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모두가 힘들다고 합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합니다.
모두가 틀렸다고 합니다.
그동안 국민에게 보여준 아마츄어 같은 결과들을 보면서 모든 기대를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 되었으니 더는 해법도 없다고 합니다.
이미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응원합니다.
조용히 응원합니다.
끝까지 응원합니다.
인내를 갖고 응원합니다.
희망을 놓지 않고 응원합니다.
언론이 뭐라 떠들든 흔들림 없이 응원합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하는 답답함과 가슴에 꾹꾹 묻어두고 응원합니다.
11명.
그들 모두 우리 국민입니다. 그들 모두 우리의 아들이며 형제입니다.
우리가 응원하지 않으면 그들은 낯선 그곳에서 엉엉 울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들 모두가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응원합니다.
여기까지... '월드컵'을 '세월호'로, '11명'을 '12명'으로 바꿔서 다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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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망자/실종자 가족분들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부담 갖지말고 월드컵을 즐기십시오. 다만,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세요" 라고.
정말 대단한 분들입니다.
내 자식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생사도 밝혀지지 않은 채 두달이 넘도록 나오지도 못하고 있는데,
자신들로 하여금 월드컵 응원 분위기가 침체될까봐... 국민들에게 부담갖지 말고 월드컵을 즐기라고 이야기합니다.
차라리 '이 난리통에 월드컵이 웬말이냐고, 같은 사람으로서 이럴 수 있느냐?'고 호통이라도 치면 맘이 더 편할텐데,
그분들은 오히려 국민들의 입장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수십만 붉은악마의 뜨거운 응원 열기에 가려,
백주대낮에 미군 장갑차에 치여 꽃다운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효순이/미선이"처럼
우리들 기억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것은 아닌지...
세월호 참사 66일째. 292명 사망/12명 실종/구조 0명.
과연... 내가 그들의 입장이라면, 이런 말들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 들어, 한동안 손에서 놓았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딱딱한 책보다는 쉬운 책부터... 예전에는 왠지 눈이 안갔던 소설책도 읽어보려 합니다.
어제는 "용산참사"를 배경으로 쓴 소설책 한권을 읽었고,
오늘은 "쌍용자동차 진압과정, 파업 경험자들의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배경으로
소설가 공지영 씨가 쓴 "의자놀이"라는 책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2009년 1월 추운 겨울날 벌어진 용산참사...
5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현장 '남일당' 건물은 텅 빈 공터 건물로 남아 있건만
무엇이 그리 급박해서 무력진압을 하면서 고귀한 목숨까지 앗아갔어야 했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2009년 여름.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무더웠던 그해 여름.
단전/단수도 모자라 먹거리는 물론이고 의료진/의약품 까지 철저하게 차단하고,
급기야 특공대를 지상과 하늘에서 투입... 그것도 망치/테이져건 까지 사용해서 무력진압 하는 장면은
국민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 아니라, '극렬 테러리스트'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정도로 무자비했습니다.
영화 '돈의맛' 에서 공장 옥상에서의 진압 장면이 잠깐 스치듯 나왔더랬죠??
그 장면을 보고 한 외국인이 '한국이라는 나라는 참 재밌는 나라'라고 비꼬는 투로 이야기했던 장면.
어제까지 한 조립라인에서 수십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을 두고,
아무런 기준도 없이 소위 '산 자'와 '죽은 자'로 분류, 그들을 철저하게 이간질하고, 짐승보다 못한 대우를 서슴지 않았던 그들...
어떤 이들은 살기 위해서 철저하게 '사측'에 붙어서 관제데모에 동원되고,
어떤 이들은 살기 위해 '77일 간의 옥쇄 파업'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는...
'산 자' 중에서도 스스로 '죽은 자'와 함께 '옥새 파업'에 동참하는 이들도 있었고,
관제데모에 동원되고 어제까지 동료였던 이들에 대한 인간적인 미안함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사람들.
진압과정에서의 정신적/육체적 충격, 그리고 정리해고로 인한 생활/정신 불안정으로 인해 24명이 사망했고,
사측에서 소송을 걸어 해고자를 상대로 47억원의 손해배상금이 발생했던 쌍용자동차 파업.
과연...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산 자' 였다면 또는 '죽은 자'였다면,
살기 위해서... 나는 어떤 입장을 취했고, 어떤 행동을 했을까??
과연... 7개월 전인 2009년 1월 '용산참사'가 일어나기 직전이나 직후에,
바로 내 일인 것 처럼 수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항거했다면,
7개월 후 무시무시했던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이 일어났을까??
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에 나오는 아래 내용들... 참 많은 것을 깨우쳐 주는 내용입니다.
"공 작가님, 지금 주무시지요. 아까 댁으로 가신 다음에 후배 놈이 찾아와 이제까지 함께 울었습니다.
'형, 나 좀 살려줘! 다리가 자꾸 마비돼! 병명도 몰라. 일을 해야 되는데 걸어가다 보면 자꾸 내가 넘어져 있는거야.
형, 나 너무 아파...'. 2009년 지붕 위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의 폭력에 짓밟힌 한 동지를 살려주세요.
너무 힘들어합니다. 도와주세요. 너무나 힘든 이들이 이렇게 널브러져 힘없이 웁니다. 이들을 살리고 싶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남는 명단에 있을 사람을 '산 자', 나가야 한다고 지적당한 사람을 '죽은 자'라고 불렀다.
자조섞인 농담이었으리라. 그러나 평택 시내에는 아이들까지 산 자와 죽은 자를 알았고,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가느다란 도랑이 파이고 졸졸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중이 시냇물이 되고 폭포가 되어 대양처럼 넓어져 정말로 산 자와 죽은 자처럼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놀라운 게... 그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다가오는데 용역들이 제일 앞에 서긴 했지만,
이전에 노조 대의원이나 (전 집행부에서) 노조 간부를 했던 분들이 제일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거예요.
그냥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휘까지... 놀랍고 씁쓸했죠."
요즘... 신문/인터넷 언론을 보면 참 읽을 기사가 없습니다.
바로 한 사람 때문이지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하루가 지나면 이 사람이 과거에 했던 발언/행적들이 또 새로 밝혀지고. 자기가 무슨 '양파남'도 아니면서...
혹시, 다른 장관급 후보자들을 살리기 위한 'X맨'이 아닐까 하는 착각도 해보게 됩니다.
이 사람을 보면서... '벼슬/명예'란게 참 좋긴 좋은가 보구나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이 수십년 동안 평생 가지고 살아왔던 인생관/가치관/역사관 등등을 하루 아침에 버릴 수 있다는 거.
보통 사람이면 참 쉽지 않을 듯 한데 말이지요.
이 사람 덕분에 일본 정부/극우 세력에서는 마치 '하늘의 뜻'인 것처럼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온 나라를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이 나라 대통령은 유유자적 외국 순방중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정국을 혼란케 만들어놓고 외국으로 나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외국 정상/정치인/언론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현재 국내 상황을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할지 참 난감합니다.
일본군 군인 출신 아버지를 둔 딸이 대통령이 되더니, 그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현 상황을.
대한민국 보수 세력이 진정한 보수세력이 아님을 이번 기회에 더 확실하게 알수 있었습니다.
건수만 있으면 '대한민국 정통성 사수/종북세력 척격'을 외치면서 군복과 가스통/태극기를 앞세워 시위를 하던 그들은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대형 교회와 집권당에서는 '문창극' 이 사람을 옹호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진정한 보수가 대한민국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대해 보는거... 진정 불가능한 일일까요??
마지막으로... 세월호/문창극 인사 등등으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악이라는 기사가 여기저기 나옵니다.
지지도가 40%대로 떨어졌고, 부정적인 입장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입니다.
(물론 여론조사 기관, 질문에 따라서 30% 후반대도 있고, 40%대 초반/후반으로 결과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저는 역으로 생각합니다.
집권 2년도 안되서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40%가 넘는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아니 그 조사결과를 보고 경악하고, 역시 이 나라는 안되는건가 하고 낙담하게 됩니다.
그 사람들... 아마도 앞으로 제2의 IMF 사태가 오더라도 끄덕없이 지지할 사람들일겁니다.
순간적으로 30%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광화문 광장에 엎드려 '한번만 도와달라고. 대통령 지켜달라'고 쌩쇼를 하면 다시 40%대로 훌쩍 올라갈 사람들입니다.
불과 2주 전에 치뤄진 서울교육감 선거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거일 직전까지 줄곧 지지율 고공행진을 달리던 국회의원 출신 교육감 후보의 과거 가족사가 친딸에 의해 보도된 후에
결국 낙선을 하기는 했지만 그의 지지율이 여전히 20%가 넘었다는 사실에 저는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보수 진영 후보였던 이전 교육감이 당선됐을테고, 그의 과거사로 인해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긴 했지만,
정치인도 아니고 서울특별시 교육을 총책임지는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서 자신의 친자식을 나몰라라 했던 후보에게
여전히 2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다... 놀라운 결과였고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초반에 그의 지지율이 40%~50%를 달렸을 때, 진보 교육감을 지지해야할 상대적으로 젊은 유권자들이
정치인이자 3대 고시 합격자이며 성공한 주식투자자, 최근에는 유명한 방송인으로 유명한 그 후보를 많이 지지했고,
그 지지한 이유는 그가 교육감이 되면 '내 아이도 혹시 그 후보처럼 성공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과거사에도 불구하고 그를 서울시 교육수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이 20%가 넘었다는 부분,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지점입니다.
내가 만일 결혼을 해서 2세를 얻고 교육문제에 대해 입장을 취해야 할 때,과연 어떤 기준을 갖고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인지...
2세의 입장에서 결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부모의 입장에서 결정해야 하는지, 아직 경험해 보질 않아서 형제/친구들의 마음을 아직까지는 헤아리지 못하겠네요 ㅎㅎ
다시, 세월호 참사 66일 째.
292명 사망/12명 실종/구조 0명.
국가/정부는 물론이고, 다수의 종편 채널과 공중파 방송까지도 이제는 목적의식적으로 지우려 하고 있지만,
첫 방송에서 마지막 실종자가 확인되기 전까지 절대로 잊지 않겠다던 그의 약속, 66일 째인 오늘도 지켜졌습니다.
손석희 앵커 그가 처음 JTBC행을 결정했을 때, 저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삼성(중앙일보)'이라는 조직에서
그가 할 수 있는게 얼마나 있겠느냐... 다른 수많은 사람들처럼 'one of them'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손석희라는 이름 석자의 존재감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힘과 신뢰를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손석희 앵커, 그에게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아 참... 오늘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된 한가지.
다들 아시는 것 처럼, 8월 달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고,
순방 계획 중에 '세월호 가족대책위'를 방문, 위로한다고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올려주신 페이스북 멘트를 보면 가족대책위 전체가 아니라,
그중에서 카톨릭 신자 몇사람만 만나기로 되어 있다고, 많은 사망자/실종자 가족들이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교황청의 요청인지, 아니면 한국대교구에서 알아서 축소 진행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 두달 여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상처받은 가족분들이 두번 상처 받지 않게끔 일정 조정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간만에 이런 저런 말을 적으려니 글이 두서없이 길어졌네요ㅠㅠ 이게 저의 단점입니다^^
즐거운 주말/휴일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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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손석희님 정말 멋지시네요!!
힘있는 사람이 두려워 하는 뉴스, 그렇게 가시고자 하는 길에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학교다닐 때 유명인사 초청 강연회 끝나고 같이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벌써 20여년 전이지만 '이 남자 참 괜찮은 남자구나... 잘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었어요.
이렇게 유명해 질줄 알았음... 그때 사진이라도 찰칵 해두는건데ㅎㅎ
@천년지기1 오~ 식사를 같이 하셨구나,,
그때도 참 괜찮았는데, 지금도 그러신거보면 한결같은 분이신가봐요.
앞으로도 쭈욱 그러셨으면 좋겠네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올바른 정신/원칙을 가진 한사람이 거대한 조직을 바꿀 수 있다는 거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겠죠.
지금은 '기레기'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공중파 방송도 진정한 언론으로 다시 태어날거라 생각합니다.
고승덕씨 주식투자도 실패 많이 했어요 펀드 만들었다가 손해만 왕창 ㅎㅎ / 손석희 멋져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희망이 있는 거죠..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한줄 모를거예요. 방송에도 많이 나오고 책도 시리즈로 많이 내고 했으니까.
이런 글을 써주시는 것에 감사드려요. 산자와 죽은자 사이에 나라면 어떨지... 정의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저도 잊어 버리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반성하게 됩니다.
글을 좀 짧고 굵게 써야 하는데 잘 안되네요ㅎ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허우적 거리며 살죠, 저 포함해서.
이번 세월호 참사가... 많은 이들에게 많은걸 일깨워준 계기가 될 듯 해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부끄럽습니다. 휴일 잘 보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