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아의 구로3공단 기숙사의 식당에서는 식당 아줌마가 콩나물을 무치는데
장화 신고 통 안으로 들어가서 삽으로 뒤집는 걸 봤다고 한다. 그래서 경아
는 더욱더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기로 결심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오빠도
반드시 대학을 가자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노래가 나오면 서로 생각을 하자고 약속
도 했다. 버스안에서 나훈아 노래 <물레방아 도는데>가 나오면 나는 경아를 생
각했다. 쓰리게 느껴지던 불행도 , 여러 날 계속 내리는 찬비같은 고독도, 우리
는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노래만 나오면 행복했다.
나는 구로1공단의 대한광학이라는 공장에 다녔다. 작업을 하기전에 작업계
장은 총무과장의 인사말이 있겠다고 했다. 덩치큰 총무과장은 인사말 끝에 노조
에 가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동료중에 누가 노조에 가입하면 보고하라고도했
다. 노조? 난생 처음 듣는 소리였다. 노조라는 말에 두려움이 생겼다. 경아의 공장
에서도 노조 문제로 연일 데모를 하고 어수선 하다고 했다.
산업체 특별학급으로 영등포 신길동에 있는 영등포여자 고등학교를 야간으로 다
니던 경아는 노조문제로 정문에서 총무과 직원들이 밖으로 내보내지 않아 학교를
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 였다. 종업원들이 옥상으로 올라갔고, 사측에서
는 공권력을 개입하여 저지하며 물대포를 쏘았다. 그 과정에서 경아는 옥상 3층
에서 추락하여 사망하고 말았다. 그렇게 경아는 한 마디 말도없이 떠나고 말았다
<물레방아 도는데>는 흘러 나오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나훈아의<물레
방아 도는데>를 18번 곡으로 부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