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위는 노인봉입니다.
바다 쪽 앞면에 자잘하게 난 수평 절리가 노인의 쭈글쭈글한 주름살 같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울릉도 동북쪽 바다는 공암을 비롯한 3대 해상 비경이 모여 있어 해상 일주의 하일라이트입니다.
송곳처럼 솟은 430미터 송곳봉의 위용도 압도적입니다.
얌전하던 바다가 조금 사나워집니다.
파도가 높진 않지만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달리는 배를 향해 밀려듭니다.
배가 조금씩 흔들리면서 사진도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크레인을 실은 바지선이 지나갑니다.
예인선에 의존하는 무동력선이 아니라 조타실과 선실을 갖춘 동력선입니다.
저 배가 지나가면서 파도를 더 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울릉도의 근해어업 현포항 앞에 만든 심해 가두리양식장이랍니다.
울릉도는 풍랑이 거칠고 너울 파도와 태풍이 잦아 어류 양식이 불가능했던 곳인데 2014년 악천후를 극복할 수 있는 시범 양식장을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다네요.
코끼리바위에 가까워집니다.
신기하고 재미있어 카메라로 계속 들여다 보는 중입니다.
절묘하게 딱 맞는 둥근바위가 보입니다.
코끼리 똥이랍니다.ㅎ
드디어 마주봅니다.^^
높이 60미터에 이르는 바위섬이 온통 이리저리 물결치는 주상절리에 덮여 있습니다.
왼쪽 아래에 난 해식동굴은 반대편까지 뚫려 있어서 작은 배가 드나들 수 있습니다.
코끼리 코 피부까지 닮았지요?
이제 송곳봉을 살펴봅니다.
여기선 보이지 않습니다만 오른쪽 서쪽 언덕에 '울릉천국'이 있습니다.
음악인 이장희님이 2004년 미국에서 돌아와 터 잡은 곳이지요.
그중에 5백평쯤을 기증해 2018년에 지은 아트센터가 또 다른 명소가 됐다고 합니다.
뒤편에 차별침식에 의해 뚫린 구멍 여덟 개가 있다는데요, 옥황상제가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착한 사람을 하늘로 낚아 올리기 위해 뚫어 놓았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송곳봉을 지나 천부마을을 만납니다.
마을 이름은, 예로부터 약초를 재배해 부자가 많아서 하늘(天)이 내린 부자(富)라는 뜻입니다.
마을 동쪽으로는 수심 6미터 바닷속을 볼 수 있는 천부해중전망대가 있습니다.
다음날 찾아갔더랬지요.
코끼리바위와 송곳봉을 지나면 바다 위로 거대한 암봉이 홀로 덩그러니 솟아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만
높이 88미터, 면적 7천943제곱미터에 이르러 울릉도에 딸린 섬 중에 죽도 독도 관음도 다음으로 큰 딴바위입니다.
뜬금없이(?) 따로 서 있다고 해서 딴바위, 울릉도 사람들은 딴방우라고 부른답니다.^^*
윗부분에 향나무 후박나무 참식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파도가 가파르게 깎아낸 해식애, 파도가 뚫은 해식동굴,
풍화로 벌집처럼 구멍이 난 타포니,
6각형 기둥모양 주상절리까지 다양한 지질학적 특성도 지니고 있답니다.
딴바위를 지나고 울릉도 동북쪽 모퉁이 수평선에 울릉도 해상 3대 절경 중에 으뜸으로 꼽히는 삼선암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북면 천부리 해안도로에서 30미터가량 떨어진 두 바위섬과 그보다 더 바깥으로 끝이 날카로운 암봉을 아우르는 이름이지요.
그런데 셋이 아니고 둘입니다?
왼쪽이 일선암, 오른쪽이 이선암인데, 삼선암은 어디로?
이선암보다 작은 삼선암이 이선암 뒤에 숨어 있어서 이렇게 서쪽에서 보면 둘로 보입니다.^^;;
역시 사진으로는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만 오른쪽 이선암이 높이 107미터에 이르러 어마어마합니다.
앞서 본 딴바위보다 훨씬 높지요.
그리고 삼선암 89미터, 왼쪽 일선암도 58미터나 됩니다.
울릉도 절경에 반한 세 선녀가 목욕하며 놀다 하늘나라로 돌아가곤 했는데
한 번은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바위가 됐다고 합니다.
그중 가장 늑장을 부린 막내 선녀가 가장 큰 노여움을 사 다른 두 바위와 달리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일선암이 돼 외로이 떨어져 있다고 하지요.
일선암과 이선-삼선암이 여러모로 다른 것은 각기 떨어져 나온 본섬의 지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블로그에서 설명 화면을 빌려왔습니다.^^;;
일선암은 보다 서쪽에 있는 천부마을에 붙어 있다가 침식작용으로 떨어져 나왔고
이선-삼선암은 동쪽 모퉁이 관모봉에서 분리된 것이지요.
생성 나이가 일선암은 51만년 전, 이선-삼선암은 33만년쯤이어서 사실은 일선암이 나이가 훨씬 많은 맏언니인 셈입니다.^^;;
크기만 조금 작을 뿐 삼선암과 지질, 지형, 식생까지 아주 비슷합니다.
둘을 합쳐 부부바위, 형제바위라고도 한다네요.
길게 주상절리가 나 있되 코끼리바위에 비하면 보다 거친 절리여서 더 힘차 보입니다.
그런 이선암이 높이 100미터를 넘으니까 참 대단한 기세이고 볼거리입니다.
(이 사진은 다음날 드라이브 하면서 가까이에서 본 삼선암입니다)
유람선이 3대 비경의 마지막, 관음도 쌍굴을 보여주려고 관음도 뒤쪽, 북쪽으로 접근합니다.
산림청 소유 무인도 관음도는
울릉 부속섬 중에 세째로 큽니다.
해식동굴이 석굴암과 비슷하다고 해서 관음굴로 불리다 19세기 후반 관음도가 됐답니다.
원래는 본섬과 붙어 있다가 역시 침식에 의해 분리됐고요.
1960년대 한 가구가 염소를 키우고 감자 옥수수를 재배하며 살다가 1976년 산림청이 관리 보전하면서 주민을 이주시켜 무인도가 됐다고 합니다.
옛날에 해적들이 이 굴에 배를 숨기고 있다가
어선이 나타나면 약탈하는 일이 잦아
해적굴로도 불렸다고 합니다.
거칠고 남성적인 주상절리가 발달한 해안절벽이 절경을 이루는데요,
바람과 파도에 배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사진도 흔들립니다.^^;;
이때부터 파도가 점점 커지고 바람이 너무 강해서 사진이고 뭐고 포기하고 선실로 들어가야했습니다.
그래서, 죽도 전경이 마지막 사진입니다.^^;;
6만평이 넘어 울릉도 부속 섬 마흔넷 중에 가장 큰 섬인데요, 원래 본섬과 붙어 있다가 침식으로 분리됐고대나무(시누대)가 많이 자라 죽도, 대섬 대나무섬 댓섬이라고도 부릅니다. 높이 118미터에 이르는 절벽이 사방으로 에워싸고 있지만 위는 널따란 평원입니다.
표면이 풍화에 약한 부석층으로 덮여 있고 이 암석층이 잘게 부서진 토양이
더덕 재배에 알맞아 죽도 특산물이 더덕이지요.
한때 세 가구 서른 명 넘게 살았지만 여러모로 살기 불편해서 떠나고
한 분이 홀로 더덕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2015년 결혼한 부인과 아들까지 한 가구 세 명이 살고 있다고 하지요.
서남쪽으로 7km 떨어진 도동항에서 20분 걸리는 유람선이 오가는데 우리 유람선 탈 때 도동항에서 보니까 거의 빈 배에 가깝게 떠나는 걸로 봐서 관광객이 그리 많지는 않은 듯합니다.
저런 절벽 아래 어디에 배를 대고 올라가나 싶은데요.
여기서는 안 보이지만 빙빙 돌아 올라가는 나선형 365계단, '달팽이 계단'을 1994년에 개설해 명물이 됐다고 합니다.
선실로 들어가서 나머지 도동항까지 15분 가는 동안 풍광은 사진에 담지 못했습니다.ㅠ
(처음 가는 여행지는 다녀와서 독서하듯 자료를 찾아보는 성격이라 들려드리는 얘기가 장황합니다.)
첫댓글 세월의 역사를 함께 써내려가는 바위들에도 이름표가 각각 다 붙어서
깎이고 다름질되고 모양만큼이나 역활도 다양하군요
저는 동해바다를 좋아합니다
바위틈새 비집고 싹을 틔운 해송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의미부여가 되고 힘이 생겨요
바다주변 풍광을 알뜰히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울릉도를 사랑하는 해설사님으로 공표합니다
딩동땡~~~
아이고,
아직 올리지 않은 메모들, 임시저장 했던 내용, 사진들까지 뒤죽박죽 올라가 있었네요.ㅎ
지금이라도 봐서 수정했으니 다행입니다. 휴~~!!
저도 동해를 좋아합니다.
시간만 생기면 찾아가는 곳이지요.
이렇게 자료를 찾아 알게 되어서 다음에 가게되면 훨씬 친근해져 더 즐겁겠지요?
선실을 들락거리며 쉬는 동안
멋진 풍광을 빠지지 않고
카메라에 담으시고 이렇게
상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주시니
그때 못보고 스쳐갔던 멋진 풍광을
다시 볼 수 있어 넘 좋습니다
울릉도 여행, 한번 더 하는 느낌으로
보는 재미가 솔솔합니데이~~^^*
바람과 파도만 덜했어도 한 바퀴 더 돈다고 했을텐데.ㅎㅎ
나는 여행은 눈으로 보고, 돌아와서 깊게 들여다 보기 스타일.ㅎ
이번에는 눈으로 보고, 눈물날만킁 웃고, 돌아와 들여다보기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