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학년 때 친구와의 갈등, 본인의 감정 통제 어려움 등으로 참 자주 상담했던 학생이 3학년이 되어 복도에서 나를 볼 때 의젓하게 인사한다. 뭉클하다. 당시 다른 과목 담당이자 학년부장이셨던 선생님께서 그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잘 클 거라고 말씀해주셨던 것이 생각난다. 그 말마따나 성숙해진 것이 느껴지는 아이. 믿고 기다리는 것이 나의 할 일이다. 시간의 힘을 한 번 믿어보자.
- 어제 해나가 현재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로 보통 잘 선택되지 않는 '흔쾌한'을 뽑아 인상적이었다. '걸림이 없는'이라는 뜻이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한다. 와... 역시 고승 느낌...
흔쾌하다: 기쁘고 유쾌하다
- 어제 해나에게 우리 반 분위기를 물어보니 착한 것 같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급식 도우미할 때 보니 더 달라고 떼쓰는 아이가 없다고. 오.
- 이렇게 많은 세상 사람들 중에 너를 만나고 알게 된 것. 생각할수록 귀한 인연이다.
- 어제 준기가 시 '섬'(정현종) 분석할 때,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마음은 기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에게 배를 타고 와주었던 너가 생각났고, 너가 기쁜 마음으로 와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뻤다. 그리고 이 노래가 생각났다. 노래를 들으며 너가 생각났고, 그리워졌다.
https://youtu.be/2JNbEO9VA1A?si=YZ3BKmNp0gpjKUjD
<눈물 나는 날에는>
우리들 마음 아픔에 어둔 밤 지새우지만
찾아든 아침 느끼면 다시 세상 속에 있고
눈물이 나는 날에는 창밖을 바라보지만
잃어간 나의 꿈들에 어쩔줄을 모르네
나에게 올 많은 시간들을 이제는
후회없이 보내리 어두웠던 지난날을
소리쳐 부르네 아름다운 나의 날을 위하여
사랑이란 사랑이라는 마음만으로
영원토록 기쁨 느끼고 싶어
슬픈 안은 슬픔 안은 날 잠이 들고파
변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p.s.
노래를 들으며 다짐했다. 곧 그리워할 시간들임을 잊지 않고 보내겠다. 후회없이 보내겠다.
'나'라는 섬에게 기쁜 마음으로 와 준 너에게 고맙다. 나도 너에게 기쁜 마음으로 가겠다.
- 주제선택이나 수업 등으로 1학년 때 만난 학생 중 유난히 변화가 느껴지는 학생들이 있다. 성숙해진 느낌. 그 성숙해진 느낌에는 살짝 슬픈 느낌도 묻어난다. 무슨 일을 겪은 거야...
- 어떤 학생들은 쳐다보는 표정에서 풍부한 감성이 느껴진다. 원래 그런 표정일 수도 있지만. 무슨 생각과 감정인지 궁금해지는 얼굴들이 있다.
- 작년도 우리 반 학생들의 교복 사진 A4출력본을 앨범 담당 선생님께서 주신 것이 있다. 어제는 그것이 생각 나서 꺼내 보았다. 착하고 예쁜 녀석들.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니 또 눈물 쏟아진다. 사진에 교복 명찰이 안 보이는 학생이 많아서 잊어버리기 전에 사진 아래 이름을 써두었다.
내내 잘 지내렴. 어디에 있든.
언제까지나 사랑해.
- 조회 때 드.디.어. J가 자기소개서+학습계획서를 냈다. 매우 기쁘다. :)
- 혜라가 제주도에 체험학습 갔다가 감귤 초콜렛, 청귤 젤리를 챙겨서 나에게 주었다. 먹을 거 주는 사람 좋은 사람... :)♡ 길잡이 노트에 쓴 그의 일기를 읽는 아침의 시간 참 소중하다. 작년에는 준서가, 올해는 혜라가 일기를 쓰는구나. 일기는 그냥 흘러갈 뿐인 시간을 잡아둔다.
- 서진, 재원에 이어 예은, 혜라도 NIE 활동에 참여했다. 우와... 2024학년도에는 학구적인 학생이 많구나.
- 12반 수업 시간표 바뀐 것이 나에게 고지되지 않았는데 바뀌어서 학생들이 데리러 왔다. 10분 정도 입실이 늦었다. 나는 당황스러웠는데 사회 선생님께서 데리러 온 학생들에게 "착하네."라고 하셨다. 그렇지. 이 시점에서 주목하고 음미해야 할 것은 학생들의 '착함'이다. 수업 시간이 날아갈 뻔했는데 챙겨주었다. 수업 후 지효, 예린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에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교실에 들어갔는데 다들 조용히 책을 읽으며 기다려주고 있다. 예쁜 학생들이다.
- 14반에서는 월드까페 진행을 했다. 차분하게 모든 학생이 참여를 잘하여 인상적이었다. 다음 시간에는 모둠별 질문 선정한 것을 발표하고 생각을 나누게 된다. 어떤 질문과 답변이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
- 현길이와 면담을 하였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 자기 생활도 야무지게 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더 성장해 나갈 모습이 기대된다. 나도 현길이처럼 웃는 표정으로 생활해야지.
- 학급에 가면 자석들이 있다. 이것들은 가끔 위치를 바꾸어 어떤 모양이 되곤 한다. 첫 번째 모양은 웃는 표정이었다. :)
- 조회 때 잊지 않고 해나와 정훈이의 영어 학습 목표가 공통으로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음'이었다고, 그러니 둘이 영어로 자주 대화하라고 말해주었다. 정훈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왜? ^__^
- J는 오늘 자기 소개서+학습 계획서를 내서 드디어 청소가 면제되었다. 그런데 그가 학급에서 맡은 역할은 청소 점검 도우미이다. 오늘 1인 1역 활동을 시작해서 청소 점검을 부탁했다. 벗어날 수 없는 청소의 굴레... ㅋㅋ
- 13반 수업할 때 건휘가 손을 들었다. 다들 진지하게 모둠 토의를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의 표정도 진지했다. 그는 물었다. "코 좀 풀고 와도 돼요?" 어. 물론이지. ㅋㅋ
- 아무도 학급회장등록신청서를 안 가져가서 걱정이 좀 되는 가운데, 드디어 수안이가 가져갔다. 세상 고마워... ♡
- 종례 때 정신 없어서 종례 후 상담자에게 한 번 더 이야기를 못했는데 아침에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고 규리가 와 주었다. 오... 잘 챙겨주니 참 고맙구나. ♡
- 1학년 때 우리 반이었던 상현이를 복도에서 마주쳤다. 그는 원래도 키가 컸는데 더 컸다. 더 멋있어졌다고 했더니 부인하지도 않고 원래 자기가 원래 핸섬하다고 한다. 어 그래. 원래 핸섬한 상현아 잘 가. ㅋㅋ (혁준이가 은찬이에게 장난쳐서 은찬이가 복수하려고 뛰어갈 때 상현이가 은찬이를 잡고 토닥여주던 것이 기억난다.)
오늘도 학교 왔다 가느라 수고 많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