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성일 81세 訃音을 접하고•••

[번개]

신성일의 부음을 접하고•••

▷부부는 ‘일초종신(一醮終身)’ 해야◁
   

夫婦之道 一醮終身 子之責我 愛非惡焉
“부부의 도리는 한번 결혼을 하면 종신토록 고치지 않는 것이니 그대가 나를 책망하는 것은 사랑해서이지 미워서가 아닐 것이오”

鄭道傳(정도전)은 고려 때 元(원)나라보다 흥기한 明(명)을 섬겨야 한다고 해서 전라도 나주(羅州)로 귀양갔다. 당연히 가솔(家率)을 돌볼 수 없었다. 그가 귀양 간 후 온갖 비방과 터무니없는 구설로 그의 가족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참다못한 부인이 나주로 인편(人便)을 보내왔다. 위 글은 부인에 대한 답장의 일부다.

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은 후 평생 해로(偕老)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하늘이 힘을 잃으면 불가능하다.

鏡與人俱去 鏡歸人不歸 無復姮娥影 空留明月輝
"거울과 사람이 함께 떠났는데, 거울만 돌아오고 사람은 안 돌아오는구나. 항아의 그림자는 다시 볼 수가 없고, 공연히 밝은 달만 휘영청 빛나네"

隋(수ㆍ北朝)나라는 기울어져 가는 陳(진ㆍ南朝)의 後主를 넘보고 있었다. 樂昌公主(낙창공주)의 남편 徐德言(서덕언)은 조국이 망할 것을 알고 공주에게, “나라가 망하면 당신은 귀인의 집에 들어갈 것이나 나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거울 반쪽씩 가졌다가 매년 정월 보름에 수도(首都)의 시장(市場)에 반쪽 거울을 내어다 팔겠소. 서로 맞추어 인연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다시 만납시다”했다. 과연 陳나라는 망하고, 공주는 楊素(양소)에 시집가서 총애를 받고 있었다. 이듬해 정월 보름에 서덕언이 반쪽 거울을 가지고 시장에 갔더니, 공주 역시 하인을 시켜 반쪽 거울을 찾고 있었다. 이 시는 서덕언이 공주의 거울에다 쓴 것이다. 공주는 이 시를 본 뒤로는 식음을 전폐하고 울기만 했다. 마침내 그 내막을 안 양소는 공주를 서덕언에게 돌려보내 해로하게 했다고 한다.

예로부터 偕老는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었다. 『詩經시경』 ‘君子偕老’에는 그 대목이 실려 있다.

“진실로 이와 같은 사람이야말로, 나라의 아름다운 분이시로다(展如之人兮 邦之媛也)” 
“군자와 백년해로를 하는지라, 쪽 짓고 비녀 꽂고 여섯 군데 옥으로 꾸미네(君子偕老 副笄六珈)”
“그대의 맑고 훤칠한 미목(眉目)이며, 훤칠하고 얼굴이 풍만하도다(子之淸揚, 揚且之顔也)”
             
偕老하는 모습은 행복의 으뜸이었다.
“당신이 주살로 새 잡으면 안주 장만하지요. 안주 놓고 술 마시며 당신과 해로하리이다. 옆에 놓여 있는 거문고와 비파처럼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리이다(弋言加之 與子宜之 宜言飮酒 與子偕老 琴瑟在御 莫不靜好)”   
   -『詩經ㆍ鄭風』 ‘女曰雞鳴’-

이별도 젊었을 때는 재회의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나이 들면 그 기회도 줄어든다. 그래서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살 것을 권하고 있다.

“우리네 인생살이 젊을 적에는, 헤어져도 만날 기약하기 쉬우나, 그대와 함께 늙은 지금 이 시절 더 이상 헤어질 때가 아니요(生平少年日 分手易前期 及爾同衰暮 非復別離時 )”
      /沈約(심약ㆍ梁) ‘別范安成’

漢(한)나라 때 문장가 司馬相如(사마상여)가 첩을 맞이하려 하자 아내인 卓文君(탁문군)은 ‘백두음(白頭吟)’ 을 지어 바쳤다.

皚如山上雪 皎若雲間月 (중략) 願得一心人 白頭不相離  
“(나의 애정은)희기는 산 위의 눈과 같고/밝기는 구름 사이의 달과 같네/(중략)/원컨대 한 마음의 사람을 만났으면 백발이 되도록 헤어지지 말아야 하오.” 

이 시를 본 사마상여는 첩을 들이려는 계획을 취소했다고 한다. 한편의 시가 천 마디를 물리친 것이다.
  한국 은막의 스타
신성일(강신영)이 81세로 사망했다. 부인은 숙명여대 가정학과 출신의 인텔리 여배우 엄앵란이다. 화통한 성격의 엄앵란과 자유로운 영혼의 신성일은 ‘로맨스 빠빠’를 시작으로 신성일과 무려 52편의 영화에 동반 출연했고, 64년 세기의 결혼식을 올리며 스타 커플이 됐다. 이 배우 커플은 1978년 레스토랑을 운영할 당시 서로 대구와 서울을 번갈아가며 생활했고, 95년 레스토랑을 정리하면서 본격적인 별거를 시작했다.

 
  고인은 지난 2011년 자서전 출간 기념회에서 ‘애인’ 관련 사생활을 공개하며 논란이 일었고, 엄앵란은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과거 신성일의 외도와 평탄치 않았던 결혼생활을 스스럼없이 발언했다. 하지만 신성일 엄앵란 커플은 쉽게 허물어질 수 없는 동지이자 반려자였다. 숱한 스타 커플들이 성격차이 등을 이유로 이혼하는 세태에서도 ‘졸혼(卒婚)’을 선택했을지언정 끝까지 법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했다. 고인이 암 선고를 받던 날 엄앵란은 딸 수화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네 아버지는 VIP특실에서 대우받고 돌아가셔야 한다. 작은 방에 병원비도 없어서 돌아가는 거 못 본다. 왜? 내 남편이니까. 난 그걸 책임져야 한다. 돈 꾸러 다니면서 병원비 대고 자식들한테 손 벌리는 그런 배우는 싫다. 우리는 동지야. 끝까지 멋있게 죽어야 한다."

비록 한집에서 해로하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부부의 끈을 놓지 않았던 엄앵란은 ‘일초종신(一醮終身)’의 정신을 잃지 않았다. 남편의 자존감을 마지막까지 지켜주려 했던 그의 노력은 진한 동지애의 발로였다. 아마 고인도 부인의 이런 뜻을 저승에서도 기억하리라. 탁문군 같은 엄앵란의 진심을 말이다.

餘裕롭고 幸福한 나날되세요~^

[번개]

"우리 남편은 저승에 가서도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그저 순두부 같은 만나서 재미있게 손잡고 구름 타고 그렇게 슬슬 전 세계 놀러 다니라고 예기하고 싶어요.
그는 가정 남자가 아니었다. 사회 남자, 대문 밖의 남자지 집안의 남자가 아니었다. 일에 미쳐서 집안은 나한테 다 맡기고, 자기는 영화만 하러 다녔다.집에서 하는 것은 늦게 들어와서 자고 일찍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심심하면 이혼했다고 한다. 신문에서 언급한 대로 이혼했으면 50번은 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