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5분의 1토막… 징가에 무슨 일이
월 사용자 3억명, 전도유망 게임업체
실적 악화로 주가 폭락
창업자인 CEO의 과욕
작년 상장 앞두고, 직원들 스톡옵션 박탈
자기주식은 상장 후 매각… 2억 달러 가까이 챙겨
시장의 흐름도 놓쳐
SNS에서 모바일로 게임시장 중심 이동
변화에 대응 못 해
세계 최대 '소셜 게임(social game)' 기업인 징가(Zynga)가 수렁에 빠졌다. 징가의 주가는 이달 17일 현재 2.9달러로 최고가(올 3월 2일 14.7달러)의 20%를 밑돈다. 올 2분기 실망스러운 실적으로 반등 기미도 안 보인다. 1년 전 징가는 페이스북·링크드인(LinkedIn)·그루폰(Groupon)과 더불어 미국에서 뜨는 '소셜 기업 4대 천왕(天王)'이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유망한 기업으로 첫손 꼽혔다. 게임 벤처로 전도양양(前途洋羊)하던 징가는 왜 갑작스럽게 추락하고 있을까. Weekly BIZ가 그 원인을 분석했다.
◇사면초가 빠진 세계 최대 소셜게임 기업
마크 핀커스(46) 현 CEO가 2007년 창업한 징가는 '텍사스 홀덤 포커'라는 카드 게임으로 시작해 '마피아워즈''시티빌' 등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소셜 게임' 전문 회사다. '소셜 게임'은 여러 사람이 함께할수록 게임 진행이 수월해져 친구들을 게임에 끌어들이는 특성이 있다. 징가는 이를 잘 활용해 '중독성 있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 정평 났다.
- ▲ 마크 핀커스 징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신작 게임과 새로운 게임 플레이 방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블룸버그 뉴스
이후 2년간 징가의 경영실적은 급상승했다. 2009년 2억5000만달러였던 매출은 2010년 5억9700만달러로 배 이상 늘었고, 2010년 순익은 9080만달러를 기록했다. 징가는 게임 내 아이템 판매에서 벗어나 쿠폰 판매·게임 내 광고·장난감 판매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했다. 인터넷 시장조사 기업 이마케터(eMarketer)는 지난해 "소셜 게임은 미국 인터넷 사용자의 4분의 1 이상이 즐기는 시장이 됐다. 징가의 발전 가능성은 무척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주가 폭락 외에 일부 주주들은 "징가의 경영진이 올 2분기 실적 악화를 알면서도 실적 악화를 숨기고 투자자들을 속여 손해를 끼쳤다"며 소송을 냈다. 경쟁 게임사인 일렉트로닉 아츠(EA)는 징가의 게임 '더 빌(The Ville)'이 자사의 '심즈 소셜'을 표절했다며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EA에서 스카우트된 최고운영책임자(COO) 존 샤퍼트는 1년 만에 회사를 떠났고 직원 이탈도 줄을 잇고 있다. 2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게임사 OMGPOP의 경영은 인수 전보다 더 악화됐다.
◇리더십, 시장 대응, 조직 문화에서 완패
징가의 추락은 조직 문화, CEO, 시장 예측 등 세 측면에서 벌어졌다.
①혁신 무시하는 조직 문화
펜실베이니아대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MBA를 마친 핀커스 CEO는 투자 전문사 컬럼비아캐피털에서 28세 나이에 부사장까지 맡을 정도로 유능했다. 그러나 상사에게 대드는 지나치게 강하고 괴팍한 성격으로 악명높았다. 퇴직한 징가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핀커스는 회의 자리에서 종종 "나는 혁신은 원하지 않는다" "너희는 경쟁사 직원들보다 낫지 않다" 등의 말로 직원들을 모욕했다. 핀커스는 또 게임을 돈벌이 도구로만 볼 뿐 게임의 본질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징가의 암묵적인 모토는 '사악해져라(Do Evil·구글의 기업 모토인 'Don't be Evil'을 비튼 것)'였다"고 했다.
핀커스는 지난해 말 상장을 앞두고 일부 직원에게 이미 부여했던 스톡옵션을 박탈했다. 징가는 유능한 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임금 대신 스톡옵션을 많이 부여했는데, 정작 상장 때가 되자 이를 빼앗은 것. 핀커스 본인은 징가의 주가가 12달러까지 오르자 1650만주를 내다 팔아 1억9800만달러를 챙겼다. 벤처 캐피털 엘리베이션 파트너스의 공동창립자인 로저 맥나미(McNamee)는 "징가는 뛰어난 기업가 정신의 상징이 됐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창업자의 탐욕'을 다루는 수업 연구 사례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③시장 변화에 뒷북 대응
징가는 게임 시장이 페이스북 등 SNS로 넘어가는 흐름을 파악하고 시장에 맞는 게임을 연달아 내놓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게임 시장의 중심이 다시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가는 데는 대응과 변신 모두 느리고 소극적이었다. 최근 OMGPOP 등 모바일 게임 전문 기업을 인수하며 속도를 내고 있지만 별 성과가 없다. '소셜 혁명'을 타고 성공했지만, '모바일 혁명'에 무너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한 모바일 게임 업체 대표는 "징가가 기존 PC용 소셜 게임 분야에 집착하는 동안 많은 경쟁 기업이 모바일에서 성장했고, 이런 기업들이 징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의 영혼' 부활 없이는 재건 난망
징가의 최고 경영진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략 수정에 나섰다. 이달 10일 징가는 직원들에게 추가 스톡옵션과 보너스 지급 계획을 내놓았다. 직원들의 회사 대거 이탈 움직임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직원들의 사기는 여전히 낮다. 한 징가 직원은 "회사 문화도, 임원들도 증오스럽지만 상장 후 대박만 보고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했는데, 주가가 떨어지면서 헛수고가 됐다"고 토로했다.
이명우 한양대 특임교수는 "징가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점프하는 데 실패했다"며 "무엇보다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회사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조직의 영혼(spirit)'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징가의 실패는 급변하는 IT산업계에서 기민한 시장 대응과 조직원 간의 화합, 리더의 중요함을 깨우쳐주는 반면교사인 셈"이라고 했다.
Zynga
창립: 2007년
본사: 미국 샌프란시스코
창립자: 마크 핀커스
직원: 3000여명
개발 게임: 40여종
사용자: 월 3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