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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세라(사진제공=UFC 홈페이지) |
맷 세라(41,미국)라는 이름은 UFC 웰터급 역사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파이터로서의 명성이 아닌 다른 쪽(?)으로 이름을 날렸다. ‘세라가 아니었다면 웰터급의 그림이 바뀔 수도 있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세라는 잠깐이나마 ‘지옥의 체급’으로 불리는 웰터급에서 챔피언까지 지냈다. 하지만 그는 웰터급 역사에 남을 만큼 강자는 아니었다. 통산 전적도 11승 7패에 불과하며 신체조건 역시 167.64cm로 작은 편에 속했다.
헨조 그레이시에게 블랙벨트를 수여받은 주짓떼로 세라는 펜암, 문디알, ADCC 등 각종 그래플링 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레슬링도 나쁘지 않은지라 주짓수와 함께 구사하면 그라운드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름난 강자들을 상대로는 부족했다. 주짓수로 승부를 보기에는 다른 그래플러들을 압도할 만큼은 아니었고 레슬링같은 경우에는 파워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정상급으로 치고나가기에 약간 아쉬운 어설픈 그라운드 파이터였다.
하지만 세라에게는 숨겨진 무기가 있었다. 순간적인 연타로 쇄도해 들어가는 펀치러쉬가 바로 그것이다. 리치가 짧은 탓에 항상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타이밍이 맞아 라이트 훅이 걸리는 날은 위력을 발휘한다. 그의 파이터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전적중 하나인 생 피에르를 잡아낸 것도 펀치연타가 딱 맞게 긁힌 탓이 컸다.
웰터급 역사상 최고선수 중 하나인 ‘수면제’ 조르주 생 피에르(34,캐나다)는 통산 27전을 치르면서 단 2패만을 기록했다. 전성기 ‘인간 기중기’ 맷 휴즈(42,미국)에게 1라운드 종료직전 암바를 허용한 경기와 맷 세라에게 펀치로 무너진 경기가 그것이다.
‘천재’ 비제이 펜(36,미국)과의 1차전, ‘빅 리그’ 조니 헨드릭스(32,미국) 전 등이 편파판정 논란에 휩싸이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공식적으로 패한 경기는 두명의 ‘맷’에게 당한 두 경기 밖에 없다.
생 피에르와 맞붙었던 1차전 당시 세라는 그다지 이름 높은 파이터가 아니었다. 이전에도 징검다리로 승패를 반복했던 어설픈 복병 정도로 늦은 나이에 참가한 TUF '시즌 4' 우승자 자격으로 챔피언에게 도전하게 된다.
드디어 맞이하게 된 정상을 향한 도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승리를 예견하지 않았다. 아니 당연히 패할 것이라 생각하고 과연 어느 정도나 버틸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스포츠는 반전이 있기에 볼 가치가 있다고 했던가. 객관적인 데이터상으로는 도저히 답이 없어 보였던 세라지만 이 경기에서 그는 자신의 격투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을 연출한다. 생 피에르의 머리 쪽으로 그의 펀치가 얹히듯이 적중되면서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바뀌기 시작한 것.
깨끗하게 들어간 정타는 아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타이밍에서 맞춘 것인지라 그 위력이 상당했다. 충격이 제대로 들어간 듯 생 피에르의 다리는 그만 풀려버렸고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세라는 혼신의 힘을 다해 펀치와 파운딩 연타를 퍼부으며 경기를 끝내버렸다. 웰터급 역사상 최고의 ‘반전드라마’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생 피에르는 세라에게 패한 직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틀 후 있었던 MMA 위클리 라디오 쇼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걱정은 그만두고 앞으로는 나 자신을 걱정할 것이다”며 “다양한 훈련을 통해 과거처럼 철저하게 변모할 것이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더불어 자신이 패했을 때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하던 휴즈에 대해 “테이프를 통해서 똑똑히 보았고 나중에 다시 싸우게 된다면 염두에 둘 것이다”라며 이를 갈았다.
그러한 의지가 반영된 탓일까? 이후 생 피에르는 웰터급은 물론 MMA 역사상 손가락 안에 꼽힐만큼 지루한 파이터로 재탄생했다. 충분히 더 좋은 내용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음에도 최대한 안전하게 경기를 운영했고 조금의 위험도 감수하지 않았다. 결국 더 이상 생 피에르에게 불의의 일격을 날리는 파이터는 없었고 최악의 ‘수면제’는 웰터급을 ‘악몽의 시대’로 만들어버린다.
여기에 대해 팬들은 “그때 세라의 한방이 없었다면 생 피에르가 수면제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지금도 아쉬움을 토한다.
-처음느낌처럼-