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꽃 여사의 베리 굿 온정 하나
김 난 석
사이버 카페 아름다운 5060 모임의 엠티 행사(Membership Training)에 참여해 봤다.
(2019. 5. 25.)
엠티라면 구성원 간의 소통과 유대를 강화하기 위함일 텐데,
책임자를 포함해 삼십여 명이 버스로 이동해
우선 예산 소재 예당호 출렁다리를 건너보고,
호반의 카페에 들러 대화를 나눠본다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이웃해 있는 추사 고택을 둘러보고 상경한다는 것이었다.
예당호는 1920년대에 착공해 1960년대에 완공한
둘레 40킬로미터, 폭 2 내지 8킬로미터, 넓이 10제곱킬로미터 규모의
홍수방지 및 농지 관개용 저수지이다.
그중 좁은 폭 구간에 4백 미터의 출렁다리를 놓아
지난해부터 관광시설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호수 주변엔 의좋은 형제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그곳 대흥 지역에 이성만, 이순 형제가 살았는데
형의 살림이 적으면 동생이, 동생의 살림이 적으면 형이
보태주기를 밤새워했다는 것이고,
두 형제의 우애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여
연산군 때 나라에서 효제비(孝悌碑)까지 내려
널리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이도록 했다 한다.(신 증 동국여지승람)
이런 일이 기록으로만 전해오다가
그 효제비가 예당호 확장공사 때 발견되어 사실로 드러났는데,
이런 기록과 사실을 근거로 이 지역을
효(孝)와 예(禮)의 고장이라 부르게 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서로 인사말을 나누는 도중에
나는 이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떠올라
모임 안에서도 서로 의좋게 지내는 게 제일이란 말로 인사에 대신했다.
중국 고사에서도 형제애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위나라 조조의 아들인 조비가 그 아우 조식을
반역죄로 다스려야 할 상황에 처했을 때
아우 조식에게 읍(泣)과 급(急) 자를 운으로 주면서
일곱 발짝 걷기 전에 시를 지으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한다.
조식이 일곱 발짝 걷기 전에 시를 지어 보이니
형인 조비가 감탄하고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니
그 시가 형 조비의 심금을 울렸던 셈이다.
한 솥 밥을 먹는 사람이나 혈연도 그렇지만
아무리 부평초 같은 인간관계라 하더라도
함께 어울리는 관계에서 돈독한 정으로 맺어진다면
쉬 차고 버릴 수도 없을 것이다.
煮豆燃箕豆(자두 연기두)
豆在釜中泣(두 재 부중읍)
本是同根生(본시동 근생)
相煎何太急(상전 하태급)
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는데
콩은 솥 안에서 눈물을 흘리 누나
본시 콩과 콩깍지는 한 뿌리인 것을
어찌 그리 급하게 태우려 하는고.
의좋은 형제란 정의(情誼)가 깊은 관계를 말한다.
그 정의의 정은 주는 걸까? 받는 걸까? 아니면 주고받는 것일까?
아무래도 주고받는 것이라 해야겠다.
정의가 깊은 관계라 하더라도 일방으로만 통하는 정이라면
주는 사람도 힘들고 받는 사람도 미안할 테니
무엇이 오든 무엇이라도 가야 마땅하고
무엇이라도 가면 무엇이라도 와야 보람이 있을 테니 하는 말이다.
그런데도 예의 고장이라는 예산의 예당호 출렁다리에 올라
한 번 지나치고 말아 아쉬움이 남았으니 다음엔 거꾸로도 지나가 봐야겠다.
청풍명월의 고장에 산다는 회원이 화분(花粉) 한 병씩 나눠줬다.
버스에 함께 탄 회원이 사십 명에 가까운데
새벽길에 그걸 어찌 포장하고 어찌 가져왔을까.
고맙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일단 주는 것이니 받아 들 수밖에 없었는데
출렁다리를 건너는 내내 무엇으로 답례할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서울에 올라와한다는 일이 겨우 마주 앉아 술 한 잔 주고받았을 뿐이니
이참에 묵은 못난 책이라도 한 권 보내드려야겠다.
그런데 다른 생명의 양식을 가로챈 셈이기도 하니 벌에겐 어찌해야 할까...
벌이 꽃에 머물면서 꿀과 꽃가루를 얻으려면
1초에 2백 회 날갯짓을 해야 한단다.
그뿐만 도 아닌 것이 꿀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4만 킬로미터를 비행해야 한다니
받아온 화분이 1킬로그램이라면
그걸 얻기 위해 벌은 4만 킬로미터를 날았을 테다.
이걸 예당호의 규모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둘레 40 킬로미터인 예당호를 천 바퀴 날거나
길이 4백 미터인 출렁다리를 십만 번 오가야 할 테니,
한 번 지나 보고도 가드레일에 기대어
숨을 몰아쉰 체력으로서야 생각도 못할 일이다.
사람들끼리만 상부상조할 일도 아니니
다른 생명체와의 공존도 생각해서
벌을 위한 환경이라도 훼손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이나 해봤다.
일정 마지막으로 추사 고택에 들려 사방을 둘러보려니
“어떤 물건이든 다 쓸모가 있는 법이니 인간사에서야 어찌 그렇지 아니한가.”
란 뜻의 주련이 눈에 들어왔다.(凡物皆有可取, 於人何取不容)
스치는 바람도 인연이라니
가고 오는 길에 흘려보내거나 흘려들었던 일들은 없었는지
찬찬히 챙겨 메모해 두어야겠다.
2019. 5. 25.
안도현 시인은 "너는 연탄재라도 되어 본 일이 있느냐"라고 노래했지만
사노라면 연탄재 한 번 되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더냐.
그러나 그것도 세월이 가면 묻히고 마느니
벌써 3년 여 전의 일인데
그런 것 하나 다시 불러내어 본다.
2022. 8. 6.
첫댓글 산 속 오두막에서 홀 어머니와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음씨 고운 베리꽃 님의 온정 이야기이군요.
삶의 이야기 방 모임 때면 부쳐오는 베추전이 일품이었는데요...
베푸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성품인 듯 합니다.
실속도 있고
마음 씀씀이도 이쁘고.
베리꽃님을 뵌 적은 없지만
그 분 글을 통해서 느낀 건
어딘지 모르게 禮스런 분이라는 것~
내가 한번 소개시켜드릴까요?
꿀값이 있어야 하는데~ㅎ
베리굿 입니다.
네에 고맙습니다
그날의 따뜻함과 온정이 느껴지던 그 시절의
아름다운 이야기
엄지척입니다!
나눔정이 많은 여성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