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허리 노린재' 때문에
지 안
파리나 모기 때문에 시달리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듣도 보도 못하던 이상한 벌레 때문에 1년을 꼬박 시달리며 살아온 한 해였다. 이제 1주일도 채 남지 않는 연말에 내 개인의 연중 가장 힘들었던 큰 뉴스가 '소나무 허리 노린재'에 시달린 일이다. 처음에는 이름도 모르던 벌레였는데 얼마 전에 ‘소나무 허리 노린재’라는 것을 알았다. 이 벌레는 소나무에 기생하는 벌레로 소나무 껍질이나 솔방울 속에 즙을 빨아 먹는 해충이란다.
내가 이 벌레에 시달리게 된 원인은 소나무로 지은 목조 건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 지 만 8년이 된 스물 댓 평(坪) 되는 지월당(指月堂)은 주위가 우람한 송림 속에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방 가까이 여러 그루가 서 있다. 나는 소나무를 사랑하는 애송인(愛松人)이다. 소요곡(逍遙谷)에 머물렀던 중국 당(唐)나라 초기의 도사(道士) 반사정(潘師正: 594~682)만큼은 못할지라도 송림 속에 사는 것을 대만족으로 여기고 있다. 소나무가 없는 산은 사시사철 청산이 되지 못하고 산의 품격이 떨어져 향기 없는 꽃 신세가 되고 만다. 소나무가 있어야 청산의 향기가 살아나는 법이다.
장자(莊子)는 소나무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하늘에서 받은 본성을 지켜 땅 위에 홀로 겨울이나 여름에 푸르러 있는 것은 소나무와 잣나무 뿐이다. 그들은 하늘에서 받은 본성을 그대로 보전하기 때문에 스스로 믿어 두려워 않는다.”
내가 사는 암자 주위는 산림청에서 지정한 우량 송림지구다. 대궐의 기둥이 되고도 남을 수령이 오래되어 보이고 몸체가 매우 굵은 소나무들이 산비탈 층층이 서 있다. 한때는 재송충 예방을 위해 나무마다 주사를 놓고 헬리곱터가 날면서 방제약을 궁중살포 하는 것도 여러 번 보았다.
그런데 뜻밖에 올해는 노린재란 벌레가 급속히 번져 소나무보다 내가 먼저 괴로웠다. 이 벌레가 밤, 낮 없이 내 방에 침입해 들어와 온 방을 기어 다니다가 날아다니다가 방 주인을 성가시게 하는 것이었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연중무휴로 무단침입자가 되어 일종의 행패를 부리는 꼴이 되고 만 것이었다. 이 방 저 방 아무 데를 무단 점령하여 기어 다니다가 날아다니다가 책상 위에도 떨어지고 책 위에도 떨어지고 내 머리나 어깨에도 앉다가 어느 때는 날아오다 내 얼굴에 부딪치기도 하였다. 날 때는 비행기처럼 윙하는 소리도 낸다.
나는 이 노린재 주워내기를 하루에 수십 마리씩 하였다. 지난여름에는 방 밖의 벽에도 수백 마리가 떼지어 달라붙어 있었다. 참으로 난처한 일이었다. 할 수 없이 절에 일 보아주는 사무원이 바퀴벌레 잡는 약을 뿌려 퇴치한 일도 있었다. 어디로 들어오는지 몰라도 목조 건물이라 벽틈이나 창문 틈 사이로 들어 오는지 아니면 서가래 사이에 알로 있다 자라는지 알 수가 없다. 방에 들어와 방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벽에 붙어 있는 것을 잡아내지 아니할 수 없었다. 휴지를 뽑아 한 마리씩 덮어 씌어 주워내면 이놈이 또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매일 같이 수십 마리씩 잡아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어떤 때는 인내심을 발휘하여 그냥 두고 보면 이놈들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아서 그런지 하루가 지나면 죽은 벌레가 되어 방바닥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 야! 이놈들아, 왜 남의 방에 들어와서 투신 자살을 하느냐?”
노린재는 꼭 목조 건물에만 침입을 한다 한다. 더구나 소나무 가까이 있는 소나무로 지은 집이라 아지트를 삼기 안성마춤인가 보다. 콘크리트 건물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한다. 애초에 우리나라에 없었던 벌레인데 10여 년 전 남미에서 목재를 수입할 때 따라 들어온 외래종으로 제일 먼저 창원지역에서 번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리 심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유난히 극성을 부렸다.
벌레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불교의 불살생 계율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척 편하지 않는 일이다. 잡아내 밖으로 던져버리거나 휴지통에 넣으면 본의 아닌 살생이 되고 스스로 떨어져 죽는 것을 볼 때도 마음은 영 언짢았다. 습관적으로 보리심을 발하라고 일러주면서 속으로 ‘대방광불화엄경’ 하고 경 이름을 불러 주기도 한다. 벌레의 몸을 벗고 다음 생에 좋은 선도(善道)에 가 태어나라고 축원을 해 주지만 절방에서 죽는 벌레가 가엾기 짝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혹한의 추위가 계속된 요 며칠 사이에도 노린재는 여름, 가을보다 수가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불청객이 되이 내 방을 출입한다. 들어올 때는 요행히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지만 나가는 틈은 찾지를 못하는 모양이다. 나가는 것은 내 손에 잡혀서 추방되는 것이다. 누구는 따뜻한 곳을 찾아 방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또 전해 들은 말에 의하면 이 노린재가 잣나무에도 피해를 주어 잣 생산지로 유명한 경기도 가평의 잣나무 숲에 올해는 잣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하였다.
해가 바뀌어 새해가 되면 이 노린재가 방으로 들어오지 말고 멀리 떠나주었으면 좋겠다. 새해의 소망을 여기에다 모아볼까?
첫댓글 _((()))_ _((()))_ _((()))_
-()()()-
고맙습니다. ()()()
_()()()_
감사합니다.
대방광불화엄경 대방광불화엄경 대방광불화엄경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_(())_
_()()()_
계묘년 새해에는 '소나무허리노린재'가
다른 곳으로 이사가서
평화로운 일상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
_()()()_
_()()()_
고맙습니다.
_()()()_
_()()()_
고맙습니다.
첨 알았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