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특집ㅣ조망좋은 암릉산행] 설악산 천화대 르포
▲ 천화대를 상징하는 왕관봉을 오르는 취재팀. 외설악의 암봉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꼽히는 봉이다. |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들고, 밤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졌다. 간간이 별들이 밤하늘에서 떨어져 나와 돌기둥에 부딪치며 환하게 밝혀주었다. 한낮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은 탓인가. 도화선 따라 타들어가는 불꽃처럼 반짝이던 기묘한 형상의 돌기둥들은 한밤중에도 흥이 가라앉지 않았다. 별 잔치를 가만히 서서 지켜보지 않았다. 함께 반짝이며, 함께 설악을 흥분시켰다. 천화대 암릉은 별들의 보금자리였다.
도화선을 따라 타들어 가는 불꽃처럼 반짝이는 암봉들
“어휴, 내가 왜 이런 미친 짓을…. 아무래도 저는 힘들 것 같은데요.”
설악골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흥이 넘치던 이영석씨는 천화대 첫 피치를 향해 오르는 사이 벌써부터 꼬리를 내린다. 바위 타는 기술은 시원치 않더라도 짐 지는 데는 자신 있다며 물통을 잔뜩 집어넣고, 자일에 비박장비까지 챙겼으니 짐이 만만찮았다. 게다가 올 여름 최고로 더운 날씨에 그늘 한 점 없는 암릉을 따르자니 시작부터 진이 빠질 수밖에-.
물줄기를 벗어나 능선을 오로는 사이 뭉게구름 인 공룡릉이 파란 하늘을 뚫고 기세당당하게 솟구쳐 있고, 등 뒤로 장군봉에서 마등령으로 이어지는 능선 상의 침봉들이 날카롭게 치솟아 있다. 설악골을 벗어난 지 20분쯤 지나 첫번째 암벽 피치 아래에 도착했다. 20m 길이의 첫 피치는 침니 형태의 하단부와, 책을 펼친 형태의 상단 벽으로 나뉘어 있다.
우리의 톱쟁이 이근택씨(38·등반사랑)가 시커먼 침니 안으로 들어섰다. 얼마 전 인도히말라야의 난봉 창가방 등반을 마치고 귀국한 이씨건만 잠시 애를 먹는 듯했다. 침니 구간은 벽을 타고 흐르는 물 때문에 미끄럽고 크랙이 턱을 이루고 있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역시 노련한 클라이머답게 안정된 자세로 피치를 끝낸다. 이어 허재성 기자가 오르고, 황원선, 이영석씨가 뒤를 잇는데 모두들 끙끙대며 엉기는 게 시작부터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
▲ 제2피치에서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영석씨. |
10분쯤 평범한 능선을 따른 뒤 제2피치를 만난다. 이근택씨는 “여긴 그냥 안자일렌한 상태로 오르자”하더니 곧 말을 바꾼다. 밑에서 볼 때와 달리 중간에 확보용 볼트가 박혀 있는 등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20m 길이의 암벽을 올라서자 이번에는 페이스가 앞을 가로막는다. 무거운 배낭을 메지 않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벽이다. 첫번째 볼트에 걸린 슬링을 잡아당기면서 볼트 위의 좁은 턱에 손가락을 걸고 일어선 다음 두번째 볼트에 걸린 슬링을 잡고, 이어 상단 바위턱을 잡아야 등반이 끝난다. 한데, 좁은 턱을 잡고 일어서는 것도, 상단 턱을 잡는 것도 만만치 않으니 모두들 애먹을 수밖에 없다.
제2피치 종료지점의 숲 그늘 아래에서 빵과 삶은 감자, 계란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숲을 빠져나가자 천화대에 들어선 이후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던 설악골 입구 철다리가 모습을 감추고, 실눈처럼 살짝 모습을 드러내던 울산암이 높이를 한층 더한다.
15m 하강을 마친 다음부터는 아예 땡볕 아래다. 그늘 한 점 없는 바위지대에 들어서자 가만히 서 있는데도 땀이 줄줄 쏟아진다. 강렬한 햇살에 따끈따끈해진 바위를 따른다는 게 프라이팬 위에 올라서 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비선대 위 적벽에 매달린 클라이머들에 비하면 낫다 싶으면서도 산 밖의 동해바다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해수욕객들이 부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늘 목적지는 왕관봉 너머 안부. 그렇지만 왕관봉은 멀기만 하다. 그런데도 공룡릉을 향해 치오른 천화대는 환상적이다. 암봉 하나 하나 도화선을 타고 피어나는 불꽃처럼 반짝였고, 그 폭발점이 왕관봉이었다. 그 뒤로 어디선가 몰려온 먹구름이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과연 천화대는 이름 그대로 천상의 바위꽃이었다.
하늘 향해 우러르는 거북바위를 지나 암각에 걸린 슬링에 자일을 걸고 20여m 하강해 암릉을 조금 더 따르자 또다시 하강 구간이 나온다.
“아야!”
▲ 천화대는 암릉 산행뿐 아니라 조망의 즐거움 더해주는 암릉이다. 천불동계곡 너머의 집선봉이 커다란 바위군을 형성하고 있다. |
시작부터 더위에 컨디션이 엉망인 이영석씨가 급기야 하강도중 다리에 쥐가 난다며 비명을 지르더니 자일을 사릴 때는 어깨 근육마저 경련을 일으킨다. 한여름 무더위는 천화대 암릉에 대한 이영석씨의 열정마저 차갑게 식혀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도 이영석씨는 바위꽃이 도열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외설악의 풍광에 사로잡혀 “우리 가문에서 세계 최초로 천화대 암릉을 타는 것”이라며 즐거워한다.
이건 분명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싶다. 한여름, 그것도 가장 더운 복중 폭염에 뜨겁게 달아오른 바위능선을 타고 있으니 말이다. 오후 4시가 넘어섰는데도 장군봉은 우리 발목을 붙잡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나마 해가 공룡릉 너머 내려앉으면서 산그늘에 바위 열기가 가라앉고, 산들바람이 더위를 식혀주는 게 다행이었다. 바위, 침봉들도 하루종일 이 순간을 기다렸는가 보다. 산그늘과 산바람에 날을 바짝 세우고 일어나 왕관봉을 향해 칼춤을 춘다.
그러나 천화대 암릉은 또다시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20여m 하강 후 침봉을 따르다 뻥 뚫린 우회로로 접어들었건만 수십 길 벼랑 앞에 서고 말았다.
“이 길이 아닌가벼~.”
잠시 황당해하고, 헤매고 나자 슬링이 여러 가닥 감긴 암각이 눈에 들어온다. 하강 포인트였다. 하강 순서를 기다리는 사이 중청과 소청이 젖무덤처럼 붕긋 솟아올라 오후 햇살을 즐기며 우리를 반겨준다. 잠시 긴장케 하던 먹구름이 어느 샌가 흩어지고 뭉게구름이 둥실 떠다니며 외설악을 더욱 편안하게 꾸며준다.
천불동 주변 암봉은 하나 하나가 바위꽃
왕관봉 직전 암봉의 사선 크랙을 오르는 이들이 보인다. 오후 6시가 다 되어 가는데 세 명씩이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게 등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가 보다. 그러나 더 급한 것은 우리들이다. 예상 비박지까지 가려면 서너 시간은 더 걸릴 텐데, 이렇게 사선 크랙을 오르는 이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 사선크랙 암봉에 올라설 즈음 구름이 요동치며 선경을 빚고 있다. |
25m 절벽을 내려서는 사이 하강지점 바로 아래 공터가 눈에 들어온다. 아래쪽으로 기울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섯 명이 지낼 만해 보였다. 게다가 잦은바위골쪽으로 흘러드는 지계곡 상단부가 깔때기형을 이룬 게 물도 쉽게 구할 수 있을 듯하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오늘 일과 끝!”
안부 부근의 잘 닦인 비박지에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마친 다음 실컷 별을 바라보다 잠을 자야겠다 마음먹고 혼자 하강지점 부근의 공터에 자리를 폈건만 땡볕 아래 암릉 산행이 힘들었던지 침낭을 덮자마자 무거운 눈꺼풀을 견디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지고 만다.
이튿날 새벽, 범봉까지 가겠다는 계획을 이루기 위해 동이 트자마자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 7시 전에 왕관봉을 향한다. 엊저녁 밤늦게 비박지에 도착한 부산 동의대 산악부원들은 왕관봉에서 설악골로 하산할 계획이라 늦잠을 자며 여유를 부리며 부럽게 한다.
페이스와 침니를 거쳐 개구멍바위를 빠져나가자 애매한 암릉이 나타난다. 그냥 바위를 잡으며 내려서자니 추락의 부담이 높고, 하강을 하자니 번거롭다 싶다. 안전제일. 하강을 마치고 평범한 암릉을 따라 10분쯤 오르자 사선크랙 출발점. 곧바로 등반에 나선 이근택씨는 확보물을 설치하자마자 암릉화를 벗고 암벽화로 갈아 신는다. 쉽게 올라서리라 생각했으나, 역시 커다란 배낭을 메고 오르기에는 녹록치 않은 크랙이다.
크랙 상단부 소나무에서 확보 보는 사이 눈에 들어온 황원선씨와 이영석씨의 얼굴은 그야말로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뜨거운 햇살은 내리쬐고, 자세도 잘 나오지 않는 데다 배낭까지 툭하면 걸리적거리니 짜증스러울 수밖에-. 하지만 어쩌리요, 그렇다고 크랙에 머물러 있다보면 힘은 더 빠지기 마련인 것을.
▲ 사선 크랙 상단부에서 기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근택씨. 천화대 암릉에서 가장 어렵다는 구간이다. 사선크랙 등반이 끝나면 곧바로 자일 하강해야 한다. |
암봉 위에 올라서자 절벽 아래로 넓게 터가 닦여 있고, 그 아래쪽 숲으로 산길이 뚜렷하게 보인다. 천화대 등반 중 시간이 늦어지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곧장 설악골로 빠지는 탈출로다. 모처럼 사람 소리가 들린다. 칼날과 창끝처럼 날을 세운 암봉이 연이어진 흑범길을 등반하는 클라이머들이다. 저들도 우리와 같은 처지일 텐데 오늘 아침 산행을 시작한 탓인 지 목소리는 한층 낭랑하게 느껴졌다.
사선크랙 암봉 정상에서 30m, 20m 하강을 마치고 나니 벌써 허기가 진다. 그러고 보니 벌써 오전 11시를 넘어섰다. 새벽부터 서둘렀는데 아직 왕관봉에도 못 미쳤다 생각하니 맥이 빠진다. 이제 눈앞의 바위꽃들도 그저 그렇게 느껴진다. 35℃까지 올라간 기온은 우리들에게 설악의 자연을 즐길 만한 작은 여유마저도 앗아가 버리고 만 것이다.
“아무래도 여기서….”
잔뜩 찌푸린 표정을 짓던 이영석씨가 산행을 포기하려 한다. 혼자 하산하는 게 불안스러워하자 황원선씨가 “10년 전 와봤던 암릉이니 이 정도면 만족”이라며 동행을 자청한다. 하지만, 여기서 하산해 버리면 고통스런 시간을 줄일 수는 있지만, 분명 곧 후회하리라는 생각에 희야봉까지 산행하기를 강요하고 만다.
10여m 높이의 제법 까다로운 페이스를 넘어선 다음 평범한 암릉을 따르다 약 7m 높이의 홈통바위를 어정쩡한 자세로 올라서자 왕관봉 정상. 삐죽 튀어나온 바위에는 묘하게 구멍이 나 있고, 그 구멍을 이용해 하강용 슬링을 여러 가닥 감아놓았다.
▲ 사선 크랙 암봉을 자일 하강하는 황원선씨. |
모처럼 모두들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그에 대한 화답인가, 구름안개가 바람 따라 이리 저리 몰려다니면서 설악은 더욱 선경을 빚어낸다. 바로 앞의 칠형제봉도 막바지에 다다랐음에도 기암을 일으켜 세워놓고, 마등령에서 1275m봉으로 이어지는 공룡릉도 큰 가슴을 활짝 펼친 채 우리들을 반기고 있다.
천불동은 역시 천불동이었다. 대청에서 권금성으로 뻗은 화채능선 안쪽으로 수많은 가닥의 암릉이 골바닥을 향해 치닫고, 암릉에 솟구친 암봉 하나 하나 바위꽃이었다. 게다가 희야봉에서 설악골로 내리닫은 암릉인 석주길은 돌기둥을 연이어 쌓아놓은 듯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그 많은 바위봉우리 중 1275m봉은 왕 중 왕이었다.
이렇게 마냥 경치에 사로잡혀 있을 여유가 없다. 이제 저 앞의 희야봉만 넘어서면 범봉 출발점에 닿지만, 이 속도로 오늘 범봉을 넘어선다는 것은 어림도 없다 싶다. 아니, 꾸물거리다 어둠 속의 설악골을 내려갈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왕관봉에서 하강해 안부에서 점심을 해결한 다음 암릉을 따르다 측백나무숲으로 접어들자 경사가 더욱 가팔라진다. 석주길이 바짝 다가오면서 석주길을 따르는 클라이머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마음이 더욱 급해진다. 측백나무숲을 빠져나와 희야봉 피너클 구간 앞에 다가섰다.
“와~, 저 구름 좀 봐. 이거 신선이 따로 없는데. 그런데 이제 다 오긴 온 거예요?”
이틀 내내 지친 표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이영석씨의 표정이 밝아진다. 이틀 내내 배낭에 넣어두었던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정승권등산학교 동갑내기 동기생인 이근택씨에게 넘겨주곤 기념촬영해 달라 여유도 보인다. 하지만 피너클 구간 이후 두 패로 나뉘어 가느라 30~40분 지체하고, 또다시 산봉의 바다에 넋을 잃다보니 시간은 오후 5시를 훌쩍 넘겨버린다.
신화 속 기암처럼 느껴지는 설악의 암봉들
그런데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것이 이틀 내리 땀에 쪄들며 걸은 우리들에게 설악이 주는 보답인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산봉의 바다 한가운데 들어섰다. 희야봉이라는 등대봉에 올라서 있다. 곳곳에서 구름이 요동치는 사이 수시로 변하는 풍광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산안개가 이리저리 휘저으며 바람까지 몰고 오고, 간간이 바람에 놀라 구름이 달아나면 기다리고 있던 햇살이 산봉에 환하게 내리쬐었다.
이제 바로 앞의 범봉을 비롯한 설악의 암봉들은 신화 속의 기암처럼 느껴진다. 멀리 왕관봉을 올라서는 클라이머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더 높은 고지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용사들처럼 당당해 보인다. 그러나 그 용사들도 곧 몰려온 구름안개에 모습이 사라지고 만다. 그들은 바로 천화대의 신선이었던 것이다.
글 한필석 기자 pshan@chosun.com
사진 허재성 기자 heophoto@chosun.com
산행 길잡이
경험 많은 클라이머는 범봉 안부까지 당일에 가능
설악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허가 받고 등반 나서야
▲ 석주길과 만나는 희야봉 암릉. 조망이 뛰어난 암봉이다. |
천화대 암릉은 특히 가을철 암릉등반 산행지로는 분명 최고의 대상지다. 천상의 바위꽃처럼 아름답고 신비로운 암봉을 하나 하나 넘어서며 작은 성취감을 느끼고, 기암괴봉의 보고(寶庫)인 외설악의 중앙에 서서 조망하는 즐거움은 다른 어느 산행에서도 경험하기 힘들다. 화채능선과 공룡능선 안쪽의 암릉과 암봉뿐 아니라 울산암까지도 엇비슷한 높이에서 마주하고, 천불동·설악골·잦은바위골처럼 신비감 넘치는 골짜기를 깊숙이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고행을 각오해야 한다. 천화대 산행은 등반자의 능력과 인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중급 수준으로 2인조라면 가을철이라도 당일에 끝낼 수 있으나 초보 수준이거나 인원이 많다면 하루에 결코 마칠 수 없다. 이 경우 왕관봉 직전 바위 협곡 안부 또는 왕관봉 너머 안부에서 설악골쪽으로 빠지도록 한다. 안부에서 비선대까지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단, 범봉 너머 안부가 최종 목적지라면 1박2일 산행을 계획해야 한다. 이 경우, 첫날 왕관봉 전후의 비박지에서 지내야 이튿날 범봉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데 무리가 없다.
장비는 2~3인조의 경우, 60m 길이의 자일 1동에도 가능하지만, 4명이 넘어서면 2동 이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 등반 속도를 내는 데 유리하다. 헬밋과 안전벨트는 기본이고, 프렌드 한 조로 확보가 가능하다. 단, 암각을 확보지점으로 이용할 경우가 많으므로 슬링을 넉넉히 준비하도록 한다. 또한 하강포인트마다 슬링이 여러 가닥씩 걸려 있기는 하지만, 낡고 삭은 슬링이 많으므로 잘 살펴보고, 미심쩍다 싶으면 새 슬링으로 교체하는 게 안전하다.
식수는 2개소에서 구할 수 있는데 골짜기를 따라 15분 이상 내려서야 한다. 사선크랙이 마주보이는 암봉에서 하강하면 닿는 비박지에서 잦은바위골쪽 지계곡과, 왕관봉 직전 비박지에서 오른쪽 지계곡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르면 식수를 구할 수 있다.
천화대 암릉 산행을 하려면 설악산 관리사무소에서 암릉등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근무시간(09:00~18:00)에 한해 신청을 받으며, 신고는 대표자 한 명이 할 수 있다. 신고 양식은 홈페이지(www.knps.or.kr/sorak) 참조. 문의 전화 033-636-7700.
산행기점은 설악골 초입, 철다리를 건너 ‘입산금지’ 팻말이 붙은 골 입구에서 왼쪽 능선으로 곧장 올라붙는 길을 따르도록 한다. 능선길을 따라 20분쯤 오르면 평범한 암릉을 넘어 첫 번째 암릉 피치 아래 닿는다. 제1피치 등반 후 평범함 숲길을 따라 10분쯤 가면 제2피치가 나타나고, 이 구간을 넘어선 다음 암릉을 따르다 하늘을 우러러보는 형상의 거북바위를 지나면 하강포인트에 닿는다.
▲ 왕관봉 정상을 오르는 취재팀. 짤막하지만 애매한 홈통 구간을 올라서야 한다. |
여기서 25m쯤 하강한 다음 암릉을 따르다 또다시 25m 하강하면 피너클 구간이 이어지다 길이 암릉 오른쪽 사면으로 이어진다. 능선길이 암릉에서 벗어나는 지점에서 추모동판이 박혀 있는 암릉으로 올라서야 다음 하강포인트에 닿는다. 천화대 산행 이후 유일하게 사선크랙과 왕관봉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지점이다.
여기서 하강하면 첫번째 비박지가 나타난다. 하강지점 바로 아래 서너 명 누울 만한 공터가 있고, 안부쪽으로 이동하면 2~3인용 공터 3개소가 나온다. 식수는 잦은바위골쪽으로 15분쯤 내려서면 구할 수 있다. 단, 10월 이후 갈수기에는 기대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첫번째 비박지에서 암봉을 올라서면 곧바로 하강포인트가 나타난다. 첫번째 7~8m 구간은 클라이밍 다운도 가능하나 초보자는 꼭 확보된 상태에서 내려서도록 한다. 하강 후 자일을 빼낼 때 크랙에 낄 위험이 높은 구간이다.
첫번째 구간을 내려선 다음 암각에 걸린 슬링에 자일을 걸고 하강한 다음 평범한 암릉을 오르면 사선 크랙 아래 닿는다. 30m 길이의 사선크랙은 천화대 암릉에서 가장 난해한 구간이지만 중급 수준이면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정도다. 후등자 확보는 암봉 꼭대기보다 상단부 소나무에서 보는 게 자일 흐름 상 바람직하다.
왕관봉에서 자일하강한 다음 급경사 측백나무숲을 20~30분 오르면 석주길과 만나는 희야봉. 여기서 범봉 안부로 내려서려면 피너클 구간을 지나 희야봉 정상에 올라서야 한다. 정상 너머 안부로 내려서다 오른쪽 바위골을 올라서면 하강지점이 눈에 들어온다. 피너클 구간이 끝난 다음 좌측 사면 암벽을 따라 안부로 다가선 다음 하강지점으로 올라붙을 수도 있다.
희야봉에서 하강할 때는 첫 번째 확보지점에 걸린 슬링에 확보한 상태에서 3m 아래 확보지점으로 내려선 다음 자일을 걸어야 한다. 60m 자일 2동이면 한 번에 안부까지 내려설 수 있고, 1동일 경우는 중간 테라스에서 한 차례 끊어 하강하면 된다.
희야봉-범봉 안부에서 설악골까지는 급경사 내리막으로, 특히 상단부는 낙석의 위험이 높으니 조심하도록 해야 한다. 설악골까지 30분, 설악골~비선대는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천화대 암릉은 가을철일지라도 식수를 많이 필요로 한다. 적어도 2리터 이상의 식수를 준비하고, 간식거리도 넉넉히 준비한다. 또한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비해 보온방수의류를 꼭 휴대토록 한다. 1박2일 산행일 경우 짐을 너무 많이 짊어지면 속도가 늦어지므로 짐을 최소화하도록 한다. 9월의 경우, 여름용 침낭에 파일재킷이나 가벼운 우모복 정도면 하룻밤 지낼 수 있다. 식사 역시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빵이나 햄, 치즈 종류에 수프 정도로 끝내도록 해야 한다. 단, 우천시에 대피해 널찍한 플라이는 휴대하도록 한다.
천화대 암릉 일부 구간에서 무선전화 교신이 가능하므로 비상시를 대비해 지니고 다니도록 한다.
[출처] [시즌특집ㅣ조망좋은 암릉산행] 설악산 천화대 르포 (월간 산 발췌)|작성자 해피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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