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정씨집안 16세 손부로 시어머니로부터 솔송주 빚는 법을 전수 받았단다.
해서 이름 지은 담솔. 맑은 소나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명가원의 담솔 한 병을 들고 마을회관을 찾아 오셨다.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하루 쉬는 월차, 함안을 거쳐 오며 이장한테 이 술 한 병을 전하고 싶어 했을 그 마음이
가볍지 않다.
밤되어 리사무소에 불을 밝히는 일은 없다.
그런 것이 어제는 귀촌을 꿈꾸는 자매 분께서 이곳을 다녀가셨고
오늘은 로드스콜라 5기 팀 중 한 분이 [구례를 만나다]를 가지고 리사무소를 찾아왔다.
구례의 모든 모습이 담겨있는 한권의 책은
2013년 4월부터 5월까지 한 달 동안 로드스콜라 5기 학생들이
구례에서 ‘마을을 만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배우고, 놀고, 연대한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엮은 것.
이 속에는 상사마을 권00씨와 데이나 그리고 윤00 문00 부부와 이00할머니 거기에
홍00 오00씨 부부이야기도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여기에는 상사마을 젠틀맨‘이라는 타이틀로 이장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데,
제 3자가 써낸 나의 표정이 궁금하다.
그들은 말한다.
상사마을살이 첫날, 이장님의 방송소리를 모닝콜 삼아 고양이 세수만 한 채 우리는
마을회관으로 나갔다.
“전에 뵈었는데 훤칠하시고 젠틀하더라” 라는 길별 이니그마의 말씀처럼,
중후한 백발의 어르신이었다.
새마을 운동로고가 새겨진 모자, 언제든 논밭으로 투입 가능한 시골만의 빈티지 스타일로 “왔슈?” 라며
구수한 사투리로 우리를 맞이 하실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장님 이미지가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마을회관으로 들어갔다.
2013년 마을주요업무표가 한눈에 들어오고, 각종 공지사항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깔끔하다. 이장님은 상사마을에서 태어나 19세까지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다 이후 외지로 나가셨다.
그러다 7년 전에 다시 고향인 상사마을로 돌아오셨다. 귀촌자가 많은 상사마을에서 마을 생활과
객지생활을 다 해보신 이장님은 기존의 주민과 귀촌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계신다.
이장님은 우리들의 머릿속에 있는 시골의 이미지와는 다른, 현재 변화되고 있는 농촌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예전에는 품앗이를 하며 함께 이을 하고 나누며 그 안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인심을 나누었지만,
현재는 농업의 기계화와 고령화가 급증하고 귀촌, 귀농바람이 불면서 그 시대의 모습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점차 개별적인 삶을 살게 되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농촌이 소박하고 정이 많지 않다고도
하셨다.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는 이런 이야기들을 이장님은 담담하면서 솔직하게 풀어주셨다.
막연한 동경과 기대가 아닌 현실적인 눈으로 농촌을 바라보면서 공부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러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달라진 농촌의 모습에 대해 아쉬워하시는 이장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이장님은 앞으로 상사마을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고민을 많이 하고 계셨다.
‘소득을 올리는 마을에 주력하기보다 문화 마을을 만들어야겠다’는 이장님의 말씀 속에 진심과
다짐이 느껴졌다.
특히 마을의 정서, 마을 사람들의 혼과 체취가 묻어나는 것이 문화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상사마을 야외음악회를 만드는 등 이장님은 자신의 고민을 머릿속에만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계셨다.
올해에는 마을 연극제 그리고 몇몇 마을 분들과 실크로드 배낭여행을 기획하고 있다고 하셨다.
“ 상사마을은 1000년 정도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중 하나입니다.”
이장님은 오랜 역사가 깃든 고향마을, 앞으로 삶을 이어갈 터전에 대해 애정이 깃든 시선으로
마을 살림을 가꿔가신다. 마을의 과거를 알고, 현재를 섬세하게 살피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장님의 모습에서 마을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오래된 1000년 마을, 미래를 준비하다’라는 상사마을의 캐치프레이즈를 듣고 나니
상사마을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