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855F8274A44434D28)
향수.. -스스로 덫에 갇히다-
"18세기 프랑스에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이 시대에는 혐오스러운 천재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는 그중에서도 가장 천재적이면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이 책은 바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드나 생 쥐스트, 푸세나 보나파르트 등의
다른 기이한 천재들의 이름과는 달리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라는 그의 이름은 오늘날 잊혀져 버렸다.
물론 그것은 오만,인간에 대한 혐오, 비도덕성 등 한마디로 사악한의 정도에 있어 그르누이가
그 악명 높은 인물들에 뒤떨어지기 때문은 아니다. 단지 그의 천재성과 명예욕이 발휘된 분야가
역사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냄새라는 덧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
...............................
책의 맨 첫장이 이렇게 시작하는 조금은 생소하고 낯설은 독일작가가 쓴 "향수"라는 제목
(어느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소설책이다.
아마도 1991년 12월경에 초판이 인쇄가 되었으니, 이 책이 한국에 나온지가 16년도 더~ 넘었나보다.
허기사 책이 언제 나왔냐가 지금에 와서 중요한건 아니다.
며칠전.
초딩 6년생인 늦둥이 딸래미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엄마?"
"와이?"
"학교에서 책 빌려왔다..!"
"무슨책?"
그러면서 속으론 지넘 읽을만한 책거리사 그렇고 그렇겠지~
건성으로 대답을 하면서 눈으론 회색의 제법 두터워 보이는 책
"향수"라는 제목의 책과 갈색빛 표지의 "프라하에서 길을묻다"라는 제목을 훑고 있었다.
"야~ 니가 저런 두꺼운 책을? 어떻게 읽을려고 빌렸냐?"
호~ 요넘이 당돌하게도..
"엄마? 향수라는 책이 훨 재미있다.. 엄마도 꼭 읽어봐~"
"응? 그나저나 그책을 이해나 하고 읽었냐?"
"엄마는 딸래미를 무시하다니~"
후후훗~
요넘의 독서수준을 누구보다 더~잘 알고 있는 어미로선, 도통 저넘이 빌려온 책들이 이해가 안가지만서두.
어쨌던 나중에 읽어 보기로 하고 멀찌감치 내 팽겨쳐 두었다.
나중에 알고보니,딴엔 에미를 위해서
선생님들과 어머님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학교에서 빌려 왔단다.
그리고.
엊그제~ 아들넘이 강의가 없다면서 집구석에 죽치는 바람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으니,
심심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밀쳐두웠던 문제의 "향수"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처음엔 고향의 향수를 그리는 그런 종류의 책인줄만 알았는데.
위의 본문처럼 뜻밖의 냄새라는 덧없는 영역인 "향수"라는 특이한 소재이고 전혀 모르는 분야에 (향수라고는 돈주고 사보질 않았으니, 어쩌다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선물이나 받았을 사치품 정도!)
대해 빼곡히 적혀 있지 않는가!
18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극히 예민한 후각을 타고난 냄새의 천재의 짧은일대기를 담고 있다.
스스로는 아무체취도 없으면서 세상의 모든 냄새를 소유하고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 사악한 주인공이 최상의 향수.즉 가장 좋은 체취를 얻기 위해 스물 다섯번에 걸친 살인도 마다않는 집념의 일생이 흥미진진하게....
.................
.................
그르누이라는 진드기같은 인물이 냄새에 대한 자기만의 완벽한 왕국를 원하면서 살아가는 처절한 삶의 고통과 끈질긴 생명의 의지를 담고 있다..
정작 본인은 사람이라면 아니다 이세상 살아있는 모든생명체에 있어야할 냄새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면서 천부적으로 타고난 냄새에 대한 후각과 집념으로 결국은 대단한 향수를 만들어 낸다.
비록 그중 25명의 아릿다운 아가씨들의 생명을 무참이 빼앗아 살인자로서 교수대에 처한상태 지만,..
향수 몇방울의 위력으로 모든 인간들을 자기 발 아래 무릎꿇게 하는 마지막장면이 있다..
하물며 리쉬라는 남자는 자기 딸을 죽인 살인자인 그르누이를 얼싸 안으며
[용서해 다오. 내 아들아!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나를 용서해 다오.]
...
향수의 마력으로 충분히 있을 수도 있을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록 향수라는 소설에 빠져 들었다.
향수의 도시 그라스라는 곳과..
향수의 제조과정이나 향수의 재료들을 이 책을 읽기전엔 전혀 문외한이었지만,..
"무두장이나 도제, 침지(浸脂)꽃잎들이 한방울의 에센스로 농축되어지는 과정 등....
본문중 냄새에 대한 이런 글도 있다..
......................
......................
사람들이란 멍청하기 이를 데 없어서 코는 숨쉬는 데에만 이용할 뿐 모든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들이 그녀에게 굴복하는것은 단지 그녀의 아름다움과 우아함, 그리고 품위 때문이라고 말 하겠지.
그리곤 자신들의 한계 속에서 그녀의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칭찬하겠지,
자신들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 날씬한 몸매,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가슴,
에메랄드 같은 눈빛,진주같이 하얀 이,상아처럼 미끈한 팔다리라는 등의 비유를 써가면서.
그 얼마나 멍청한 비유인가!
그리고는 그녀를 재스민의 여왕으로 뽑아 바보같은 화가에게 초상화를 그리도록해서 넋을 잃고 그그림을 바라보겠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라고 하면서 말이다.
청년들은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며칠밤씩 그녀의 창 밑에 앉아 만돌린에 맞춰 노래를 부를 것이고.........
여자들은 노소를 불문하고 그녀를 쳐다보면서 한숨을 내 쉬겠지. 단 하루만이라도 그녀처럼
매혹적인 미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 그러면서도 그녀에게 반한 진짜 이유는 바로
그 어느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향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무도 깨닫지 못하겠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그르누이 자신밖에 없었다.
그렇다. 벌써 그는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
.............
사람마다의 독특한 향기가 필 시 있긴 있나보다.
남자나 여자나 어느 특정한 사람을 사랑하게끔 하는 사랑의 향기가 있듯이 말이다....
나만의 독특한 향기가 어디 있을려나?
허긴 두어달 넘어가는 우리집 깜순이도 냄새로 식구들을 알아보겠다 싶다.
지넘이 누가 어떻게 생겼었지로 구분할 눈을 가진게 아니라 점보다 쬐금 더~큰 고 앙징맞은 콧구멍으로 말이다...
네?
당신들도 궁금하다구여?
향수?
단지 향기로운 향기를 내 뿜는 작은 액체에 불과하지만,..
그 미세한 향기를 찾아내는 공정은 참으로 대단하고 힘든작업인것 같다...
참..
그보다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냄새라는 덧없는 영역에 감히 도전한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독일작가의 향수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흥미로운 글 솜씨가 부러울 따름이다.
이십년전의 1985년도 세상에 나온 작품이란다...
* 번역의 원본은 취리히의 디오게네스 출판사에서 1985년에 발간한 Das Parfum; Dio Geschichteeines Morders 이다.
번역:강명순
학교 파하고 집에 들어서는 딸아이 한테다 아주 신나고 반기는 목소리로다강...
"ㅇㅇ아~ 향수 책 너무 재미있는 책이다."
"그렇지 엄마? 또 다른책 빌려다 줘?"
"그래.. 어디 또 다른책 두어권 빌려오렴.."
"네~"
흠..
내일은 또 무슨책을 빌려 올꺼낭~~
은근히 기대를 해보는 그녀이다..
비록 아직도 소설가의 허망한 꿈을 버리지 못한 답답하고 지극히 위험한 여인이지만서두~~~
...............................
...............................
*딸아이가 지금 고1이 되니 하마... 몇년전에 쓴 글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movie.daum-img.net%2Fmovie%2Fmovie-photo%2F29%2F89%2F68929%2Fstill_68929.jpg)
요즘 이상하게도 스스로 함정에 빠진것 같다.
예전에 그 명랑하고 쾌활한 글귀가 사라졌다.
암만혀도 병이 들어도 단단히 들은듯 싶다.
주체 할 수없는 침체의 늪 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내 스스로 자신을 너무 난해하게 노출 시켜버린듯 하다.
삶이 가져다준 무미건조함이 스스로를 파멸시키지나 않았을까?
![](https://t1.daumcdn.net/cfile/cafe/134212244A4443B94F)
무심코 튼 케이블 티비에서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라는 영화를 방영한다.
뜻밖의 영화에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주인공의 얼굴이 ...
아름다운 여인들의 향기를 뽑아내는 그 광기에 가까운 표정연기가 순간 어떤 얼굴과 겹쳐지며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사람들은 모른다.
어느 한순간 지독한 집착과 열정이 아니 그 광기에 가까우리만치 끔찍함이 또 다른 누구에게는 기억속에 잠자고 있는
고통과 환희를 함께 떠 올리게 한다는것을......
영혼을 뒤흔들 단 하나의 향기를 만나기 위해..........
스크린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표현이 원 소설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내 자신의 잠자고 있던 허망한 꿈을 일깨워 준것 같아 또 다른 크나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48C0274A4444C05F)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movie.daum-img.net%2Fmovie%2Fmovie-photo%2F46%2F67%2F156746%2Fstill_156746.jpg)
주인공 벤위 쇼
Sandra Rivers(p) 쇼팽 녹턴 20 사라장
첫댓글 발행인님의 지적대로 이 글을 나름 한번 제대로 고쳐 볼께요........
오늘은 좀 있다 직장 나가야하니 내일쯤에..........
시간 나는대로...........
넹 선생님~
초등학교 6학년이 '향수'를 읽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다른 문화적 특성때문인지 성인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던대.......
아마도 엄마의 재능을 닮았겠지요? 잘 읽고 갑니다.
초등학교에 그런 책두 있데요? 저 다닐때만해두 눈 씻고 봐도 그런류의 책은 없었던듯 싶은데요. 수준 높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