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거기 지구별 여행자.
여행은 어떤가, 할 만 한가.
초등학교 입학 전 얘기 하나 할께.
아버지께서 지방에 있는 사찰로 출장을 자주 다니셨어. 가끔 나도 데리고 가셨지. 여기저기 둘러보고 저녁이 되면 노스님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셨고 나는 옆에 앉았다 아버지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어. 그 때부터 나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꿈 속에서 살아온 것 같아. 학교 다니고 결혼하고 일하고 아이 키우며 온갖 일을 겪어내는 혼곤한 꿈. 지금 가만히 돌이켜 보면 그 긴 꿈이 찰라처럼 느껴지기도 해.
푸른 별 지구의 찰라는 총천연색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요지경 속. 참으로 고달픈 곳. 바로 이곳에서 한 밤 중에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길을 걷듯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여정을 꿈꾸듯 이어가고 있어.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 속에서 물질로 이루어진 육신을 가지고 오만가지 경험을 하고 있지. 좋았다 나빴다 이랬다 저랬다 뒤죽박죽이야. 정신없이 떠밀려가다 육신 앞에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요놈의 조화 속에서 버둥대고 있던거지. 한 번 따라가 잘 살펴볼 생각이야. 뭐 또 엎어지고 넘어지고 하겠지만 이젠 괜찮아. 더 이상 막막한 여정은 아니니까. 오히려 즐거운 여행길이 될 것 같아. 그리하여 마침내 오랜 찰라의 꿈에서 깨어날 수 있기를.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대자유 속에서 여행을 완성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