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이 다 새날이요,
소중한 단 하루이며 또한 같은 날인지라
저에게는 생일이나 설날 같은 축일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그런 날도 별 다른 잔치 없이 그저 상황대로 지내는 거지요. 그냥....
(지난 설날엔 아침 댓바람부터 박물관 정리한다고 '난리부루스'를 쳤다는....^^)
딸아이의 첫돌잔치도 없었고, 두 권 나온 책의 출판기념회도 없었고,
결혼식은....마지못해서리.... (두드러기 땜시로^^) 얼렁뚱땅 장난끼 섞어 넘겼고,
세 번이나 도모했던 개인사업(^^)의 개업식도 없었습니다.
그냥 문 열어놓고, 어제도 그제도 장사 계속 해 왔던 사람처럼....^^
(물론 주변을 위한 떡 선물은 넉넉히, 젤로 맛있게 만들어 나눕니다만....)
이번 박물관 이전 개관도 그렇게 조용히 '원경스타일'을 고수하려 하였지요.
그런데 주변에서 자꾸만 고사를 지내라는 '권유의 압박'이 심한 고로
난생 처음 고사잔치를 함 벌여보기로 '어려운 작심'을 하고는
주변의 '고사전문가'들에게 먼저 자문부터 구했습니다.
그런데, 개업과 이사 때마다 고사를 지내왔다는 당사자들의 고사절차가 왜 그리 다른지....
어떤 이는 북어를 한 마리만 놓아야 한다 그러고, 어떤 이는 두 마리 놓는다고 그러고,
어떤 이는 과일까지 놓아야 된다고 그러는가 하면, 어떤 이는 과일 없이 돼지머리만
좋은 것으로 놓으라 그러고, 술은 꼭 막걸리여야만 된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소주든 맥주든 먹을 사람들 취향에 따라 바꿔도 된다는 이들도 있고,
북어를 실에 묶어야 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실꾸러미가 없으면 안 해도 된다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저런 주장을 듣다가 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모두 사람의 개성대로 간다는 것, 세상 따라 변해 왔다는 것,
하여 법도도 때와 그 주인공의 성향에 맞춰 달라질 수 있다는........
그렇다면 고사를 지내는 것 역시 '원경스타일'로 갈 수밖에 없겠다는........^^
그리하여 하늘 땅 사람(천지인) 모두에게 올리는 신고식을 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북어는 세 마리, 고물상에 수북한 실꾸러미에 묶어 올리고,
과일은 오행으로 배 사과 다섯 개씩 목반에 담아 올리고,
팥시루떡도 올리고, 막걸리는 세 되 들이 오지주병으로 가득 채워 올리고,
돼지머리는, 차마 올리기가 꺼려져서 목삼겹살 다섯 근 삶아서 올리고
대신 황금돼지저금통 최대로 큰 것을 한 마리 올려놓고^^
절 세 번씩 올리는 것으로 고사의 의식을 차렸습니다.
"지신(地神)님이 특히 돼지머리를 좋아한다는 얘기는 있지만,
솔직히 그것 징하기만 했지 먹을 게 뭐 있나요.... 사람들한테도 별로구요,
그래 살 좋은 목삼겹으로 넉넉히 차렸으니 흠향하옵시고 대복대운 터지게...."
그렇게 빌면서 속으로 한마디 더 달았지요.
'이 고사상에 만족하시시시시시신다면, 지금 당장 저 황금복돼지 뱃속에
축의금이 가~~~~~~~~득 쌓이게 해 주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옵소서~~~~히히'
그렇게 고사잔치를 올렸는데요,
그날밤, 제가 얼마나 피곤하였던지....
컴 안에 사진 옮겨 넣고, 카페 들어와 고사 장면 올리려고 사진방 열어보니 글쎄,
그 사진들이 온 데 간 데가 없는 겁니다. 그래 제가 하도 졸려서 안 보이나 싶어
댓글만 달아놓고 그냥 자고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인 어제까지
맑은 정신으로 컴 안을 아무리 뒤지고 쑤시고 찾아봐도 찾을 길이 없습네다.ㅠㅠ
고사사진들이 몽땅 날아가 버렸나 봅니다.ㅠ.ㅠ
정성이 부족했나 봅니다.ㅠ.ㅠ(그런데 어디로 날아갔을가요????)
아니, 고사는 저의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 증거나마 인멸을 당하게 된 거 같습니다.
누구 그날 오신 분들,
(그런데 그날은 제 지인들을 별로 안 부르고,
맨 신문기사보고 찾아온 '손님'들 뿐이었는지라 그마저 기대할 순 없지만...)
사진 찍어 가신 님 계시오면 꼭 이 정자에 한 컷 정도만
올려 줄 마음 생기게 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천지 신령님과 사람님께 빌고 비옵니다~~~~
첫댓글 황금통돼지 올려놓은 고사상..... 그 진풍경 보여드리지 못해 유감천만이옵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