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화
■그럴수도 있지
엄마가 늦잠을 주무시고 출근차량을 놓치게 되어 복지관에 전화를 걸어 오늘 하루 집에서 쉬겠다는 말을 전하는데 내 귀에 전화기 건너편 선생님의 목소리가 걱정하면서도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복지관에 다니시는 대부분 어르신들이 혼자서 식사도 하시고 화장실도 가시는데 엄마는 일일이 다 챙겨야 되니, 오늘 하루를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셨나보다.
학원 강사를 할 때 학생이 결석을 하면 진도 맞추는 것 때문에 걱정이 되긴 해도 학생들이 한번씩 결석을 하면 인원수가 줄어 편하다고 생각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서운하다는 생각이 일어남과 동시에 그 마음에 공감이 되어지니 금방 ‘그럴수도 있지!’로 바뀌네
** 그러지요 그런 경험을 했고 공감이 되지 그대로 인정되지요. **
■저절로
서영이가 화단에 봄이 먼저 왔다면서 베란다 꽃 사진을 찍어 보냈길래
“주인이 잘 길러줬네”하니 “꽃이 저절로 폈어요”라고 답글을 보내왔다.
“저절로 되는 거 같아도 봐주는 주위 정성이 다 숨어있지 않았겠냐”며 답을 하고
생각해보니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이 있을까?
저절로 되는 것처럼 보여도 “저절로”라는 말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정성과
공덕이 있어야지 그 정성을모르니“저절로” 되었다 하는 것이지 “저절로”라는 단어가 엄청 큰 힘을 가진 단어이구나!
** 그러지요 그래도 풀은 저절로 잘 자라요. **
■소풍같은 인생
엄마 샤워하시면서 심심하실까봐 트롯트 음악을 틀었다.
휴대폰에서
“너도 한번 나도 한번
누구나 한 번 왔다가는 인생
바람 같은 시간이야~ 멈추지 않는 세월~
하루하루 소중하지
미련이야 많겠지만 후회도 많겠지만
어차피 한번 왔다가는 걸
붙잡을 수 없다면
소풍가듯 소풍가듯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야지.”
라는 노래가 나왔다.
처음 듣는 노래인데 가사랑 음이 친근감 있
귀에 착 붙었다.
엄마출근 시켜두고 가사를 찾아 다시 듣다 보니 노랫말에 인생이 담겨있다는 생각과
“소풍가듯 소풍가듯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야지” 라는 가사가 요즘 지쳐있는 나에게 힘이 되는 단어가 되어 듣고 있는 내내 노랫말이 넘 마음에 든다.
소풍가는 날이 늘 좋기야 하겠냐마는
해가 나면 해가 나서 좋고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바람 불면 바람 불어 좋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
비가 온다고 바람 분다고 불평을 한들
그 불평의 해를 보는 것은 결국 나인 것을
이왕이면 나의 긍정적 생각이 나도 상대도
이고득락 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노랫말 덕에 절로 생각이 바뀌어지네.
** 그래요. 지금 이생으로 소풍나왔지요.**
■ 교도정기훈련을 마치고 집에 오니 올케랑 조카가 엄마랑 소파에 앉아 있었다.
엄마 보느라 수고했다며 운전하기 힘들 테니 해가 지기 전에 가라고 이것저것 챙겨서 출발시켜놓고 엄마기저귀를 갈러 화장실 갔다.
변기뚜껑을 여니, 변기 커버에 변이 약간 묻어 있고, 변기 안에는 휴지도 듬뿍 들어있고 엄마 팬티는 반쯤 걸친 것처럼 입혀져 있었다.
보는 순간, 올케가 도와주지 않고 영경이(중2)가 혼자서 할머니 뒤처리를 해줬나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법회 참석할 수 있도록 친정가족들이 돌아가며 엄마를 봐주러 오고 있는데... 지난주엔 올케가 큰딸(고3)을 데리고 오고, 이번 주엔 둘째딸인 영경이를 데리고 2주 연속으로 할머니도 보고, 용돈도 벌겠다고 부산에서 아침부터 서둘러서 온 것이다.
옆에서 “어머니,어머니”하고 부르거나 쳐다보고 웃기만 할뿐 엄마를 직접 케어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원래부터 하지 않던 일이라 그러려니 하다가도 또 서운한 마음이 일어났다. 얼른 내가 또 서운한 마음을 내고 있구나! 알아차리고, 엄마가 앉기 전에 얼른 변기커버를 닦아내고 물을 내린 후에 엄마를 앉혀 볼일을 볼 수 있게 해드렸다.
올케가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치매가 심해 친정엄마를 몹시 힘들게 했던 일로 치매어르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해서 가족들이 모두 올케의 그런 행동을 그럴 수 있음으로 인정하고 있던 터인데도 한번씩 “그건 그거고...우리엄마는 착한치매데...”라며 ‘며느리가 됐으면 해야 할 일을 해야지!’라는 내 마음의 틀이 사라지지 않았음도 알아진다. 며느리의 일이 어디 있고, 딸의 일이 따로 있나!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되는 것이지! 라며, 올케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같은 일이 생기니 마음이 불편해지네.
아침 일찍 딸이라도 할머니를 돌볼 수 있게 데려와 내가 훈련날 수 있게 해주니 너무 감사하다했던 마음이, 변기에 묻은 변과 반쯤 걸쳐 입은 듯한 엄마팬티를 보는 순간 원망심으로 바뀌어졌구나! 하고 내 마음을 알아차리니, 덕분에 아침 일찍 와줘서 훈련도 날 수 있었고 가족이라 그래도 편한 마음으로 엄마를 맡겨둘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며 혹시 내가 보지 못했을 뿐 영경이와 함께 엄마를 돌봤을 수도 있었겠지. 화장실에서 할머니 모시고 나오느라 뒤처리를 제대로 못하고 나와 깜빡했을 수도 있었겠지!! 나도 화장실에서 엄마 씻기고 나오면서 다시 갈 때 서야 미처 뒷 처리 못하고 나온 것을 보고 깜빡했음을 알아차린 적도 있었던 걸 생각해보니 “그럴수도 있는 일”이라고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 그럴수 있지가 되도록 잘 헤아렸네요. **
■내가 “일원” 이었다고!!
교도정기훈련 중에 교무님이 “자기가 부처인줄은 믿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고 “그럼 옆에 계신 분들이 부처인줄은 믿으시냐?”는 질문에는 “부처로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고 금방 말이 툭 튀어나와 한바탕 웃기는 했지만, 집에 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부처인줄을 믿는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왜 부처로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고 했었을까!!
평상시 상대가 내 뜻대로, 내가 가진 틀에 딱딱 맞으면 부처였다가 그 틀을 벗어나거나 내 뜻과 맞지 않으면 부처로 보이지는 않지!!라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었음이 알아진다.
일원상의 진리에 “일원은 우주만유의 본원이며, 제불제성의 심인이며, 일체중생의 본성이며...”라는 구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일체중생에는 나도 상대도 그리고 모든 삼라만상이 다 포함되는 것을 ...
일원의 진리를 몇 번을 곱씹으며 생각하니 일원이 나였음도 알아지고 상대임도 알아지고 삼라만상이 다 일원이었구나.
글로만 알고 나 따로, 상대 따로, 일원이 따로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상대가 부처로 보였다 안보였다 하고 있었네.
일원상의 진리를 먼저 밝혀
주셨고, 그 다음에 일원상의 신앙을 밝히시고 그대로 믿으라하시고, 그 다음에 일원상의 진리를 신앙하는 동시에 수행의 표본으로 삼아 일원상과 같이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각자의 마음을 알자하시고 양성하자 하시고, 사용하자는 것이 수행이라 밝혀주셨고, 일원의 위력을 얻도록까지 일원의 체성에 합하도록까지 일원상서원문으로 밝혀주셨구나!!
일원상 법어에서“이 원상을 각하면 시방삼계가 다 오가의 소유인 줄을 알며, 우주만물이 이름은 각각 다르나 둘이 아닌 줄을 알며, 제불조사와 범부 중생의 성품인줄을 알며...
라는 것이 이미, 일원상과 같이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각자의 마음을 지금 이 순간 내가 이원상을 각하면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것인 줄을 알리로다. 라고 하신 뜻이었구나!
** 내가 일원이고 나타난 것은 일원상이고 그러지요. 그 또 다른 이름이 부처이고 불상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