나가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정말 글을 길게 쓰는 편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주체하지 못하고 워드 기준 60페이지 가까이 되는 장문의 글을 썼는데, 사실 고백하자면 아직도 못 다 전한 말들이 많습니다. 1차때 제가 직접 제작한 자료들, 수험생활을 보내며 했던 여러 자잘한 고민들(살이 너무 쪘다 등), 저와 함께한 스터디원한 명 한 명에게 느끼는 감사의 마음, 대학 합격때보다도 몇 배는 더 행복했던 1차 합격의 순간..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학에 대한 내용을 미처 쓰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교육학 합격수기는 시간과 분량상 이번 합격수기에는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2월 내로 블로그 등에 꼭 작성할 예정이니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블로그에 방문 및 댓글로 요청주세요.
처음 시작할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운이 좋은 수험생이었습니다. 합격수기를 보면 다들 자신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런 글들을 읽으며 1차 시험 전까지 “나는 합격수기에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당당하게 합격했다고 써야지!”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스터디원과 함께 공부하며 누가 봐도 붙을 것 같던 사람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1차 결과 발표일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기적적으로 합격하는 것도 보며, 이 시험은 정말 운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저와 함께 스터디를 하신 선생님들 중 불합격하신 분들의 대부분이 정말 아까운 점수 차이로 떨어졌습니다. 역사는 아니지만, 0.3점 차이로 떨어지신 분도 스터디원 중에서 두 분이나 봤습니다.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제가 다 마음이 힘들고 속상했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아까운 점수 차이로 떨어져 고배를 들이키신 분이 계시다면, 선생님들의 탓이 절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1차 시험 준비 내내 몰랐던 개념을 시험 전날 우연히 공부했다가 그것을 실제 시험 문제에서 만나는 나오는 운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다 아는 내용을 하필 시험날 실수하는 바람에 소수점 차이로 떨어지는 불운을 겪게 됩니다. 인정하기에 마음이 아프지만, 그것이 우리가 치르는 시험의 특성입니다. 저도 그것을 최근에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뛰어나지 않은 실력으로, 어느 정도는 운에 힘입어 ‘교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만큼, 저는 결코 자만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는 새내기 교사로 발돋움해 나가겠습니다. 저에게 먼저 찾아온 임용고시 합격과 교사 경험을 토대로, 혹시나 저에게 도움을 구하시는 수험생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저에게 선물같이 찾아왔던 운이 올해는 여러분의 곁으로 다가가 여러분을 합격의 길로 인도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연락 주시면 드릴 수 있는 자료들
1차 준비 때 만들었던 자료, 1&2차 스터디 계획서, 2차 경험에 대한 기록(20페이지 분량), 교육학 합격수기 등 저에게 요청하시는 자료들
※ 몇몇 자료들은 블로그에도 올려두었습니다.
https://m.blog.naver.com/mjkbear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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