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공연은 잘 못봤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모니터 세팅 탓에 소리도 잘 안들리고... (모니터 잘못이 아니라 네 명 모두 모니터 세팅이 제각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연 자체에 대한 후기를 쓰긴 힘들고, 그냥 해프닝이랑 소식 위주로 몇 개 적어봅니다.
이 외에 알고 싶으신 것이 있으시면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밝힐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답변해 드리도록 노력해 보죠.
1. 주의깊게 보신 분들은 디어사이드의 기타리스트들이 부산 공연에서 5150 앰프 헤드를 사용했다는 걸 알아차리셨을 텐데요, 사실 이것은 디어사이드가 요구한 앰프가 아니었습니다. 메사부기의 듀얼 렉티파이어(확실치 않음)를 요구하였다는데 이것이 국내 정식 딜러가 없는 메이커의 앰프고, 이래저래 구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좋은 것이 아니어서, 차라리 5150을 쓰면 어떻겠느냐고 묻게 된 것이지요.
잭과 랄프가 흔쾌히 OK를 하고, 무엇보다도 디어사이드에게 바셀린의 기타리스트인 박진 님과 조민영 님께서 기꺼이 개인 앰프를 빌려주셔서 디어사이드가 공연에서 5150을 쓰게 된 것입니다. 뮤지션의 생명과도 같은 개인 장비를 빌려주신 바셀린의 두 분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 드립니다. 앰프에 디어사이드의 사인이라도 받아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공연 당일에 워낙 경황이 없어서 그만..
아, 그리고 랄프가 일본 '번'지를 통해서 바셀린을 알고 있었습니다. 훌륭한 음악이라고 칭찬하더군요. 바셀린은 디어사이드 멤버들에게 앨범과 티셔츠를 증정했고 잭 오웬은 한국에서 바셀린 티셔츠를 계속 입고다녔습니다.
2. 디어사이드는 밴드 숙소인 부산 서부터미널 옆 파라곤 호텔에 묵었는데, 그 옆에 어느 고깃집 양념 삼겹살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발단은 예전에 한 번 부산에 와 본 적이 있는 잭 오웬이 코리안 바베큐가 맛있다는 말을 꺼내자 다들 밤중에 고깃집을 찾았던 것이었는데요, 랄프/잭과 테크들을 데리고 물어물어 바로 옆에 있는 24시간 영업 고깃집으로 식사를 하러 가게 됐지요. 가게 이름은 '돌돌이 삼겹'인가 여튼 그런 이름이었고요, 입맛이 매우 까탈스러운 편인 저에게도 꽤 괜찮다 싶더군요. (단지 김치가 입에 안 맞아서리...)
모두 세계 최고의 코리안 바베큐라고 극찬을 했고요, 랄프는 매워 죽는다고 하면서도 배추김치를 덥석덥석 집어먹는 등 아주 좋아들 했습니다. 랄프는 특히나 소주가 좋다면서 열라 마셔대고 다음 날 숙취로 고생하더군요. 숙취를 푼다면서 아침밥에 맥주를 곁들이는 걸 보면 해장술이란 게 한국에만 있는 건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랄프에게 진 호글란도 부산락페에 왔었는데 한국 소주를 무지무지 좋아했다고 말해주니 "그친구 술 끊었어. 그러더니 연주가 훨씬 좋아지던걸!"이라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을 하더군요. 어떻게 진 호글란이 술을 끊을 수 있으며 어떻게 그 연주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건지... -_-;;;
그 다음날 (공연 당일) 사운드 체크를 끝내고 글렌 벤튼까지 같이 와서 다시 점심 겸 저녁을 먹었는데, 뭐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이지 않던 글렌 벤튼도 아주 맛있게 먹더군요. 하지만 두 번이나 왔는데도 서비스로 콜라 한 병 안 준 것은 좀 실망이었습니다만... ㅎㅎㅎ 디어사이드의 향취를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은 돌돌이 삼겹에 가서 양념삼겹을 한 번 드셔 보시는 것도 좋을...까요? -_-;;;;;;;;;;;;;;;;; (설마 그럴리가)
3. 당연한 얘기지만 해고당한 호프만 형제와 남은 두 사람(글렌과 스티브) 사이에는 별로 좋은 감정이 없나봅니다. 스티브에게 물어 보니 에릭은 !#$^^%(마약아님)를 너무 많이 해서 짤렸고, 브라이언은 엄청 나이어린 부인을 맞더니 부인이 모든 일에 참견하기 시작해서 짤렸다는군요. 하지만 이건 자른 쪽 이야기라 잘린 쪽 사정은 모르겠고, 제 3자인 랄프는 자기가 예전에 어떤 놈에게 스토킹을 당할 때 에릭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줘서 별로 나쁜 감정이 없고 나쁜 사람 같지도 않다고 하네요. 역시 팬으로써는 모르는 게 좋은 문제가 있나봅니다. 그래서 저도 더 캐어 묻지 않았습니다.
4. 잭과 랄프는 예정대로 화요일까지 서울에 머물렀고, 다른 멤버들과 테크들은 월요일 공연이 무산이 결정되자 일요일 저녁 비행기로 바로 출국했는데, 차량지원에 사혼의 이용호 님, 양인학 님, 마하트마의 정경헌 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일정이 마구 꼬이는 바람에 차량을 구할 수 없어, 잭과 랄프는 택시를 이용하여 여의도 모처의 호텔로 향했습니다.
잭과 랄프는 월요일 오후에 DMZ 관광을 하고싶어 하였으나 너무 먼데다 DMZ에 관광사를 통하지 않은 개인관광이 가능한지를 장담할 수 없어 대신 통일전망대를 보러 갔습니다. 이후 홍대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식사를 한 뒤 저녁에 대학로 질러홀에서 열린 도메인의 공연을 보러갔는데 랄프는 백스테이지에서 도메인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즉석에서 한곡(앵콜곡으로 연주한 화이트 스네이크 커버곡)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였으며 마침 밴드 합주 관계로 기타를 가지고 온 사혼 양인학 님의 기타를 사용하여 연주하였습니다. 여기서 대단하다면 대단한 것이, 사혼은 D#튜닝(반음튜닝)을 사용하는 반면, 도메인은 E튜닝(정튜닝)을 사용하는데, 랄프는 D#튜닝된 기타를 그대로 들고 나가 멋진 솔로를 선보인 것입니다. 저는 전혀 눈치 못챘는데 튜닝을 새로 했다면 양인학 님의 기타에 무리가 가지 않았을까 걱정되어 물어보니 그냥 D#튜닝 그대로 연주했다는군요. 역시 짬밥이란 대단한 겁니다.
5. 랄프는 1회에 50달러, 출장시 10달러 추가로 레슨도 한다니 플로리다 탬파에 가실 일이 있는 분들은 레슨을 함 받아보시는 것도... ㅋㅋㅋ 사실은 농담입니다. 랄프는 그 가격에 레슨을 한 적이 있었지만 자기는 가르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다 풍족하진 않아도 먹고 살만한데 굳이 레슨을 할 필요를 못 느껴서 이제는 안한답니다.
6. 입국시 마중과 차량지원에는 파워맨 5000을 위해서도 수고해 주셨던 닥솔로지의 멤버분들께서 개인 승합차까지 동원하여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박재륜, 문한규, 박우천, 장민석, 김창유 님께 감사말씀 드립니다.
7.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디어사이드 한국투어 티셔츠는 바셀린의 박진 님께서 디자인해주신 것입니다. 말하자면 한국투어 오리지널이라 이거죠. (남은 티셔츠는 아마도 도프 쇼핑몰에서 판매할 것 같습니다)
8. 부산락페 공연장에서 만난 분 중 가장 인상깊었던 분은 서울공연 취소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부산으로 내려오셨던 팬이었습니다. 이 분은 너무 늦은 탓에 공연이 끝난 뒤 20분 후에야 도착하셨다네요. 저도 관계자이기 이전에 팬의 한 사람으로써 가슴이 아팠습니다.
9. 글렌 벤튼은 한국 입국 하루 전에 슬립낫의 조이와 제임스 등과 함께 녹음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냥 잼이나 카피를 한거냐고 물어보니 신곡 녹음이라고 하더군요. 아마 로드러너 올스타 앨범에 실릴 곡이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공항에 가는 차 안에서 잠깐 들어보니 아주 브루탈한 정통 데스메탈 넘버던데 매우 기대가 됩니다.
10. 계약상 부산 공연 시작 전까지 개런티를 미화로 지불해야 했는데 (금액은 비밀 ^^;;) 파워맨 5000의 사고 때문에 부산 조직위에서 지급한 개런티를 도프 측에서 환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예상 못한 사고탓에 돈이 부산 -> 도프 -> 부산으로 몇 번을 왔다갔다 했는데요, 정작 공연 날이 토요일이라 외환은행이 문을 닫고, 달러상은 비싼 탓에 그야말로 사상최악의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이 때 지옥의 사탄께서(ㅋㅋ) 디어사이드를 굽어살피신 것인지 부산 지척에 김해 국제공항이 있었던 덕분에 위기를 넘겼습니다. 환전에는 곰 엔터테인먼트의 최태섭 대표님께서 수고해 주셨네요.
11. 자세히 보면 글렌 벤튼의 이마에 있는 역십자 낙인은 약간 비뚤어져 있습니다. -_-;;;;
글렌 벤튼의 아들 이름은 Daemon이 맞고, 아들이 하나 더 있는데 그 아들의 이름은 그냥 평범한 이름입니다. (가르쳐줬는데 까먹었습니다. Brian이었던가...)
12. 잭 오웬과 랄프 샌톨라는 이제는 정식 멤버이며, ESP 기타와 Krank 앰프를 인도스 받는데, 한국에서 LA로 날아간 뒤 그쪽 ESP에서 기타를 찾아서 탬파로 갈 거라는군요. 잭은 잘 모르겠고 랄프는 DV8을 받을 거랍니다. 아마 지금쯤은 새 기타를 받았을 겁니다. 잭은 작년 11월 경에 바이탈 리메인스와 투어를 돌다가 디어사이드에 가입했고, 랄프는 올해 4월달에 가입을 해서인지 모두 아직 이름이 새겨진 인도서 피크가 없었습니다. 스티브 어쉐임은 인도서 스틱을 가지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사인 대신 이름이 인쇄돼있더군요. 글렌 벤튼에게는 공연 이후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피크를 못 받았습니다.
13. 디어사이드는 오는 10월에 유럽 투어가 내정되어 있고 그 전까지는 곡 작업 등을 하면서 보낼 거라고 합니다.
14. 밴드와 스텝들 모두 다 한국 공연에서 이루어진 불쑈나 폭죽쑈 등 특효에 아주 놀랐으며 매우 만족해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그런 것을 하려면 소방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주마다 소방법이 달라서 허가받기도 힘들고 또한 예전의 Great White 공연중 화재사건 이후 그 법이 매우 깐깐해져서 그런 것을 해 볼 수가 없었다는군요.
스텝들과 밴드가 가장 놀란 것은 자기들이 곡에 맞춰서 특수효과를 터트린 것도 아닌데 실로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펑펑 터져서 그야말로 자기들이 터트린 것처럼 멋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대강 추측해서 공연 담당자 모두가 당신들의 엄청난 팬이고 당신들 곡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아마 한국 모든 공연을 통틀어 디어사이드를 가장 크게 감동시킨 사람들이 있었다면 특수효과 담당자분들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다만 불쑈가 그렇게 거셀지 몰랐기 때문에 글렌벤튼 같은 경우는 처음엔 깜짝 놀랐다고 하는군요. 스티브도 "나 있는 자리까지 열기가 느껴지더라구!"라면서 즐거워했습니다.
첫댓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